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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5화 (95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5화>

‘조건을 만족하는 돌만 만 개가 훌쩍 넘는다!’

확신 어린 외침이 머리를 울리는 순간 이어지는 목소리.

“서울에 올라가는 즉시! 이 청구서의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장철은 강한 직감을 받았다.

“……!”

혹시나 해 20년 동안 특이한 돌멩이 수만 개를 모아놨다는 이태성!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태성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각성자가 되기 전, 온라인 게임에서도 온갖 잡템을 주워 창고에 모아두던 녀석이니까!

“그럼 아까 말한 일발역전 계획은……!?”

이태성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내 계획은 간단하다!”

“그동안 모은 수만 개의 돌을 모조리 늘어놓고!”

“이 인장으로 스카라베 놈들을 불러 알아서 특이한 돌을 가져가게 하고 스카라베 황금 풍뎅이가 가지고 있는 빚문서를 돌려받는 거다!”

“이세영이 사인한 빚문서만 손에 넣으면 한방에 모든 게 끝난다!”

장철은 이태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이세영이 직접 사인한 빚문서!’

전투가 시작되면 온갖 교활한 작전을 줄줄이 쏟아 내던 이세영!

그러나 이세영은 예전부터 묘한 곳에서 고지식했다!

반쯤 부서진 자판기 앞에선 동전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 모습!

이건 먹힌다!

반드시 먹히는 계획이다!

이태성이 ‘빚문서’를 내미는 순간 이세영은 태성 길드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태성!’

장철은 새삼 감탄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난장판이 된 서울 도심에서 만났을 때 보도블록으로 몬스터 대갈통을 깨고 있던 이태성!

이태성은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개고생하고 빚까지 지고 도망쳐 온 암울한 상황에서도 일발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와, 이 기발한 녀석! 언제 이런 계획을 세운 거야!?”

“야, 나 이태성이야!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이세영 영입 작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흐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장철 헌터와 이태성 길드장은 화단에 나란히 쪼그려 앉은 채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장철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띠리리리-

“응? 누가 전화를……?”

무심결에 스마트폰 화면을 본 장철은 기겁했다.

장민에게서 온 전화!

장철은 잽싸게 몸을 일으켜 광장 구석으로 달리며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나야! 그럼 당연히 아무 일도 없지! 태성이랑 사고 친 거 아니냐고? 당연히 아니지! 요새 나 태성이랑 같이 안 다녀! 아, 그 소고기 회식…….”

이태성은 장철이 전전긍긍 전화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때 태성 길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장님. 마지막 장갑 버스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인원 탑승 시작합니다.”

“어, 그래 알았어! 금방 갈 게!”

이태성은 적당히 손을 흔들고 장철을 봤다.

마침 장철은 전화를 끊고 걸어오는 중.

“야, 빨리 움직여. 마지막 장갑 버스 왔다. 바로 서울로 올라가자.”

“됐어. 너랑 다니면 재수 없어서 안 되겠다.”

“뭐? 야, 다 내 계획대로 됐잖아! 세영이 빚문서만 확보하면 고용하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우리 계획 실행할 수 있다니까.”

“그놈의 계획…… 하아-.”

장철은 한숨 쉬며 고개를 젓다가 피식 웃었다.

“먼저 올라가라.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공항으로 가야 한다.”

“공항?”

“어, 우리 집 꼬맹이가 사고를 좀 쳐서. 지금 남중국에서 장민이 올라오고 있어. 내가 장민 대신 내려가서 일을 좀 하기로 했다.”

“네가 장민 대신에 일을 한다고? 그게 되겠냐?”

어이없어하는 이태성의 물음에 장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평소라며 당연히 안 되겠지만, 이번에는 머리가 아니라 몸을 쓰는 일이거든. 자세한 건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그럼 잘 올라가고 세영이 꼭 영입해라!”

“당연하지! 너 서울에 돌아왔을 때는 세영이 녀석 태성 길드 티셔츠 입고 있을 거다!”

순간 장철과 이태성의 머릿속에 이 모습이 그려졌다.

중학생이나 될까?

10대 꼬맹이 모습으로 노화 역전한 이세영.

그런 이세영이 태성 길드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라니!

터질 듯이 달아오른 얼굴로 이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볼 거다!

상상만으로 웃음이 터진 두 사람.

크크크킄-

하하하핰-

장철은 한참 동안 웃음을 터트리다가 말을 던졌다.

