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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1화 (95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1화>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님!’ 알겠습니다! 통로를 막아놔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진교은은 확인하듯 외치고 바로 움직였다.

다다다닥, 쿵쿵-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히 달리는 소리, 무언가를 치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문석은 내심 감탄했다.

역시 전 카지노 딜러! 진교은 사원은 자세한 설명 없이 우선 움직였다.

이제 최후식 이사를 움직여 남중국 헌터 팀장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우기만 된다!

그리고 심플하고 빠르게!

일석이조를 넘어서 삼조, 사조, 오조!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계획이 이미 있다!

카캬카카캌-

흡족한 웃음과 함께 머릿속으로 계획을 점검할 때 수화기 너머에서 진교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씀드릴게요!

“응? 뭘 말한다고?”

-지금 옆에 부사장님께서 채용하신 신예은 신입 사원 있습니다! 무사히 도착했다고 말해 달라고 하네요! 지금 같이 통로 치우고 있습니다!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채용?

무사히 도착?

신예은 신입 사원?

같이 달리고 있다고?

아니, 이게 지금 다 무슨 소리야!?

“잠깐만 방금 그게 무슨 말……!?”

-……전화 바꾸겠습니다!

다급히 외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기 부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광화문 광장을 뚫고 재금 빌딩 13층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순간 번쩍 한 얼굴이 떠올랐다.

전, 신동대문 도를 아십니까 길드원!

현, 남중국 용역 헌터 바람잡이 겸 다단계!

재금 빌딩 사무실로 보낸 바람잡이!

그 바람잡이의 이름이 ‘신예은’이었구나!

깨달음의 순간 의문이 떠올랐다.

“신입 사원이라고? 네가? 잠깐! 분명 안전 호텔……!?”

-하하하하하-

바람잡이는 커다란 웃음소리로 질문을 지워 버리고 폭풍같이 말을 쏟아 냈다.

-부사장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 부사장님의 말씀과 행동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사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김철수 사무실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내 말과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녀석을 말싸움으로 압도하고.

허공에 전법륜인 딱밤을 휙휙- 날려 압박한 후.

남중국 헌터 팀장을 낚기 위한 인간 미끼로 써먹었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분노하면 했지, 감동 받을 행동을 한 게 없었다!

‘이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빡친 게 아니라 감동을 받았다고!?’

게다가 애초에 일자리를 알아봐 준 것도 김철수 사무실이 아닌 안전 호텔이다!

“야, 뭔 헛소리야! 분명 안전 호텔에 일자리를…….”

천문석은 버럭 화를 내는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화를 낼 일이 아니다!’

파파파팟-

순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기고 지금 상황이 빠르게 정리됐다.

현재 김철수 사무실은 과부하가 걸린 상황!

진교은과 최설은 과중한 서류 작업에 초췌해지고.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대리 4인조는 정신없이 현장을 돌고 있으며.

김철수 사장님은 사무실의 미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현실 러브 시그널을 찍고 계셨다!

당장이라도 인력 확충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인력 충원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너무나 좁은 사무실.

-아직 완전히 궤도에 오르기 전인 현금 흐름.

-김철수 사장님의 경영철학 ‘될 수 있는 한 있는 사람으로 쥐어짜 보자!’

-여기에 더해 현재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도 심상치 않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부족한 지금 알아서 ‘인재’가 찾아 들어온 것이다!

다단계, 사이비, 바람잡이 경력을 지닌 신예은 신입이!

평범한 사무실에서는 채용할 엄두도 나지 않을 경력!

하지만 김철수 헌터 사무실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순간 김철수 사무실의 면면들이 떠올랐다.

진교은은 카지노 딜러!

최설은 상해 삼합회 보스 비서!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넷은 남미 카르텔에 찍힌 악당들!

김철수 사장님은 이들 모두를 수족처럼 부리는 용인술의 천재!

게다가 이름을 올린 명예 직원은 암살검, 특급 헌터, 이태성 길드장이다!

김철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비교하면 바람잡이는 애송이 악당이다!

스스로 갈려 나가겠다고 찾아온 신입 사원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와! 이게 또 이렇게 인력이 저절로 수급되네! 카캬카카카캌-’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터트리며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다! 바람잡이! 우선은 다른 직원들과 같은 조건, 수습 사원에서 시작하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부사장님을 보필하겠습니다!

