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5화>
“앗! 지금 뭔가 소리 들린 거 같아!”
태성 빌딩 옥상 아래, 대련장 구석.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나선 계단을 바라봤다.
“소리라고?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국가 헌병대 장교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고개를 젓고는 손에든 비닐 봉투를 내밀었다.
“그보다 이거 받아. 너랑 거기 고양이가 좋아 할 만한 거야. 편의점에서 가져왔어.”
“나랑 냠냠이가 좋아하는 거!?”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던 특급 헌터는 솔깃한 얼굴로 봉투 안을 보더니 탄성을 터트렸다.
“앗! 요플레, 칼로리바! 고마워 군인 누나! 이거면 냠냠이도 힘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냠냠아! 얼른 칼로리바 먹고 힘을 내자!”
특급 헌터는 칼로리바를 엎드린 냠냠이 앞에 내려놓고, 찌익- 요플레 뚜껑을 열었다.
쓱, 쓱쓱-
능숙하게 요플레 뚜껑을 핥는 꼬맹이와.
냐암, 냐아암-
졸린 눈으로 칼로리바를 핥는 새끼 고양이.
‘이래서 고양이 이름이 냠냠이구나!’
국가 헌병대 장교는 내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요플레 먹으면서 여기서 알바 기다리는 거다?”
“알았어! 걱정 마! 나 열심히 요플레 먹으면서 기다릴 게! 내가 니케한테 8점짜리 공기돌 빌려 줬거든! 니케가 알바 찾으러 옥상에 갔으니까 금방 찾아올 거야!”
맥락이 이어지지 아이다운 이야기.
‘8점짜리 돌? 니케? 이거 무슨 이야기야?’
장교가 눈짓으로 아이를 지키던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가 고개를 젓는 순간.
특급 헌터는 비닐봉지를 뒤집었다.
와르르 쏟아진 요플레와 칼로리바!
“하나, 둘, 넷, 일곱, 열, 열둘, 열다섯, 열일곱! 우와아아- 열일곱 개나 있잖아! 오늘 생일이야!? 요플레가 엄청 많아! 요플레는 원래 하루에 한 개인데!? 앗! 설마, 설마! 이 요플레 전부 다 내 거야!?”
환호성을 지르고 조마조마한 얼굴로 바라보는 아이.
장교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전부 네 거지!”
“으아앗! 냠냠이, 휘잉휘잉! 이 요플레 전부 내 거래! 앗! 요플레 알바랑 삼촌 줘도 되는 거지? 맞지!? 알바 요플레 엄청 좋아하는데 장민한테 뺏겼거든! 알바 줘도 괜찮지? 맞지!?”
“…….”
국가 헌병대 장교는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흙먼지로 뒤덮인 옷을 입은 아이와 꼬질꼬질한 고양이.
아이는 자신 앞에 놓인 요플레 몇 개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연신 비볐다.
‘……사는 아이구나.’
직감하는 순간 만져질 듯 선명하게 전해지는 감정, 기쁨과 짠함.
힘겹게 살아왔을 아이는 요플레에 뛸뜻이 기뻐하면서도 친구와 삼촌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짠함과 뭉클함이 전해졌다.
장교는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다 네 거란다. 천천히 먹어. 더 가져다줄 테니까.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삼촌한테도 나눠 주렴.”
우와아아아아-
특급 헌터는 환호성을 지르며 잔뜩 쌓인 요플레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2개! 알바 1개! 삼촌 1개! 세연도 1개! 장민은 빵개빵개빵개! 카카캬카캌-.”
특급 헌터는 알바를 찾기 위해 8점짜리 돌을 가지고 옥상으로 간 니케는 까맣게 잊은 채 믿기지 않는 행운에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알바랑 같이 다니면 엄청 좋은 일이 생긴다니까! 카카카캬캌-.”
특급 헌터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대련장에 울려 퍼질 때.
옥상에서는 김태희 대령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 * *
“저 미친 마수 정체가 뭐야!?”
김태희 대령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점착 수류탄, 개틀링 마탄을 맞고 분노한 작은 하늘다람쥐! 특급 헌터 부하, 니케다!’
하지만 진실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가슴속으로 삼켜졌다.
당연한 일이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자신을 미친놈처럼 볼 김태희 대령의 모습이 그려졌으니까!
지금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닌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것!
“야! 지금 중요한 건! 저 마수의 정체가 아니라 도망치는 거야! 내려 줄 테니까. 헌터, 병사 전부 데리고! 성채 빌딩 안으로 튀어!”
“뭐!? 이 새끼야! 지금 헌터가 마수를 앞에 두고 튄다는 말이 나와!? 저 마수가 이 옥상을 벗어나면 광화문이야! 대참사가 터진다고!”
발끈해서 외치는 김태희 대령!
니케가 대참사를 일으킨다고?
애초에 개틀링 건을 갈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난장판이 될 일도 없었다!
