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41화 (94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1화>

“……범인이 ‘최후식’이라는 말이지?”

질문을 던지는 순간 천문석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외교관 납치, 폭행, 강도 현행범으로 지목된 상황!

게다가 지금 자신의 옷에는 남중국 헌터를 털고 얻은 재금 공업 정품 마탄 수백 발이 있다!

처음 난장판이 시작되고 바로 얼굴을 가렸지만, 오리온 길드 최후식이라는 소속과 이름이 밝혀졌다!

특정된 신원에 피해자의 증언, 마탄이라는 물증이 더해지면 구속 영장이 떨어지고 현상수배가 걸리는 건 시간문제!

지금 당장 윙슈트를 입고 튀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엄청난 위기, 외통수에 몰린 상황이다!

단, 자신이 ‘진짜’ 오리온 길드 최후식이었다면!

그렇다!

자신은 최후식이 아니다!

외통수에 몰린 근본적인 이유!

오리온 길드 최후식이라는 것 자체가 구라, 사기, 기만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에 팟- 섬광이 번뜩이고 순식간에 계획이 수정됐다.

1. 윙슈트에 마력을 충전할 시간을 번다.

2. 최후식 이사가 윙슈트를 입고 먼저 튀어 알리바이를 만들게 한다.

3.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윙슈트를 입고 튄다.

4. 깔끔한 마무리!

김태희 대령이 남중국 헌터 팀장의 증언으로 현상수배를 걸어도 소용없다!

자신이 시간을 끄는 동안 최후식 이사는 알리바이를 만들 테고, 명백한 알리바이 앞에서 남중국 헌터 팀장의 증언은 무력화되니까!

즉 최후식 이사와 자신 모두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다!

이 계획을 위해 필요한 건 시간을 끄는 것!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건 입과 논리로 싸우는 대결, 논검(論劍)이다!

찰나의 순간에 계획이 수정되고.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툭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내가 최후식 범인이라고? 진짜로? 정말로? 확실해!?”

“최후식!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남중국 팀장이 버럭 소리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범죄자 놈들이라면 되는 데로 입을 털어 시간을 끈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상대는 최후식이다!

짝퉁 리볼버로 협상해 함정을 벗어나고!

강화 철문을 용접하는 심리 트랩으로 엿을 먹이더니!

최상급 정제 마석이 박힌 보안문을 그냥 열어 두는 기행으로 이중 심리 트랩을 걸었다!

입을 열고 행동하는 매 순간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사기와 기만!

뱀의 혀 와 악마의 머리를 가진 구라의 달인이 눈앞의 최후식이다!

‘뭐지? 최후식 이 녀석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재빨리 옥상을 훑었지만, 보이는 건 2층집뿐!

주위 성채 빌딩은 봉쇄가 끝났고 마수가 새어 나가는 걸 막기 위한 겹겹이 저지선이 펼쳐졌다!

이 옥상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이렇게 시간을 끈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하다.

보안문 뒤에서 흩어진 국가 헌병대 병사들이 집결하고 있고!

헌터 부대 최정예 특임대가 전술 헬기를 타고 나타날 테니까!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1. 남중국 외교관의 증언으로 자원입대를 압박하고.

2. 100여 명의 헌터들로 다리를 붙잡고 늘어질 때.

3. 집결한 국가 헌병대 병사들이 일제히 돌진하고.

4. 전술 헬기에서 헌터 부대 특임대가 강하한다!

최후식 장기 자원입대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다!

‘좋다! 원하는 데로 어울려 주마!’

김태희 대령은 찰나의 순간 결심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외교관! 저 녀석 최후식 맞지!?”

“분명합니다! 최후식이 맞습니다!”

헌터 팀장이 확신을 담아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마주 외쳤다.

“난 절대로 최후식이 아니다!”

“뭐!? 이 새끼가 구라를……!”

말로 주장해 봐야 평행선을 달릴 뿐!

김태희 대령은 말을 끊고 바로 확인했다.

“증거는? 저 녀석이 범인, 최후식이라는 증거 있겠지!?”

NTM_CHS!

최후식의 아이디를 추적한 기록이 휴대폰에 남아 있다!

반사적으로 품 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휴대폰은 없다!

최후식 저놈에게 잡혔을 때 휴대폰을 털렸으니까!

“증거 자료가 담긴 휴대폰을 최후식 저놈이 털어 갔습니다!”

천문석은 즉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증거 있냐?”

“와, 와! 와!”

