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4화 (95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4화>

이태성은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을 떠올렸다.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 아래 끝없는 모래 언덕이 펼쳐진 열사의 사막!

낙동강 전선 지하 유적에 박찬석 준장과 헌터 부대를 떼어 놓고 이 열사의 사막에서 이세영과 마주 서는 데 성공했다!

외곽은 태성 길드 레이드 팀이 철통같이 막았고.

장철은 언제든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 위해 모래에 몸을 숨기고 대기했다.

이세영, 검은 폭풍을 설득할 최적의 타이밍!

자신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가지고 이세영 앞에 섰다.

그리고 당당히 제안을 던지는 순간.

“야! 내 밑에서 2년만 일해라! 그럼 학교를 통째로…….”

두두두두두득-

거대한 진동과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됐다.

처음은 사막을 가득 메우고 몰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였다!

이태성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수와 몬스터도 먹어야 산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모래뿐인 열사의 사막에는 파도치듯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가 존재할 개연성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마치 누군가 사막에 쏟아부은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수와 몬스터가 밀려 왔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과 이세영이 담판을 벌이는 모래 언덕을 향해서!

“도망쳐! 휩쓸리면 끝장이다!”

이세영의 외침을 출발 신호로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러나 모래 위를 달려서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를 뿌리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쭉쭉 거리가 줄어들고 곧 휩쓸려 격전이 벌어지려 할 때 만났다!

쏴아, 쏴아아-

거대 곤충이 끄는 모래썰매와 바람을 타고 모래 위를 달리는 모래배를!

“저걸 타고 튀자!”

생각지도 못한 이계인,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이세영의 외침대로 잽싸게 모래 배에 몸을 싣고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를 피해 도착한 곳은 거대한 폭포가 자리한 오아시스였다.

오아시스를 향해 사방에서 모여드는 모래배와 썰매, 피난민들!

오아시스 앞에는 수백 척의 모래배와 썰매, 수천의 이계인이 모여 정신없이 외치고 있었다.

“나타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기동 도시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카캬캌- 거리던 그놈! 그 재앙의 화신이 기동 도시를 날려 먹었다니까!”

“그 녀석이 강철 도시의 38사기동대도 불렀다! 내가 분명히 봤어!”

“설마, 기동 병참 도시가 통째로 압류됐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기동 도시에는 인공정령과 마스터가 있어!”

“맞아! 기동 도시의 전력을 생각하면 강제 압류에 당했을 리 없어!”

“차라리 오아시스로 들어가 강을 타고 내려가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강으로 올 거야!”

“미쳤냐!? 저 오아시스 유료라고!”

“강철 도시의 세금 징수관이 내려온다!”

“괜찮아! 스카라베 강철 도시도 같이 사라졌다! 이렇게 근처에 왔는데도 안 나타나잖아!”

“설마! 재앙의 화신이 강철 도시를 박살 냈다는 소문이 사실인 거야!?”

……

몸을 실은 모래배와 모레 썰매는 모래 언덕을 미끄러져 이들과 합류하며 외쳤다.

“모두 준비해라!”

“허신이 뿌린 마수와 몬스터가 밀려 온다!”

그리고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와의 전투가 시작됐다.

이 순간 끝없이 헛다리를 짚던 이세영의 직감이 반전했다.

찰나의 순간에 폭풍처럼 쏟아지는 전투 지휘!

이계인과 일행은 힘을 합쳐 파도치듯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 3, 4차!

끝도 없이 이어지는 웨이브!

말하는 동물과 반인반수의 수인들.

수천의 이계인과 자신과 장철, 헌터팀.

어느새 모두는 방어선을 만들고 돌아온 검은 폭풍, 이세영의 지휘에 따라 정신없이 마수와 몬스터를 막아 냈다!

거대한 호수가 천연의 방벽이 되고 베어진 나무와 모래배, 썰매가 적을 막는 방벽이 됐다.

장철이 보스몹을 향해 길을 뚫고.

자신이 보스의 어그로를 잡아 공격을 돌렸다.

이 순간 화력을 쏟아부어 마수와 몬스터의 예봉을 꺾는 태성 길드 레이드 팀.

이 오아시스에서 3일 밤낮을 싸웠다!

어느새 오아시스의 나무가 모조리 베어지고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까지 방어선이 밀렸다!

압도적인 열세!

그러나 사기가 꺾이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3일 밤낮의 격전 동안 오아시스를 탈출할 준비를 끝마쳤다.

모조리 베어 낸 오아시스 나무로 모두 함께 탈출할 뗏목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탈출의 순간.

“뗏목을 호수에 띄워라!”

