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4화>

“뭐야? 쟤가 왜 여기 있어? 니……!”

부르는 순간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스르륵- 녹아내리듯 바람에 스며드는 니케.

휘잉, 휘이잉-

니케는 바람에 몸을 숨긴 채로 김태희 대령, 전술 헬기를 향해 날아갔다!

“……!”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벼락 치듯 깨달음이 왔다!

태성 빌딩 안, 보안문에서 튀어나와 바람에 숨어든 하늘다람쥐, 니케!

헌터 부대 특임대가 출동한 이유!

태성 빌딩 안에 나타난 ‘투명화’ 능력을 지닌 ‘재앙급 마수’!

‘……!’

뜬금없이 태성 빌딩에 나타난 재앙급 마수의 정체는 하늘다람쥐 니케다!

니케!

제주도를 엉망진장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진정한 재앙급 마수가 다시금 강림했다!

수백의 헌터와 국가 헌병대, 헌터 부대가 밀집한 태성 빌딩 옥상에!

깨달음의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도망쳐! 당장 튀어!]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외침과 바람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방금 명령 들었지!? 저 녀석부터 잡아야 한다! 바로 움직여!]

킥, 키키키키킥-?

후우우우웅-

직후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전술 헬기가 날아왔다!

[확인했습니다! 윙슈트를 입은 헌터! 즉시 옥상에 착륙하십시오!]

“야, 보안문! 보안문 열렸어! 바람! 당장 ‘바람’ 피해야 해! 그 바람에……!”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려 와! 내려 와서 이야기……!]

정신없이 달리던 김태희 대령은 경악했다.

닫혀 있어야 할 보안문은 어느새 활짝 열렸고, 최후식의 말대로 ‘바람’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휘이이잉-

전투 예지를 억누르는 압도적인 존재감!

‘어떻게 이걸 놓쳤지!?’

보안문을 지나 옥상에 나타난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존재! 생각할 것도 없다!

투명 마수!

성채 빌딩 안에 있어야 할 재앙급 마수가 보안문을 통과해 이곳에 나타났다!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성채 빌딩 옥상에!

저 재앙급 마수가 옥상을 벗어나는 순간 대참사가 터진다!

* * *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무장 벨트를 훑는 순간 손에 잡히는 표적 지시용 점착 수류탄!

안전 고리를 뽑는 동시에 존재감이 느껴지는 바람을 다해 전력으로 점착 수류탄을 던졌다!

파아아아앙-

점착 수류탄이 폭발하는 순간 터져 나온 표적 지시용 마력 형광 안료가 주위를 물들였다!

이 순간 바람에서 드러나는 형체!

줄기줄기 뻗어 흔들리는 바람의 촉수!

소용돌이치는 폭풍을 형상화한 듯한 재앙급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 마수다!’

김태희 대령은 즉시 확성기로 외쳤다.

[재앙급 마수가 나타났다! 7시 방향!]

[점착 수류탄을 맞은 표적이 투명 마수다!]

[재앙급 마수가 광화문으로 빠져나가게 두면 안 된다!]

“야! 안 돼! 멈춰! 공격하면 안 돼!”

천문석이 다급히 저지했지만, 한발 늦었다.

미쳐 막을 새도 없이 확성기에서 터져 나온 김태희 대령의 외침!

[사선확인!]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와 군인들에게 ‘사선확인’은 생사를 가르는 외침이다!

사선확인!

뼈에 새겨넣는 외침이 터지는 순간 옥상에 흩어진 모두는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은폐하며 타겟을 확인했다.

휘이잉, 휘이이잉-

표적 지시용 점착 가루를 뒤집어쓴 소용돌이치는 바람 형상!

성채 빌딩을 뒤집어 놓은 재앙급 마수, 투명 마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선확인!”

“사선확인!”

[사선확인!]

……

상대는 마수 거리낄 건 없다!

목이 터져라 복창하는 동시에 재빨리 포메이션을 짜고 무기를 뽑고 마탄을 겨눈다!

가장 빠른 건 김태희 대령!

팟-

전투 예지로 사선을 잡는 순간.

퀵드로우!

번개같이 뽑힌 리볼버에서 마탄이 쏟아졌다.

빵빵, 빵빵빠아앙-

촤아아악-

넓게 퍼진 슬라임 마탄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직 비행으로 피하는 투명 마수!

킥, 킼키키키킼키-!?

니케의 깜짝 놀란 울음소리!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듯한 섬뜩한 한기가 느껴진다!

김태희 대령은 잠자는 드래곤에게 점착 수류탄을 던지고 슬라임 마탄을 갈기고 있다!