납치해서 두들겨 패고, 소지품을 뺐고, 인간 방패로 써먹어 놓고는 적반하장으로 나온다고!?

“최후식! 미친놈아! NTM_CHS 너 맞잖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마주 버럭 소리쳤다.

“야!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너를 납치하고, 쥐어패고, 털어먹은 최후식이라고? 내가 남중국 외교관을 왜 쥐어패는데!? 그럴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이유가 없기는 뭐가 없어! 헌터 나라……!”

반사적으로 대답하던 남중국 헌터 팀장은 번쩍 깨달았다.

최후식 저놈과 엮인 이유는 헌터 나라에 올린 ‘대환단’ 때문이다!

여기서 ‘대환단’을 말하는 순간 줄줄이 엮인 일들도 모두 말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김태희 대령은 국가 헌병대의 지휘관!

광화문에 쫙 깔아둔 천 단위 용역 헌터!

광화문 빌딩 옥상에 차린 임시 지휘소와 총화기로 완전무장한 부하들!

그리고 자신이 외교관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줄줄이 밝혀진다!

즉, 자신도 최후식과 같이 엮여 들어가게 된다!

“…….”

남중국 팀장이 침묵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치고 들어갔다.

“여기서 맹세하겠다! 난 절대 최후식이 아니다! 그리고 저기 저 남중국 녀석 이름도 모른다!”

“……!”

김태희 대령은 흠칫 놀랐다.

전투 예지 능력자의 직감과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들인 경험이 말한다.

최후식은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지금 외치는 저 말이 진실이라고!?’

아니다! 아직 모른다!

눈앞의 최후식은 자신을 세 번이나 물 먹인 상대!

이 녀석이라면 자신의 직감과 경험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 또 무슨 구라를 치려고! 여기 이렇게 증인이 있는데!”

“뭐? 내가 구라를 쳤다고!? 난 정직과 신뢰, 믿음과 신용으로 살아온 사람이야! 하늘의 순리대로 산다고 내가 오늘 얼마나 빡세게 열심히 구른 줄 아냐!?”

천문석은 돌연 고개를 돌려 남중국 헌터 팀장에게 말을 던졌다.

“야, 남중국! 오늘 광화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전부’ 다 말해 볼까!?”

눈은 남중국 헌터 팀장을 바라봤지만, 손가락은 김태희 대령의 허리에 가리킨다.

‘허리?’

문득 시선을 돌린 남중국 헌터 팀장은 경악했다.

김태희 대령의 허리 홀스터에 꽂혀 있는 너무나 익숙한 장총신 리볼버!

최후식이 털어간 자신의 리볼버!

마탄과 총신 곳곳에 자신의 지문이 묻은 리볼버가 국가 헌병대 대령의 허리춤에 꽂혀 있었다!

‘저게 왜 저기에 있어!?’

경악하는 순간 찌르듯이 들려오는 외침.

“야! 자세히 봐봐! 내가 범인이라고! 진짜 최후식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냐!? 그렇다면 지금 말해라! 난 당당히 광화문 게이트 너머 신서울 법정에 ‘너와 같이 서서’ 재판을 받겠다!”

“……!”

남중국 헌터 팀장은 당당한 외침 속 행간에 담긴 의미를 바로 깨달았다!

이건 협박이다!

절대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는 협박!

동귀어진!

같이 법정에 서는 순간 모든 걸 다 불어 버리고 같이 하수구 던전 노역장에 가겠다는 협박이다!

순간 김태희 대령의 자신만만한 외침이 들려왔다.

“좋다! 바로 증언해라!”

“…….”

찰나의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이 열렸다.

“자세히 보니까…….”

“그래! 자세히 보니까!”

김태희 대령이 추임새를 넣는 순간.

남중국 헌터 팀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저를 납치한 최후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 * *

“그렇지! 바로 법정으로 가……! 어, 지금 뭐라고?”

김태희 대령이 멍하니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아니라잖아! 봤지! 증인이 내가 범인이 아니라잖아!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중상모략해도 되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전개!

김태희 대령은 남중국 외교관을 노려봤다.

남중국 외교관은 시선을 피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최후식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겁먹은 강아지처럼 전전긍긍하는 모습!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뭔가 일어났다!

이대로 최후식이 빠져나가게 둘 수는 없다!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최후식!”

“어허! 나 최후식 아니라니까? 방금 증언 나왔잖아?”

싱글싱글 웃으며 염장을 지르는 모습!

