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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70화 (97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70화>

“……!”

순간 불길한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의장님! 잠시만! 잠시만요!”

케인 이사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앞과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케인! 힘을 내라! 워커 님! 10분 후! 계획대로 하겠습니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외치는 로롤로 의장.

“알았다! 정확히 지금부터 10분 후다! 뭐야! 왜 이리 어리바리해! 빨리 출발해라!”

손을 휙휙 흔들더니 버럭 소리치는 오너.

“네? 출발요……?!”

“야! 로롤로 이야기 못 들었어?! 10분 후라잖아! 그리고 타깃, 수요일에 온다! 화요일까지는 도착해야 인맥 뚫을 수 있어! 당장 출발!”

“네, 넷! 알겠습니다!”

케인 이사는 반사적으로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끼이이이익-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쿠르르, 쿠르르르릉-

반쯤 맛이 간 듯한 엔진음과 함께 시동이 걸렸다.

순간 운전석 앞에 놓이는 지도책!

“푸른색으로 표시 한 도로 보이지? 그 도로로 이동하면 된다!”

“네? 왜 네비가 아니라 지도책을…….”

지도책을 보는 순간 의문은 바로 풀렸다.

현재 위치는 푸젠성 남동부 샤먼, 하문(廈門)시.

목적지는 푸젠성 북동부 푸저우, 복주(福州)시.

샤먼과 푸저우 모두 해안가에 있는 도시였다.

하지만 푸른 선은 해안 도로가 아닌 내륙 도로로 길게 이어져 ‘붉게 칠해진 지역’을 관통하고 있었다.

붉게 칠해진 지역.

던전, 균열, 재앙급 마수 등등의 이유로 이세계 침식 현상이 일어난 장소.

마경이다!

마경 안에서는 GPS 신호를 이용한 네비는 무용지물!

‘그래서 지도책을 놨구나!’

케인 이사는 깨달음과 동시에 장갑 버스를 출발시켰다.

부르르릉-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를 타고 이동, 짐메이 대교로 진입하며 확인했다.

“워커 님! 어디서 합류하는 건가요?!”

“응? 합류? 뭘 합류해?”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뒤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돌려 반문하는 워커.

“경호팀과 어디서 합류할지 말해 주셔야…….”

케인 이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뚝 자르고 들어오는 대답.

“없어.”

“네?”

“경호팀 없다고.”

“……혹시 현지 헌터들을 고용하신 건가요?”

“경호, 헌터, 용역 기타 등등 아무도 없어. 우리 둘이다.”

“……?”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경호 인력이 없다고?!

지금 우리 둘이서 푸저우시까지 간다고?!

케인 이사는 반사적으로 지도책을 살피고 정신이 멍해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샤먼시에서 푸저우시까지 이어진 푸른 선이 관통하는 붉은 지역, 마경이 다섯이다.

아무리 밀도가 낮은 가장자리여도 마경 다섯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경호 인력이 없다고?!

“그러니까 지금 마경 다섯 개를 오너와 저 둘이서 이 고물 장갑 버스를 타고…….”

“고물 장갑 버스가 아니다! 정식 코드 네임과 넘버를 붙이기 위해 고심 중인! 내 회심의 역작이다!”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

“뭐! 내 회심의 역작을 무시하는 거야?!”

쾅, 쾅쾅-

워커는 스패너를 뽑아 장갑 버스 바닥과 벽을 두들기며 말을 쏟아 냈다!

“니트로 점화 엔진! 능동 반응형 장갑! 자가 수복형 타이어! 역(逆) 반발장! 능동 수동으로 변화하는 카멜레온 도색! 지붕에는 빵빵 마력건까지 달았다! 이 녀석 덕분에 마수 웨이브를 3번이나 뚫었어! 이 녀석 없었으면 로롤로는 여기 오기도 전에 꼴까닥했어! 꼴까닥! 어! 게다가 완벽한 위장으로 추적을 따돌리고…….”

‘마수 웨이브! 그래서 로롤로 의장의 몰골이 그랬구나!’

깨달음의 순간 케인 이사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그 꼴이 되게 생겼다!

“과연 오너 회심의 역작. 훌륭하십니다! 그래도 경호팀이 있으면 더 빨리 길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화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단호히 고개를 젓는 워커.

“안 돼.”

“현지 인력이 미덥지 못하시다면 저랑 같이 온 수행원들이 있습니다! 멀리 가지 못했을 테니까 지금 바로 연락을 하면…….”

“안 된다니까! 이건 비밀 임무다!”

사람이 가득한 공항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서 있던 오너가 비밀 임무라고 외치다니!

케인 이사는 말문이 컥 막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밤중에 마경 다섯이 걸쳐 있는 500km가 넘는 거리를, 10년은 된 듯한 고물 장갑 버스를 타고 돌파하는 건 무리였다!

‘생각해라! 빨리 방법을 생각해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다!

육지로 이동한다는 전제 조건부터 잘못됐다!

샤먼시와 푸저우시는 모두 항구 도시!

장갑 버스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있었다!

방금 자신이 내린 비행기!

안정화 권역에 포함된 근해를 운항하는 선박!