천문석은 다시 한 번 내력을 실어 외쳤다!

[멈춰! 공격하면 안 돼! 그 마수는 적이…….]

탓, 타탓-

김태희 대령은 실린더에 정품 마탄을 채워 넣으며 말을 끊었다.

“당장 내려 와! 위험하다! 이 녀석 비행 능력도 있다!”

[야, 내려갈게! 당장 공격 멈춰! 그 마수는 적이 아니라니까! 니케! 너도 멈춰! 실수야! 더는 공격 안 할 거야!]

다급히 외치며 원을 그리며 활강할 때.

기이이이잉-

모터음과 함께 30도 허공을 겨누는 개틀링 건!

[사선확인!]

[사선확인!]

[사선확인!]

3번 경고 방송이 울리고!

“야, 멈추라…….”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개틀링 건은 분당 3900발의 마탄을 쏟아부었다!

표적 지시용 점착 가루를 뒤집어쓴 재앙급 마수, 니케를 향해서!

두두두두두두둑-

개틀링 마탄의 마력광이 허공을 가로질러 표적을 꿰뚫고 하늘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점착 가루가 마킹된 표적이 산산이 흩어지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재앙급 마수를 잡았다!”

“잘했다! 특임대 너희가 한 건 했구나!”

모두가 환호했으나 두 사람은 웃지 못했다.

리볼버에 정품 마탄을 채워 넣던 김태희 대령!

전투 예지에 걸리는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전에 한 번 겪은 감각!

거대한 바위가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압박감만으로 몸에 마비가 온다!

거대 괴수가 잡몹처럼 우글거리는 옐로스톤 초대형 게이트 앞에 섰을 때와 같다!

‘그냥 재앙급 마수가 아니다!’

“피해! 아직 멀쩡하다!”

김태희 대령이 이를 악물고 간신히 입을 열어 외치는 순간.

휘이이이이잉-

천문석은 옥상으로 추락하듯 떨어지며 김태희 대령을 낚아챘다!

피피피피핏-

순간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뚫고 튀어나와 김태희 대령이 있던 공간을 가르는 칼날 바람!

킥, 킼키키키키키킼-!

바람 속에서 분노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어, 어어어!?”

환호하던 헌터들은 단숨에 얼어붙고 국가 헌병대 타격대와 헌터 부대 특임대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타겟! 재앙급 마수가 살아 있다!”

“비행, 투명화, 공간 도약 능력! 위험도 특급이다!”

“바로 저지선을 펼친다! 반드시 여기서 잡아야 한다!”

“사선확인!”

“사선확인!”

……

국가 헌병대가 소총을 겨누고 화망을 만들 때.

대 마수전 전문가 헌터 부대 특임대도 움직였다.

주저하지 않고 전술 헬기 슬라이딩 도어에서 옥상으로 뛰어내리는 특임대원들!

“하늘부터 막는다!”

“전원 긴급 강하!”

핫, 하앗-!

기합과 함께 헬기에서 뛰어내려 옥상에 착지하는 순간 사방으로 달려 앵커부터 박아넣는 특임대!

쾅, 콰아앙-

수십 개의 앵커가 박히는 동시에 트리거를 작동!

“봉쇄 마법 회로를 가동한다!”

파스스스슥-

거대한 빛의 그물이 옥상 위를 덮는 순간 포메이션을 짜고 각성력을 끌어올려 바람을 포위한다!

마치 수십 수백 번 합을 맞춘 것처럼 순식간에 적을 포위망에 가두는 타격대와 특임대!

김태희 대령을 낚아채 원을 그리며 활강하는 천문석은 감탄했다.

대 마수전 전문가다운 빠른 판단과 움직임!

그러나 상대는 그냥 재앙급 마수가 아니라 니케였다!

이태성 길드장, 이세영 선생님, 바다의 재앙 용용까지!

엄청난 강자들을 연이어 무력화시킨 상상을 초월하는 각성 동물!

천문석은 잡고 있는 김태희 대령에게 외쳤다.

“야, 당장 전투 중지시켜야 해! 저 녀석은 싸워서는 못 이겨!”

“그게 무슨…… 설마? 너 저 재앙급 마수의 정체를 아는 거야!? 혹시 네가 불러온 거냐!?”

김태희 대령이 기겁해서 외치는 순간 후끈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닿는 순간 경기라도 들린 듯 다급히 물러서는 타격대와 특임대!

이 바람에 담긴 것은 열기가 아니었다!

