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2화>
“콰아아아아앙-.”
시야를 가리는 섬광도, 청각을 날려 버리는 거대한 굉음도 없었다.
입으로 터트린 페이크 굉천수에 낚인 건 2할 남짓한 헌터들뿐!
하지만 이 정도 수면 충분했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페이크 굉천수의 굉음이 터지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리는 2할의 헌터들에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무너지고 난장판이 됐으니까!
이 순간 등 뒤에서 훅 살기가 날아왔다!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뒤엉킨 헌터들 위로 몸을 던졌다.
손끝에서 팔을 타고 옆구리, 다리까지!
데굴데굴-
회전 낙법으로 굴러 일어서는 순간 살기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최후식! 도망치지 말고 나랑 붙자!”
“나 최후식 아냐! 방금 증언 못 들었냐!?”
“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분통을 터트린 김태희 대령이 충격봉을 앞세워 돌진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엉망으로 뒤엉킨 헌터들 사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난장판 도주와 진흙탕 개싸움은 자신의 특기!
최적의 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으악, 밟지 마! 비켜라!”
쓰러져 버둥거리는 헌터 위를 달리고!
“밀지 마! 섬광탄 안 터졌어!”
매달린 동료들에 균형을 잃은 헌터 사이로 빠져나간다!
파팟, 파파팟-
전광석화, 종횡무진!
천문석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데굴데굴 구르고!
파파팟 바닥을 기고!
펄쩍 뛰어 공격을 피하고!
입을 털어 적들을 도발한다!
“카캬카- 얼른 따라와라! 나 잡으면 제대로 싸워 주마! 최후식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야 이 씹! 최후식 가짜라며! 야 이 새끼들아! 쟤 발목을 잡으라니까! 왜 내 발목을 잡는 건데!? 비켜! 비키라고! 으아악-!”
김태희 대령이 악을 쓰며 사력을 다해 뒤를 쫓았으나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옥상에 쏟아져 들어온 헌터들로 공간이 좁아진 상태에서 조직력이 무너진 게 치명타가 됐다!
게다가 최후식 이 녀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도망쳤다!
마치 숲을 달리는 바람처럼 뒤엉킨 헌터들 사이를 달리는 모습!
온갖 범죄자들을 추적하며 단련된 몸으로도 도저히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
정신을 차린 헌터들의 공격하는 순간!
짝-
페이크 마력 섬광으로 타이밍을 뺏고!
파팟-
번개같이 다리를 후리고, 팔을 낚아채 집어던진다!
3초에 한 명씩 날아가는 헌터들로 난장판은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
최후식의 발목을 잡기 위해 준비한 헌터들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직감하는 즉시 김태희 대령은 명령했다.
“타격대 투입!”
하아아아앗-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보안문에서 튀어나오는 국가 헌병대 타격대!
30여 명의 타격대원이 뒤엉킨 헌터들 사이로 파고들어 그물처럼 펼쳐져 돌진했다!
‘잡을 수 있다!’
직감하는 순간 헌터 사이로 도망치던 최후식의 움직임이 변했다!
돌연 우뚝 멈춰 서서 한 곳을 본다.
“2층집?”
기이한 직감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옥상 안쪽 2층집에서 나타난 인형!
마력광을 머금은 옷!
팔과 몸통 사이에 늘어진 날개막!
윙슈트!
W. S. 인더스트리에서 개발 중인 마도 물품 윙슈트가 튀어나왔다!
‘어떻게!?’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대답이 떠올랐다.
이태성 길드장이다!
최후식은 처음부터 시간을 끌었던 거다!
저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아서 도망치기 위해서!
“막아! 당장 막아야 해!”
김태희 대령이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달려드는 헌터의 옷깃을 잡고 훌쩍 뛰어올라 경공을 펼쳤다.
탓, 탓, 타타탓-
뒤엉킨 헌터들의 어깨, 머리, 등을 밟고 최후식 이사를 향해 달렸다.
최후식 이사가 입은 윙슈트에 생겨난 마력광!
충전이 끝났다!
이제 최후식 이사를 이곳에서 탈출시킬 때다!
“달려! 2층집 봉쇄한다! 막아야 한다!”
김태희 대령이 외치는 순간 헌터들과 국가 헌병대 군인들이 몸을 돌려 달렸다!
이대로면 자신이 한발 늦다!
직감한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저 2층집! 이태성 길드장 집이다! 지금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 안에 들어오는 놈은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히는 거다!]
“야, 이 무슨 개구라를! 저 집에는 CCTV 그런 거 없다! 바로 돌진…….”
김태희 대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올리며 외치는 최후식 이사!
“지금 이 마력 영상 채증기로 다 찍고 있다! 각성력 패턴 기록되면 이태성 길드장의 방문을 받게 될 거다!”
파직, 파지직-
최후식 이사는 새파란 마력 불꽃이 튀는 원반을 카메라처럼 달려오는 헌터와 군인들에게 겨눴다.
임기응변!
