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0화 (95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50화>

‘특급 헌터. 힘을 내라!’

그리고 자신도 힘을 내야 했다.

사고를 치고 잠적한 친구 한경석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

남중국 푸젠성.

이곳이 다음 목적지다!

하지만 출발 전에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말했다.

“그럼 조금만 더 가서 착륙하자.”

“뭐? 내려간다고!? 우리 집까지 날아가는 거 아니었어!?”

경악하는 특급 헌터.

“뭘 그렇게 놀라? 당연히 아니지. 이거 마력 얼마…….”

“알바! 좀 더 좀 더 날아가자! 키즈카페 친구들이랑 앙꼬 대장한테! 나 하늘 나는 거 보여 줘야 한단 말야!”

“앙꼬 대장?”

반문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말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앙꼬 대장! 앙꼬 대장 앞에서 하늘 날면서 손 흔들면 엄청 부러워할 거야! 힘내 알바! 조금만 더 가면 돼! 앗! 내가 앙꼬 대장 8점짜리 돌…… 아니지! 자랑하러 가는 데 이걸 쓰면 안 되지! 10점! 내가 이 10점짜리 돌도 빌려줄게!”

특급 헌터는 주먹에 꼭 쥔 돌을 내밀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외쳤다.

“아니. 집까지 날아가고 싶어도 마력. 그러니까 배터리를 거의 다 썼어. 곧 내려가야 해.”

“아…….”

실망스러운 탄식이 새어 나오는 순간 돌연 바람이 불어왔다.

휘잉, 휘잉-

이 순간 반색해서 외치는 특급 헌터.

“휘잉휘잉! 그렇지! 알바 휘잉휘잉한테 도와달라고 하자! 그럼 집까지 날아갈 수 있을 거야!”

휘잉휘잉?

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

특급 헌터의 각성 동물 친구인가?

천문석은 로프에 칭칭 감긴 특급 헌터를 살폈다.

그러나 특급 헌터와 같이 있는 건 머리를 내민 냠냠이와 딱밤을 맞고 축 늘어진 니케뿐이었다.

“휘잉휘잉? 걔가 도와준다고? 새 친구야?”

“알바 기억 안 나? 내가 전에 휘잉휘잉 춤추는 거 보여 줬잖아! 잠깐만!”

특급 헌터는 로프 속에서 꼬물꼬물 손을 움직이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손을 내밀었다.

“찾았다! 휘잉휘잉이야!”

특급 헌터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불꽃의 원 속에서 네 개의 팔을 뻗어 춤을 추는 조각상이었다.

적염성!

순간 체감상 몇 달은 지난 듯한 기억이 떠올랐다.

적염성을 탈출하며 펼쳐진 강 위의 격전!

그 격전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를 향해 떨어지던 조각상!

특급 헌터가 쿵, 쿵- 사람과 물건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도장처럼 찍고 다니던 아수라 도장이다!

갑자기 도장으로 사용하던 조각상을 꺼내 친구라고 말하는 특급 헌터!

이 순간 반짝이는 두 눈에 담긴 음흉한 기대감이 느껴진다!

니케 운동화 사건!

이 녀석 그때처럼 낚으려는 거구나!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 아수라 도장이 휘잉휘잉 집이냐?”

“앗! 어떻게 안 거야!?”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야, 내가 너랑 하루 이틀이냐. 네 패턴은 이미 파악됐다! 좀 더 노력해라 꼬맹이. 카캬카캌-.”

“아, 아앗-!”

특급 헌터는 좌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말했다.

“휘잉휘잉 인사해. 내 집 있는 옥탑방 주인 알바야.”

휘잉, 휘이잉-

몽글몽글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윙슈트를 입은 몸 위를 빙글빙글 돌아 손끝을 툭 치고 지나갔다.

“……!”

이 순간 너무나 분명하게 느껴지는 생기!

바람이 살아 있었다!

“이 바람 뭐야!?”

“휘잉휘잉이잖아? 알바 왜 놀라?”

냠, 냐암-?

고개를 갸웃하는 특급 헌터와 냠냠이!

의아한 듯 빙글빙글 회전하는 바람!

휘잉, 휘이잉-?

