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3화>
“나에게 진품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전력 질주했다!
‘단숨에 돌파한다!’
“뭐가 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연대장님! 지금……!?”
……
사방에서 깜짝 놀란 외침이 터져 나올 때.
김태희 대령은 분노했다.
“뭔 말도 안 되는 구라를! 너한테 검은 폭풍의 진품 리볼버가 있다고!?”
짝퉁 리볼버로 외통수에 몰려 이미 한번 거래를 했다!
그런데 같은 내용으로 다시 한 번 사람을 낚으려고 하다니!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리볼버를 겨누며 외쳤다!
“야, 이 상도의 없는 새끼! 입에다가 정품 마탄을 박아줄까! 구라를 쳐도 금도가 있는 거야!”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멈춰 서서 재빨리 손을 들고 외쳤다.
“정지! 잠깐만! 멈춰! 아까 짝퉁 이야기하는 거 아냐! 다른 것! 진품! 진짜가 있다니까! 내가 마탄 맞고 훅 가면 진품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
“하- 미친놈! 그 진품 리볼버도 이거랑 똑같이 생겼냐!”
김태희 대령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천천히 손을 내리며 씩 웃었다.
“아니, 똑같지는 않고 다른 게 하나 있다.”
“……하! 그래 들어는 보자. 뭐가 다른데?”
김태희 대령이 기대 없이 묻는 순간.
천문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툭 대답했다.
“그 리볼버 손잡이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거든.”
‘이름!’
진짜 리볼버와 가짜를 가르는 차이!
복제품을 만들 때 일부러 누락한 정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김태희 대령은 내색하지 않고 비웃듯이 물었다.
“그래 누구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최후식’이라고 적혀 있냐!?”
“야! 최후식 아니라니까!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 진품 리볼버에 새겨진 이름은……!”
천문석은 길게 말꼬리를 끌다가 전력 질주하며 외쳤다.
“가까이 가서 말해 주마!”
‘이번에도 구라였구나!’
마음 같아서는 탄속이 느린 슬라임 마탄이 아닌 정품 마탄을 박아주고 싶지만 안 될 말!
파파팟-
김태희 대령은 재빨리 리볼버에 슬라임 마탄을 채워 넣어 홀스터에 넣었다.
왼손은 눈썹 끝!
오른손은 홀스터 위!
전투 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돌진하는 최후식의 동선을 예측!
피할 수 없는 일격을 먹여 준다!
20, 17, 15, 13, 10, 9미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상체를 흔들며 돌진하는 최후식!
시야가 흔들리고 전투 예지가 미끄러진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변수가 하나둘 사라지고 예지가 붙는다!
탄속이 느린 슬라임 마탄으로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5미터 앞!
쿠웅-
최후식이 난간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순간.
지끈-
전투 예지가 감각을 보냈다.
‘지금이다!’
퀵드로우!
홀스터 위에 놓인 손이 잔상을 흘리며 올라오는 순간.
팟-
필중(必中)의 사선을 그려내는 리볼버 총구!
‘잡았다!’
김태희 대령이 확신을 담아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이세영.”
* * *
“……!”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벼락이 떨어졌다.
김태희 대령은 총구를 겨눈 채로 얼어붙었다.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머릿속에선 폭풍이 몰아쳤다!
여기서 들으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이름!
1세대 헌터 중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 아는, 국가 헌병대, 헌터 부대의 고위 장성들조차 알지 못하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세영!
검은 폭풍의 본명이!
사기꾼 최후식의 입에서!
‘이세영이란 이름이 새겨진 리볼버를 가지고 있다고!?’
진품이다!
최후식은 진짜 검은 폭풍의 리볼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순간 난간을 박차고 뛰어오른 최후식의 모습이 보였다!
180도 거꾸로 치솟아 자신을 뛰어넘어, 다시 빙글 180도 회전해 난간에 내려선다.
타타타탓-
난간을 박차고 화살처럼 가속하는 최후식!
이 순간 천천히 흘러가던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뒤를 쫓으며 외쳤다.
“잠깐! 그 리볼버! 당장 멈춰! 최후식 멈추라니까……!”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거리가 벌어진다.
게다가 최후식이 입은 윙슈트에 마력광이 맺히고 있다!
이제 곧 윙슈트의 마력회로가 활성화된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의 단서를 가진 최후식이 하늘을 날아 튀는 거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반사적으로 리볼버를 겨누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상체를 흔들리고 전투 예지가 빗나간다!
위협 사격을 하다가 잘못 맞춰 추락하면!?
기겁해서 총구를 내리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대령님! 위협 사격으로 속도를 줄이겠습니다!”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안 돼! 절대 쏘지 마라!”
최후식에게 마탄을 쏴서는 절대 안 된다!
