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8화>
“니케에에에에엣!”
대두목의 분노한 외침!
휘릭, 휘리리리릭-
지상으로 추락하는 니케는 봤다!
…… -!
대두목의 하늘로 쭉 뻗은 양팔과!
그 손이 만들어 낸 너무나 익숙하고 두려운 형상을!
첫 번째 손가락으로 세 번째 손가락을 누르고 있다!
하늘이 이어진다!
대두목의 무시무시한 딱밤이 날아온다!
전신이 파르르 떨리고.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순간.
니케는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킥, 키키킼키킼킼-!
‘아니에요! 대두목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키킥, 킼킼키키키킼킼-!
‘쟤들이 먼저 때렸어요! 저 알바 찾으러 조용히 나왔는데 갑자기 공격했다고요!’
키킼키, 키키키킼키킼-!
‘정말, 정말로 먼저 안 물었어요! 재들이 나쁜 놈들이에요! 완전완전 나쁜 놈들이라니까요!’
……
“아, 그런 거였어?”
특급 헌터의 팔이 슬그머니 내려가는 순간.
몸을 휘감은 휘잉휘잉과 태우고 달리는 거대 냠냠이가 즉시 울었다.
휘잉, 휘이잉-!
냐얌, 냐아암-!
범인을 지목하듯 니케에게 불어가는 바람과 가리키는 꼬리!
“뭐? 너희도 물었다고!? 니케 이제 거짓말까지!”
특급 헌터가 버럭 외치자!
자석에 끌리는 철가루처럼 끌려 오는 니케!
타다다다닷-
거대 냠냠이는 단숨에 폐허가 된 2층집 정상에 올라섰고!
탁-
번쩍 든 특급 헌터의 손에 금빛 광채를 휘감은 재앙급 마수, 니케가 빨려 들듯 잡혔다!
“니케! 잘못했으니까! 하늘 잇자!”
순간 전력으로 달려가던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서서 숨소리조차 죽이고 이 모습을 바라봤다.
킥, 키킼키키키킼-!
니케는 건물 아래 처박힌 헬기를 가리키며 최선을 다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안 돼! 안 바꿔 줘! 하늘이어야 해!”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번쩍 든 손을 움직였다.
금빛 마수에게 아이의 작은 손이 날아가고 엄지에 눌린 중지가 발사되는 순간 씩씩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잇는다!”
따아아악-
거대한 바위가 쪼개지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파르르르르-
금빛 마수는 꺼질 듯이 파르르 흔들리다가 곧 완전히 빛을 잃고 축 늘어졌다!
“……!”
“……!”
“……!”
숨소리조차 죽인 채 홀린 듯이 이 모습을 바라본 각성자들은 전율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갑자기 나타난 어린아이의 딱밤 한방에 그 누구도 막지 못한 재앙급 마수가 쓰러졌다!
이 순간 이름이 머리를 스쳤다.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 강철 해머, 하얀 번개 추이린…….
평범한 헌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게이트 전쟁의 영웅, 1세대 헌터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들!
설령 그런 강자가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런 위용을 보여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런 위용을 보여 준 이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어린아이, 확률 제로에 가까운 미성년자 각성자다!
각성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포텐이 크다는 걸 생각하면 그 잠재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강자!
1세대 헌터를 넘어서는 천외천의 헌터가 될 등급외 각성자가 나타났다!
* * *
투명 마수가 쓰러지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시선을 아이에게 고정한 채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최후식! 보안문! 옥상 입구 보안문! 그 문 네가 옥상에 나오면서 열어 놓은 거냐!?”
“아까도 그러더니 뭔 헛소리야? 당연히 아니지!”
어이없어하는 말투로 돌아오는 대답!
“……!”
‘최후식이 보안문을 열어 둔 게 아니다!’
모든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오해라고 생각한 처음 생각이 맞았다.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이 박힌 보안문은 잠겨 있었다!
재앙급 마수를 딱밤 한 방에 제압한 저 아이!
저 아이가 바로 무의식중에 보안 마력 회로를 해제하고 보안문을 열었던 거다!
‘이 문 원래 안 잠겨 있었는데?’
자신의 혼란에 빠트린 아이의 말!
아이가 그렇게 말했던 건 당연했다!
저 아이는 잠긴 문을 연다는 자각조차 없었을 테니까!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면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법!