바람잡이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충성맹세를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만나셨나요?

“아이?”

-네. 재금 빌딩 앞에서 부사장님을 찾는 아이를 만나서 태성 빌딩에 부사장님이 계시다고 가르쳐 줬는데…….

‘이렇게 된 거구나!’

순간 의문 하나가 풀렸다!

재금 빌딩과 태성 빌딩은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 있었다!

특급 헌터가 콕 찍듯이 태성 빌딩으로 자신을 찾아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바람잡이가 자신의 위치를 특급 헌터에게 가르쳐 줬던 거다!

즉, 태성 빌딩이 아작이 나고 옥상의 이태성 길드장의 2층집이 박살 난 데는 바람잡이의 지분도 있었다!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전 다단계, 사이비. 바람잡이.

현 김철수 사무실 수습사원 신예은.

-신동대문에선 하필 전도한 사람이 ‘자신’이어서 망하고 쫓겨났다.

-광화문 광장에서 바람잡이로 다시 ‘자신’에게 말을 걸어서 인질, 미끼가 되어 굴렀다.

-간신히 난장판을 벗어나 재금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특급 헌터’를 만나 태성 빌딩으로 보내 이태성 길드장의 2층집을 박살 냈다.

-그리고 지금 악당들조차 갈려 나가는 마굴, 김철수 사무실에서 스스로 자원해 일하게 됐다.

“…….”

천문석은 잠시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봤다.

‘이 녀석 뭐가 이렇게 운이 없어!?’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

너무나 불운한 바람잡이에 비하면 자신은 불운한 것도 아니었다!

“힘내라! 언젠가 꼭 좋은 날이 올 거야!”

-네? 갑자기 무슨 말을? 그보다 그 이상한 꼬맹이 무사한가요!? 고양이를 닮은 각성 동물을 타고 갔는데…….

걱정스레 물으며 말끝을 흐린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꼬맹이, 특급 헌터는 하얀 돌멩이를 분필처럼 사용해 땅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특급 헌터! 잠깐만 와 볼래?”

“왜? 나 엄청 바쁜데!?”

“너한테 길 가르쳐 준 누나가 너 무사한지 묻는데?”

“앗! 다단계 누나!”

벌떡 일어나 번개같이 달려와 외치는 특급 헌터.

“다단계 누나! 나 멀쩡해! 걱정할 거 없어! 나 완전 바빠서 이만!”

특급 헌터는 빠르게 외치고 빙글 몸을 돌려 달려가 바닥에 다시 그림을 다시 그렸다.

“들었지? 그럼 진교은 바꿔라.”

-네! 잠시만…… 여기 부사장님 전화 받으세요!

곧 진교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부사장님!.

“지금 어디쯤이야?”

-지금 막힌 통로 치우고 한경석님 공방으로 들어가 괴물 선인장 아래로 기고 있습니다.

재배실!

바로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고 입이 열렸다.

“선인장 있는 거기가 재배실이다. 그 옆이 공방이고 공방에서 나오면 바로 복도다. 복도에서 왼쪽으로 쭉 달리면 오리온 길드 사무실이다.”

-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쓰쓰스스슥-

수화기 너머에서 빠르게 기어가는 소리가 들려올 때.

천문석은 스마트폰을 귓가에 댄 채로 머리를 굴렸다.

이제 곧 최후식 이사와 통화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때다!

남중국 헌터 팀장!

그리고 이 녀석이 알고 있는 정보!

-헌터 나라 아이디 NTM_CHS.

-남중국 푸젠성으로 이동한 NTM_CHS 아이디를 사용한 사람 한경석.

남중국 헌터 팀장은 봉쇄된 태성 빌딩 안에 갇힌 상황!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은 이미 남중국 헌터 팀장을 손에 넣었을 거다.

김태희 대령의 잔머리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생각하면 정보를 빼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현실적으로 증인과 정보가 김태희 대령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

지금은 예방책이 아닌 데미지 컨트롤을 해야 할 때.

데미지 컨트롤 계획을 세우기 위한 소재는 이미 모두 갖춰졌다!

-헌터 나라 사이트.

-난장판이 된 태성 빌딩.