사라졌던 진품 리볼버가 나타났다!
이 리볼버의 주인, 사상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의 행방에 관한 단서가 최후식에게 있을지도 몰랐다!
‘게이트 전쟁의 영웅, 이세영 특임 소장님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상상만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김태희 대령은 최후식을 따라 달리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야- 멈춰! 사면! 완전 사면해 줄게!”
“정보! 방금 말한 그 정보만 말해! 당장 멈춰! 새끼야! 멈추라고!”
“타격대 달려! 반드시 잡아야 한다! 헌터 새끼들아! 뛰라고! 절대 놓치면 안 돼! 으아아악-.”
……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외치는 김태희 대령!
헌터들이 앞을 막기 위해 달리고. 국가 헌병대 타격대가 충격봉 던지고, 그물 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파스스슥-
어느새 윙슈트에서 퍼져 나오는 마력광이 전신을 덮었고.
팔, 다리, 몸통, 날개막까지 마력회로가 활성화됐으니까!
‘김태희 대령은 절대 발사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천문석은 확신하는 순간 난간을 밟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안 돼!”
김태희 대령의 비명!
휘이이이잉-
아찔한 부유감과 전신에 달라붙는 바람!
바람이 몽글몽글 윙슈트에 달라붙고 물속으로 다이빙한 듯한 부력이 느껴진다.
최후식 이사의 말이 맞았다.
허공에 몸을 던지자 수영, 자전거처럼 어떻게 날아야 하는지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양팔을 들어 날개막을 펼치자 휘잉, 휘이잉- 바람을 머금고 천천히 날아오르는 몸!
이 속도로는 추적을 따돌릴 수 없다.
좀 더 가속해 단숨에 꼬리를 끊고 저지선을 돌파해야 한다!
휘이이이잉-
천문석은 팔과 몸통을 움직여 빙글빙글- 옥상 하늘에서 원을 그려 가속하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봤냐! 내 계획이 완벽히 성공했다!]
순간 지상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멈춰! 사면해 준다니까!”
“당장 내려 와서! 이야기 계속하자!”
“정보! 방금 말한 그 정보만 말해 주면 된다!”
“현상금 주겠다!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만 말해 줘!”
“새끼야 당장 내려 오라니까!”
“총구 내려! 절대 최후식을 쏘면 안 돼!”
“그 리볼버 문화재야! 국가에 소유권이 있다!”
“당장 안 내려 오면 문화재청에 신고한다! 걔네들 문화재 환수에 완전히 돌은 놈들이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정신없이 옥상을 달리며 미친놈처럼 외치는 김태희 대령!
그러나 자신뿐 아니라 부하들도 총구를 겨누지 못하게 막고 입으로만 외치고 있었다!
리볼버를 회수하려 사력을 다하는 모습!
생각 이상으로 진품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잘 먹혔다!
당연했다!
자신의 리볼버는 그냥 각성자도 아닌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서울뿐 아니라 도쿄, 런던, 파리등등 수많은 대도시 수복 작전을 성공시킨 등급외 각성자!
인류를 승리의 길로 인도한 사상 최고의 커맨더이자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의 리볼버였으니까!
전 세계 상급 헌터 상당수가 자동 권총이 아닌 리볼버를 부무장으로 사용하는 이유의 90% 이상이 검은 폭풍의 영향이었다!
살아 있는 전설이 사용한 리볼버가 가지는 엄청난 상징성!
정교한 짝퉁까지 만든 김태희 대령의 다급한 모습이 이해가 갔다!
자신도 당장이라도 맹호 건 스미스에 영치한 리볼버를 찾으러 가고 싶었으니까!
천문석은 빙글빙글 가속하며 내심 웃음을 터트렸다.
문화재청 강제 환수?
그게 가능할 리 없다!
자신은 이 리볼버를 줍거나 우연히 얻은 게 아니니까!
[걱정 마라. 그 리볼버 원래 주인한테 정당하게 선물 받은 거니까! 카캬카-]
“……!?”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던 김태희 대령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 버렸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굳어 버린 얼굴이 활짝 펴지고 환희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원래 주인! 그럴 줄 알았어! 역시 그랬던 거야! 하하하하하-.”
“뭐야, 저 녀석 왜 갑자기 웃어?”
황당했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이미 추격을 뿌리칠 정도로 가속했으니까!
이제는 떠나야 할 때.
천문석은 팔을 비틀며 외쳤다.
[그럼 안녕이다! 다시는 보지 말자!]
“잠깐! 잠깐만 멈춰! 너 그냥 가면 안 돼!”
김태희 대령이 절박하게 외치며 달리는 순간.
휘이이이이-
천문석은 날개막을 펼치고 광화문 광장 밖을 향해 활강했다!
