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33화 (93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33화>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김태희 대령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과 꼬이는 상황!

짝퉁 리볼버, 잔머리 최후식에 이어 재앙급 마수까지 나타났다!

광화문 광장 검거 작전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냉기 지대 개척대로 좌천되는 거 아냐!?’

불길한 상상이 떠오른 순간 재빨리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날려 버렸다.

걱정, 탄식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을 할 때다!

김태희 대령은 바로 가장 중요한 것부터 확인했다.

“민간인은? 성채 빌딩 입구는 어떻게 됐지!? 봉쇄했나!?”

“민간인 소개하고, 1층 출구에 저지선 펼쳤습니다. 건물 밖도 장갑 버스, 조립식 방벽으로 완전히 틀어막았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오는 대답.

제대로 판단했다!

마수와 몬스터의 위협에서 안전한 성채 빌딩은 역으로 말하면 가장 견고한 감옥이다!

출구를 틀어막았으면 이 안은 독립된 별개의 공간, 감옥이 된 상황!

재앙급 마수만 찾아서 처리하면 깔끔하게 끝난다!

문제는 재앙급 마수를 상대하기에는 병력이 부족하다는 것!

‘어떻게 해결하지!?’

김태희 대령이 머리를 굴리는 순간.

국가 헌병대 소령이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게이트 방벽에 전령 보냈습니다…….”

김태희 대령은 부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게이트 방벽 수비대! 대 마수전 전문가, 헌터 부대 특임대를 불렀구나!’

반색하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헌터 부대 특임대에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전술 헬기로 옥상으로 강하할 예정입니다.”

1층 출구는 막혔고 옥상으로는 특임대를 실은 전술 헬기가 날아온다!

재앙급 마수는 성채 빌딩이라는 독 안에 갇힌 쥐!

게다가 주위에 보이는 건 헌터뿐! 민간인은 없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졌다.

“잘했다! 우선 옥상 진입로를 뚫고! 특임대와 같이 역으로 밀고 내려가면서 잡는다!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게 두면 안 된다! 움직이자!”

외침과 함께 달리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대령님! 뽀미! ‘뽀미의 후손‘이 나타났습니다!”

“……!”

김태희 대령은 단숨에 얼어붙었다.

20년 동안 서울을 지킨 각성 동물 뽀미!

아무리 각성했어도 고양이가 20년이면 언제 떠나가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였다.

당연히 뽀미의 후손을 얻으려는 시도는 수없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뽀미 앞으로 기탁된 엄청난 재산을 노린 ‘가짜 뽀미 후손‘만 매년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진짜 뽀미 후손이 나타났다고!?

“확실하냐? 이번에도 가짜……?”

“거대화, 순간이동, 영체화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셋 모두 최상급이고 아이와…….”

셋 모두 뽀미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

세 가지 각성력을 모두 가진 각성 동물을 뽀미가 유일하다. 등급외 다중 각성 동물, 뽀미의 후손이 분명하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뽀미의 후손이 하필이면 재앙급 마수가 튀어나온 성채 빌딩에 나타났다고!?’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부터 20년!

이 긴 세월 동안 강북과 북한산을 지켜 낸 뽀미!

뽀미가 직간접으로 구한 사람의 수는 수백만에 달한다!

헌신과 희생에는 반드시 보답과 경의가 따라야 한다.

그게 사람이 아니라 각성 동물,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다를 것은 없다!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의 최우선 목표가 변했다.

뽀미의 후손이 재앙급 마수에게 당하게 둘 수는 없다!

뽀미 후손을 안전하게 구하는 걸 1순위 목표로 한다!

‘방법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전투 예지가 번뜩였다.

원인과 결과, 인과(因果)!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인과가 이어지고 끊어지며 수백 가지 ‘방법‘이 시뮬레이션 된다!

타다다닥-

전신에서 마력 스파크가 튀고 시야가 푸르게 물들어간다!

그리고 두 눈동자에 푸른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명령했다.

“최후식을 잡는다!”

“네? 대령님!? 뽀미 후손과 아이, 재앙급 마수…….”

건틀릿을 들어 말을 끊고 푸른 마력광이 맺힌 눈으로 확신을 담아 명령했다.

“태성 빌딩 옥상. 그곳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최후식이 알고 있다! 특임대가 성채 빌딩으로 진입할 통로를 열어 주는 게 우선이다! 늦으면 통로를 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여기에 재앙급 마수가 도착하면 진입로를 열지 못한다!”

