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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3화 (95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3화>

류세연!

골목 입구에 나타난 장갑 SUV에는 헌터, 군인이 류세연이 타고 있었다!

이 놀라운 타이밍!

“나이스! 잘했다!”

천문석은 바로 달렸다.

순간 옆구리에서 쏟아져 나온 격렬한 반대!

“그냥 가면 안 돼! 충전! 하늘! 다람쥐옷! 경주 전에 앙꼬 대장한테 자랑할 기회인데! 알바 우리 이렇게 가면 안 돼! 난 반대야! 냠냠이랑 휘잉휘잉도 반대야 그렇지? 그렇다고!? 그렇데!”

옆구리에서 철없는 꼬맹이가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한달음에 골목길을 달려 활짝 문이 열린 장갑 SUV가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파파팟-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 울려 퍼지는 세연의 외침!

“특급 헌터! 그렇게 도망치면 어떡해! 엄청 찾아다녔잖아!”

“세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다람쥐옷! 알바가 하늘 안 난다고 했어! 하늘이라니까 하늘! 자동차랑 하늘이랑 비교하면 뭐가 더 좋아? 당연히 하늘을 날아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어? 하늘? 다람쥐옷? 자동차? 무슨 소리를……?”

어느새 특급 헌터의 엉망진창 화법에 말려들어 혼란스러워하는 류세연!

따딱!

천문석은 류세연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기며 재빨리 외쳤다.

“바로 출발……!”

부아아앙-

장갑 SUV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가속!

텅 빈 대로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어디로 갈까?”

초로의 운전기사가 묻는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동시에 외쳤다.

“청량리역 방향.”

“높은 곳! 빌딩! 우리 다람쥐옷 입고 날아서 집에 갈 거야!”

힐끗- 백미러로 뒤를 보는 초로의 운전기사.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너무나 분명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저 꼬맹이 제정신 맞아?’

그리고 이어지는 황당해하는 물음.

“그러니까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서 날아가겠다는 말이야?”

“맞아! 우립비브븝!”

“이 녀석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입을 가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다음 목적지는 한경석이 있는 남중국 푸젠성!

비행기 표, 흔적이 남지 않을 자금 등등은 최후식 이사가 준비해진교은을 통해 인천공항에 보내 주기로 약속했다.

자신이 챙길 것은 옷과 소지품, 손에 익은 장비 정도!

바로 옥탑방으로 이동해 배낭을 싸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청량리 방향으로…….”

찰나의 순간에 동선을 짜고 입을 열 때.

쿵, 쿠쿵-

장갑 SUV가 텅 빈 도로로 들어가고 멀리 보이는 게 있었다.

광화문 게이트 방벽!

“……!”

순간 번쩍 머리를 스치는 기억!

태성 빌딩 난장판!

게이트 방벽 너머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 보관한 물건!

마침 다음 목적지는 남중국 푸젠성, 그 물건을 사용하기 딱인 장소다!

“기사님! 게이트 지역! 광화문 게이트 지역 지금 진입 가능한가요?”

“어, 가능해! 광장 봉쇄 때문에 남문은 막혔어도. 서문, 동문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럼 게이트 지역 안으로 이동! 아니, 게이트 지역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그 앞에 멈춰 주세요! 안에서 회수할 게 있습니다!”

“알았다.”

부아아아앙-

운전기사의 대답과 함께 장갑 SUV는 도로 위를 빠르게 가속했다.

“앙바밥! 아밥아으으브븝!”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입을 가린 채로 잽싸게 허리춤으로 손을 움직였다.

손에 잡히는 묵직한 주머니!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건 남중국 헌터 팀장을 털면서 챙긴 더럽게 비싼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었다!

마탄을 봉인된 안전 상자가 아닌 주머니에 소지한 것만으로도 마탄류 관리법 위반!

게이트 지역을 들어가다가 마력 스캐너에 걸리는 순간 바로 던전 노역장 당첨이다!

천문석은 잽싸게 윙슈트로 주머니를 둘둘 감고 로프로 단단히 묶어 류세연에게 넘겼다.

“게이트 지역 들어갔다 나올 동안 이거 좀 보관해 줘. 그리고 자리 바꾸자.”

“자리를 바꾸자고?”

천문석은 윙슈트로 손을 뻗으며 버둥거리는 특급 헌터를 눈짓했다.

“이 녀석 사고 치지 못하게 네가 좀 잡고 있어.”

순간 류세연의 두 눈이 위험한 광채를 띄고 반짝였다.

“맡겨줘! 특급 헌터 누나랑 할 이야기 있지?”

“으븝브브브븝브븝-!”

확 커진 눈으로 거세게 항의하는 특급 헌터.

그러나 탁- 류세연이 천문석의 손을 잡는 순간.

휘리리릭-

마치 마술처럼 미끄러지는 자리를 바꾸는 류세연과 천문석!

천문석이 조수석에 앉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앗! 세연! 멈춰 그러면 안 돼! 어른은 그러는 거 아냐!”

