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71화 (97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1화>

“천검 이세기가 바로 내 절친이다!”

지난 일주일 수없이 말한 진실을 다시 한번 외치는 순간.

워커 실트의 머릿속에서 지난 일주일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모든 일의 시작은 해운대 게이트였다!

부산에 열린 해운대 게이트만 통과했으면, 지금쯤 친구들과 만나 맥주를 마시며 말하고 있었을 거다!

‘야, 내가 무슨 일 겪었는지 너희 상상도 못 할 거다! 카카카카캌-.’

그렇다!

해운대 게이트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이렇게 일이 꼬인 건 모두 그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폭 절차에 들어간 미궁 악어 13호 위.

이세기가 전력을 다해 던져 준 힘으로 낙하산을 펼치고 활강했다!

게이트는 닫히기 직전이지만 충분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이트를 통과하기 직전에 튀어나온 비행 원반, 글라이더선!

글라이더선에 낙하산이 걸려, 간발의 차이로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전 국토에 앵커를 뿌리고.

게이트 통제 권한을 슬쩍해 대마법 추적을 구현하고.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을 동원해 해운대 게이트 작전을 펼쳤는데!

불쑥 튀어나온 글라이더선에 낙하산 줄이 걸리는 바람에 게이트 너머 마도 제국의 기동 병참 도시를 먹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것도 재금 그룹의 본진, 전능 옥좌가 떠 있는 한국에서!

울분을 삼키며 즉시 추적을 피해 옥탑방으로 잠적했는데 다시 한번 행운이 찾아왔다.

서울에서 일어난 마력 유동 현상!

워커 실트는 마력 유동 현상의 원인을 바로 알아챘다.

사라진 기동 병참 도시와 지구가 초소형 게이트로 연결됐다.

즉, 기동 병참 도시의 차원 좌표를 가진 ‘누군가’가 지구에 있었다.

이 누군가의 정체는 너무나 뻔했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절벽에서 머리와 주먹으로 격전을 벌였고!

해운대 게이트에서 튀어나와 처음에는 적으로 나중에는 동료로 같이 싸웠던 녀석!

이세기!

그렇다! 이세기가 기동 병참 도시의 차원 좌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세기’를 추적했고 유력한. 아니, 99% 확실한 용의자를 찾았다.

남중국의 천검 이세기.

워커 실트는 즉시 로롤로 의장과 함께 남중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천검을 만나기 위해 공무원, 기업, 헌터, 길드, 정보상 모두에게 천검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자 돌아온 황당한 대답.

‘천검이 지금 어디에 계신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남중국 TV, 인터넷에서는 천검의 위업이 종일 나오고 있는데.

정작 남중국의 절대자, 천검 이세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았다.

단지 ‘지금도’ 거기에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푸젠, 저장, 장시, 후베이, 후난, 쓰촨…….

천검은 ‘천검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중국 전체를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즉시 자신과 로롤로는 천검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남중국 내륙 항공편은 알박기하듯 박힌 마경과 비행 마수 서식지 때문에 하루 3, 4편이 전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면 천검은 이미 다른 성으로 넘어간 후였다.

결국, 비행기를 포기하고 장갑 버스를 개조해서 천검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수없이 허탕을 치고 깨달았다.

이렇게 뒤를 쫓는 거로는 만나지 못한다.

이세기에게 연락해서 자신을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이세기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천검 이세기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헌터 군벌을 통해서 연락하는 것!

바로 약을 뿌려 군벌 수장의 부하의 부하의 부하와 접촉.

자신을 대신해 로롤로 의장이 천검 이세기의 절친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그때야 치명적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수많은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

천검 이세기가 가지고 있는 불운을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이때 다급한 외침이 워커 실트의 회상을 깨웠다.

“천검! 남중국 천검이 오너의 절친이라고요?!”

문득 고개를 돌리자 운전대에 앉아 넋이 나간 케인 이사가 보였다.

“야! 앞에 봐!”

“……!”

흠칫 놀라 운전석 정면을 주시하는 케인 이사!