명령과 동시에 오른손이 무장 벨트를 스치는 순간 잡히는 리볼버!

뽀미의 후손과 아이가 위험한 상황.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사선 확인!]

김태희 대령은 외침과 동시에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순간 정신없이 달리고 외치고 두들기던 모든 헌터들이 반사적으로 납작 엎드렸다.

두 명을 제외하고!

2시 방향!

강화 철문에 붙은 사람과 그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홀로 얼굴을 가린 남자.

“최후식!”

이제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헌터들 사이로 기어서 도망치던 놈이 어느새 원래 자리로 돌아와 문을 열고 있었다!

저 미친 듯한 잔머리!

이제 보니 처음에 도망친 것도 페이크다!

김태희 대령은 직감했다.

벽 모서리에 자리한 저 강화 철문이 옥상으로 이어지는 비밀 문이다!

“바로 움직인다!”

김태희 대령이 명령하는 순간.

완전무장한 국가 헌병대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타탓, 타타탓-

납작 엎드린 헌터들 사이를 바람처럼 달리는 국가 헌병대!

‘잡았다!’

확신하는 순간 최후식과 눈이 마주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섬광이 번뜩이는 의미심장한 눈빛!

궁지에 몰린 헌터의 눈빛이 아니다!

‘이녀석 무언가 한 수를 감춰 두고 있구나!’

김태희 대령이 직감하는 순간.

최후식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나에게 진짜 검은…….”

최후식은 상상을 초월한 잔머리의 소유자! 입을 털게 둬선 안 된다!

김태희 대령은 벨트에 걸린 확성기를 낚아채 최대 출력으로 외쳤다.

[2시 방향! 강화 철문!]

[얼굴을 가린 헌터 뒤에 있는 문!]

[저 문이 옥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탈출로다!]

* * *

타아아앙-

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든 게 변했다.

총성에 갈대처럼 누운 헌터들!

바람처럼 달려오는 국가 헌병대!

그 뒤 섬뜩한 시선을 보내는 김태희 대령!

그리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최후식 이사의 절망 어린 목소리.

“아냐, 이것도 아냐! 어떻게 찍는 게 다 틀려! 왜 열쇠에 이름표를 안 붙여 놓은 거야! 젠장! 번호키 좀 설치하라니까! 빌어먹을 젠장!”

그렇다. 빌어먹을 젠장 이었다!

혹시나 해서 중간을 건너뛰고 열쇠 구멍에 넣었던 마지막 열쇠도 꽝이었다!

확률 변수마저 농락하는 이 불운!

하늘의 저울에 대가를 올리는 듯한 이 어이없는 상황이라니!

‘아니, 전생의 경지도 훔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절로 분통이 터지고 감이 왔다!

열쇠 꾸러미에 남은 마지막 열쇠를 꽂아야 이 문이 열릴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감이!

남은 열쇠는 20개 남짓!

몇 분이면 문을 열고 튈 수 있다!

하지만 그 몇 분의 시간이 없었다!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가 바람처럼 달려 오고 있었으니까!

방법은 하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

하지만 한 줌의 내력으로는 발목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방법은 있는 법!

“시간 끌겠습니다.”

천문석은 낮게 속삭이는 즉시 눈에 힘을 팍- 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력이 없으면 잔머리로!

허장성세(虛張聲勢)!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해 시간을 끈다!

“……!?”

예상대로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는 김태희 대령!

‘됐다! 이제 입을 털어서 시간을 끈다!’

찰나의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방법!

평범한 거로는 안 된다!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임팩트 있는 한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태희 대령의 손을 보는 순간 그 임팩트 있는 한 방이 떠올랐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가 짖기를 멈추고 용의자를 그냥 보내 줄 수밖에 없던 위조 문화재, 검은 폭풍의 짝퉁 리볼버가 보였다!

남중국 헌터 팀장의 리볼버는 이미 넘겼지만, 자신에게는 리볼버가 한 자루 더 있었다!

맹호 건 스미스에 영치해 둔 이세영 선생님에게 선물 받은 장총신 리볼버가!

더럽게 비싼 정품 마탄 가격 때문에 계속 영치해뒀지만, 기억 속 모습은 김태희 대령의 짝퉁과 비슷하다!

‘이세영 선생님의 장총신 리볼버로 이번 위기를 넘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진품 ‘일지도 모르는’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있다고 입을 터는 것!

천문석은 바로 김태희 대령을 향해 외쳤다.

“나에게 진짜 검은…….”

순간 한발 먼저 터져 나온 확성기 소리!