“응 아냐. 돼돼돼!”

“알바! 냠냠이! 휘잉휘잉! 도와……!”

특급 헌터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세연의 손가락이 특급 헌터의 목과 귀, 옆구리를 훑었다.

우히헤히핳헤헤헷-!

특급 헌터는 자지러지는 웃음과 함께 단숨에 무력화됐다!

냐암, 냠-!

휘잉휘잉-!

새끼 고양이와 바람이 용맹하게 울었지만.

“자 냠냠아 맛있는 칼로리바 먹자!”

세연의 손에 곡물 칼로리바가 나타나고.

퐁, 퐁, 퐁-

어느새 천문석의 손에 들린 퐁퐁검에서 물방울이 하나둘 생겨났다.

…… -!

…… -!

깜짝 놀라는 냠냠이와 휘잉휘잉!

냠, 냐암-!

냠냠이는 홀린 듯이 칼로리바를 핥고.

휘잉, 휘잉-

바람은 하나둘 생겨나는 물방울을 톡톡 정신없이 터트렸다.

“오빠! 이 바람 뭐야!?”

“설명하면 길다. 우선 이 막대기 받아. 내력을 불어 넣었으니까. 그냥 원을 그리면 물방울 나올 거야!”

류세연은 퐁퐁검을 잡는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어, 어! 이 피리는 설마!”

피리 위를 샅샅이 훑는 시선이 첨단에 닿는 순간 경악해서 외친다.

“어떻게!? 이 피리가! 이 피리 어떻게 얻은 거야!?”

“뭐야? 너 전에도 특급 헌터가 휘두르는 거 봤잖아?”

“아니. 그때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말끝을 흐리는 류세연.

적예의 피리, 천검 이세기, 퐁퐁검.

이 피리에 얽힌 이야기를 모두 하려면 하루를 다 보내도 모자라다.

“그것도 설명하려면 길다. 나중에 시간 나면.”

천문석은 적당히 말을 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아아아앙-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장갑 SUV 창문 너머 보인다.

장갑 버스 차벽으로 막힌 도로와 건물 사이!

국가 헌병대 바리케이드가 지나가고 광화문 게이트 방벽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끼이이익-

장갑 SUV가 게이트 지역 서문 앞에 멈춰 선 순간.

“20분 안에 돌아올게!”

천문석은 문을 열고 뛰어내려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마력 스캐너를 향해 달렸다.

목적지는 마력 스캐너 너머, 게이트 지역에 있는 의인 광장! 아니, 시고르자브르 광장에 있는 상점이다!

‘맹호 건 스미스.’

이곳에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물건이 영치돼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께 선물 받은 리볼버!

처음 백곰 마수를 잡았을 때 외에는 더럽게 비싼 정품 마탄 가격과 엄격한 마탄 관리법, 레이의 강철봉 때문에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사실상 영치해 두고 깜빡했다는 게 맞았다.

하지만 리볼버를 찾으러 가는 지금 이 순간 엄청난 보물을 찾으러 가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당연했다!

이 장총신 리볼버는 그냥 리볼버가 아니라, 게이트 전쟁의 전설, 검은 폭풍의 리볼버니까!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내 손에 들어온다!

아니, 처음부터 내 손에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전율이 흘렀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단숨에 마력 스캐너를 통과해 맹호 건 스미스를 향해 달리며 외쳤다.

‘이세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충성충성!’

* * *

부산역 광장.

울분 가득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 시바! 뭐? 완벽한 계획!? 야! 이게 완벽한 계획이야!? 지금 이 꼴을 보고도 완벽한 계획이라는 말이 나오냐!?”

곳곳이 찢겨나고 해진 강화 전투복.

외칠 때마다 후두둑- 모래가 쏟아지는 옷!

무장 벨트에 걸린 무기는 모조리 부러지고 깨져나가고, 얼굴과 몸은 일주일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엉망진창이다!

거지꼴이 된 헌터가 마찬가지로 거지꼴이 된 헌터, 이태성에게 분노를 쏟아 냈다!

움직이는 인간재해! 언터처블 이태성 길드장에게 폭언과 분노를 쏟아 내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광장 곳곳에 널브러져 장갑 버스를 기다리는 태성 길드 헌터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응원하기까지 했다.

지난 일주일!

이태성 길드장의 완벽한 계획 때문에 개고생을 한 건 자신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분통을 터트리는 헌터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었다.

강철 해머 장철.

서울 수복 작전의 진공로를 뚫은 1세대 헌터이자 이태성 길드장의 친구.

그리고 이태성 길드장의 완벽한 계획 때문에 가장 빡세게 구른 사람이었으니까!

이때 묵묵부답 폭언을 듣던 이태성 길드장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

오러 가 일렁이는 눈으로 노려보며 마수가 으르렁거리듯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거대 괴수조차 홀로 탱킹하는 등급외 오러 각성자의 위압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태성 길드 헌터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터져 나온 외침!

