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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39화 (94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39화>

‘……안 잠겨 있었는데?’

‘……원래 안 잠겨 있었는데?’

‘이 문 원래 안 잠겨 있었는데?’

……

군인. 죄수, 헌터, 용역!

모두는 머릿속에서 같은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순간 깨달았다.

‘원래 열려 있는 문을 열겠다고, 지금껏 삽질을 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김태희 대령.

한번 찍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미친 치와와가 헛다리를 짚었다!

“…….”

“…….”

“…….”

터질듯한 침묵 속에서 무언의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이 황당한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

1급 보안 마력회로와 최상급 액화 정제 마석을 박아 놓고, 정작 보안문은 처음부터 잠가 놓지 않았다!

왜 이렇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행!

하지만 누가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는 짐작이 갔다.

이런 미친놈 같은 일을 벌일 사람은 한 명뿐이다.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짝퉁 리볼버로 자신을 낚았던 그 미친놈밖에는 없다!

최후식!

“미친 또라이 새끼!”

악을 쓰며 돌진하는 순간 들려온 신난 목소리.

“누나! 나 각성자 맞지? 빨리 말해 줘! 알바한테 자랑해야 한단 말야! 혹시 증명서도 발급돼!? 특급 헌터는 언제나 철저해야 하는데!?”

“……!”

김태희 대령은 번쩍 정신이 들어 멈춰 섰다.

그렇다! 언제나 철저해야 한다!

최후식 그 악마 같은 놈이 독 안에 갇힌 쥐처럼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리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돌진했다가는 방금처럼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폭풍처럼 몰아쳐야 한다!

파파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순식간에 계획이 세워졌다!

시작은 눈앞의 이 꼬맹이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것부터!

“각성했냐고?”

“응, 응! 나 각성한 거 맞지!? 나 이제 특특급 헌터지!?”

기대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귀 가까이. 몰래 말해 줄게.”

특급 헌터가 환한 얼굴로 귀를 가까이 대는 순간 속삭이는 김태희 대령.

“어설프구나! 꼬맹이!”

“……?”

김태희 대령은 벼락같이 손을 뻗어 꼬맹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앗, 아앗! 이게 뭐야! 나 왜 드는데? 내려 줘!”

“하하하- 꼬맹이! 넌 잡혔다! 얌전히 기다려라! 집에 곧 보내 줄 테니까! 거기 이 아이 챙겨라!”

“안 돼! 알바! 나 알바 도와주러 가야 한다니까! 니케……!”

킥, 키키킼킼-!

모자에서 벌떡 튀어나와 척- 경례하는 새끼 다람쥐.

김태희 대령은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칼로리바를 꺼내 꼬맹이 손에 쥐여 줬다.

“알바 금방 찾아줄 테니까. 이거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라.”

“앗! 칼로리바! 알바 데려다준다고!? 누나 좋은 사람이구나! 니케 취소야! 이 누나 좋은 사람이야! 냠냠아! 칼로리바야! 얼른 일어나서 먹어!”

특급 헌터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아이를 부하에게 건네고 바로 명령했다.

“소령! 흩어진 병력을 모두 모아 돌진 준비해라! 내가 앞에서 이목을 끌 때 한 번에 밀고 들어가 단숨에 제압한다!”

김태희 대령이 어그로를 끄는 동안 국가 헌병대 병사들이 뒤통수를 치는 수없이 펼쳤던 작전이다.

“10분 안에 돌입준비를 끝내겠습니다!”

발을 구르며 척 경례한 국가 헌병대 소령은 바로 몸을 돌려 달리며 신호를 보냈다!

삐이, 삐이이-

마경의 난장판에서도 전해지는 초음파 신호음이 울려 퍼지고 흩어진 국가 헌병대 병사들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명분!

최후식에게 당한 피해자, 남중국 외교관의 증언!

“준비됐습니까?”

김태희 대령이 묻는 순간.

남중국 헌터 팀장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식은 비상한 잔머리의 소유자!

틈을 보이는 순간 역으로 자신이 당한다!

반론을 펴기 전에 재빨리 증언하고 튀어야 한다!

“언제든 준비됐습니다. 약속대로…….”

“약속대로 증언을 끝내는 즉시 떠나시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질척질척 최후식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덫을 준비한다!

김태희 대령은 길게 줄을 선 헌터들을 봤다.

“자원 받겠다.”

“…….”

“…….”

묵묵부답 대답이 없는 헌터들.