[2시 방향! 강화 철문!]

[얼굴을 가린 헌터 뒤에 있는 문!]

[저 문이 옥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탈출로다!]

“……뭐!?”

반문하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옥상?”

“탈출로……!?”

“저 문이 옥상으로 이어졌다고!?”

……

납작 엎드린 헌터 수백 명의 시선이 날아오는 순간 깨달았다.

‘당했다!’

어느새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키는 헌터들!

헌터들이 자신과 최후식 이사의 발목을 잡게 하려는 생각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이 순간 김태희 대령과 시선이 마주쳤다.

새파란 귀화가 피어오르는 눈동자에 생겨나는 희열!

‘잡았다!’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재생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불쑥 왼손을 들어 빛바랜 강철 건틀릿을 움켜쥔다!

우득-

정면에선 거대한 바위가 굴러 오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지고.

주위에는 당장이라도 달려들듯 기회를 노리는 수백의 헌터들이 있다!

잔머리로 입을 털어 벗어날 상황이 아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직접 부딪혀 저지해야 한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결정하고 외쳤다.

“계속 문 여세요!”

“뭐!? 야, 너 뭐 하려고!?”

“걱정하지…….”

경악한 최후식 이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최후식 이사의 얼굴을 가린 천!

빙글 고대를 돌리자 보이는 용역, 헌터,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의 얼굴!

없다!

어느새 모두의 얼굴에서 강화 헬멧, 복면, 마스크, 선글라스가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대련장, 실내다!

게다가 이 밖에는 광화문 게이트가 지근 거리에 있다!

“……!”

마치 누군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듯한 상황!

천마신공, 극에 달한 마공보다 더더더 쓸모 있는 무공을 펼칠 최적의 상황이다!

남은 내력이 한 줌이지만 그 또한 문제없다!

천문석은 전법륜인 수인을 짚어 최후식 이사의 등에 올리는 즉시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눈 감고! 귀 가리세요!]

돌연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최후식 이사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한 줌 내력으로 보법을 펼쳤다!

세 걸음!

쿵-

힘차게 딛는 첫걸음에 대지의 용맥을 밟고.

쿵-

부드럽게 딛는 두 걸음에 하늘의 천기를 향해 머리를 세운다.

그리고 마지막 세 걸음을 내디디며.

휘이이이-

천기와 용맥을 하나로 이을 마음을 모은다!

하늘과 땅, 천기와 용맥을 이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지극한 마음뿐!

극에 달했고, 극을 넘어섰던 자격을 갖춘 자의 지극한 마음이 담긴 부름!

이것이 천문사의 비의 천문(天問)에 담긴 극의!

한 줌 내력에 지극한 마음을 담아 부른다!

[오라!]

단 한 번의 기회는 이미 사용했기에 하늘에 묻지는 못한다.

하지만 흉내 내기, 하늘이 아닌 다른 것을 부를 수는 있다!

휘이이잉-

존재의 본질에 바람이 불어와 무언가 흩어지는 순간.

이어질 리 없는 인과가 이어지고 천지에 가득하나 움직이지 않던 ‘힘‘이 자석에 끌리듯 움직였다.

힘, 게이트 마력장이 부름에 답한다!

하늘에서 쏟아지고 대지에서 용솟음쳐 휘몰아치는 천기와 용맥을 따라 소용돌이치는 게이트 마력장!

이 순간 대련장의 모두는 느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끓어오르는 각성력을!

허공에서 게이트 마력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

“……!”

경악한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허공을 가른 세 번째 발걸음으로 바닥을 디뎠다.

쿵-

하늘의 천기에 닿은 왼손과 대지의 용맥에 닿은 오른손!

하늘과 땅을 잇는 양손이 비틀린 원을 그려 허공의 한 점으로 모였다!

츠츠츠츠츠-

이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웃었다.

“……!”

경악한 김태희 대령이 리볼버를 움직이고.

부서질 듯 열린 대련장 입구에서 헌터들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이미 늦었다!

남은 내력이 한 줌뿐이라도 상관없다.

천지를 태우는 산불도 시작은 작은 불꽃 하나!

대련장에 휘몰아치는 게이트 마력장을 터트리는데 필요한 것 또한 작은 불꽃 하나.

한 줌의 내력이면 충분했으니까!

짝-

양손이 충돌하고 빛과 소리가 태어났다.

너무나 거대하여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섬광과 굉음!

굉천수(轟天手).

마른하늘에 날벼락!

하늘을 놀라게 하는 굉천수의 일수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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