케인 이사의 머릿속에서 천둥 치듯 외침이 울려 퍼졌다.

‘오너의 절친이 천검이라고?!’

케인 이사는 다시 한번 외쳤다.

“천검이 오너의 절친이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건가요?!”

“너 천검 이세기! 몰라? 천외천의 각성자! 검강! 아, 그러니까 검강이란 건 일종의 유형화된 오러인데 원 대륙의 샤…… 앗!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여튼 검강으로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 갈아 버리는 남중국의 절대자, 곧 연방 총통 될 천검이 이세기다! 야, 내가 얼마 전에 조사하라고 명령도 내렸잖아?”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는 오너.

케인 이사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그게 아니라! 어떻게 천검이 오너의 절친이 돼요?! 천검이 남중국에 나타난 게 몇 달도 안 됐는데?! 그리고 오너, 남중국에는 처음……!”

“시간은 아무 문제도 안 된다! 나와 천검은 게이트에서 쏟아진 거대 괴수, 돌연 끼어든 나이트 아머를 상대로 함께 싸운 전우니까!”

하하하하하-

오너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케인 이사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클어졌다.

‘천검의 절친인데, 남중국 헌터 군벌에게 쫓긴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지금 남중국에서 천검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연방 총선이 끝나면 연방 총통의 자리에 오를 게 확실시되는 인물!

그런 천검의 절친에게 수배를 때릴 남중국 헌터 군벌은 없다!

“오너! 그게 말이 되는 건가요? 천검의 절친인데 헌터 군벌이 왜 수배를 때려요?!”

“안 믿는다니까! 내가! 어, 좀 더 정확히는 나 대신 로롤로가 절친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도 이놈들이 믿지를 않아! 아니 무슨 절친이 전화번호도 몰라요?! 이런다니까! 시바시바! 낙하산 메고 뛰기 전에 연락처를 받았어야 했는데!”

“진짜 절친이면 천검과 만나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

“만날 수가 없어!!”

버럭 소리친 워커는 형형한 눈빛으로 말을 쏟아 냈다.

“만나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멈추지를 않아! 푸젠, 장시, 후베이, 쓰촨성……!”

“쫓아가면 떠나갔고! 다시 간신히 따라붙으면 이미 사라졌어!”

“천검 이세기, 이 녀석이 멈추지 않고 정신없이! 미친 듯이! 남중국 전체를 돌아다녀서 만날 수가 없어!”

“아니, 헌터 군벌을 통해서 이동할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기다리면…….”

“안 가르쳐 줘!”

“절친인데 왜 안 가르쳐 줘요?!”

“절친이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황당함에 묻는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깨달음!

안 가르쳐 주는 게 당연했다!

지금 남중국에서 천검의 절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못해도 만 단위는 넘을 거다!

아무 증거 없이 절친이라고 주장해 봐야 먹힐 리가 없다!

당연히 절친이란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케인 이사는 재빨리 머리에 떠오른 방법을 외쳤다.

“이름! 천검의 이름, ‘이세기’를 아는 걸 증거로 말하면?!”

“이미 알음알음 다 퍼졌어. 입 밖으로 말만 안 할 뿐이지 애들 다 알고 있어. 어떤 미친놈들은 이세기로 개명까지 하고 한탕 하려 준비 중이다.”

“W. S. 인더스트리의 이름으로 보증을 하면?!”

“야! 옆이 한국이야! 재금 그룹 전능 옥좌 떠 있는 한국!”

“네? 재금 그룹 전능 옥좌면, 재금 그룹 본사 부유 섬이요? 그게 왜?”

“아, 그렇지. 이건 로롤로만 알고 있지. 자세히 설명하자면 길고, 간단히 말하면. 거기 부유 섬에 무시무시한 놈이 있는데 내가 한국에서 뭐 좀 한 게 있어서 빡쳐 있는 상태다. 그리고 지금 재금 그룹에서 남중국 헌터 군벌들에 마탄을 엄청나게 뿌려 대고 있어. 대충 알겠지?”