‘뭐지? 내가 이상한 건가!?’

셋의 ‘왜 놀라지?’라는 반응에 순간적으로 생각한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바람에서 생기가 느껴지는데 놀라는 게 당연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바람으로 기감을 뻗었다.

스르륵-

기감이 바람을 파고드는 순간.

휘이이-

선연한 바람이 마음속에서 불어왔다.

바람이 간질간질 마음을 훑는 순간 피어나는 수백 가지 감정들!

부정형 마수. 정신체 몬스터. 도깨비 바람, 바람 요괴…… 그 무엇과도 다르다!

오히려 산, 나무, 바위, 냇물, 별, 달…… 자연과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었으니 너무나 생동감 넘치는 마음!

눈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데굴데굴 굴려 이목구비를 만들고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 주는 순간!

무생물에 ‘감정’이 담기고 눈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평범한 꽃도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특별해지는 것처럼.

휘잉휘잉- 주위를 빙글빙글 회전하는 바람에는 마음이 있었다.

마음을 가진 살아 있는 바람.

전생 현생 두 번의 삶을 산 자신도 본 적 없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내려, 가슴을 바라봤다.

기이한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 자리에 있는 아이.

특급 헌터가 로프에 꽁꽁 묶인 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바람이 네 친구라고?”

“맞아. 휘잉휘잉 내 친구야.”

특급 헌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방금 태성 빌딩 옥상에서 특급 헌터가 한 일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니케를 발견하고 분노해 아수라 조각상을 던지는 순간 일어난 파문.

파문에 휩쓸리자 분노를 노래하던 니케는 깜짝 놀라 하늘로 도망쳤다.

하지만 기이한 바람이 그 주위를 도는 순간 옥상으로 추락해 딱밤을 맞고 잡혔다.

니케를 떨어뜨린 그 기이한 바람!

그 바람의 정체가 바로 휘잉휘잉이었다!

수많은 각성 동물 친구들.

거기에 바람마저 친구로 나타났다.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 늑대, 고양이, 거북이, 하늘 고래까지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람이 친구라고!? 아니, 이게 가능한 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무공, 오러, 육체, 마탄, 초능력 각성으로는 불가능 한 일.

가능성이 있는 건 하나!

어느 정도 밝혀진 다른 능력에 비해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마력 각성이다!

‘특급 헌터가 설마 진짜 마력 각성이라도 한 건가?’

이미 며칠 전 정밀 각성 검사에서 꽝으로 나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수많은 증거가 특급 헌터의 비범함을 증명하고 있다.

각성 동물과 바람 친구들!

기이한 돌멩이들과 아수라 도장!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던 니케를 단숨에 제압한 것!

……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특급 헌터! 너 정체가 뭐냐!?’

마음속에서 질문이 튀어나온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으앗! 알바! 큰일 났어! 여기 봐! 날개! 날개에 불빛이 약해지고 있어!”

“불빛?”

불현듯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파스스스-

수명이 다한 형광등처럼 흐릿해지는 윙슈트 날개막의 마력광!

휘이이익-

자각하는 순간 바람을 타고 활강하던 몸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예상 위치에 도착하기 전에 충전된 마력이 다 떨어졌다!’

애초에 최후식 이사는 수동 마력 충전 도구로 저지선을 탈출할 정도의 마력만 충전했다!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옥상에서 한참이나 활강했으니 예상보다 빨리 마력이 떨어진 게 당연했다!

다행히 저지선은 통과한 상태!

하지만 부유감이 사라지고, 활강하는 몸이 처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상에 착륙하기 전에 마력 방전으로 추락한다!’

직감하는 순간 높게 솟은 빌딩이 보였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결심하고 외쳤다.

“꽉 잡아! 저 빌딩 아래로 착륙할게!”

휘이이이잉-

천문석은 내력을 일으킨 채로 눈앞의 빌딩을 향해 날아갔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벽!

내력을 담은 손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그리고 손과 벽이 닿는 순간 터트린다!

척력(斥力)!

쿠우우우웅-

물결치듯 퍼져 나가는 충격파가 빌딩 벽을 때렸다.

그리고 관성과 척력! 힘의 방향을 비틀어, 빌딩 벽을 타고 미끄러진다!