“잘 올라가고. 그 청구서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처리해라. 그 곤충 종족 장난 아닌 거 알지?”

“당연하지! 걱정 마라! 오늘 안에 처리할 생각이니까! 너도 몸조심해라.”

웃음기 어린 얼굴로 주먹을 내미는 이태성.

장철은 이태성과 주먹을 부딪치고 바로 몸을 돌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물었다.

“잠깐. 너 그 20년 동안 모았다는 돌멩이 어디에 뒀냐? 본 기억이 없는데?”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뒀지!”

이태성이 자신 있게 대답하는 순간 그 안전한 곳이 어딘지 바로 감이 왔다.

태성 빌딩 옥상, 이태성의 자택!

마도 공학 기술의 결정체 성채 빌딩 옥상에 세워진 평범한 2층집!

재산이 조 단위라는 이태성 이 어이없는 녀석은 태성 빌딩 옥상에 세운 2층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 2층집에 보관하고 있구나!

“야, 그런 건 당연히 금고에 넣어 놨어야지! 바로 아래 성채 빌딩에 멀쩡한 금고 놔두고 뭔 짓이야! 너 그러다가 도둑이라도 들면 끝장이야!”

“야, 상식적으로 어떤 미친 도둑놈이 태성 빌딩 옥상까지 올라와서 내 집을 털어? 옥상 입구에 최상급 정제 마석 박은 보안문도 있어! 그리고 그 보안문 통과해도 절대 못 찾아!”

“절대 못 찾는다고?”

이태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확신을 담아 말을 이었다.

“도둑놈이 들어와도 절대 뒤지지 않을 장소!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곳! 내 집 마당에 적당히 쌓아놨다!”

하하하하하-

“집이 무너지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모은 돌은 완벽하게 안전하다!”

* * *

장철이 공항으로 떠나고 이태성은 장갑 버스에 올랐다.

부우우우웅-

이태성이 좌석에 앉는 순간 장갑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이태성은 창밖을 바라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지금 부산에서 출발하면 서울 광화문 태성 빌딩에는 자정이 되기 전에는 도착할 거다.

태성 빌딩 도착 즉시 장철의 말대로 스카라베 청구서부터 정리한다!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지만, 열사의 사막의 곤충 종족은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낙동강 전선에서 아무 전조 없이 튀어나와 특이 개체를 잡아가던 모습!

그리고 초대형 사슴벌레 수십이 말 그대로 마수와 몬스터 파도를 갈아엎어 버렸다!

불안요소는 최대한 빠르게 해소하는 게 맞다.

바로 2층집 마당에 쌓아둔 돌을 확인하고.

팔에 찍힌 딱정벌레 인장으로 곤충 종족을 불러 청구서 대로 돌을 주고 빚문서를 회수한다.

이 빚문서만 회수하면 이세영 포획 계획은 9할 이상 달성되는 거다!

남은 건 도망친 이세영을 찾아가 청구서를 내미는 것뿐!

그 순간 제주도 카지노 유람선에서 시작된 긴 계획이 마침내 끝나는 거다!

처음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 걸리고 개같이 굴렀지만,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은 법!

이세영, 검은 폭풍 영입에 성공한 이상 다른 모든 것은 사소한 일이 됐다!

지금 당장 명령할 것은 한숨 자고 일어나서 이세영을 위한 전용 유니폼을 만드는 거다! ‘태성 길드’ 네 글자가 커다랗게 인쇄된 유니폼을!

흐흐흐흐흐-

이태성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팔다리를 쭉 뻗었다.

‘이제 마음 편히 잘 수 있다!’

그리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장갑 버스 앞쪽 좌석에서 일어난 비서가 다급히 달려왔다.

“길드장님.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하는데 연결할까요?”

“후식이? 직접 전화 안 걸고 왜…… 아!”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답이 떠올랐다.

이세영 포획 작전을 시작하며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직속 레이드 팀을 제외한 모든 현장팀에 휴가를 주고 통신 침묵에 들어갔다!

같이 움직인 헌터들의 스마트폰은 전부 회수한 상태.

당연히 자신의 스마트폰도 전원을 내렸다.

지금 자신과 연락할 방법은 장갑 버스를 긴급 수배한 비서가 들고 있는 저 휴대폰이 유일했다.

“통신 침묵 해제한다.”

헌터들이 안전 상자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갈 때.