“오너! 육로로 이동할 필요 없습니다! 비행기. 아니, 신분 노출이 걱정되시면 배로 이동하면 안전하고 빠르게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돌연 대답이 없어진 오너.

“아! 회심의 역작! 걱정 마십시오. 오너! 저에게 맡겨 주시면 페리선으로 오너의 회심의 역작까지 안전하게 옮기겠습니다!”

“…….”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오너는 스패너로 헬멧을 긁적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야…….”

빠앙-

순간 경적이 울리고 바로 옆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야! 장갑 버스! 창문 열어 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란히 달리는 장갑 SUV 조수석에서 몸을 내민 헌터가 보였다.

벌거벗은 상체에 가득한 문신, 용역 헌터!

일반인이라면 바짝 쫄아들었을 상황.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케인은 현장에서 초거대 기업 이사까지 올라온 인물이었다.

“하! 별 시답잖은 녀석이 시비를!”

창문을 내리고 마주 고함을 치려는 순간, 턱- 팔을 잡는 손길.

고개를 돌리자, 바닥에 납작 엎드린 오너가 다급히 말했다.

“나 본 적 없는 거다! 넌 그냥 여행 온 거야! 적당히 둘러대!”

“네?”

반문하는 순간 좌우에서 엔진음이 들려왔다.

부아아아아앙-

한두 대가 아니다!

좌우에서 줄줄이 나타나 장갑 버스를 포위하는 수십 대의 장갑 SUV!

그냥 용역 헌터가 아니라 남중국 특유의 기업화된 거대 조폭 길드다!

장갑 버스를 포위한 장갑 SUV에서 고함이 쏟아졌다.

“야! 창문 내리라니까!”

“혹시 모르는데, 우선 쏴서 멈출까?”

‘쏜다고? 설마?!’

문득 시선을 돌리자 장갑 SUV 창문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커다란 총신, 대물 저격총!

‘미친!’

경악하는 순간, 대물 저격총이 사라지고 고함이 터져 나왔다.

“멍청한 새끼! 당장 총 치워! 그분 온다고 숨죽이란 보스 명령 못 들었냐?!”

“어? 그거 푸저우시 수요일이잖아?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괜찮은 거 아냐?”

“하! 이 멍청한 새끼! 지금 사방에서 거물들이 모여들고 있잖아!”

“공손하게! 어! 공손하게 부탁해!”

동료들의 고함에 용역 헌터는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외쳤다.

“장갑 버스 기사님! 창문 좀 열어 보세요! 저희가 꼭 찾을 새끼들. 아니, 사람이 있어서 얼굴 확인해야 합니다!”

“……!”

순간 머리를 스치는 알 수 없는 직감!

시선을 돌리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끄덕이는 오너가 보였다.

‘뭔가 얽혀 있구나!’

케인 이사는 천천히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반사 코팅된 강화 유리가 내려가고 케인 이사의 얼굴이 드러나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 아니네?”

“그것 봐!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이런 고물 장갑 버스가 아니었다니까!”

“혹시 모르는데 수색해야 하는 거 아냐?”

“됐어! 수색할 필요 없다! 지금 푸젠, 저장, 장시, 후베이, 쓰촨 주위 성 조직들이 전부 수배 걸었다. 그 새끼들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어!”

“아니,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

……

케인 이사는 너무나 의미심장한 대화를 바짝 긴장한 채 들었다.

이때 무언가 툭- 다리를 두들기고, 한껏 낮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전대 위에 빨간 버튼, 니트로 추진기다. 혹시 쟤들이 세우라고 하면 바로 눌러. 단숨에 뚫고 나갈 수 있다.”

‘거대 조폭 길드와 얽힌 게 맞구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육로를 고집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구와 공항에는 이미 저 녀석들이 쫙 깔려 있었을 테니까!

‘아니, 잠깐 공항에는 그냥 나타났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케인 이사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니트로 추진기에 손을 올리는 순간,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찾았다!”

“마력 각성자 노인!”

“그 녀석 공항에 나타났다!”

“바로 차 돌려!”

부아아아앙-

장갑 SUV 수십 대가 급가속!

끼이이이익-

불꽃을 튀기며 180도 회전해 역주행했다!

단숨에 공항 방향으로 달려가는 장갑 SUV 무리!

케인 이사는 다급히 외쳤다.

“로롤로 의장님이 위험합니다! 바로 돌릴까요?! 우선 연락을……?!”

“됐어! 계획대로다! 밟아! 바로 도시 밖으로 빠져나간다!”

“네? 그게 무슨……?!”

“아까 들었잖아? 10분 후! 로롤로, 그 녀석이 유인하는 게 원래 계획이다! 봐라!”

말을 끊고 사이드미러를 가리키는 오너.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파슥-

한 줄기 뇌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콰카카카카카캉-

엄청난 굉음이 대기를 북처럼 뒤흔들었다.

전격 마법!

그것도 최고 등급 정제 마석을 이용한, 구현되는 것만으로도 게이트 마력장을 엉망진창으로 휘젓는 최고 등급 전격 마법이다!