저 아이는 보안 마력 회로조차 찰나의 순간에 해제할 수 있는 마력 각성자!
재금 그룹의 오너.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
초거대 기업을 세운 베일에 가려진 두 사람의 뒤를 잇는 세 번째 등급외 마력 각성자였다!
등급외 마력 각성자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
거대화한 고양이를 타고 나타나 재앙급 마수를 일격에 무력화시킨 이 아이를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전신이 전율로 떨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을 명령했다.
[4종 조우 상황이다! 움직여라!]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던 국가 헌병대와 헌터 부대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4종 조우 상황!
1종 우호. 2종 중립. 3종 적대!
공식적인 매뉴얼에는 없는 4종 상황!
게이트, 마경, 던전의 ‘이세계 지적 생명체’ 조우 상황!
보안 인가가 없는 이는 접촉과 정보 획득 시도 자체가 금지된다!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의 정보가 절대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
국가 헌병대와 헌터 부대는 반사적으로 무기를 겨누고 외쳤다!
“당장 엎드려!”
“실제 상황이다!”
“헌터, 용역! 전원 엎드려라!”
“절대 고개 들지 마라!”
“단 한마디도 하지 마라!”
……
강압적인 명령과 함께 마탄을 겨눌 때 하늘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손 번쩍 들어!]
휘이잉, 휘이이잉-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불어오는 거센 바람!
그리고 이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윙슈트를 입은 헌터가 보였다.
“설마 최후식!?”
김태희 대령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깨달았다.
방금까지 바로 옆에 있던 최후식이 어느새 사라졌다!
‘아차! 하늘을 가린 봉쇄 마력 회로가 사라진 걸 잊었다!’
최후식이 어느새 윙슈트를 입고 하늘로 날아올라 활강하고 있었다.
옥상 가장자리.
폐허가 된 2층집을 향해서!
최후식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거대 고양이를 탄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으니까!
“앗! 알바 하늘을 날잖아! 나야! 나 여기 있어! 알바 나 여기에 있어! 나도 하늘 날고 싶어!”
그리고 찰나의 순간 모든 일이 일어났다.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특급 헌터.
-총구를 겨눴다가 흠칫 놀라 내리는 군인들.
-각성력을 끌어올려 전력으로 달리는 김태희 대령.
그리고 바람을 타고 충돌할 듯 낮게 옥상 위로 활강하는 최후식!
[안 돼! 기다려! 잠깐만! 잠깐만 멈춰! 최후식!]
김태희 대령이 다급히 확성기로 외치는 순간.
휘이이이이잉-
천문석은 폐허가 된 2층집 위를 지나가며 손을 뻗었다.
휘리리릭-
손에서 뱀처럼 쏟아진 로프가 휘감긴다!
특급 헌터.
기절한 니케.
어느새 작아진 냠냠이.
그리고 휘잉휘잉 이상한 바람까지!
로프가 모두를 휘감은 순간 쏟아지는 내력과 기합!
하아앗-!
촤르르륵-
로프에 휘감긴 모두는 요요처럼 끌려 올라와 벨트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하늘로 비상하며 외쳤다.
“최후식 아니라니까!”
휘이이이이잉-
윙슈트는 봉쇄 마력 회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하늘로 솟구쳐 광화문 광장 너머 빌딩 숲으로 빠르게 활강했다.
“…….”
“…….”
“…….”
모두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멀어지는 윙슈트에서 두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진짜로 안녕이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안녕안녕안녕! 엄청 재밌었어! 군인 누나 요플레 잘 먹을게!”
[카캬카카카카캌-]
“카캬카카카카캭-.”
마치 복사해 붙여넣은 듯 똑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깨달았다.
32층에 갑자기 나타난 아이가 찾던 ‘알바’가 바로 최후식(가짜)이다.
그리고 아이가 상의에서 꺼냈던 잠든 새끼 고양이가 바로 뽀미의 후손이다!
등급외 마력 각성자 아이.
북한산의 수호자 뽀미의 후손.
그리고 성채 빌딩을 난장판으로 만든 투명 마수와 최후식(가짜) 본인까지!
모두가 찰싹 달라붙은 윙슈트는 순식간에 빌딩 숲 사이로 사라졌다!
* * *
“…….”
“…….”
“…….”
국가 헌병대와 헌터 부대 전원은 굳은 얼굴로 멀어지는 윙슈트를 바라봤다.
