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6화>
[푸젠성 문화 탐방 7팀]
한경석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단체관광 인솔 깃발!
이때 깃발을 든 가이드가 빙글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
반사적으로 가이드에 기감을 집중하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모두 모이시면 다음 목적지 ‘서호 공원’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아시죠? 개별 행동 금지! 깃발 따라오기! 이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안정화 권역 밖입니다! 절대 절대로 개별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흩어지신 분 모두 모여 주세요!”
서호 공원!
단체 관광객들의 다음 목적지도 한경석이 거쳐 간 서호 공원이다!
한경석의 동선과 단체 관광객의 여행 동선이 완전히 겹치고 있다.
지금 자신이 확인할 것은 하나!
천문석은 빠르게 걸어 단체 관광객 후미의 아저씨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인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서호 공원 가시는 것 같은데. 혹시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개인 여행을 왔더니 어디를 구경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잠시 생각하더니 팜플렛을 꺼내 손으로 짚으며 입을 여는 남자.
“여기 서호 공원을 구경하고 다음 갈 곳이…….”
‘민장강 북항. 유람선.’
마음속으로 말하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장강 북항. 거기서 유람선을 탈 것 같군요. 그 후 일정은 가이드가 알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할당량을 채울 때까지 또 상점 안에 있어야겠지만…… 하아- 그놈의 라텍스 베개가 도대체 몇 개인지…….”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가이드와 대화하는 아주머니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저씨.
이 순간 의문이 풀렸다!
‘경석아…… 그랬던 거냐!’
천문석은 내심 탄식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로 모인 정보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했다.
한경석과 같은 동선으로 이동하는 단체 관광객들.
이들은 한경석이 갔던 서호 공원을 지나 한경석의 동선이 끊긴 곳, 민장강 북항애서 유람선을 탄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가장 심플한 해답!
푸저우시에 도착한 한경석은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푸젠성 문화 탐방 투어를 했다!
먹자골목에서 양꼬치와 과일 주스를 사고.
라텍스 베개와 백도 우롱차 전문점에서 30분간의 의무 쇼핑 후.
서호 공원을 거쳐서 민장강 북항에서 유람선을 탄 것이다!
이 순간 한경석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대인전 랭커 암살검 한경석!
한국 헌터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암살검이!
단체 관광객 사이에 서서 넋 나간 얼굴로 라텍스 베개와 백도 우롱차 선물 세트를 사는 모습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단체 관광객을 따라 움직이면. 한경석의 끊긴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끊긴 동선을 서울에서 백업 중인 진교은에게 보내면?
한경석의 현재 위치를 찾는 건 시간문제였으니까!
한경석이 지금 어디 있는지만 알아내면 미션 클리어!
오늘 안에 한경석과 함께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
“카캬카카캌- 역시! 이번 일은 느낌이 좋더라니! 야, 이제 움직…….”
파티마를 부르려 고개를 돌리던 천문석은 흠칫 놀라 외쳤다.
“이 사람들은 다 뭐야?!”
어느새 몰려든 인파!
“우리 길드에서 헌터를 모집 중인데…….”
“각성자가 아니라고?! 당연히 괜찮지! 이제 그런 차별은…….”
“관광하러 오셨다잖아요! 비켜 보세요! 제가 숨겨진 맛집을 소개해…….”
“무슨 연예인이 관광을 왔나 봐! 우리도 가 보자!”
……
바글바글한 사람들 한가운데 넋 놓은 표정으로 서 있는 파티마!
파티마에게로 이목을 돌린다는 계획은 예상을 몇 배나 뛰어넘는 효과를 보였다!
마치 연예인이 등장한 듯, 지금 이 순간에도 몰려드는 사람들!
아무도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검절, 천검, 무림 맹주라는 이름보다 자신이 붙여 준 직관적인 별명 ‘더럽게 잘생긴 새끼’ 이세기와 다닐 때처럼!
“와! 역시 무림이든 지구든 잘생겨지고 봐야 한다니까. 캬-.”
탄성을 터트린 천문석은 크게 손을 흔들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
문득 고개를 돌리는 파티마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인솔 깃발을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저 깃발 따라간다!’
파티마의 넋 나간 얼굴에 떠오른 황당함!
재빨리 뭐라 입을 열어 외쳤지만 모여든 인파의 소음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들은? 하고요?!”
머릿속에서 파티마의 외침에서 빠진 부분이 실시간으로 채워졌다.
‘잠깐! 이 사람들은? 저는 어떡하고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
천문석은 순식간에 파티마를 납득시킬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수련이다! 알아서 따라와라!”