-1.5세대 헌터 최후식 이사.

-헬기와 충돌해 주저앉은 2층집.

……

이 소재로 세울 계획은 아주 심플했다.

이 모든 것과 연결된 한 사람을 최후식 이사를 통해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크크크크킄-

자신도 모르게 음흉한 웃음을 짓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당황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 어디서 나타난 거야!?

-멈춰요!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지금 비공개 레이드 전술 훈련 중입니다!

-잠깐! 최후식 이사님을 당장 만나야 해요!

-네? 최후식 이사님이요!?

-이사님 아침부터 지금까지! 메인 탱커 서느라 아무도 만날 수가 없어요!

-나중에 정식으로 약속 잡고 오세요!

-이 전화를 꼭 받으셔야 해요!

-부사장님! 오리온 길드 도착했는데 막혀서…….

……

오리온 길드 헌터들과 진교은, 바람잡이의 외침이 뒤엉켜 들려오는 순간 바로 알아챘다.

비공개 레이드 전술 훈련!

‘최후식 이사가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

천문석은 바로 스마트폰에 외쳤다.

“미친 치와와.”

-네?

“그대로 외쳐! ‘미친 치와와’.”

-미친 치와와!

진교은은 반사적으로 외치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다급한 외침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무사히 빠져나왔냐? 지금 어디야? 혹시 지원 필요하냐!?

최후식 이사!

“네,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지원은 괜찮습니다. 꼬리 잘 끊어 냈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네가 잡힐 리가 없지! 이 미친놈들이 광역 재밍을 걸어서 지금 광화문 안 사정을 알 방법이 없어! 하여튼 네가 말한 ‘그거’ 거의 끝나간다! 바로 ‘그 녀석’ 잡으러 출발해야지! 장비랑 소모품은 내가 준비할 게 어디서 만날까!?

최후식 이사는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그거’ – 알리바이 만들기.

‘그 녀석’ - 남중국 푸젠성으로 튄 한경석.

최후식 이사는 남중국 푸젠성으로 튄 한경석을 찾기 위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남중국 헌터 팀장이 김태희 대령 손에 들어가며 상황이 꼬였다!

계획대로 남중국 헌터 팀장이라는 증인을 날려 버려도, 김태희 대령이 이미 알게 된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NTM_CHS.’

당연히 김태희 대령의 ‘NTM_CHS’ 아이디를 추적하는 동시에 최후식 이사를 감시할 거다.

계획대로 돌아가면 둘 사이의 연관성은 끊기게 된다.

하지만 최후식 이사가 남중국으로 이동하면 스스로 끊긴 연관성을 잇는 꼴이 된다.

즉, 최후식 이사는 당분간 한국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이사님! 상황이 좀 꼬였습니다. 이사님은 당분간 한국에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NTM_CHS 아이디가 털렸습니다.”

-하아- 시바.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짧은 한숨 소리만으로도 최후식 이사가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은…….

“걱정 마세요. 걔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

‘처리할 일!’

최후식 이사는 바로 감을 잡고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듣고 있다.

천문석은 계획의 전제 조건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사님. 헌터 나라 사이트 소유주가 누구라고 하셨죠?”

-태성 선배. 헌터 나라 사이트 이태성 길드장 소유다.

예상 그대로의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

남중국 헌터 팀장을 한 방에 날려 버리고 김태희 대령의 발을 묶을 계획이 완성됐다.

-헌터 나라 사이트.

-난장판이 된 태성 빌딩.

-1.5세대 헌터 최후식 이사.

-헬기와 충돌해 주저앉은 2층집.

이 모든 것과 연결된 이름!

가만히 있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사람!

성채 빌딩과 2층집을 날려 버린 이번 압수수색 사건의 최대 피해자!

이태성 길드장!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이 움직일 명분과 상황이 만들어졌다!

태풍이 몰아치면 나무가 뽑히고 돌이 굴러다니는 거대한 난장판이 만들어지는 법!

당연히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남중국 헌터 팀장과 김태희 대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리라!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계획을 말했다.

“이사님. 이태성 길드장님 연락 가능하시죠?”

남중국 헌터 팀장을 한 방에 날려 버리고, 김태희 대령의 손발을 묶을 일석이조의 계획.

고자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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