이세영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오아시스에 드리워졌다.

“……!”

“……!”

반사적으로 하늘로 고개를 드는 순간 모두는 봤다.

하얀 증기를 뿜어내는 수많은 굴뚝!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쿵, 쿵- 맥동하는 도시!

거대한 신기루 도시가 하늘에 드리워졌다!

이 도시를 본 순간 일행은 직감했다.

‘이계인들이 두려워하던 스카라베 강철 도시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계인들이 왜 이 신기루 도시를 그토록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기루 도시와 지상을 잇는 거대한 빛의 기둥이 생겨나고.

이 빛의 기둥에서 게이트 전쟁 당시 만났던 존재가 튀어나왔다.

동그랗게 말린 몸으로 모래에 떨어진 순간 거대한 톱날 집게가 치솟고 산 같은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낙동강 전선에 불쑥 튀어나와 특이 개체를 잡아가던 거대 곤충 괴수과 똑같은 모습!

다른 건 하나였다.

머릿수!

후두두두둑-

빛의 기둥에서 우박 쏟아지듯 떨어져 내려 몸을 일으킨다!

구으, 구으, 구으으응-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진다!

7, 13, 17, 23, 37쌍……!

수십 쌍의 톱날 집게가 기치창검처럼 하늘로 솟아오르고.

구으으으으으으-

그 하나하나가 산과 같은 초거대 괴수 수십이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의 파도, 웨이브를 향해 질주했다.

이 순간 파도치듯 밀려 오던 마수와 몬스터는 말 그대로 갈려 버렸다.

최후의 전투와 탈출을 준비하던 자신과 레이드 팀, 장철, 이세영은 멍하니 이 모습을 봤다.

이때 들려오던 외침들.

“도망쳐!”

“스카라베 전사다!”

“이제 채권추심원 내려온다!”

“야! 얼른 튀어! 잡히면 끝장이야!”

“시바! 어떤 새끼가 강철 도시가 사라졌데!”

“오아시스! 미친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잖아!? 청구서 날아온다!”

……

끝없이 밀려 오는 마수와 몬스터 앞에서도 의연했던 이계인들이 사색이 되어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같이 도망치려 할 때 이세영은 외쳤다.

“잠깐 멈춰! 감이 온다! 저 녀석들 강철 도시의 스카라베와 대화를 나눠야 해!”

그리고 잠시 후 신기루 도시에서 내려온 황금 풍뎅이가 불쑥 내민 청구서.

-오아시스 사용 비용.

-마수와 몬스터 격퇴 비용.

-오아시스 관리인 ‘거복이’ 실종 사건 협조.

이 모든 것의 대가로 스카라베 종족이 원했던 것은 특이한 특징을 가진 ‘돌’이었다.

뭔가 사인하기에는 찜찜했지만, 이세영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내 전투 예지가 말하고 있다! 사인해라!’

자신과 장철, 이세영 셋은 청구서에 사인했고 황금 풍뎅이와 한 부씩 나눠 가졌다.

그리고 자신과 장철이 계약의 증표로 딱정벌레 인장을 찍고 이세영의 차례가 되는 순간 이세영은 돌연 몸을 돌려 도망치며 외쳤다.

“야, 빨리 튀어! 그거 찍으면 안 돼!”

“어? 사인하라면서!?”

“야, 네가 방금 사인하라며!?”

황당해하는 자신과 장철의 외침에 비통하게 외치는 이세영.

“아까 전투 예지 끝난 것 같아!”

“……!”

“……!”

경악하기도 잠시!

자신과 장철, 헌터팀 전원은 그 즉시 이세영을 따라 도망쳤다.

이미 주위는 초거대 사슴벌레가 마수와 몬스터를 갈아 버리는 난장판이 된 상황!

쉴 새 없이 싸우고 구르고 달려 버려진 모래배를 타고 이동해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균열을 통과해 난장판이 된 열사의 사막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침내 낙동강 전선 지하 유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세영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

지난 일주일, 이세영 포획 작전의 성과는 ‘0’였다.

아니, 제로, 영이 아닌 마이너스였다!

일주일의 시간을 날리고 장비가 박살 나고 몸은 만신창이가 됐으니까!

게다가 자신과 장철은 열사의 사막의 주인 스카라베 곤충 종족에게 빚을 지고 인장까지 찍혔다.

하아아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투 예지 능력자는 왜 다 이 모양이야!?”

장철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야! 그게 네가 할 소리냐!? 내가 처음부터 얽히지 말자고 했잖아! 이세영 걔량 얽혀서 뭐가 제대로 풀린 적이 한 번이나 있냐!? 내가 말했지!? 영입은커녕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를 거라고!”