휘이이이잉-
난간 너머 줄줄이 서 있는 성채 빌딩과 그 아래 펼쳐진 저지선들이 빠르게 가까워진다!
이 길었던 하루가 마침내 끝난다!
카캬카카카카캌-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후우우우우우웅-
이때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빌딩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게 있었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날개와 육중한 몸체!
강화 유리 조정석과 그 아래 툭 튀어나온 개틀링 건!
거대한 공격 헬기가 난간 뒤에서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튀어나왔다!
* * *
후우우우우웅-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뿐!
커다란 공격 헬기가 소리 없이 하늘에 멈춰 서 앞을 막는다!
“광화문 광장에는 헬기 못 뜬다며!”
기이이이잉-
외침과 동시에 들려오는 모터음!
툭 튀어나온 개틀링 건이 파이터가 전투 전 목을 풀듯 원을 그렸다!
“……!”
거대 괴수의 반발장조차 깎아내는 개틀링 건이 움직인 순간 생각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으아악-
천문석은 악을 쓰며 비행 궤도를 틀었다!
휘이이이잉-
난간 너머로 활강하던 몸이 급회전해 옥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드디어 왔구나! 특임대 전술 헬기! 포기해라! 네가 도망칠 곳은 없다!”
특임대 전술 헬기!
광화문 게이트 방벽 수비대!
최후식 이사가 말했던 헌터 부대 전술 헬기다!
움직일 리 없다던 헌터 부대가 움직이고, 절대 띄울 수 없다던 헌터 부대 전술 헬기가 뜬 위기의 순간!
10분! 아니, 단지 5분만 있었어도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술 헬기가 뜬 이상 윙슈트로 하늘을 날아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개틀링 건은 쓸 필요도 없다.
문제는 속도다!
윙슈트로 활강하는 것보다 헬기의 속도가 더 빠르다!
꼬리로 붙은 헬기를 끊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충전된 마력이 방전될 때까지 쫓아오기만 해도 잡혀서 던전 노역장에 끌려 간다!
수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하고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던전 노역장에 끌려 갈 상황!
‘빌어먹을 젠장! 타이밍! 타이밍이 뭐 이렇게 거지 같아!?’
마음속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는 순간.
그르르르륵-
헬기 측면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완전무장한 검은 군복의 군인이 나타났다.
헌터 부대 최정예, 특임대!
[하늘의 헌터! 위험하다! 당장 지상에 착륙해라! 재앙급 마수! 투명화 능력을 지닌 재앙급 마수 경보가 떴다! 언제 태성 빌딩 안에서 빠져나올지 모른다!]
‘투명화? 재앙급 마수? 이게 무슨 소리야!?’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어리둥절하기도 잠시, 번쩍 깨달았다!
-무방비하게 열린 헬기 측면의 슬라이딩 도어!
-완전무장한 채로 경계심 없이 외치는 헌터 부대 특임대원!
전술 헬기와 특임대는 ‘재앙급 마수’를 잡기 위해 온 것이다! 자신이 타겟이 아니라!
즉, 지금 당장 도망치면 된다!
“네! 바로 지상으로 착륙하겠습니다!”
외침과 동시에 몸을 돌리는 순간.
김태희 대령이 확성기로 다급하게 외쳤다.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이다! 잡아라! 그 헌터 절대 도망치게 두면 안 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네, 그게 무슨? 재앙급 마수가…….]
[재앙급 마수가 문제가 아냐! 윙슈트를 입은 그 헌터 국가 안보에 관련된 특급 정보를 가지고 있다! 당장 막아!]
[상부에서 받은 명령은 재앙급 마수가 태성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걸 막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야, 이 새끼야! 그 녀석이 재앙급 마수보다 더 위험해! 인간 재앙! 특급 재앙이야! 내가 현장 지휘관이다. 내 명령을 따라! 당장 지휘관 연결해!]
……
국가 헌병대와 헌터 부대!
서로 다른 명령 체계에 혼란이 일어난 지금이 기회!
천문석은 은근슬쩍 몸을 돌려 헬기 반대쪽으로 조용히 활강했다.
[야, 도망치잖아! 잡아! 움직이라고!]
[우선 상부 확인이 먼저입니다!]
휘이이이잉-
악을 쓰는 김태희 대령, 넋이 나간 국가 헌병대, 뒤엉킨 용역과 헌터들이 빠르게 멀어지고!
굳게 닫힌 보안문을 몰래 여는 남중국 팀장 너머 자유를 향해 날아갈 때!
돌연 보안문이 열리고 너무나 뜬금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키키키키킥-!
“……설마!”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리는 순간.
타다다닥-
활짝 열린 보안문에서 번개같이 튀어나와 남중국 팀장을 밟고 하늘로 도약하는 하늘다람쥐!
니케가 옥상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