“야, 이씹! 그만하긴 뭘 그만해!?”

장철은 이태성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고 짱돌 같은 주먹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그륵, 그르륵-

맷돌 돌아가는 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으악! 악! 그만! 멈춰! 애들 보잖아!”

그러나 장철의 짱돌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그륵, 그르륵-

장철은 이태성을 화단 뒤고 끌고 가며 분통을 터트렸다.

“야! 이게 완벽한 계획이야!? 이렇게 거지꼴이 됐는데!?”

그러나 이태성도 할 말은 있었다.

“야! 처음에는 제대로 먹혔잖아! 너도 완벽한 성공이라고 올인! 한방에 밀어붙이자고 했잖아!”

“…….”

장철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렇지.

내가 그랬었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노화 역전한 이세영.

전성기의 힘을 찾아가는 이세영이랑 엮이는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됐는데!

장철은 깊은 후회를 담긴 눈으로 찢어진 강화 전투복 뒤 팔에 찍힌 딱정벌레 인장을 봤다.

‘그랬다면 이 추적 인장이 찍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 순간 이태성은 잽싸게 헤드락에서 빠져나와 외쳤다.

“야! 내 계획은 아직 실패한 게 아냐! 아직 일발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하아- 일발역전? 너 지금 우리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장철은 깊은 한숨과 함께 친구와 자신의 옷을 번갈아 보고 화단 너머 부산역 광장을 가리켰다.

“…….”

친구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가까이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게 멀리서 한눈에 담으면 더 잘 보일 때가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로 찢어지고 바스러진 장비를 걸친 채 광장 곳곳에 널브러진 헌터들.

한국 길드 랭킹 부동의 1위!

태성 길드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예 레이드팀이 사냥에 실패한 초짜 헌터들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부우우웅-

이 순간 엔진음이 들려오고 장갑 버스가 도착해 문이 열렸다.

축 처진 어깨와 질질 끌리는 다리.

패잔병 같은 몰골로 하나둘 장갑 버스에 몸을 싣는 부하들!

하아아아-

이태성 길드장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완벽한 인력을 모았다!

거대 괴수와 재앙급 마수를 밥 먹듯이 사냥한 태성 길드 최정예 레이드팀!

난전, 개싸움, 돌파력, 생존력은 1세대 헌터 중 최고인 강철 해머 장철!

그리고 이들을 지휘할 브레인은 무수한 레이드를 성공시킨 자신이다!

마침 장철에게 연락이 와서 딜을 하는 데 성공했다!

누구도 눈치채기 전에 해치우기 위해서 태성 길드 헌터 전원에게 휴가를 주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정예 레이드 팀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예기치 않게 장민과의 협상이 깨졌지만, 다른 것은 모두 의도대로 돌아가는 상황!

바로 타겟을 확인하고 작전을 시작했다.

어지간한 거대 괴수 레이드 이상의 전력을 모은 이번 작전의 타겟은 낙동강 전선에 나타난 인형탈을 쓴 군인!

엘릭서를 마시고 노화 역전한 이세영이었다!

그렇다!

이번 작전은 ‘이세영 포획’ 계획!

전성기의 힘을 서서히 되찾고 있는 검은 폭풍 포획 후 ‘강제 고용’ 작전이었다!

검은 폭풍이 완전히 전성기의 힘을 되찾으면 포획은 꿈도 꿀 수 없다!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퇴로를 막을 레이드 헌터팀!

끝까지 붙잡고 늘어질 강철 해머, 장철!

작전 지휘와 설득을 맡을 브레인이자 커맨더, 자신!

게다가 지금 이세영이 있는 곳은 낙동강 전선 지하 통로였다!

게이트 전쟁 때 뜬금없이 튀어나오던 거대 곤충 괴수의 세계,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균열이 있는 곳이었다!

모든 게 완벽한 천재일우의 기회!

남이 사준 소고기 회식으로 배까지 든든히 채우고 기세등등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계획대로 이세영을 열사의 사막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이세영 포획 작전이 성공을 눈앞에 뒀을 때.

이태성은 자신이 간과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세영이 전성기의 힘을 되찾고 있다는 말은 사상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게이트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검은 폭풍이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

그리고 전투 예지 능력자를 두 사람 이상 직접 만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터트리는 탄식이 있다.

‘미친 헛다리! 전투 예지 능력자는 왜 다 이 모양이야!?’

그렇다! 전투 예지 능력자들은 예언의 반동 때문인지 나사가 몇 개씩은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상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이세영도 마찬가지. 아니, 그 능력만큼이나 몇 배는 심했다!

어이없을 정도로 빗나가는 직감!

꽝의 여신.

헛다리의 신.

불운을 불러오는 예언가!

자신이 붙여 준 별명대로였다.

이세영의 상상을 초월하는 헛다리!

불운과 사건·사고를 부르는 미친 듯한 헛다리에 모두가 말려들었다!

자신과 장철, 레이드 헌터팀.

그리고 열사의 사막의 주인들까지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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