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73화 (97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3화>

천문석은 번쩍 눈을 떴다.

순간 일등석 창밖으로 보이는 환하게 밝혀진 밤의 공항, 남중국 푸저우 창러 국제공항!

인천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30분의 짧은 비행 끝에 남중국 푸젠성 푸저우 창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파티마! 내릴 준비…….”

“네. 준비 끝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보이는 파티마.

일등석을 탄 천문석과 파티마는 제일 먼저 비행기에서 내려 순식간에 입국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출국장에는 어떤 방법을 썼는지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배낭과 잡낭, 강철봉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 확인하시고. 여기에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청년이 봉인된 짐을 건네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천문석과 파티마는 짐을 빠르게 확인했다.

전자 봉인은 손댄 흔적도 없이 그대로.

바로 짐을 인수하고 스마트폰에 사인하는 순간, 청년은 명함을 내밀었다.

[福建流通]

“출국하실 때 여기 적힌 번호로 연락 주시면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곧 승객들이 쏟아질 테니 바로 움직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청년은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휙- 사라졌고.

천문석과 파티마는 재빨리 공항을 나왔다.

시간은 12시가 넘은 한밤중!

천문석은 출발 전 받은 스마트폰으로 진교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도착했다.]

“우선 호텔에 짐을 풀고 내일 아침부터 움직이자.”

“네. 스승님!”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파티마.

천문석은 손을 들어 택시를 잡으며 말했다.

“야, 그 말투부터 좀 어떻게 해야겠다. 여기서는 내 별호로 불러. 별호 알지? 택시!”

끼이익-

멈춰 선 택시에 타는 천문석과 파티마.

“가장 가까운 호텔로 가 주세요!”

택시는 바로 출발했고 다음 순간 청년의 말대로 출국장으로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캐리어를 끌며 도망치듯 달리는 여자와, 그 뒤를 쫓는 헌터가 있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일하자니까?!”

“저 헌터 아니라고요! 제발 사람 말 좀 믿어요!”

그르르르륵-

캐리어를 끌고 정신없이 달리는 여자, 김태희 대령은 이를 갈았다.

‘이 끈질긴 녀석!’

각성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떼어 내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각성력을 사용하면 지금까지 헌터가 아니라는 말이 거짓이 되고 더 끈질기게 따라붙을 거다!

‘한국이라면! 아니, 위장만 끝냈어도 쥐어박았을 텐데!’

탄식하는 순간 멀리서 다가오는 택시가 보였다.

기회! 꼬리를 끊어 내고 택시를 타고 튄다!

김태희 대령은 각성력을 끌어올려, 전력으로 인도를 달리며 택시를 향해 번쩍 손을 들었다!

“택시! 여기요!”

“그거 봐! 각성자 맞잖아! 내 감이 확실하다니까! 하하하-.”

파파파팟-

환호성을 터트리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헌터!

김태희 대령은 택시가 멈춰 서는 순간. 왼발을 축으로 빙글 180도 몸을 돌리며 캐리어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확 날아오는 풍압에 다급히 몸을 숙이는 순간, 바닥을 쓸 듯이 날아오는 운동화!

“……!”

턱-

발목을 후리는 순간 캐리어가 어깨를 때리고 성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쫓아오지 말랬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상체를 때리는 캐리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체를 후리는 운동화!

상체와 하체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려오는 힘에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바람개비처럼 휘리릭- 회전했다.

“으어어억-!”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회전하는 몸 중심에 손바닥이 틀어박혔다.

파아아앙-!

회전하던 헌터는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날아가 데굴데굴 인도를 굴렀다.

“다시 만나면 이 정도로 안 끝난다!”

김태희 대령은 버럭 소리치고 번개같이 몸을 돌렸다.

택시에 몸을 들이미는 헌터!

“야, 이!”

새치기하려던 헌터가 흠칫 놀라 물러서는 순간, 재빨리 택시에 들어가 외쳤다.

“빨리! 가장 가까운 호텔로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김태희 대령을 태운 택시는 바로 출발했다.

월요일 00시 25분.

남중국 푸젠성 푸저우 창러 국제공항.

천문석과 파티마를 태운 택시.

김태희 대령을 태운 택시.