이 보안문 뒤에 있는 것은 그 유명한 이태성 길드장의 집이다!

보안문에 각성력을 쏟아부은 건 아슬아슬하게 발뺌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태성 길드장의 집으로 쳐들어가는데 한 손 거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히는 거다!

시선을 교환한 헌터들은 딴청을 피우며 발을 빼려 했다.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은 품에서 도장을 꺼내 흔들었다.

“선착순 100명!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 도장 찍어 준다!”

쿵-

도장이 벽을 찍었다가 떼어지는 순간 푸른빛을 머금은 선명한 인장이 드러났다.

이 순간 딴청을 피우던 헌터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사면]

* * *

처음 윙슈트를 찾아 옥상으로 달릴 때 최후식 이사는 장담했다.

‘태성 선배 집에는 금고 같은 건 없어! 윙슈트도 분명 창고에 던져뒀거나 적당히 장롱 안에 걸어 놨을 거야! 그냥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최후식 이사의 장담대로였다.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에는 금고는커녕 잠긴 문도 없었다.

반쯤 열린 대문과 잠기지 않은 문!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단숨에 대문을 지나 마루로 올라갔다!

“20분! 아니 10분 안에 찾아서 튀자! 팔과 옆구리 사이에 날개가 달린 옷이다! 혹시 수납 상태면 노란색으로 윙슈트라고 적힌 깡통을 찾으면 된다!”

“날개옷! 윙슈트 깡통!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2층 옥탑방이다. 순식간에 윙슈트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희희낙락 1층과 2층을 뒤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0분을 지나 20분에 가까워지도록 윙슈트를 찾지 못했다.

보안이 철저해서가 아니라 너무 허술해서!

빈 컵라면과 소주, 맥주병이 높게 쌓였고, 거실과 방 곳곳에 세탁이 끝난 옷과 잡동사니가 쌓여 있다!

전설적인 1세대 헌터,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길드 길드장의 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난장판!

이 난장판 곳곳에 널려 있는 옷과 쌓여 있는 잡동사니 사이사이에 섞여 있었다.

안전 장갑과 강화 전투복, 방검방탄복 같은 헌터용 장비와 잡는 순간 찌르르 느낌이 오는 레이드 아이템과 마도구들이!

이 안에서 윙슈트를 찾는 건 보물찾기나 마찬가지!

“도대체 왜 정리를 안 하는 거야!?”

입에서는 분노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손은 전혀 다르게 섬세하게 움직였다.

하나하나가 억 소리가 나는 명품 장비들이다!

가뜩이나 무단 침입에 무단으로 윙슈트를 빌려 가는데 마구잡이로 헤집을 수는 없었다!

신속, 정확!

그리고 조심조심!

파밧, 파파팟-

손이 움직이는 매 순간 옷과 장비, 아이템, 마도구가 분류되어 쌓이고.

번뜩-

예리하게 빛나는 눈은 분류된 장비, 아이템, 마도구를 훑어 윙슈트를 찾는다.

찾는 건 날개가 붙은 옷!

혹은 윙슈트라고 적힌 깡통!

마치 대청소를 하듯이 거실에서 시작해 침실, 부엌, 화장실, 다용도실까지.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난장판이 된 옥탑방 안을 정신없이 정리하며 뒤졌다.

틱틱, 틱틱-

천둥 치듯 울려 퍼지는 시계 초침 소리를 들으며!

쿵쿵, 쿵쿵쿵-

점점 빠르게 뛰는 심장과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래면서!

‘괜찮다! 시간은 충분하다!’

‘최상급 정제 마석이 박힌 보안문이 입구를 막고 있다!’

‘저 보안문을 뚫고 들어오려면 최소 1시간은 걸린다!’

……

끝없이 되뇌며 옥탑방을 수색하길 18분 17초!

결국, 두 사람은 찾아냈다!

“찾았다! 윙슈트 찾았습니다!”

1층 다용도실 건조기, 산처럼 쌓인 옷가지 앞에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나도 찾았다! 바로 가지고 내려갈게!”

2층 서재 책장 뒤에서 최후식 이사의 외침이 돌아왔다.

윙슈트가 왜 여기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다다다닥-

한달음에 거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바로 튀죠!”

“바로 튀자!”

잽싸게 펼쳐 입으려는 순간 축 늘어지는 윙슈트!

윙슈트 안으로 기감을 뻗자 돌아오는 텅 빈 느낌!

방전됐다!

“이사님?”

