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6화>
10,000,000$
문장과 달리 오해의 여지도 행간에 담긴 다른 속뜻도 없다.
착오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 명확하고 정확한 숫자로 표현된 가치!
1000만 ‘원’이 아니다.
1000만 ‘달러’다!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
골드바 112개가 가짜로 밝혀지며 물거품의 된 초대박의 꿈!
하지만 자신의 손에는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리볼버가 이미 있었다.
내공심법에 다시 입문하고 본격적으로 헌터일을 시작하기도 전! 서울 사태가 일어나고 세연의 고등학교로 달려가 이세영 선생님을 만난 순간 이미 대박이 터진 것이다!
1000만 달러 가치의 리볼버라는 초대박이!
이 순간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담아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세영 선생님! 충성충성!”
“응? 갑자기 뜬금없이?”
“알바아! 다람쥐옷! 하늘!”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세연과 특급 헌터의 외침.
“야, 나 이번에…….”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대답을 삼켰다.
그동안 대박이 터졌다고 말했다가 꽝으로 밝혀진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에는 완벽한 성공을 거둔 후에 말한다!’
결심하자마자 세연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번에도 대박 터졌어? 골드바 112개처럼? 푸흐흐-.”
“알바아- 다람쥐옷! 저기 빌딩 올라가서 펄쩍 뛰면 날아갈 수 있어!”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는 세연을 바라보며 다시금 다짐했다.
‘이번에는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 준다!’
이 순간 빠르게 전진하던 장갑 SUV가 멈췄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도로를 막은 차단벽과 방호벽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설마? 국가 헌병대!?’
바짝 긴장하는 순간 경찰이 나서서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광화문 광장에 ‘마력 오염’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됐습니다! 교통 요원의 인도에 따라 우회해 빠져나가 주십시오!]
삐, 삐이-
교통경찰이 앞으로 나서 호루라기를 불고 경광봉을 흔들어 멈춰 선 차량을 옆으로 빼내고 있다.
“……문제없지?”
힐끗 시선을 보내는 운전기사.
“물론 입니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장갑 SUV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력 오염? 괜찮은 거야?”
세연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천문석과 특급 헌터에게 향했다.
마력 오염이 일어났다는 광화문 광장에서 나온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냠냠이, 휘잉휘잉 괜찮지?”
냠냠이는 어느새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었고 휘잉휘잉 바람도 흔적 없이 사라진 상황,
천문석은 재빨리 기감으로 몸을 훑고 손을 뻗어 특급 헌터를 확인했다.
“우히히힣- 간지럽잖앜- 히헼케헿-.”
특급 헌터는 평소와 같다. 잠든 냠냠이와 바람이 스며든 아수라 조각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력 오염이라고!?’
이곳은 광화문 광장에 펼쳐진 국가 헌병대 봉쇄선 한참 뒤였다.
하지만 고개만 들면 빌딩 사이에 자리한 거대한 방벽, 광화문 게이트 지역이 보이는 곳이다.
당연히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서 쏟아지는 게이트 마력장으로 마력압이 엄청난 장소다!
급류에 물감을 쏟으면 순식간에 쓸려 내려가고, 수영장에 소금 한 바가지 넣는다고 짠물이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력압이 엄청난 이곳에서는 마력 오염이 일어나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우레 폭풍 니케에게 쏟아진 마탄 사격으로 생겨난 마력 오염이 곧 사라진 것처럼!
‘그런데 마력 오염이라고!?’
순간 천문석의 촉이 움직였다!
광화문 광장을 봉쇄한 국가 헌병대!
누군가 그런 국가 헌병대 주위에 다시 한 번 봉쇄선을 치고 무언가 하고 있다!
감이 왔다!
협잡, 사기, 구라가 일어나고 있다!
‘누구지? 누가 구라를 치고 있는 거지? 남중국 헌터 잔당? 헌터 부대? 혹시 국가 헌병대 안에서의 알력 싸움!?’