두 택시는 5분의 시차를 두고 공항을 출발해 같은 가장 가까운 호텔에 멈춰 섰다.

더 웨스턴 푸저우 민장.

먼저 도착한 천문석과 파티마가 객실에 들어가고.

3분 후 도착한 김태희 대령이 바로 옆 객실로 들어갔다.

“우선 오늘은 쉬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내일부터. 나 먼저 씻는다.”

“네! 스승님.”

천문석은 바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파티마는 무장 상자에서 곡도를 꺼내,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정좌해 앉았다.

이때 김태희 대령은 침대로 몸을 던졌다.

“으아- 마침내 해방이다!”

인천에서 푸저우까지 2시간 30분 동안의 비행 동안, 한순간도 끊기지 않고 좌우에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와 약 파는 소리에 시달렸다!

혼자뿐인 객실인데 지금도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게 정말 대박 기회라니까!’

드르렁-

‘내가 아무한테나 이런 제의를 하는 게 아니야!’

드르르렁-

‘여기 내 명함이니까! 꼭! 반드시 연락을……!’

드르르르-

……

광화문 검거 작전, 태성 빌딩 수색, 재앙급 마수, 가짜 최후식. 그리고 정신을 긁던 비행까지.

하루 종일 시달린 김태희 대령의 눈이 어느새 스르륵 감겼다.

“…….”

깜빡 잠드는 순간 얼핏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야, 야!…… 다?!”

가짜 최후식, 알바!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굴리며 홀스터에 손을 올리는 순간 깨달았다!

혼자뿐인 호텔 방!

깜빡 졸았구나!

“하, 시바- 얼마나 시달렸는지 환청이 다 들리네…….”

남중국 푸젠성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타깃을 발견한다고?

그런 우연이 일어날 리 없었다.

김태희 대령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고 몸을 일으켰다.

자신은 휴가를 핑계로 남중국에 온 상황.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바로 캐리어 지퍼를 내리고 펼치자 평범한 옷과 소품, 여행용품이 담긴 안쪽이 드러났다.

김태희 대령은 손가락으로 캐리어 안을 훑으며 각성력을 일으켰다.

쓰으으으윽-

좌우로 펼쳐진 캐리어 안을 ‘∞’ 모양으로 훑는 순간 잠금장치가 풀렸다.

기이이잉, 철컥-

김태희 대령은 능숙하게 좌우로 펼쳐진 캐리어를 다시 한번 양쪽으로 펼쳤다.

순간 옷과 소품 아래 자리한 마도구와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화 전투복, 방검 방탄복, 각반과 아대.

장총신 리볼버, 단검과 충격봉. 빛바랜 강철 건틀릿.

클립에 채워진 마탄과 가지런히 놓인 정제 마석들.

……

장비는 자신의 것이지만, 장비를 담은 캐리어는 NIS 방첩 부대 동기의 물건!

“와- 볼수록 신기하네! 이게 어떻게 마력 스캔에 안 걸리지?!”

김태희 대령은 새삼 감탄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야! 잘 쓰고 돌려주마! 크크킄-.”

이곳은 남중국!

한국처럼 무기류를 무장 상자에 담아 다닐 필요가 없다!

그건 역으로 말해 어디서 마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태희 대령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빠르게 장비를 착용했다.

전투 타이즈 위로 강화 전투복과 방검방탄복을 입고.

각반과 아대를 차고 자동 수납식 헌터용 헬멧이 담긴 링을 강화 전투복 목깃에 고정하고 작동했다.

차르르르륵-

목깃에 고정된 링에서 밀려 나온 풀 페이스 헌터용 헬멧이 머리를 덮고 다시 말려 들어가는 순간, 방어구 장비는 끝!

다음은 무구!

허벅지 홀스터에는 장총신 리볼버.

무장 벨트에는 단검과 충격봉을 걸고.

탄환과 정제 마석이 담긴 잡낭을 결착한다.

딸깍-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래된 강철 건틀릿, 강철혼을 끼는 순간.

파스스스슥-

손에 낀 강철혼에서 시작한 마력광이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팔에서 시작해 아대, 방검방탄복, 강화 전투복, 헬멧과 각반을 지나 군화까지 뻗어 나간 마력광!

