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40화>
타다다닥-
천문석은 보안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옥상을 달렸다.
어느새 다시 굳게 닫힌 보안문!
그러나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활화산을 보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전해졌다!
김태희 대령이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보안문은 이미 열렸고 그 뒤에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
느껴진다!
단단한 조직력의 국가 헌병대!
넓게 퍼져 그물처럼 날아올 헌터들!
투지가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김태희 대령!
이 모두가 폭풍처럼 밀려 올 것이다!
이미 문이 열린 이상 어떻게 열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저 문 뒤에서 쏟아질 적들을 상대할 방법이다!
‘어떻게 시간을 끌지!?’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무공, 굉천수는 이미 사용했다!
평소라면 페이크 굉천수로 타이밍을 뺐고 구인창의 경력을 담아 빠따질을 하며 개싸움을 했겠지만, 게이트 마력장을 터트리며 한 줌 내력이 모두 날아간 상황!
이상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만, 진흙탕 개싸움을 벌인 내력은 없다!
이 상태로 김태희 대령과 정면으로 붙는다면!?
길어야 30합!
상대가 슬라임 마탄을 사용하기도 전에 충격봉의 스파크에 전신이 지져지고 패배하리라!
‘방법은 하나뿐이다!’
어차피 싸워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금은 무공보다 자신 있는 특기를 사용할 때다!
입을 털어 시간을 끌고, 충전이 끝난 윙슈트를 입고 도망친다!
‘10분만 버티면 된다!’
목표를 세우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
김태희 대령의 역린 ‘짝퉁’ 검은 폭풍의 리볼버!
그 가짜 문화재와 똑같이 생긴 이세영 선생님의 리볼버가 맹호 건 스미스에 영치돼 있다!
그걸 이용해서 10분 동안 김태희 대령의 혼을 쏙 빼놓고 튄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 발이 멈춘 곳은 보안문 앞 20미터!
천문석은 재빨리 호흡을 고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적을 속이려면 자신을 먼저 속여야 하는 법!
야구 배트를 휙 던져 버리고, 확신을 담아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세영 선생님이 주신 리볼버가 검은 폭풍의 리볼버다!’
‘이세영 선생님이 주신 리볼버가 검은 폭풍의 리볼버다!’
……
순간 머릿속에서 반론이 튀어나왔다.
아니, 잠깐! 그럼 이세영 선생님이 게이트 전쟁의 전설 검은 폭풍이라는 말이잖아!?
학생들 이름도 헷갈리시는 선생님이 검은 폭풍, 게이트 전쟁의 예언자라고!?
‘말도 안 된다!’
이세영 선생님은 그야말로 헛다리의 신!
홀짝, 동전 앞뒤, 점심 메뉴, 학생 이름까지! 뭘 찍어서 맞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주도 카지노 유람선에서는 이걸 이용해 룰렛 대박까지 터트렸었다!
그런 이세영 선생님이 역대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일 리 없었다!
당연히 맹호 건 스미스에 영치된 이세영 선생님의 리볼버도 검은 폭풍의 리볼버일 리가 없는……!
“……!”
천문석은 흠칫 놀라 생각을 멈췄다.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논리를 세워 반박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자신도 믿지 않는 내용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는 없다!
게다가 설득할 상대는 전투 예지 능력자이자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김태희 대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잔머리와 사람을 홀리는 입을 가졌다!
허술한 구라를 치는 순간 역으로 당한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구라!
구라를 치는 자신조차 헷갈릴 혼이 담긴 구라를 쳐야 한다!
언제 적이 쏟아질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 보통 사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천문사의 주지이자, 마도 18문의 지존! 자신이라면 가능하다!
만류귀종(萬流歸宗)!
구라와 무공의 극의는 다르지 않으니……!
오직 지극한 마음!
온 마음을 다해 일심으로 믿어야 한다!
천문석은 하나로 모은 마음에 확신을 담아 스스로에게 외쳤다.
시작은 작은 진실부터!
‘내 이름은 천문석이다!’
‘난 반드시 건물주가 된다!’
‘내 통장에는 311,215,143원이 있다!’
‘신동대문 광장의 박살 난 2층 건물은 내 거다!’
‘내가 바로 김철수 사무실의 부사장이다!’
……
진실, 확신이 담긴 외침이 마음을 울리는 순간 기만을 섞는다!
마찬가지로 시작은 작은 것부터!
‘이세영 선생님은 낙동강 전선 참전 용사시다!’