최후식 이사가 손에 든 원반은 마력 영상 채증기가 아니라 수동 마력 충전기였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웃음을 삼키며 달릴 때 의심 어린 외침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마력 영상 채증기!?”
“각성력 패턴을 기록한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
그러나 의심 어린 시선은 누군가 외치는 순간 단숨에 사라졌다.
“이태성 길드장이잖아!”
“서울 수복 작전의 메인 탱커!”
“초거대 기업에도 인맥이 뻗은 1세대 헌터!”
그렇다!
이 성채 빌딩은 태성 빌딩이고 저 2층집은 1세대 헌터, 이태성 길드장의 집이다!
저 집에선 갑자기 나이트 아머가 튀어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즉, 마력 영상 채증기도 진짜일 가능성이 크다!
순간 달려가던 모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찰, 검사, 헌터 부대, 국가 헌병대는 법의 테두리에서 움직이기에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태성 길드장은 다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력과 권력 그리고 실질적인 무력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은 모조리 치워 버린다!
그런 이태성 길드장의 집으로 돌진하는 모습이 ‘마력 영상 채증기’에 찍히고 있다!
“멈춰!”
“그만! 정지!”
“접근하면 안 돼!”
……
다급한 외침과 함께 돌진하던 헌터들이 멈춰 섰다.
헌터들이 갑자기 멈춰 벽이 되는 순간 그 뒤를 따라 달리던 타격대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움직이는 건 둘 뿐이었다.
탓, 타타타탓-
어깨와 머리를 밟고 달리는 천문석.
“막아! 움직이라고 새끼들아!”
악을 쓰며 그 뒤를 쫓는 김태희 대령.
그러나 이미 늦었다.
타앗-
천문석은 마지막 헌터의 어깨를 밟고 도약!
쿠우웅-
담장을 넘어 마당을 단숨에 가로질러 최후식 이사가 기다리는 마루에 올라섰으니까!
* * *
“빨리 입어! 난간이다! 최소 30미터 이상! 난간을 직선으로 달려서 가속해야 마력 회로 활성화된다! 그때 뛰어내리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윙슈트를 건네며 다급히 외치는 최후식 이사.
천문석은 윙슈트를 받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국가 헌병대 저를 오리온 길드 최후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사님이 먼저 탈출해서 ‘알리바이’ 만들어야 합니다.”
“……!”
광화문에서 태성 빌딩까지! 하루 종일 생각지도 못한 난장판에서 미친 듯이 구른 상황!
최후식은 ‘알리바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돌아가는 상황과 천문석의 계획을 바로 알아챘다.
용의자로 지목한 최후식의 알리바이가 증명되는 순간 모든 혐의는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너는 어쩌려고!?”
천문석은 손에 쥔 윙슈트를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전 시간 좀 끌다가 알아서 빠져나가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먼저 가세요. 전화 걸겠습니다.”
자신이 알리바이를 만들 시간을 벌어 주겠다는 의미!
여기선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는 게 도와주는 거다!
“알았다! 나중에 보자!”
쿵-
최후식과 천문석은 가볍게 주먹을 부딪치고 바로 몸을 돌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타다다닥-
난간으로 뛰어올라 광화문 광장 바깥 방향으로 가속하는 최후식 이사!
싸사사삭-
잽싸게 윙슈트를 입고 수동 마력 충전기를 낚아채 반전 헌터들에게 달리는 천문석!
“마력 영상 채증기! 보이지!? 여기에 찍히면 이태성 길드장한테도 찍히는 거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광소를 터트리며 벽처럼 멈춰 선 헌터들에게 달려갔다!
“오지마!”
“안 들어갔잖아!”
“오지 말라니까! 새끼야!”
기겁해서 몸을 돌리고, 옷을 찢어 얼굴을 가리는 헌터들!
다시 한 번 뒤엉켜 난장판이 되려는 순간.
휘이이이잉-
최후식 이사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고.
빠아아아앙-
압축 공기 폭발음과 함께 슬라임 마탄이 최후식 이사에게 쏘아졌다!
이야아압-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기합을 지르며 손에 쥔 수동 마력 충전기를 하늘로 던져 올렸다!
촤아아아-
마력 충전기가 슬라임 마탄과 충돌해 저지하는 순간.
휘이이이잉-
최후식 이사는 바람을 타고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 계획의 마지막 단계! 알리바이를 만들 시간을 끌다가…….’
내심 환호하는 순간 섬뜩한 예기가 겨눠졌다!
“……!”
무너지듯 주저앉는 순간 터져 나온 폭발음!
빠앙, 촤아악-
확 펼쳐진 점액질이 천문석이 있던 공간을 덮쳤다.
‘슬라임 마탄!’
직감하는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데굴데굴 굴렀다.
데굴데굴-
굴렁쇠처럼 빠르게 구르는 순간 연속해서 터져 나오는 압축 공기 폭발음!
빵, 빵, 빠아아앙-
슬라임 마탄이 연속으로 날아온다!
그러나 슬라임 마탄이 펼쳐졌을 때는 이미 굴러 간 후!