수많은 용의자의 이름이 줄줄이 떠오른 순간 세연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 저기! 저 앞에 트럭 봐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차량과 방호복을 입은 인파에 가려 보이지 않던 트럭들이 보였다.
트럭 옆면에 선명하게 인쇄된 이름.
[재금 연구소]
그리고 트럭 사이에 설치된 마력 스캐너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시면 안 됩니다! 광범위한 마력 오염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아니, 스캐너 통과했잖아? 왜 못 나간다는 건데!?”
“각성자는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쪽이 아니라 저 뒤쪽 천막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광화문 게이트가 바로 앞인데 마력 오염 현상이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추이린 수석 연구원께서 직접 마력 오염을 확인하셨습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곧 마력 오염 제독 절차가 시작됩니다! 움직이지 마시고 잠시만 대기해 주십시오!”
……
‘재금 연구소! 마력 오염이 구라가 아니라 진짜라고!?’
일반인은 마력 스캐너를 통과하면 내보내지만, 용역, 헌터, 군인까지 각성자는 전원 방역 라인 안에 발이 묶였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려 불과 몇십 분 전까지 격전을 벌였던 태성 빌딩을 봤다.
태성 빌딩은 방역 라인 안쪽에 있었다!
즉, 저 빌딩 옥상에 있을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헌터 팀장. 그리고 국가 헌병대 전원은 발이 묶였다!
“와! 치와와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냐? 광화문에 일어난 마력 오염으로 발이 묶였다고!?”
탄성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이걸로 이번 난장판은 완전히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 다급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다!
김태희 대령, 미친 치와와가 방역 라인을 빠져나왔을 때쯤이면 자신은 남중국 푸젠성으로 날아가고 있을 테니까!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웃는 순간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방호복을 보던 특급 헌터는 외쳤다.
“앗! 다람쥐옷! 알바! 다람쥐옷 입어야지! 하늘!”
이제는 길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연!”
이름을 부르는 즉시 특급 헌터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손길.
“너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나쁜 어린이는 간질간질 간지럼이다!”
“세연! 그만! 우히헿- 다람쥐옷! 히헤헼- 하늘! 후흐헼- 세연 그만! 말을 못하잖앜!”
류세연의 즐거운 웃음과 특급 헌터의 기괴한 외침이 울려 퍼질 때.
부아아앙-
장갑 SUV는 우회로를 지나 빠르게 광화문에서 멀어졌다.
이때 줄줄이 늘어선 재금 연구소 방호 트럭에서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 * *
“추 수석님 긴급 보고입니다!”
“……어, 잠시만.”
추이린은 태블릿으로 마력 스캔 결과를 살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 보고라고 해 봐야 별다른 게 나올 리 없다.
어차피 마력 오염은 오너의 ‘돌’을 찾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으니까.
얼굴이 알려진 자신이 재금 연구소를 동원하고 경찰의 협조를 받아 일대를 봉쇄하는 동안.
김철수 발명가는 직접 봉쇄선 안 마력 유동이 일어난 장소에서 오너의 돌을 수색하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곳은 마력 유동이 일어난 장소. 오너의 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성 빌딩이다.
어차피 다른 건 전부 연막이다.
연구원과 경찰들은 적당한 긴장 상태로 봉쇄를 유지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태성 빌딩으로 위치가 특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력 유동이 사라졌다!
김철수 발명가가 직접 수색을 시작하고 있지만 놓쳤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하아-’
추이린은 내심 한숨 쉬며 고개를 들어 연구원을 봤다.
“어, 말해.”
아무 기대 없이 던진 말.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력 오염이 일어난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
추이린은 멍하니 반문했다.
“……뭐를 발견했다고?”
연구원은 환희에 물든 얼굴로 말을 쏟아 냈다.
“저희 팀 신입이 마력 오염이 일어난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추 수석님이 예측하신 대로였습니다!”
