<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8화>
“내가 최후식이라고?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방금 들었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 최후식!]
“NTM_CHS, 최후식이 나타났다!”
“설마?!”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에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았다!
‘자신을 NTM_CHS,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이라고 모략했다!’
태성 빌딩에서 김태희 대령과 얽혔을 때 몇 번이고 밝혔다!
자신은 최후식이 아니라고!
애초에 가명을 쓸 거면 내 이름보다 익숙한 이세기를 썼을 거다!
그런데 이런 모략이라니!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담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실을 외쳤다.
“최후식 아니라니까! 이거 다 거짓말이야! 나 절대 최후식 아니…….”
이 순간 김태희 대령에게서 튀어나온 외침이 말을 끊었다.
[아, 미안! 가짜 최후식! 쟤 최후식 아니다! 가짜 최후식이야! 잠깐만 기다려! 제발 도망치지 마! 꼭 물어볼 게 있어!]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뭐지, 이 신박하게 멕이는 방법은?!’
가짜 최후식?
제발 도망치지 말라고?
꼭 물어볼 게 있다고?!!
김태희 대령이 이렇게 외치면 돌아올 반응은 뻔했다.
“가짜 최후식? 역시 진짜 최후식이구나!”
“기다리라고?! 도망치라고 신호하고 있다! 길! 어서 길 막아!”
“물어볼 게 있다고?! 그거구나! 그 ‘물건’의 행방을 묻고 있는 거다! 하하하-.”
“제대로 찾았다! 저 녀석이 최후식이다!”
……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으아아아악-
함성과 함께 용역, 헌터, 조폭, 보안 기타 등등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김태희 대령은 달려오는 각성자들을 저지하며 처절하게 외쳤다!
[진짜로 최후식 아냐! 가짜라니까! 가짜!]
[정말 아니라고! 멈춰! 쟤 그냥 내 친구…… 아니, 적이다!]
[야, 야! 멈추라니까! 가짜 최후식! 도망쳐! 절대 잡히면 안 된다!]
[싸우지 말고 도망쳐! 장비 없이 싸우다 잡히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
도와주는 건지 멕이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 외침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니, 김태희 대령의 잔머리를 생각하면 이건 분명히 멕이는 거다!
이 순간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전생부터 현생까지 온갖 잔머리와 기만, 사기술로 적을 농락하고 싸웠던 자신조차 처음 겪는 유형의 멕이기!
“……와! 이건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야, 인정이다! 인정! 넌 내가 진짜 인정한다!”
[아니라니까! 피해! 절대 잡히면 안 돼! 네가 아는 정보! 절대 말하면 안 돼!]
“불에 기름을 부으면서 아니긴 뭐가 아냐!”
버럭 소리치는 순간, 선두에서 달려온 거구의 육체 각성자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후우우웅-
“잡았다!”
“잡긴 뭘 잡아!”
천문석은 바람에 눕는 갈대처럼 상체를 숙이며 손을 갈고리처럼 긁었다.
턱-
손끝에 옷깃이 걸리는 순간 단숨에 일어나는 몸과 원을 그리는 손!
쏘아진 육체에 실린 힘과 무게, 돌진력의 방향을 바꾼다!
육체 각성자는 손을 따라 반원을 그려 달려온 방향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날아간 육체 각성자가 헌터들과 충돌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사방으로 흩어진 각성자들은 다급히 외쳤다.
“무공 각성자?!”
“근접 유술에 능하다!”
“마탄 금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원딜, 붙지 말고 도주로를 막아라!”
“여기 섬이다! 다리부터 막아!
“장비 없이 맨몸이다!”
“오러 각성자! 달라붙어서 체력을 깎아라!”
……
쿵, 쿵, 쿵-
부서져라 땅을 짓밟고 좌우로 펼쳐져 포위망을 만드는 각성자들!
[안 돼! 진짜 최후식이 아니라니까! 새끼들아!]
돌진하는 각성자 뒤를 충격봉을 뽑아 든 김태희 대령이 덮쳤다!
[도망쳐! 절대 잡히면 안 돼!]
뒤를 잡힌 각성자들이 반전해서 뒤엉킨다!
파직, 파지직-
충격봉과 삼단봉이 맞부딪혀 불꽃이 쏟아지고.
쾅쾅, 콰아앙-
각성력이 실린 팔다리가 충돌해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김태희 대령은 혼자!
백여 명에 달하는 각성자들을 모두 저지할 수는 없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떨어지듯.
김태희 대령을 떨쳐 낸 헌터, 용역, 조폭들이 돌진했다.