주르르르륵-

수직으로 솟은 빌딩 벽을 미끄러져 빠르게 가까워지는 지상!

“특급 헌터 너 괜찮…….”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호성이 터졌다.

“우와아아- 놀이공원 온 거 같아! 대형 미끄럼틀이야!”

휘잉, 휘이잉-

이 순간 몸 주위를 휘감는 몽글몽글한 바람!

천문석, 특급 헌터, 냠냠이와 휘잉휘잉 그리고 기절한 니케까지 모두는 순식간에 벽을 타고 미끄러져 지상 위 10여 미터 위치에 도착했다.

지금이다!

순간 천문석은 벽을 박차고 뛰었다.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려 지상에 닿는 순간 타다다닥- 가볍게 달려 멈춰 섰다.

인적 없는 골목!

완벽한 착지, 완벽한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 끝! 고생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몸을 둘둘 감은 로프를 휙 잡아당겼다.

핑그르르르르-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특급 헌터.

“아앗! 하늘이 빙빙 돌아!”

“특급 헌터. 잠깐 쉬고 있어. 바로 처리할 일이 있거든.”

“걱정 마 알바! 나도 꼭 해야 할 일 있어!”

특급 헌터는 빙글빙글 돌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천문석은 잽싸게 윙슈트를 벗고 로프로 단단히 묶어 정리하고 바로 스마트폰 전원을 올렸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말과 계획을 맞추는 것!

즉,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을 최후식 이사님과 당장 통화해야 한다.

당연히 직접 통화해서 기록을 남겨 둘 수는 없다.

하지만 이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천문석은 스마트폰에 부팅되기를 기다리며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최후식 이사님은 이름이 노출된 상황!

자신과 체형이 다르고 얼굴도 노출되지 않았기에 알리바이만 확실하면 곧 의심은 풀릴 거다.

하지만 상대는 경찰, 검찰 같은 일반 수사관이 아니라 마탄, 각성 범죄자를 상대하는 국가 헌병대다.

게다가 이번 수사를 지휘할 사람은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이다.

김태희 대령과 몇 번이나 몸과 머리로 싸웠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훤히 보였다.

비상한 머리와 어이없는 헛다리!

하지만 그 직감과 잔머리, 사이코메트리 능력은 진짜다!

김태희 대령은 지금 자신이 미처 치우지 못한 꼬리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다.

태성 빌딩 옥상에 있던 남중국 헌터 팀장이 꼬리, 추적의 실마리다!

-남중국 헌터 팀장이 알고 있는 헌터 나라 아이디 NTM_CHS!

NTM_CHS 아이디를 사용한 사람은 셋이다.

최후식 이사와 자신.

남중국 푸젠성으로 도망친 한경석!

최후식 이사와 자신은 쉽게 수사를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남중국 푸젠성으로 도망친 한경석이다!

가뜩이나 대환단과 얽혀 위험한데 미친 치와와 전투 예지 능력자의 추적까지 받는다면?

아무리 한경석이 근접전 랭커 암살검이라고 해도 다굴에는 장사 없는 법이다.

게다가 김태희 대령은 다굴에 최적화된 전투 예지 능력자였다!

한경석이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자신이 지금 당장 할 일은 이 모든 일이 시작될 원인을 제거하는 거다!

‘남중국 헌터 팀장!’

이미 저지선을 빠져나온 이상 직접 입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더 빠르고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었다.

이때 스마트폰 부팅이 끝났다.

천문석은 연락처로 들어가 쭉쭉 스크롤을 내렸다.

곧 예상한 이름이 나오는 순간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

수사과정에서 통화 기록이 드러나기에 최후식 이사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는 없다.

간접적으로 오리온 길드, 재금 빌딩 데스크에 전화를 거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재금 빌딩에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무실과 직원들이 있었다.

띠리리, 딸깍-

송신음이 두 번 울렸을 때 전화가 연결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사장님? 괜찮으신가요!?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 직원, 진교은의 목소리가!

천문석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진교은 사원! 긴급 사태다! 바로 사무실 안쪽 비밀 문으로 한경석 공방, 오리온 길드로 달려라! 최후식 이사님과 지금 당장 통화해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