로롤로 의장이다!

‘미친! 안정화 권역 안에서! 그것도 공항에서! 전격 마법을 갈겼다고? 저게 계획이라고요?! 오너, 미쳤습니까?!’

케인 이사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삼키며 외쳤다.

“워커 님! 공항에서 전격 마법을 사용하면 테러……!”

“전격 마법 아냐! 내 절친의 기술을 구현한 마도구다! 우선 밟아! 로롤로가 어그로 끄는 동안 안정화 권역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부르르르르릉-

케인 이사가 반사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타다다다다닥-

워커는 장갑 버스 전면 창 아래, 컨트롤 패널을 미친 듯이 조작했다!

“워커 님!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조폭 길드 애들이 왜 쫓아오는 건가요?! 지금 이곳 푸젠성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잠깐! 카멜레온 도색 좀 바꾸고…… 됐다!”

오너의 외침과 동시에 장갑 버스 전면에서 일어난 마력 불꽃이 버스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파지지지직-

마력 불꽃이 지나가는 순간 장갑 버스 외장이 단숨에 변화했다.

장갑판이 덕지덕지 붙은 10년은 된 듯한 낡은 장갑 버스가 검은색 위장 도장의 헌터 수송용 장갑 버스로 변화했다!

“이게 대체?!”

케인 이사가 말을 잇지 못할 때 오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쟤들 하는 말 들었지? 푸젠, 장시, 후베이, 쓰촨성까지. 용역, 조폭 등등 이쪽 업계에 한발 걸친 애들은 전부 다 우리 쫓고 있다. 항구, 공항도 당연히 감시 중이고! 왜 마경을 뚫고 달려야 하는지 이해되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은 겉모습처럼 꼬맹이가 아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나이트 아머의 독점 생산자이자, 배분 권한을 손에 틀어쥔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지배자, 오너다!

용역, 조폭 길드, 기업화된 대형 폭력집단?

이런 놈들은 한마디 말로 그냥 으깨 버릴 수 있는 절대 권력자!

아니, 오너가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다!

자신의 전화 몇 통이면 뒤를 쫓는 조폭 길드 정도는 치워 버릴 수 있다!

“워커 님!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안 돼.”

“중국 쪽과 연결된 친구 있습니다! 전화 몇 통이면 순식간에 끊어 낼 수 있습니다!”

“아니, 하지 말란 게 아니라 정리가 안 된다고.”

“네?”

황당한 마음에 반문하는 순간 툭 돌아오는 대답.

“야! 로롤로가 손가락이 없어서 전화를 안 했겠냐?”

“……!”

그렇다!

W. S. 인더스트리의 창립 멤버이자 의사회 의장, 로롤로 의장의 영향력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이 거대했다!

그럴 로롤로 의장이 거지꼴이 돼서 도망치듯 달려갔다!

‘뭐지?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는 순간 짧은 한숨과 함께 오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들한테 명령한 놈들, 쭉 거슬러 올라가면 헌터 군벌 나온다.”

헌터 군벌!

수십 개로 쪼개진 남중국 각 지방의 왕이나 다름없는 권력자들!

하지만 이 정도면 상정 범위 안이다!

절친 최후식의 인맥을 동원하면 헌터 군벌 한둘은 움직일 수 있다!

“어떤 군벌인지 말씀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 무마를…….”

“다.”

“네?”

“주위 군벌 전부 다라고.”

“……지금 푸젠성 주위 헌터 군벌 ‘전부’가 수배를 때렸다고요?”

“어.”

“…….”

긴 침묵 끝에 케인 이사는 입을 열었다.

“W. S. 인더스트리의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면…….”

“안 먹혀.”

“그럴 리가요?! 남중국 헌터 군벌이라도 초거대 기업의 공문을 무시할 리가 없습니다! 워커 님! 제게 명령해 주시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아, 혹시 위장이 드러나는 게 걱정이시라면 다른 기업을 통해 압력을 넣어서……!”

“…….”

워커 실트는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는 케인 이사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렇다. 케인 이사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남중국 헌터 군벌이 각 지방에서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전 세계에 영향력이 미치는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공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하아아아아-

워커 실트는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과 함께, 이 모든 일의 원인을 토해냈다.

“이거 내 절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절친이요? 남중국에 오너의 절친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그 절친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요?”

케인 이사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오너.

“이세기가 내 절친이다.”

“네, 누구요?”

순간 워커 실트는 지난 일주일의 울분을 담아 외쳤다.

“이세기라고! 이세기!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해운대 게이트 전투에서 함께 싸워 절친이 된 친구! 왜, 왜?! 도대체 왜?! 군벌 놈들은 내가 이세기의 절친이란 말을 안 믿는 거야?!”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절친? 이세기? 군벌이 안 믿어?

순간 조각난 단서들이 머릿속에서 하나로 이어져 문장이 됐다.

‘오너의 절친 ‘이세기’ 때문에 남중국 헌터 군벌들이 수배를 때렸다?!’

“워커 님! 이세기가 누구길래……?!”

순간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천검 이세기! 곧 남중국 대빵 될 녀석! 걔가 바로 내 절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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