김태희 대령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네가 최후식이 아니라면 각성력에 걸고 맹세 해라!”

“……!”

‘아니, 말이 갑자기 왜 이쪽으로 흘러!’

다른 건 몰라도 각성력에 걸고 맹세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각성 임계점을 넘지 못해서, 각성력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각성력이 없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오히려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거다!

내력으로 굉천수를 터트리고 강화 철문을 용접하고 도망쳤으니까!

천문석은 재빨리 대안을 제시했다.

“야, 각성력 말고 스승님이랑 사문 걸고 맹세하면 안 될까!? 이게 각성력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

순간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여기는 무림이 아닌 대한민국!

스승님과 사문을 거는 건 안 먹혔다!

‘적당히 내력을 일으켜 각성력이라고 뻥을 칠까!?’

내력과 각성력은 비슷하지만, 근원이 다른 힘!

하지만 자신이라면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

문제는 마지막 한 줌 내력을 굉천수로 날려 버렸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흘렀으니 어느 정도는 내력이 찼을 거다!

잽싸게 심상 공간을 관조하자 어느새 찰랑찰랑 차오른 내력이 느껴졌다!

‘뭐야? 내력이 왜 이렇게 많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내력이 있다는 사실!

“좋다! 맹세하겠다!”

외치는 즉시 손을 들어 올리고 내력을 끌어올린다!

내력은 영육과 혼백 사이 심상 공간에 자리한 힘!

존재의 본질, 그 안(內)에 자리하기에 내력(內力)이다!

반면 각성력은 일종의 채널, 세계에 가득한 마력장에서 기원한 힘!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 밖(外)에 자리하기에 외력(外力)이다!

만유인력!

모든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법이고 그건 힘도 마찬가지!

손을 움직이면 바람이 불듯!

내력으로 마력장을 움직여 외력, 각성력을 흉내 낸다!

천문석은 찰랑찰랑 차오른 내력을 움직여 마력장을 간접적으로 끌어당기며 외쳤다.

“이 힘에 걸고 맹세한다! 난 최후식이 아니다!”

휙-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돌멩이!

톡, 톡, 데구루루-

작은 돌멩이가 바닥을 구르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장난은 끝이다! 시작한다!”

김태희 대령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시간을 끌었던 건 자신만이 아니다.

김태희 대령도 시간을 끌고 있었다!

‘어째서!?’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보안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수문에서 쏟아지는 급류처럼 밀려 오는 헌터들!

“발목을 잡아라! 그게 사면의 대가다!”

김태희 대령이 외침에 환호성을 터트리며 돌진하는 헌터들!

허를 찔린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오히려 반색해서 마주 돌진했다!

남중국 헌터 팀장의 증언을 무력화하고, 시간을 벌어 이제 곧 윙슈트 충전이 끝난다!

지금 밀려 오는 헌터들은 위협이 아니라 선물이다!

입 털기, 도망에 이은 자신의 세 번째 특기가 바로 난장판 개싸움이니까!

찰랑찰랑- 차오른 이 내력이면 난장판 개싸움을 벌이기에 충분하다!

타다다다닥-

천문석은 쏟아진 헌터들을 향해 달려가며 투지를 담아 외쳤다!

“가소로운 녀석들!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보여 주마!”

쩌렁쩌렁한 울림이 터져 나오는 순간!

쿵-

진각을 밟고 양손을 비틀어 움직이며 외친다!

“마력 섬광탄!”

마력 섬광탄!

기겁한 김태희 대령이 다급히 외쳤다.

“피해! 대련장에서 터진 그 기술이다!”

마력 섬광탄!

대련장에서 당했기에 이 기술의 위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마력 섬광탄!?”

“터진다! 당장 피해라!”

“멈춰! 뒤로 빠져야 해!”

“아니! 밀고 나가야 한다!”

“눈 귀 가려! 감각이 무너진다!”

……

다급한 비명과 함께 멈추고, 주저앉고, 밀고 나오고, 뒤로 돌아가고, 눈과 귀를 가리며 엎드리는 헌터들!

한 명 한 명이 실력자인 헌터 100여 명이 하나로 모이자 오히려 조직력이 무너졌다!

우왕좌왕 서로의 발목을 잡아가뜩이나 좁은 보안문을 사이에 두고 헌터들이 뒤엉키는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천문석이 의도한 대로!

이 순간 비틀려 원을 그린 두 손이 하늘에서 만났다.

짝-

“콰아아아아아앙-!”

난장판 개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입으로 외치는 페이크 굉천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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