‘아니, 이게 다 뭔 소리야?’

케인 이사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설명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아아앗-

돌연 장갑 버스 전면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넣고 이름을 적어넣는 오너.

[나 - 헌터 군벌 - 재금 그룹 - 전능 옥좌의 마도왕(?)]

오너의 손가락이 ‘나’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W. S. 이름으로 보증을 받으면 헌터 군벌이 알게 되고! 헌터 군벌이 알면 마탄을 공급하는 재금 그룹도 알게 된다! 그러면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 마도왕(?)이 알게 되고, 마도왕(?)이 알면!”

번쩍 고개를 든 워커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창문에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옐로스톤 군단장!!]

“옐로스톤 초거대 마경에 주둔 중인 군단장에게 정보가 들어간다! 내가! 바로 나 워커 실트가 이 지구에 있다는 사실이! 그럼 전부 끝장이다! 타 대륙을 뒤집어엎었던 강철의 폭풍이 몰아친다! 시바시바시바! 전능 옥좌 날려 버린 건! 전부 집으로 돌아간 마도 황제! 그 녀석이 보낸 지시대로 한 건데! 믿지를 않는다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내 말을 안 믿어! 으아아아악-!”

형형한 눈빛으로 말을 쏟아 내다가 돌연 괴성을 외치는 오너!

반은커녕 태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에 담긴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나 의미심장했다.

재금 그룹 전능 옥좌의 마도왕?

옐로스톤에 주둔한 군단장?

타 대륙을 뒤집어엎은 강철의 폭풍?

집으로 돌아간 마도 황제?

지시에 따라 날려 버린 전능 옥좌?

……

이 의미심장한 단어들을 듣는 순간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꼬리를 물고 더 많은 의문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흐르고, 전신이 떨려온다!

이 순간 일개 헌터에서 초거대 기업의 이사까지 오른 직감으로 깨달았다.

오너가 말한 이야기는 거대한 의문의 답을 담고 있다!

거대한 의문!

마수, 몬스터, 게이트, 마경, 균열, 던전, 각성자, 헌터, 마탄, 안정화 장치, 나이트 아머!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시작!

대한민국 표준시!

2000년 1월 1일! 00시 00분!

정확히 한국 시각으로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순간 열린 최초의 게이트, 광화문 게이트!

20년 동안 세계를 완전히 변화시킨 모든 것들의 이유와 진실!

오너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성이 아닌 직관으로 깨닫는 순간.

케인 이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퍼즐을 맞출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조각을 끌어모으는 것!

조각이 모이기도 전에 완성된 그림을 그려 봐야 망상일 뿐이다!

케인 이사는 힐끗 옆을 바라봤다.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쏟아 내던 오너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니고,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하, 시바! 친구 만나는 게 뭐가 이렇게 힘들어!”

오너의 심각한 얼굴에서 장대한 계획의 일부가 느껴졌다.

천검 이세기!

오너의 절친과 만나는 건 커다란 계획의 일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오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홀로 나이트 아머를 설계하고 만들어 낸 천재 마도 공학자이자,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를 세운 창립자!

오너가 내린 수많은 판단은 당시에는 황당했지만, 지나고 보면 최선의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

해운대에 게이트가 열릴 것을 예상하고 이사들을 한국으로 소집하고.

엄청난 수의 헌터들과 병력을 해운대 앞에 깔아,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쏟아져 나온 거대 괴수들!

게이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직경 5km에 달하는 기동 도시!

오너의 원대한 비전과 거대한 야망을 생각하면, 분명 이번에도 상상하지 못한 계획이 있을 게 당연했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오너를 믿고 계획대로 전력으로 마경을 돌파해! 조금이라도 빨리 오너의 절친, 천검이 오는 푸저우시에 도착하는 거다!

‘오너!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케인 이사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아아아앙-

장갑 버스는 휑한 한밤의 도로를 달려 안정화 권역 밖을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케인 이사의 생각대로 워커 실트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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