“마력압이 이렇게 높은데, 진짜로 마력 오염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임시 봉쇄 조치는 이미 끝났고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아직 주위로 오염이 퍼져 나가진 않았습니다!”
“우선 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앵커를 박아 넣었습니다!”
“당장 추가 인력 보내고 봉쇄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추 수석님이 직접 확인하실 수 있도록 이동 준비를 끝냈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
‘어, 어?’하는 사이에 사방에서 달려와 팔을 잡고 달리는 연구원들!
추이린은 순식간에 방호차에 태워져 이동했다.
부우우웅-
좌석에 앉은 추이린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아니, 잠깐 이게 다 무슨 말이야? 마력 오염이 진짜로 일어났다고!?’
그럴 리 없었다!
마력 오염은 ‘오너의 돌’이 있는 광화문 광장과 태성 빌딩을 봉쇄하기 위해 그냥 가져다 붙인 핑계였으니까!
‘뭐지, 이 녀석들 지금 장난하는 건가!?’
슬쩍 주위를 돌아왔지만, 좌석에 앉은 연구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흥분으로 상기된 상태였다!
이건 진짜다!
지금 이 연구원들은 진짜 마력 오염을 발견했다고 믿고 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황당함에 마음으로 외쳤을 때 방호차가 보안 요원이 쫙 깔린 골목 입구에 멈췄다.
“이 골목 안쪽입니다!”
“저희 팀 신입이 정말 운 좋게 발견했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추이린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사방에서 밀려 오는 연구원들!
연구원들은 추이린 주위를 둘러싼 채 안내하며 경쟁적으로 외쳤다.
“1차 봉쇄선 밖인 지역입니다.”
“추 수석님이 봉쇄 구역을 넓히셔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하얀 번개! 본사로 영전하실만한 놀라운 통찰력이십니다!”
“광화문에 마력 오염지대라니! 다른 놈들은 비웃었지만 저는 처음부터 믿었습니다!”
……
자신이 그룹 실세의 눈에 띄어 본사로 영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황.
연구원들은 경쟁적으로 아부를 쏟아 내고 있었다.
추이린은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었다.
‘아니, 믿기는 뭘 믿어!? 안정화 권역에! 그것도 광화문 게이트 바로 앞에 마력 오염이 일어날 리 없잖아!’
흙이 묻어도 급류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는 법!
엄청난 게이트 마력장이 쏟아지는 이곳에선 마력 오염은 찰나의 순간 씻겨 내려갈 뿐이다!
그러나 이 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마력 오염을 이유로 광장 봉쇄를 지시한 게 자신이었으니까!
추이린은 절대 외칠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녀석들 뭔가 착각한 게 분명했다!
저주가 걸린 아이템.
강렬한 사념이 남아 있는 마수 마석.
마력 각성자가 슬쩍 무단 투기한 정제 폐기물!
……
마력 오염 현상이라고 착각할 만한 건 차고 넘치게 많았다!
‘오너의 돌’을 찾는 지금 이런 착각이라니!
황당하고 어이없었지만, 대외적인 명분을 마력 오염으로 발표한 이상 자신이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추이린은 말없이 골목 안쪽으로 걸어갔고 곧 바리케이드와 은폐 마력장이 새겨진 차양으로 가려진 장소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던 젊은 연구원이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서서 직각으로 허리를 숙였다.
“발견 즉시 봉쇄하고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처리했습니다.”
“잘했다. 아주 훌륭해! 이건 반드시 위에 상신하겠다!”
추이린은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재빨리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길을 틔우는 보안 요원.
“다른 분은 여기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보안 요원이 다른 연구원들을 제지할 때.
‘적당히 확인하고. 적당히 치하하고. 적당히 봉쇄 명령을 내리고 바로 빠진다!’
추이린은 순식간에 행동 방침을 세우고 은폐 마력장이 새겨진 차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