외침과 동시에 잽싸게 달려, 어느새 출발하는 단체 관광객 후미로 끼어들었다.
“야유. 오늘 왜 이리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잘못했으면 깃발 놓칠 뻔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무슨 연예인이 왔다나 봐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관광객.
‘이번 미션은 진짜 역대급이네. 와. 뭐가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져! 카캬카캌-.’
천문석은 은근슬쩍 단체 관광객에 끼어들어 따라갔고.
“잠깐, 잠시만! 좀 비키라니까! 가야 한다고!”
파티마는 겹겹이 주위를 둘러싼 인파를 헤쳐나가며 외쳤다.
천문석, 단체 관광객.
파티마, 점점 불어나는 인파.
이들 모두는 한경석의 동선이 이어지는 서호 공원으로 움직였다.
이때 서호 공원으로 달려오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다다다다닥-
엉망인 몰골로 정신없이 뒷골목을 달리는 헌터.
가짜 최후식이 남긴 흔적, NTM_CHS을 쫓기 위해 정보상을 찾았던 각성자.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대답하듯 골목을 울리는 발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저기다!”
“먹자골목에서 나왔다!”
“NTM_CHS! 그놈이다!”
“삼방칠항으로 달리고 있다!”
“야, 이 씹!”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밤부터 지금까지 수십 수백 번 외쳤던 말을 다시 외쳤다.
“야,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나 NTM_CHS 아니라니까!!”
* * *
분노한 외침을 터트리는 순간, 비웃음 소리와 함께 돌아오는 외침들!
“NTM_CHS! 저기다!”
“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형제들을 모아라! 저 녀석이 그놈이다!”
“이런 행운이 우리 방파에 찾아오다니!”
“반드시 우리 조직이 잡아야 한다!”
……
환호성과 희열에 들뜬 외침이 쏟아지고, 뒤를 쫓는 발걸음 소리가 더 커졌다!
안 된다! 설명이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명해도 알아 처 먹지를 않는다!
“젠장젠장젠장! 빌어먹을 젠장! 뭐가 이렇게 꼬여!”
타다다다다다닥-
분통을 터트리며 골목으로 뛰어드는 순간.
지난밤 호텔에서 나왔을 때부터 오늘 새벽까지 일어났던 일들이 머리를 스쳤다.
무장하고 각성력 밸런스 조정 후 푸저우 뒷골목의 정보상을 찾았다.
목적은 가짜 최후식, 알바가 남긴 흔적 NTM_CHS를 찾는 것.
당연히 직접 NTM_CHS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활성화하고 질문을 툭툭 던져 간접적으로 정보를 끌어냈다.
국가 헌병대에서 범죄자들을 잡으며 수없이 했던 일!
김태희 대령은 빠르게 NTM_CHS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7번째 정보상과 만나기 전까지만!
의자에 앉아 질문하기도 전에 깜짝 놀란 얼굴로 외쳤던 정보상.
“설마 한국인?!”
“네?”
황당함에 반문하는 순간 훅 치고 들어오던 질문.
“NTM_CHS!”
국가 헌병대 짬밥이 10년 이상!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뭐라고요?”
이 순간 핥는 듯한 감각!
사념파(思念波),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느껴졌다!
7번째 정보상 녀석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
질문을 던지고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절대 영역 밖으로 흘러나온 표층 의식을 훑어, 정보를 뽑아내려 한 것!
어지간한 각성자는 당한 줄도 모르고 당할 솜씨!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다!
그러나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는 같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알아보는 법!
움찔하는 몸과 충돌하는 시선!
찰나의 순간 전해진 심상까지!
“사념파!”
“사념파!”
김태희 대령과 정보상은 동시에 외치고, 동시에 움직였다!
팟-
정보상이 잽싸게 탁자 아래 붙인 총을 뽑는 순간.
으아앗-
각성력을 끌어올려 탁자를 뒤집어엎었다!
탁, 탁-
그러나 미동도 하지 않는 탁자!
“멍청한! 당연히 바닥에 용접…….”
정보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자 아래로 몸을 던졌다.
데굴데굴-
두 바퀴 반 회전해 다리를 잡고 벌떡 일어나 바로 제압하려는 순간.
타아아앙-
마탄이 발사됐고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상의 부하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리 준비하고 기다렸구나!’
전투 예지 능력을 깎았지만, 알바를 잡기 위해 사이코메트리 능력과 마탄 능력을 끌어올려 순수 전투력은 오히려 강해졌다!