자신을 향해서!
칼날 같은 기세가 솟구치고 투지가 담긴 열풍이 훅- 밀려온다!
구경할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위압감!
그러나 진흙탕 개싸움이야말로 자신의 특기!
제대로 합격 훈련을 하지 않은 오합지졸이 힘을 합쳐 봐야 앞뒤 2방향에서 공격을 쏟기도 어렵다!
손발이 충돌하고 동선이 얽히는 순간 아군은 오히려 적을 돕는 방해물이 된다!
혼자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싸울 수 없었다!
한경석이 어디로 갔는지 인도해 줄 꼬리!
투어 가이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한 얼굴로 흩어진 단체 관광객을 모으고 있었으니까!
곧 출발한다!
절대 저 꼬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파트너의 어깨를 두들기며 외쳤다.
“풍풍이 출동!”
“네? 풍풍이요?!”
“네 별호다! 바람검! 바람 풍(風)! 그래서 풍풍이! 출동해서 시간을 끌어라!”
파티마의 얼굴이 찰나의 순간 수십 번 변했다.
황당, 당혹, 의문, 의혹, 혹시, 분노……?
천문석은 잽싸게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야! 이것도 수련이다! 수련!”
하아아아-
파티마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과 함께 화구통에 손을 뻗었다.
초절정 무인이 검을 쓴다고?! 아니, 전쟁도 아니고 누굴 잡으려고!!
“야! 그만 정지! 그 검, 사용 금지다!”
“네?”
재빨리 주위를 훑는 순간 바로 적당한 무기가 보였다.
1미터가 훌쩍 넘는 긴 나무 자루와 초록 플라스틱 빗!
장대 빗자루!
“받아라!”
천문석은 벤치에 기대진 장대 빗자루를 파티마에게 던졌다.
“……이건 왜?”
“그걸로 싸워! 적당히 봐주면서! 뒤를 쫓을 엄두도 나지 않게 철저하게! 알았지?! 나중에 숙소에서 만나자!”
“아니, 잠깐! 잠깐만?!”
“이것도 다 수련이다!”
천문석은 크게 외치고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어딜 도망가!”
“붙잡고 늘어져!”
어느새 뒤를 막은 용역과 셋이 달려들었다!
정면, 팔을 벌리고 돌진하고!
좌우, 단검과 곤봉을 들고 펼쳐진다!
탓, 탓, 탓, 탓-
천문석은 멀리 뛰기를 하듯 성큼성큼 보폭을 늘리다가 쿵- 판석을 짓밟았다!
용수철이 짓눌리듯 허리, 무릎, 발목이 굽혀지는 순간.
콰드드드득-
전신의 근육이 수축하고, 내력이 비틀려 회전했다.
이 순간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단숨에 탄성과 내력을 폭발시킨다!
주르르르륵-
천문석은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판석 위를 미끄러져 돌진하는 용역 사이를 통과했다.
“뭐?!”
“미친……!”
용역들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
손에 장대 빗자루를 쥔 채 멍하니 서 있는 파티마!
“도망친다! 잡아라!”
“멍청한 새끼들! 쫓아가!”
“마탄! 마탄을 갈겨!”
“안 돼! 마탄은 절대 안 돼!
“다리! 다리만 막으면 못 빠져나간다!”
김태희 대령을 피해 악을 쓰며 밀려오는 각성자들!
“야! 어디가! 이대로 가면 안 돼! 가짜 최후식 멈춰! 야, 이 새끼들아! 너희도 멈추라고! 내가 먼저 물어봐야 한다니까!”
각성자들을 정신없이 쥐어박으며 달려오는 김태희 대령!
파티마, 각성자들, 김태희 대령이 일직선으로 선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난 바빠서 먼저 간다! 모두 수고해라!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도발하는 듯한 웃음과 함께 섬 밖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아닌, 정원 수풀 속으로 몸을 날렸다!
“……!”
“……!”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모두가 멈칫하는 순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캬카카카캌-
웃음소리는 정원을 지나 호수 방향으로 빠르게 멀어졌다!
촤아아아-
곧 호수에서 물기둥이 치솟고!
[수상비! 이야아아압!]
내력이 담긴 외침과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원의 수풀과 나무에 가려져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치솟는 물기둥과 빠르게 멀어지는 웃음소리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촤, 촤아, 촤아앗-
[카캬카카카카카캌-!]
수상비(水上飛)!
최후식이 호수 위를 달려 도망치고 있다!
“미친! 수상비?!”
“호수를 밟고 달린다고?!”