‘낙동강 전선에는 검은 폭풍도 참전했다!’
‘즉, 이세영 선생님이 검은 폭풍일 가능성이 0은 아니다!’
‘게다가 똑같이 생긴 장총신 리볼버를 사용하고!’
‘1세대 헌터 이태성 길드장이 영입하려 온갖 방법을 동원했고!’
‘제주도 난장판이 끝났을 때는 노화역전 각성까지……!’
……
‘노화역전 각성!’
순간 전신에 전율이 흐르고, 머릿속에서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다.
-학창시절에 들었던 생생한 게이트 전쟁 경험담.
-세연을 구하러 학교에 달려갔을 때 박찬석 준장과 만난 상황.
-카지노 유람선에서 한 팀을 이뤄 룰렛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일.
-해양 마수가 쏟아져 들어온 카지노 유람선의 전투.
-폭풍우가 몰아치고 분노한 니케가 하늘을 날던 그 난장판이 끝났을 때 일어난 일.
노화역전 각성!
불쑥불쑥 튀어나온 기억이 퍼즐 조각이 되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고.
‘노화역전 각성’ 이 단어를 중심으로 맞물려 큰 그림을 만들어 낸다!
쿵쿵, 쿵쿵쿵쿵-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바짝 일어난 솜털!
‘어째서 이걸 알아채지 못했을까!?’
수많은 단서를 직접 보고 겪었다!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의 태도!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의 집착!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전투 지휘!
-그리고 마침내 이뤄진 노화역전 각성까지!
이 모든 것이 단서였다!
사기와 기만은 처음부터 필요하지도 않았다!
항상 헛다리를 짚고.
언제나 학생 이름을 헷갈리시는.
낙동강 전선 참전 메달을 자랑스레 보여 주시던 이세영 선생님!
낙동강 전선을 끝까지 지키고.
불가능한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킨.
게이트 전쟁의 전설이자 역대 최고의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거대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하는 순간 깨달았다.
‘이세영 선생님이 검은 폭풍이다!’
처음부터 스스로에게 외칠 필요도 없었다.
맹호 건 스미스에 영치해 둔 리볼버는 가짜, 짝퉁, 가품, 레플리카가 아니었다!
전설적인 1세대 헌터, 검은 폭풍의 ‘진짜’ 리볼버였다!
“……!”
콰아아아앙-
이 순간 굉음과 함께 보안문이 열리고 얼굴이 나타났다!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외쳤다.
“하하하- 나한테 진짜 문화재가……!”
이 순간 김태희 대령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끌려다닌 듯 흙먼지로 엉망인 몸!
꽁꽁 묶였던 것처럼 전신에 선명하게 남은 밧줄 자국!
남중국 헌터 팀장!
중간에 버리고 온 남중국 헌터 팀장이 김태희 대령 뒤에서 나타났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대답이 들려왔다.
“최후식! 네 범죄를 증명할 증인으로 오셨다! 외교관님! 방금 증언 다시 해 주십시오!”
‘범죄? 증인? 외교관? 증언!?’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 남중국 헌터 팀장은 당당히 앞으로 나서 각성력을 실어 외쳤다.
[최후식이 저를 납치했습니다!]
“……뭐?”
* * *
“……그렇게 납치한 후 밧줄로 꽁꽁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려 끌고 다녔습니다! 제 팔과 몸, 이 얼굴의 흔적과 수많은 헌터들이 그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게다가 저 녀석이 던진 섬광탄에 경호원들이 당하고……!”
밧줄 자국이 선명한 옷과 팔을 내 보이며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 내는 남중국 헌터 팀장!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
천문석은 첫 문장을 듣는 순간 바로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려는 음모…… 가 아니라 진실이구나!
놀랍게도 남중국 헌터 팀장은 진실만을 외치고 있었다!
납치하고. - 진실!
두들겨 패고. - 진실!
소지품을 털어. - 진실!
꽁꽁 묶어 끌고 다녔다. - 진실!
‘뭐지? 왜 다 진실인 거지!?’
어이없게도 이 모든 게 진실이었다.
앞뒤를 잘라 낸 진실!
남중국 팀장은 교묘하게 앞뒤를 자른 진실로 자신을 후려치고 있다!
“야, 그렇게 말하면 오해하잖아! 앞뒤! 전후 사정을 같이 말해야지!”
천문석이 항의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팀장은 즉시 외쳤다.
“앞뒤? 전후 사정!? 그래! 네가 전후 사정을 말해 봐라!”