김태희 대령은 폭풍처럼 몰아쳐 역으로 정보를 털어먹으려던 정보상과 줄줄이 달려오는 부하들을 쥐어박아 무력화했다!
그러나 둘, 셋, 다섯, 아홉, 열셋을 제압하는 순간 창밖에서 울려 퍼지던 외침.
“여기다!”
“맹달 형님이 한 건 했다!
“NTM_CHS! 함정에 걸렸다!”
“뭐? NTM_CHS?!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압돼 널브러진 정보상에게 대답이 돌아왔다.
“하하하- NTM_CHS 걸렸구나! 네가 찾아올 줄 알고! 천라지망을 펴고 기다렸다! 당장!”
돌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하던 정보상.
“그게 어디에 있는지 불어라!”
“그거……? 대환단?”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순간 정보상의 눈이 환희로 물들었다.
“한 번에 알아채다니! 역시 네가 NTM_CHS구나!”
낚였다!
“야! 아냐! 아니라니까! 나도 그놈 찾아서 한국에서 왔다니까!”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한국! 역시! 형제들! 맞다! 한국에서 온 놈이고 그 물건의 존재도 알고 있다! 이놈이 100% 확실하다! 나 맹달의 이름을 걸고 확언한다! NTM_CHS 그 녀석이다!”
7번 정보상이 외치는 순간.
우와아아아아아-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전신이 저릿저릿한 기세가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창문 밖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시선!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골목을 달려오고 있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저 사람들이 끝이 아니다!
NTM_CHS, 게다가 대환단을 가지고 있다고 찍혔다!
지금은 뒷골목 정보상과 그 부하들이지만 곧 헌터. 길드, 조폭 그리고 유력자와 헌터 군벌까지 모조리 몰려온다!
한껏 낮춰 놓은 전투 예지가 보내는 경고가 그 증거였다!
‘당장 여기서 튀어야 한다!’
김태희 대령은 재빨리 문턱을 잡고 지붕으로 뛰어올라 도망쳤다.
그리고 새벽부터 지금까지!
싸우고, 달리고, 숨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믿지 않는 정보상, 용역, 헌터, 조직원, 길드 놈들을 피해서!
자신의 뒤를 쫓는 적들은 점점 늘어나, 어느새 수백 단위가 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불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인파(人波)!
사람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뒤를 쫓는 정보상과 용역, 조직원들을 쥐어패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NTM_CHS를 추적한 정보를 얻었으니까!
이제 곧 삼방칠항(三坊七巷)!
고택과 도로가 얽혀 있는 삼방칠항을 지나 북쪽으로 10분만 달리면 목적지가 나온다!
정보상이 추적한 NTM_CHS의 흔적이 끊긴 장소, 서호 공원!
삼방칠항에서 꼬리를 끊고 서호 공원에서 NTM_CHS의 흔적을 찾아 가짜 최후식의 쫓는다!
하아아-
계획을 세우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김태희 대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뒤에 붙은 꼬리를 완전히 끊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 뒤를 쫓는 녀석들이 노리는 건 자신이 아닌 NTM_CHS가 가지고 있는 ‘대환단’이니까!
푸저우시에서 누가 대환단을 노릴까?
물을 필요도 없다.
‘전부다!’
대환단을 원하는 건 천외천의 각성자 천검이다!
뒷골목 불량배에서 권력의 핵심 헌터 군벌 수장까지 남중국의 ‘모든’ 사람!
천검의 호의를 사길 원하는 ‘모든’ 사람이 대환단을 노리고 있다!
즉, 삼방칠항에서 따돌리고 서호 공원에 도착한다고 해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 다시 꼬리가 붙고 쫓기게 된다.
그리고 내일 화요일에는 헌터 군벌 수장들이 몰려올 테고. 모레 수요일에는 천외천의 각성자, 천검이 도착한다.
그리고 천검이 자신을 노린다면?!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강철혼과 마탄을 모조리 쏟아부어도 1분 이상 버틸 수 없다.
즉, 지금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하루, 이틀이다!
어떻게든 서호 공원에서 NTM_CHS의 흔적을 찾아, 오늘 안에 가짜 최후식 알바의 꼬리를 잡아야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게 있었다.
행운.
타다다다다다닥-
김태희 대령은 전력으로 삼방칠항으로 뛰어 들어가며 온 마음을 다해 하늘에 외쳤다.
“하늘님! 맥락 없고! 개연성 없고! 말도 안 되지만!”
“제발! 제발! 가짜 최후식! 알바 그놈이 서호 공원에 오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