점착 수류탄을 뒤집어쓰고, 개틀링 마탄 사격을 당하고, 타격대와 특임대의 공격을 받아 빡친 니케의 분노였다!

전신에 소름이 돋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소용돌이치는 바다와 하늘을 뚫을 듯 파도가 치솟은 제주도 앞바다!

이세영 선생님, 이태성 길드장, 바다의 제왕 용용이!

천외천의 강자들을 집어삼킨 폭풍우가 다시 한 번 몰아친다!

분노한 니케라는 이름의 폭풍우가!

킥, 키키키키키키킼-!

* * *

휘잉, 휘이이잉-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옥상 위를 질주하고!

키킼, 키키키키키킼-!

분노한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망쳐!”

“문! 안으로 도망쳐야 한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헌터들!

“사선확인!”

“예측 사격! 화망에 가둬라!”

타다다다탕-

목이 터져라 외치며 마탄을 쏟아붓는 타격대!

“염동력장! 발을 묶어!”

“안 돼! 역장이 종잇장처럼 찢어자!”

“마력 각성자! 광역으로 마법 뿌려!”

“지배력이 상상을 초월해 마력이 모이지 않는다!”

각성력을 쏟아붓는 대 마수전 전문가 특임대!

하지만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반면!

그 누구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바람이 스치는 순간!

휘잉, 휘이이잉-

헌터, 타격대, 특임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 나갔다!

“이게 대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태희 대령조차 말을 잇지 못할 때.

후우우우웅-

전술 헬기 개틀링 건이 다시 불을 뿜었다!

두두두두두두둑-

직선으로 뻗어 나간 수천 발의 마탄!

마탄에 새겨진 강대한 마력이 바람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잡았다!”

“아직 모른다!”

“마탄을 쏟아부어!”

“사선확인!”

“사선확인!”

타다다다다다-

마침과 동시에 개틀링 마탄 위로 쏟아지는 마탄!

마탄에 담긴 마력이 중첩되며 마력과 공간이 뒤틀려 무너진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지닌 거대 괴수!

실체가 없는 정신체, 고스트에게도 마탄이 먹히는 이유!

마력 오염 현상!

반발장, 각성력, 마력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이대로면 잡을 수 있다!’

모두가 확신하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안 된다니까! 그 녀석한테는 마탄 안 먹혀! 그냥 튀어!]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황금빛 섬광이 번쩍이고 피피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연속으로 터졌다!

연속 공간 도약!

니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력 오염을 뚫고 헬기를 향해 연속 공간 도약했다!

[야! 헬기! 뒤로 빠져!]

다급히 외쳤지만, 헬기는 눈치채지 못한 상태!

[니케! 그만! 그만 멈춰!]

내력을 실어 니케를 불렀지만, 완전히 이성을 잃은 니케도 멈추지 않았다!

피피피핏-

니케는 마력 방호 처리가 된 전술 헬기 안으로 단숨에 공간 도약해 들어갔다!

순간 허공에서 들려오는 비명!

으아아아악-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온 헬기 조종사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하늘! 조종사 추락한다!”

특임대가 반사적으로 달려 헬기 조종사를 받아 내는 순간.

후우우우웅-

전술 헬기는 기우뚱 기울어져 옥상으로 추락했다.

콰카카카카-

헬기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옥상 바닥을 갈아엎으며 미끄러져!

콰아아아앙-

단숨에 담벼락과 철문을 박살 내고 2층집으로 밀고 들어갔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헬기 블레이드가 거대한 강철 믹서기가 되어 걸리는 모든 것을 분쇄했다.

마루가 으스러지고, 벽과 기둥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2층과 지붕 전체가 폭삭 주저앉았다.

태성 빌딩 옥상에 자리한 2층집.

이태성 길드장의 자택이 폐허가 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

“……!”

“……!”

모두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머릿속에서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집! 어떤 놈이 내 집을 부쉈어!’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급 마수!

여기에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의 분노가 더해진다!

“도망쳐!”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굳어 있던 헌터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난장판이 벌어졌다!

100여명의 헌터!

국가 헌병대 정예 타격대!

대 몬스터전 전문가 헌터 부대 특임대!

더럽게 비싼 W. S. 인더스트리 전술 헬기!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아이템과 마도구가 있을지 모르는 이태성 길드장의 집까지!

재앙급 마수가 튀어나오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5분 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박살 나고 무너지고 있다!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자신을 잡은 채 활강하는 최후식에게 외쳤다.

“최후식! 저 마수 뭐야? 어떤 마수가 마탄이 안 통해!? 저 미친 마수 정체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