“내가 말하지 않은 앞뒤가 있다고!? 하- 그래 그게 뭔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반짝이는 두 사람의 눈빛!
“……!”
이 순간 깨달았다!
김태희 대령은 남중국 팀장에게 구린 구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질렀다!
‘어째서!?’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답이 떠올랐다.
슬쩍한 짝퉁 리볼버와 재금 공업 정품 마탄, 굉천수의 섬광, 난장판이 된 광화문……!
잘라 낸 앞뒤, 말하지 않은 전후 사정 모두 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까!
자승자박(自繩自縛)!
전후 사정을 밝히는 순간 ‘불법 마탄 소지’와 다른 범죄를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전후 사정을 밝히면 불법 마탄 소지로 끌려가고!
그냥 있으면 외교관 납치, 폭행, 감금, 절도의 죄를 뒤집어쓴다!
‘외통수에 걸렸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말문이 컥 막히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각성력을 담아 검사처럼 외쳤다.
[증인! 누가 그 모든 일을 했는지 지목하실 수 있겠습니까!?]
“최후식입니다!”
남중국 헌터 팀장은 확신을 담아 외치는 동시에 손을 뻗어 가리켰다!
바로 자신을!
* * *
천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냥 튀는 것과 피해자와 증언이 있는 사건의 용의자로 튀는 건 천지 차이!
피해자 증언이 나오고, 용의자로 지목된 이상 국가 헌병대가 끝이 아니다!
경찰, 보안관, 특별 사법 경찰, 헌터 부대, 특임대, 타격대…….
공권력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기관과 상점을 노린 현상금 헌터들이 뒤를 쫓게 된다!
입을 털어 시간을 벌 계획이었는데,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헌터 팀장에게 역으로 입으로 털렸다!
‘시바, 시바! 10분! 10분만 버티면 되는데! 입을 열기도 전에 이렇게 당한다고!?’
참담함에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크카카카카-
김태희 대령은 의기양양하게 품 안의 서류를 꺼내 흔들었다.
“이제 너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첫 번째. 던전 노역장에서 개 같이 구르기!”
“두 번째. 이 서류에 사인하고 완전 사면받기!”
‘완전 사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펄럭이는 서류에 적힌 글자가 눈에 박혀 들었다.
[국가 헌병대 ‘장기’ 자원입대 신청서]
‘김태희 대령 미친 치와와 밑에서 부하로 구른다고!?’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확인했다.
“던전 노역장이라면 어디……?”
“하수구 던전 비료 채취장! 냉기 지대 발굴대! 둘 중 선택하게 해 주지!”
하수구 던전과 냉기 지대 유적지!
세계 1위, 최악의 감옥으로 악명 높은 던전 노역장이다!
‘시바시바! 하늘님, 땅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저 오늘 진짜 빡세게 굴렀잖아요!? 이 정도면 저울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부서진 거 아닙니까!? .’
하늘과 땅을 향해 호소하는 순간 환희 어린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 이제 같이 잘 일 해 보자! 최후식 하사! 크하하-.”
“최후식! 이제 곧 하수구 던전에서 분석을 캐겠구나! 분석이 뭔지 아냐? 똥돌이다! 똥돌! 하하하-.”
김태희 대령과 헌터 팀장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잠깐, 최후식이라고!?’
귀를 기울이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얼른 사인하고 같이 일하자! ‘최후식’ 하사! 하하하핰-.”
“그 잔머리도 이제 끝이다! ‘최후식’! 크하하핰-.”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헌터 팀장은 자신을 ‘최후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순간 재금 빌딩 앞, 이 모든 난장판이 시작된 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
윙윙, 윙위위윙-
톡톡, 톡톡톡톡-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울리는 스마트폰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된 사건!
헌터 나라!
NTM_CHS!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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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외통수에 몰린 상황을 뒤집을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헌터 팀장.
두 사람은 ‘최후식’이라고 외치며 지목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찰나의 순간 계획이 세워지고 입과 몸으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카캬카카카카카캌-
천문석은 배를 잡고 몸을 흔들며 미친 듯이 웃었다.
황당한, 어이없음, ‘뭐야, 이 멍청한 녀석들은?’이란 감정을 담아서!
‘뭐야 이 녀석?’
‘정신이 나갔나?’
김태희 대령과 남중국 헌터 팀장이 어이없어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천문석은 뚝- 웃음을 그치고 두 사람을 향해 확인했다.
“그러니까 그 모든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최후식’이라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