우드드득-

강철혼을 움켜쥐는 순간 전신으로 뻗은 마력광에서 각성력이 일어났다!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마탄 능력!

3중 각성자 김태희 대령은 전투 예지로 집중된 각성력을 서서히 조절했다.

지금 자신은 휴가 중이고 이곳은 남중국이다.

공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가짜 최후식, 알바를 찾아야 한다.

알바를 찾을 유일한 단서는 ‘NTM_CHS’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

NTM_CHS를 추적하고 알바를 잡는 데는 전투 예지가 큰 쓸모가 없다.

전투 예지는 예언이 아니고, 검은 폭풍 같은 등급외 전투 예지 능력자가 아니면 비전투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니까.

게다가 알바. 그 녀석에겐 전투 예지가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다.

1세대 헌터를 상대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빗나가는 전투 예지!

게다가 상상을 초월한 잔머리와 기괴한 기술, 예측 불허의 공방 타이밍!

알바를 잡는 유일한 방법은 압도적인 힘으로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것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전투 예지가 아니라 사이코메트리와 마탄 능력이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정보 획득과 추적, 장비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내고!

마탄 능력으로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낸다!

팟-

손이 잔상을 흘리며 움직이는 순간.

퀵드로우!

어느새 손에 쥐어진 장총신 리볼버가 정면을 겨누고 실린더가 회전했다.

기리리리릭-

실린더 구멍은 다섯!

장전된 탄환은 하나!

격발 확률은 1/5!

드르르르륵-

손끝에 선명한 확신이 전해지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다!

틱틱틱틱-

공이가 네 번 빈 구멍을 때리는 동시에 다시 한번 실린더를 회전시키고 방아쇠를 당긴다!

기리리릭-

틱틱틱틱-

1/5 x 1/4 x 1/3 x 1/2…….

끝없이 0에 가까워지는 확률!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 행동이야말로 전투 예지 능력자들의 비전이었다.

검은 폭풍에서 시작해 군에 몸담은 한국 전투 예지 능력자들에게만 전해지는 비전!

한계를 넘어 감각을 전투 예지를 끌어올려!

한없이 0에 가까운 확률 변수를 뚫고 불가능한 승리를 낚아챈다!

턱턱턱턱-

빈 실린더 구멍을 때리는 공이는 불가능한 승리를 낚아채기 위한 선택의 연습이었다.

23번째로 공이가 빈 구멍을 때리고!

그르륵-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번쩍 직감이 왔다!

팟-

반사적으로 손이 움직여 회전하는 실린더를 움켜쥐고 공이가 멈췄다.

김태희 대령은 실린더를 열어 안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마탄이 장전된 구멍이 보였다.

24번째에서 격발!

밸런스 조정 전 최대치가 50번이란 걸 생각하면, 전투 예지 능력이 반 정도 깎여 사이코메트리와 마탄 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더 깎아 내야겠네.”

김태희 대령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식 웃었다.

오래전 봤던 불가능한, 말 그대로 불가능한 광경이 기억나서였다.

역대 최고의 커맨더이자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 이세영 특임 소장님은 처음 만났을 때 직접 시범을 보여 주셨다.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장총신 리볼버에 한 발의 마탄을 넣고 실린더를 회전시킨다.

기리리리릭-

그리고 표적을 겨누고 아무렇지도 않게 방아쇠를 당긴다.

틱틱틱틱틱-

‘알겠지?’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던 주름이 가득했던 얼굴.

그때 자신의 최고 기록이 23번.

교관은 21번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5번이라고?’

황당한 눈으로 바라볼 때.

다시 한번 실린더가 회전하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기리리리릭-

틱틱틱틱틱-

실린더가 회전하고 다섯 번의 격발.

기리리리릭-

틱틱틱틱틱-

실린더가 회전하고 다섯 번의 격발.

……

세 번, 네 번, 다섯 번……!

시범이 끝없이 반복되는 어느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실린더 구멍은 다섯.

장전된 마탄은 한발.

당겨진 방아쇠는 다섯 번.

1/5, 1/4, 1/3, 1/2 그리고 1/1.

100%!

반드시 쏘아져야 하는 마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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