게다가 니케가 최대한의 참사를 일으켜 봤자, 나무 열매가 모조리 사라지는 게 전부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말해 봤자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게 뻔했다!
진실을 알고 있으나,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 답답함!
천문석은 재빨리 설득의 방향을 바꿨다.
“광화문은 안전해! 하늘! 옥상 하늘에 봉쇄마력 회로 활성화됐잖아…….”
“저 봉쇄 마력회로 길어야 1시간이야! 공격받으면 더 빨리 무너지고! 투명, 비행, 공간도약 능력을 가진 마수가 광화문으로 빠져나가면 대참사가 터진다니까! 어떻게든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 아니, 최소한 발목을 잡고 늘어져야 한다! 설령…….”
마력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뒷말을 삼키는 김태희 대령!
이 섬뜩한 모습을 보는 순간 김태희 대령이 삼킨 뒷말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설령 모든 헌터와 병사들이 희생된다 해도!’
천문석은 직감했다.
글렀다!
이 녀석은 절대 이곳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재앙급 마수를 막을 생각이다!
순간 전율이 전신을 흐르고 마음속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런 삽질이라니!’
그렇다!
삽질이었다!
니케는 폭죽, 굉천수와 같았다!
쾅- 엄청난 섬광과 굉음을 터트리지만, 공격력은 제로인 굉천수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주지만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이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증거로 니케의 공격을 받고 죽거나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닥에 깔린 헌터, 용역, 군인 모두 기절했을 뿐!
박살 난 옥상 구조물, 폭삭 주저앉은 2층집은 니케를 공격한 군인들이 만든 결과다!
게다가 그냥 두면 폭죽처럼 크게 한번 울리고 끝났을 니케를 지금도 계속 자극하는 것도 헌터와 군인들이다!
쏟아지는 마탄과 각성력을 담아 날아가는 무기들!
설득이 먹힐 상황이 아니다!
세상에는 직접 겪어야만 아는 것도 있는 법! 설득은 포기다!
천문석은 결심하는 순간 탈출로를 찾았다.
하늘은 봉쇄 마법으로 막힌 상황!
빠져나갈 곳은 지상으로 이어진 보안문이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헌터들이 성채 빌딩으로 이어지는 보안문으로 달리고 있다!
‘김태희 대령은 적당한데 내려 주고, 저 헌터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보안문을 열고 도망친다!’
“야, 어디에 내려…….”
결심과 동시에 입을 여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확성기를 들고 명령했다.
[보안문 봉쇄해라! 누구도! 그 누구도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 긴급 명령에 따라 각성 헌터 전원 긴급 징집한다! 각성자라면 전력으로 싸워라! 저 마수를 반드시 여기서 저지한다!]
“뭐!? 잠깐만! 기다려! 나는 들어갈거야! 야, 나, 나간다음에 봉쇄해!”
다급히 외쳤지만 늦었다.
전력 질주한 타격대원이 즉시 보안문을 잠그고 소총을 들고 그 앞을 막았다!
“무슨 미친 짓이야!”
“당장 이 문 열어!”
“재앙급 마수랑 맨몸으로 싸우라고!?”
“일반인을 강제 동원하는 게 어디 있어!?”
“밀어붙여! 그냥 밀고 나가자!”
……
도망치던 헌터들이 악을 쓰며 밀려 오는 순간.
타타탕-
허공으로 위협 사격이 가해지고 명령이 쏟아졌다.
“이 보안문은 봉쇄 됐습니다!”
“1급 마수 경보 상황! 현장 지휘관의 긴급 명령에 따라 강제 징집하겠습니다!”
“각성 헌터 전원! 현 시각부로 명령에 따르십시오!”
“지연전을 펼쳐 마수의 마력을 깎아내야 합니다!”
마탄을 겨누고 내리는 강압적인 명령!
순간적으로 멍해졌던 헌터들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여기서 재앙급 마수랑 싸우라고!?”
“미친놈아! 마수는 그렇다고 쳐도 저 집은 어쩌려고!?”
“시바! 저거 태성 길드! 어, 이태성 길드장 집이야!”
“저 안에 있었을 아이템, 마도구 어떡할 거야!?”
“너희 저거 책임질 수 있냐!?”
……
흔들리는 눈동자로 시선을 피하는 병사들!
그렇다!
여기서 마수를 저지하는 데 성공해도 이태성 길드장의 분노는 막지 못한다!
지금 분노한 재앙급 마수!
나중에 빡친 인간재해 이태성!
무엇이 됐든 아작나는 건 마찬가지다!
이 순간 들려오는 총성과 비명 그리고 열풍!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모두는 봤다.
타타탕-
으아아악-
휘잉, 휘이이잉-
퇴로가 끊긴 옥상은 더욱더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엉망이 된 옥상 위에서 원을 그리며 머리를 굴렸다!
퇴로는 둘!
하늘과 보안문!
하늘은 봉쇄 마법으로 막혔고!
보안문은 굳게 잠긴 채 마탄을 겨눈 타격 대원과 몰려든 헌터들로 막힌 상태다!