“악! 슬라임 마탄!”
“야! 제대로 보고 발사해!”
“미친! 어디에다가 쏘는 거야!?”
……
엉뚱한 헌터들만 날벼락을 맞았다!
‘100여명의 헌터 방패가 있는 한 절대 잡히지 않는다!’
카캬카카카캌-
천문석은 도발하는 듯한 웃음과 함께 외쳤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힘을 내라! 김태희 대령! 넌 할 수 있다! 카캬카카캌-.”
* * *
‘시바, 시바! 개시바!’
김태희 대령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타격대는 윙슈트를 입은 최후식이 난간 근처로 가지 못하게 막느라 발이 묶이고!
최후식의 발목을 잡기 위해 준비한 100여명의 헌터들은 오히려 병사들과 자신의 발목을 잡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당연히 최후식도 헌터들에게 발목이 잡혀 느려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최후식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아니, 그냥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굴러서!
정신없이 튕기는 탱탱볼처럼 데굴데굴데굴- 구르다가!
총구가 겨눠지는 순간!
파팟, 파파팟-
마치 예지라도 한 것처럼 손과 발을 뻗어 직각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사람인지 탱탱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
빵, 빵, 빠아아앙-
슬라임 마탄은 엉뚱한 헌터들과 타격대만 맞추고 있다!
황당하고, 어이없고 웃기기까지 한 상황!
그러나 김태희 대령은 뼈저리게 느꼈다!
저 웃긴 움직임에 담긴 아득한 수준의 무위를!
수많은 변수에 터질듯한 머리!
전투 예지가 미친 듯이 빗나가고!
100여명의 헌터!
30명의 정예 타격대원!
그리고 자신까지 모두가 옷깃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뱀의 혓바닥, 악마의 머리가 최후식의 진가라는 생각은 틀렸다!
최후식은 최소 한 자릿수 근접전 랭커다!
한 자릿수 랭커가 싸우지는 않고 잡힐 듯 말 듯 미친 듯이 도망만 치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김태희 대령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야, 그만! 정정당당히 싸우자!”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미친 듯이 구르던 천문석은 바닥을 툭 쳤다.
핑그르르-
오뚝이 인형처럼 일어서는 동시에 공격을 쏟아붓는 헌터들!
날아오는 팔을 낚아채 던지고, 로우킥을 갈기고, 오금을 후려 넘어트린다!
컥, 엌, 끅-
천문석은 단숨에 헌터들을 무력화시키고 김태희 대령을 향해 외쳤다.
“와! 정정당당히? 그게 네가 할 소리야!? 지금 내가 130 대 1로 싸우는 거 안 보여!?”
“좋다! 그럼 윙슈트 벗고 1 대 1로 정정당당히 붙자! 네가 이기면 그냥 보내 주마!”
절대 안 될 말!
지금 자신이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를 피해 도망칠 수 있는 건 100여명의 헌터들 덕분이다!
전투 예지에 과부하를 거는 변수가 되고!
방패가 되어 슬라임 마탄을 대신 맞아주며!
빽빽한 나무처럼 적의 동선을 꼬이게 하는!
100여명의 헌터들!
조직력이 없는 이 헌터들은 적이 아니라 자신의 아군이나 마찬가지다!
‘130 대 1’인 지금이 ‘1 대 1’로 붙는 것보다 유리했다!
“어, 그래! 1 대 1로 붙고 싶으면 우선 얘들 다 내려 보내고 말해라! 카캬카캌-.”
천문석은 얄밉게 외치고 더욱 열심히 뒤엉킨 헌터들 사이를 기고, 구르고, 달려서 도망쳤다.
그리고 20분 후 난간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허억-
“잡아. 헉, 잡아- 난간! 도망친다!”
“허억- 괜찮아. 저 윙슈트 그냥은 뛰어내려서는. 헉- 작동 안 해!”
격렬한 추격전에 체력이 쭉 빨려 헐떡이는 헌터들!
국가 헌병대 병사들도 상태만 좀 좋을 뿐 마찬가지 상황!
김태희 대령조차 땀으로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난간 위에 멈춰 서었다!
드디어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때가 왔다!
윙슈트로 하늘을 날아 도망치는 것!
그러나 윙슈트의 마력 회로를 활성화하려면 30미터 이상 달려가속해야 한다!
가속할 공간이 나오는 곳은 한 곳뿐이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
리볼버를 든 김태희 대령이 서 있는 난간 위!
난간 중간에 멈춰 선 김태희 대령!
피할 공간이 없는 난간 위에서 쏟아지는 슬라임 마탄을 뚫어야 윙슈트로 하늘을 날아 튈 수 있다!
암을한 상황이지만, 방법은 있다!
천문석은 김태희 대령과 시선을 마주쳤다.
“……!”
“……!”
터질듯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김태희 대령이 입을 여는 순간.
“피할 곳은 없다! 항복……!”
타다다닷-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달리며 비장의 한 수를 외쳤다.
“나에게 진품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