이태성은 전화기를 받으며 말했다.

“어, 후식이냐? 갑자기 전화는 왜? 무슨 일 있느냐?”

-……태성 선배.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뭔데 그래? 자야 하니까. 핵심만 간단히 말해라.”

이 순간 사방에서 소리와 진동이 들려왔다.

띠리리리-

부르르르-

위잉위잉-

……

장갑 버스 좌석에 앉은 태성 길드 헌터 전원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

알 수 없는 직감에 손에 쥔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최후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태성 빌딩 아작났습니다.

* * *

“저 돌아왔습니다!”

천문석이 조수석에 앉아 외치는 순간.

옆과 뒤에서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출발할까!?”

“알바! 아직 안 늦었어! 다람쥐옷!”

“오빠 왔어? 생각보다 더 빨리 왔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했다.

“전력으로 달렸다! 너희 여기 더 볼일 없지? 그럼 바로 출발한다!?”

“볼일 있어! 엄청 큰일 있어! 하늘! 다람쥐옷! 우리 하늘 날아서 가야지!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99가지 이유를 설명할 게!”

특급 헌터는 진심을 담아 외쳤지만, 그 외침은 이어지지 않았다.

“우선 첫 번째! 하늘은…… 우히헤헤히헿-.”

류세연의 손가락 앞에서 특급 헌터는 무력했으니까.

류세연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여기서 할 일 없어! 바로 출발하면 돼! 얼른 집에 가자!”

부아아아앙-

장갑 SUV는 바로 출발했고 한숨 돌린 천문석은 시선을 내려 발 앞을 봤다.

전자 봉인된 무장 상자.

이 무장 상자에는 리볼버가 들어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이 주신 장총신 리볼버가!

문득 맹호 건 스미스에서 리볼버를 찾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긴장한 게 어이없을 정도로 아무 문제 없이 돌아온 장총신 리볼버!

짝퉁 리볼버를 본 직후에 다시 보니 더욱 확실했다.

남 중국 헌터 팀장, 김태희 대령의 장총신 리볼버와 복사한 듯 똑같다!

단 하나만 제외하고!

손에 쥔 리볼버를 빙글 돌려 손잡이 아래를 살피자 못으로 긁어 새긴 이름이 있었다.

이세영.

재미없던 영화, 드라마가 해외 반응이 폭발하자 갑자기 재밌어지는 것처럼!

‘이세영’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영치해 두고 까먹고 있던 리볼버에서 갑자기 광채가 뻗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

연도는 줄줄이 외우시지만, 학생 이름을 죽어라 외우지 못하는 이세영 선생님에 대한 호감도가 새삼 MAX에 도달했다!

김태희 대령과 직접 싸웠기에 전투 예지 능력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이능력인지 잘 알았다!

그런데 검은 폭풍은 그냥 전투 예지 능력자도 아닌, 사상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셨다!

수십만의 군인과 마수, 몬스터!

헤아릴 수없이 많은 변수가 뒤엉킨 전장을 예지해 불가능한 승리를 수없이 거뒀다!

찍는 것마다 모조리 헛다리를 짚는 학생 이름도 깜빡하시는 이세영 역사 선생님이 검은 폭풍이라니!

아직도 믿기 지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 앞에는 너무나 분명한 증거가 놓여 있었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

상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름을 가진 증거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최고급 한우 선물세트를 들고 이세영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었다.

천문석은 뒷좌석 류세연에게 바로 확인했다.

“세연아. 선생님 요즘 뭐하시는지 아냐? 혹시 바쁘시냐!?”

“선생님? 이세영 선생님?”

“어, 맞아. 요즘도 연락해?”

“선생님 요즘 무슨 정부 의뢰하신다고 엄청 바쁘시던데. 연락 안 된 지 좀 됐어.”

“그렇구나.”

천문석은 아쉬움을 달래고 발 앞의 무장 상자를 다시금 봤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가슴속에서 뿌듯한 감각이 차올랐다.

게이트 전쟁의 전설, 사상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이렇게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들어 있는 무장 상자기 바로 앞에 있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천문석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

화면에 주르륵- 떠오른 검색 결과 중 하나가 눈에 박혀 들었다.

[사상 최고가에 낙찰된 검은 폭풍의 리볼버 가짜로 판명!]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기사가 뜨고 숫자가 보였다.

보는 순간 실감이 나고 믿음이 생겨나는 숫자가!

[1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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