잽싸게 봉쇄 마법에 기감을 뻗는 순간.
파스스슥-
마력 불꽃이 튀기고 바로 견적이 섰다.
‘접촉하는 순간 마력 폭풍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탈출로는 하나뿐이다!
성채 빌딩 내부로 이어지는 보안문.
소총을 든 국가 헌병대 병사를 뚫고 잠긴 문을 연다!
스스로 막힌 독 성채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 꼴이지만 괜찮다!
자신을 막을 김태희 대령, 타격대, 특임대는 전부 이곳에서 니케와 의미 없는 격전을 치를 테니까!
‘그 틈에 헌터들 사이에 스며들어 은근슬쩍 빠져나간다!’
천문석은 계획을 세우는 즉시 외쳤다.
“야! 너 어디다 내려줄까? 난 여기서 빠질 거야! 싸우고 싶으면 혼자서 싸워라!”
“안 돼! 긴급 상황이다! 각성 헌터는 전원 강제 동원이다! 투명 마수 위로 이동해! 너도 나와 같이 싸운다!”
벨트를 잡아 오는 억센 손길!
김태희 대령은 투지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외쳤다.
각성 헌터 강제 동원!
생각만으로도 숨이 컥 막히는 상황!
이제 와서 각성자가 아니라고 말해 봐야 씨도 먹히지 않는다!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진실을 말했다.
“안 된다니까! 쟤 상태가 뭔가 이상해! 저 마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인데 광장 반대편에 있다니까!”
“설마? 검은 폭풍!? 그분이 광화문 광장에 계시다고!? 그 말 사실이냐!?”
경악한 얼굴로 반문하는 김태희 대령.
이 황당한 헛다리!
전투 예지 능력자들은 왜 다 이 모양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맹이, 특급 헌터.
특급 헌터만이 저 무시무시한 마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신뢰가 무너진다!
아니, 애초에 특급 헌터는 류세연과 함께 광장 반대쪽 재금 빌딩, 김철수 사무실에 있을 테니 사실을 말해 봐야 소용없다!
“아니. 그건 아니고…….”
말끝을 흐리는 순간 실망한 표정으로 외치는 김태희 대령!
“하, 시바 또 뭔 구라를 치려고! 야! 됐고! 빨리 투명 마수 방향으로 활강해! 급해! 빨리 합류해야 해!”
김태희 대령은 이제는 숫제 비행 수단 취급하며 명령했다.
“뭐? 내가 글라이더……!”
발끈하는 순간 보이는 김태희 대령의 손!
한 손으로 벨트를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는 리볼버에 마탄을 채워 넣고 있었다.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을.
쏘면 무조건 맞는 0거리에서!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여 폭주한 니케를 향해 활강했다.
휘이이이잉-
천문석은 최대한 천천히 활강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날아가는 건 전신에 기름을 붓고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격!
니케는 분노로 이성을 잃은 상태.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바람에 스며들어 모습을 감췄음에도 언뜻언뜻 드러나는 황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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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앞바다를 난장판으로 만들 때 이상의 힘이 느껴졌다!
‘지금은 그나마 대화가 되는 김태희 대령을 설득해야 한다!’
천문석은 절절한 진심을 담아 외쳤다!
“저 투명 마수는 그냥 놔두면 해결돼!”
“지금 공격하면 오히려 일이 커지는 거야!”
“주위를 자세히 봐봐! 지금 마수에게 공격당한 헌터 중에 죽은 사람은 없어!”
“전부 그냥 더럽게 아파서 잠시 기절 한 거야!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날 거다!”
“저 마수는 그냥 냅두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야!”
“저렇게 미친 듯이 공격하다가도 어느 순간! ‘어, 지금 내가 뭐 하고 있었더라?’하고 깜빡 잊고 돌아갈 거야!”
100% 진실만을 담은 외침을 단숨에 토해 냈다!
‘통했나!?’
힐끗 시선을 내리자 김태희 대령의 얼굴이 보였다.
사기꾼을 보는 듯한 불신 가득한 얼굴이!
“재앙급 마수가 스스로 공격을 멈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도망치려면 너 혼자 도망쳐라!”
그거야말로 자신이 바라던바!
“진짜? 그럼 저 위에 떨궈주고 난 그냥 갈게!”
반색해서 외치자 말없이 리볼버를 들어 꾹, 꾹 허벅지를 누르는 김태희 대령!
“……!”
‘야, 이 씹! 또라이 녀석! 어쩌다가 이런 녀석이랑 얽혀서는!’
마음속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휘잉, 휘이잉-
휘몰아치는 열풍의 열기가 훅 밀려 오고, 미친 치와와가 명령을 내렸다!
“최후식! 그대로 돌진한다!”
휘이이이이잉-
천문석은 김태희 대령을 매단 채로 휘몰아치는 열풍, 분노한 니케를 향해 돌진했다!
“으아악- 빌어먹을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