“저 새끼 정체가 뭐야?!”
“최후식! 진짜 최후식이구나!”
“과연! 그 물건을 가진 놈이 이렇게 쉽게 잡힐 리 없지!”
“가짜 최후식! 가지 마! 야 이 새끼야! 물어볼 거 있다니까!!”
……
경악한 외침과 함께 각성자들이 호수로 달릴 때.
천문석은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원 짱돌에 폭(爆) 자결의 내력을 담아 물수제비를 던지고!
몸 밖으로 뽑아낸 유형화된 내력에 웃음을 담아 물수제비 위로 던졌다!
촤, 촤아, 촤아앗-
하늘로 치솟는 물기둥!
[카캬카카카카카칵-]
빠르게 멀어지는 웃음소리!
가짜 수상비!
천문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모두를 낚을 낚시질을 하고.
재빨리 수풀 속을 달리고 납작 엎드려, 미친 듯이 기었다.
파사사사삭-
뱀이 풀숲을 기어가듯 단숨에 수풀을 가로지른 천문석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구경꾼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투어 가이드가 흩어진 단체 관광객을 확인하는 장소에!
“빨리! 옆에 일행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안 오신 분? 안 오신 분 없으시죠?! 바로 공원에서 나가 버스를 탈게요! 절대 낙오하시면 안 돼요!”
투어 가이드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깃발을 들고 몸을 돌려 다리로 움직였다.
쓰스스슥-
천문석은 잽싸게 옷에 묻은 나뭇잎과 흙을 털어 내고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단체 관광객에 끼어들었다.
이 순간, 낚시질을 한 호수 방향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안 보여! 벌써 호수를 건넜다!”
“이 새끼 더럽게 빨라!”
“동쪽이다! 도심지로 튀었다!
“젠장! 빨리 움직여! 멀리 못 갔을 거다!”
“보통 놈이 아니다! 인원이 더 필요해!”
“반드시 우리 길드가 잡는다!”
“뛰어 새끼들아! 빨리 뛰어라!”
……
조폭, 용역, 헌터, 길드, 방파, 정보상!
눈앞에 NTM_CHS가 나타나서 힘을 합쳤을 뿐, 처음부터 서로 다른 조직!
대환단을 가진 최후식이 나타난 이상 모두가 경쟁자다!
조직력은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고 백여 명의 각성자들은 모래처럼 흩어지려 했다.
이때 누군가 외쳤다.
“기다려! 최후식의 동료가 남았다!”
도망친 최후식을 쫓으려던 이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벤치 앞 망연자실 서 있는 각성자!
그 옆 장대 빗자루를 들고 얼굴에 옷을 휘감은 여자!
아직 최후식의 동료 둘이 남아 있다!
순간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최후식이 어디로 갔는지 알 거다!”
“이 녀석들부터 제압하자!”
흩어지던 각성자들이 반전해서 달려오고.
김태희 대령은 파티마에게 다급히 외쳤다.
“야, 가짜 최후식 동료! 멍청하게 있지 말고 따라와! 우선 빠져나가자!”
어느새 도망치는 것도 잊고, 넋을 놓고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단체 관광객 사이.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캌-’
파티마와 사방에서 밀려오는 백여 명의 각성자들이 격돌했다.
파아아아아앙-
이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검! 아니 풍풍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날려 버릴 미친 바람이!
‘잘한다 풍풍이! 역시 제대로 데려왔다니까!’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슬쩍 인솔 깃발로 다가가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위험해 보이는데 얼른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닌가…….”
“……!”
투어 가이드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외쳤다.
“바로 이동할게요! 이 깃발 보고 따라오세요!”
투어 가이드는 재빨리 다리를 지나 공원 입구 달렸다.
천문석은 은근슬쩍 단체 관광객에 묻어 이동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이라는 변수가 튀어나왔지만, 낚시질과 풍풍이 파티마로 막아 냈다!
아직은 상정 범위 안이다!
이대로 민장강 북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경석의 동선만 파악하면!
여전히 오늘 안에 미션을 클리어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계획대로!
크크크크킄-
악당 같은 웃음을 흘리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빨리 와! 위험하니까! 우리랑 같이 버스 타고 가!”
어느새 서호 공원을 나와 도로가.
관광버스, 라텍스 베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였다.
“넵!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잽싸게 달려 버스에 올라탔고 관광버스는 민장강 북항을 향해 출발했다.
난장판이 된 서호 공원에서 뒤엉킨 수백 명의 조폭, 용역, 헌터, 조직원들과 파티마와 김태희 대령을 뒤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