“내 계획은 완벽했어! 열사의 사막에 나타났다던 그 재앙의 화신! 그 뭐냐? 허신! 그래 허신의 어그로를 끌어 마수와 몬스터의 비가 쏟아지게 하고! 기동 도시 타고 도망쳤다는 그 녀석! 그 재앙의 화신만 없었으면 완벽하게 먹혔다니까! 그리고 아직 일발역전의 기회…….”

“하!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이건 어떡할 거야? 이 인장!”

불쑥 내민 장철의 팔에는 딱정벌레 인장이 마력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인장은 스카라베 종족의 청구서에 사인하고 찍은 계약의 인장, 사실상의 강제 채권추심용 GPS, 추적 인장이었다!

그리고 균열을 넘어 지구로 돌아왔는데도 인장이 빛나고 있었다!

추적 마법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동하고 있다는 뜻!

즉, 스카라베 곤충 종족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랐다!

낙동강 전선에 불쑥 튀어나온 초거대 곤충 괴수들이 특이 개체들을 잡혀갔듯 인장을 찍힌 장철도 언제 잡혀갈지 몰랐다!

하지만 이태성도 할 말이 있었다.

“봐라!”

이태성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팔뚝을 내밀었다.

장철과 마찬가지로 마력광을 머금은 딱정벌레 인장이 찍힌 팔뚝을!

“너만 찍혔냐!? 나도 찍혔어! 그리고 이거 전혀 걱정할 거 없어! 이게 바로 일발역전의 기회다!”

“하,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추적 인장이 어떻게 일발역전의 기회야!? 그 초거대 곤충 괴수가 지금이라도 아스팔트 뚫고 튀어나오면 우린 끝장이야!”

게이트 안정화 구역 밖이면 차라리 낫다!

안정화 권역 안,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지에 나타나면?

상상하기 힘든 대참사가 터진다!

“이거 어떡할 거야!?”

장철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이태성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크킄-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다가 문득 입을 열어 외쳤다.

“그게 바로 내가 노리는 거다! 이거 보이지!?”

팔락, 팔락-

품에서 종이를 꺼내 흔드는 이태성.

장철은 한눈에 알아봤다.

자신과 이태성, 이세영이 사인한 스카라베 청구서!

“여기 이 사인 보이지!? 사인 한 건 우리 둘만이 아니다!”

이세영!

그렇다! 이 청구서에는 이세영도 사인 했다!

“야! 그럼 뭐해!? 세영이 걔는 인장 찍기 전에 튀었잖아? 타겟은 우리 둘이라고!”

“쯧쯧쯧- 이런 1차원적인 사고라니! 생각해 봐라! 곤충 애들은 인장을 못 찍어서 지구에서 이세영을 못 찾겠지! 하지만 나는, 우리는 이세영을 찾을 수 있다! 하하하하하-.”

“…….”

장철은 차게 식은 눈으로 이태성을 바라보다가 툭 말을 던졌다.

“그래서 이세영 찾아서 뭐하게? 그 청구서 지급 못하면 곤충 괴수가 쏟아질 텐데. 그거 막을 방법은 있고?”

“나 이태성이야! 길드 랭킹 부동의 1위 태성 길드 길드장 이태성! 청구서? 하- 걱정하지 마라! 서울 올라가는 즉시 전부 다 갚고 그 녀석이 들고 있는 빚문서까지 회수할 수 있다!”

“……청구서대로 지급한다고!? 너 스카라베가 말한 그 특이한 돌 있어!?”

이태성은 손에든 청구서를 보면 피식 웃었다.

선과 점으로 이뤄진 스카라베 문자.

하지만 어떤 마법이 걸렸는지 보는 순간 읽고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가 한터 일을 한 게 20년! 온라인 게임 경력은 30년이 넘었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이태성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쏟아 냈다.

“애초에 마석이 뭐냐? 돌 석(石)! 겉모습은 돌멩이 아니냐!?”

“그래서 게이트 전쟁 초기에는 마석은 돌멩인 줄 알고 회수도 안 했잖아!?”

“혹시 제2의 마석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던전, 마경, 균열에서 뭔가 좀 특이하다 싶은 물건이 보이면 전부 다 모아놨다! 당연히 돌멩이도 모았고!”

“잠깐 너 설마……?”

“그래 맞다! 내가 모아둔 물건 중에 돌멩이만 추려도 수만 개다! 청구서에 적힌 특이한 돌?”

하-

헛웃음을 터트린 이태성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내가 모아둔 수만 개의 돌 중에 이 청구서에 적힌 조건을 만족하는 돌만 만 개가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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