아찔한 현기증에 외치는 순간 자신만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예상 범위 안이야! 태성 선배가 충전해뒀을 리가 없지! 바로 충전하면 된다!”

하지만 윙슈트는 마도구다.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코드를 꽂는다고 충전되지 않는다.

마력 각성자가 충전하거나, 충전용 정제 마석과 마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충전용 정제 마석……!?”

“당연히 있지! 여기는 마도구가 굴러다니는 태성 선배 집이다! 하하하-.”

통쾌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린 최후식 이사는 반색해서 텔레비전 옆에 놓인 원반을 가져왔다.

“레이드용 수동 마력 충전 키트다! 마력 각성자가 아니어도 충전 가능해! 바로 충전 시작한다!”

“얼마나 걸릴까요!?”

“대략 10분! 어차피 광화문 저지선만 넘어가면 된다! 10분만 충전하면 튀는 데는 충분하다!”

띠디디디디디-

마력 충전 키트에 윙슈트가 올려지고 최후식 이사가 각성력을 일으키는 순간 녹색 불빛이 들어오고 윙슈트에 마력이 충전되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벽시계를 살폈다.

옥탑방에 들어온 후 19분!

충전시간 10분을 더해도 29분!

옥상에서 탈출할 때까지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반면 옥상 입구를 막은 보안문에서는 여전히 마력광이 치솟는 상황!

‘됐다! 김태희 대령이 뚫고 들어오기 전에 튈 수 있다!’

천문석은 확신하는 순간 바로 몸을 일으켰다.

“보안문이랑 탈출 루트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콰아아아앙-

이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요동치는 마력광이 보였다!

옥상 입구 보안문!

어느새 마력이 1/3이나 깎여 나갔다!

“……!”

“……!”

순간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의 시선이 마주치고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이제 겨우 1/3을 깎았다!

이 속도라면 보안문을 뚫는데 3, 40분 이상 걸릴 상황!

반면 윙슈트 충전은 10분이면 끝난다!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가 마력장을 모두 깎아내고 보안문을 뚫고 들어올 때쯤이면, 광화문 저지선을 벗어나 사우나에 국밥을 먹고도 시간이 남는다!

계획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카캬캌- 이사님! 완벽한 계획이었습니다!”

“하하핰- 너도 대단했다! 미친 치와와를 엿 먹이다니!”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서로를 치켜세우면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스르륵-

아무 전조 없이 열리는 보안문!

“……어?”

“……저게 왜 열려!?”

경악한 최후식 이사가 외쳤을 때.

천문석은 이미 몸을 던져 달렸다!

“제가 막고 있을…….”

쿵-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쯤 열리던 문이 다시 닫혔다.

“…….”

“…….”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한참 동안 멍하니 보안문을 바라봤다.

“……방금 문 열린 거 꿈 아니죠?”

“……나도 봤어. 분명 열렸다가 닫혔어!”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지!?

문을 열었는데 왜 안 들어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스르륵, 철컥-

‘진짜로 오는구나!’

반사적으로 달리려는 순간 다시 닫히는 보안문!

쿵-

그리고 보안문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스르륵, 철컥, 쿵-

스르륵, 철컥, 쿵-

……

마치 문이 잘 열리는지 확인하듯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보안문!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뿐이다!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순간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마력광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보안문을 열었지!?

아니 그보다 왜 안 밀고 들어오고 저러는 거지!?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

문이 제대로 열리나 확인하려고?

미친 치와와가 진짜로 돌아 버린 건가!?

……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 무엇도 대답할 수 없었다!

당연했다!

자신은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과 다른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뭐 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쿵- 굳게 닫히고 다시 열리지 않는 보안문!

이 순간 기시감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다!

우헤헤헤헤헷-

히에에에에헤-

끼요오오오옷-

……

전신에 처덕처덕 형광 어린이 젤리를 바르고 모래, 매트, 장난감 위를 데굴데굴 구르던 악마 꼬맹이들!

‘우와아아아- 알바다!’

‘맛있어! 알바 이거 먹어!’

‘알바한테 맛있는 모래를 먹이자!’

……

악마 꼬맹이들이 모래, 신발, 과자를 손에 쥐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오던 그 기괴한 모습!

그때와 같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대로 있으면 밀려 오는 공포에 잡아먹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장난다!

처음부터 이렇게 쉽게 빠져나가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구사일생(九死一生)!

사지에서 일생(一生)! 한 줄기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정면으로 부딪쳐 싸워야 한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보안문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이사님! 윙슈트 충전하세요! 제가 입구에서 시간 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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