태성 빌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이태성 길드장의 집을 주저앉히고.
특임대 전술 헬기는 구겨져 잔해에 깔렸다.
광화문 검거 작전에서 올린 성과가 묻힐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박살 난 집과 난장판이 된 성채 빌딩, 구겨진 전술 헬기로 입을 수천억의 금전적 피해.
여기에 이태성 길드장의 분노라는 유무형의 위협까지 더해졌으니까!
반면에 얻은 것은 사면 도장을 받은 수많은 헌터들과 던전 노역장에서 일할 몇몇 헌터뿐.
재앙급 마수와 등급외 각성자 아이는 놓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손익이 맞지 않았다.
당연히 전원 냉기 지대 유적 발굴단으로 좌천되어!
손이 찢어져라 얼어붙은 땅에 곡괭이 질을 하고 얼어붙은 곰고기를 씹어야 할 거다!
모든 게 끝장난 암울한 상황.
남아 있는 국가 헌병대 병사와 장교들의 가슴은 검게 타들어 갔다.
그러나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끝난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건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신화로 여겨져 19세기까지 발굴되지 않고 땅속에 잠들어 있던 트로이와 같다!
그 존재 여부를 믿지 못한다면 결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됐다!
-재앙급 투명 마수.
-검은 폭풍의 진품 리볼버.
-행방불명된 검은 폭풍 이세영 소장님을 찾을 단서.
-북한산의 수호자 뽀미의 후손, 새끼 고양이.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 이래 세 번째로 나타난 등급외 마력 각성자 꼬맹이.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얽혀 있는 가짜 최후식의 이름!
‘알바!’
상상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얻었다!
광화문 검거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심플하다.
오늘 얻은 정보가 알려지는 순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그 누구도 모르게 은밀하게 윙슈트를 입고 도망친 ‘알바’를 추적해 잡아야 한다!
상대는 엄청난 지략과 무위를 동시에 지녔다.
그런 알바를 잡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한 준비가 필요했다!
돈과 시간, 영향력을 모조리 쏟아부어야 한다!
평소라면 수백 번 망설였을 난이도의 일!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해야 하는 일이다!
투명 마수, 진품 리볼버, 돌아온 검은 폭풍, 뽀미의 후손, 등급외 마력 각성자!
알바를 잡는 순간 상상만으로 전율이 일어나는 엄청난 대가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알바는 용의 주도했다!
얼굴을 가리고 이름도 최후식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당연히 알바라는 이름도 동료들 사이에서 부르는 약칭일 가능성이…… 아니지!
입만 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던 구라와 기만, 사기를 생각하면 역으로 알바가 본명일 수도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추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추적을 포기할 정도로 남은 흔적이 적다!
하지만 자신은 전투 예지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
게다가 알바가 미처 끊지 못한 꼬리가 아직 하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꼬리는 이미 자신의 손에 있었다!
김태희 대령은 고개를 돌려 활짝 열린 보안문을 바라보며 웃었다.
최후식을 외통수로 몰기 위해 데려왔으나 역으로 털리고 보안문 안으로 도망친 남중국 외교관!
남중국 외교관은 혼란을 틈타 도망칠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성채 빌딩의 유일한 출구 로비는 재앙급 마수 출현으로 완전봉쇄된 상태!
로비에 발이 묶인 남중국 외교관, 알바가 남긴 꼬리를 사로잡는 건 시간문제다!
김태희 대령은 멍하니 서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4종 조우 상황 해제한다! 인원을 나눠 전장 정리, 로비로 이동한다! 남중국 외교관. 아니, 뒤가 구린 사기꾼 녀석을 잡는다! 바로 움직여라!”
‘남중국 외교관이 뒤가 구린 사기꾼이라고!?’
명령을 듣는 순간 국가 헌병대 대원들은 직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미친 치와와!
연대장님의 뭔가 방법을 생각해 내셨다!
“일어나라!”
“바로 움직인다!”
“너, 너너! 셋은 로비로 달려라!”
“모두 쓰러진 헌터와 군인들을 분류해서 대련장으로 옮긴다!”
……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김태희 대령은 난간 너머 윙슈트가 사라진 빌딩을 봤다.
이 순간 알바의 마지막 외침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다시는 보지 말자고?”
흐흐흐흐흐흣-
김태희 대령,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알바의 윙슈트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예언했다.
“아니. 우리는 곧 다시 보게 될 거다. 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