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32화 (93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32화>

‘김태희 대령! 꼬리를 잡혔다!’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는 순간 사방에서 외침이 쏟아졌다!

“국가 헌병대!? .”

“대령?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다!”

“뭐야!?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어!?”

“마수랑 싸우던 거 아니었어!?”

“튀어! 빨리 문을 찾아! 옥상으로 튀어야 한다!”

……

경악한 헌터들은 정신없이 벽으로 달려가 강화 철문을 두들겼다.

“잠겼다!”

“부숴 버려! 당장 튀어야 한다!”

쾅, 쾅, 콰아아앙-

강화 철문 두들기는 소리가 대련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

대련장은 깜깜한 어둠 속.

주위에는 헌터들이 가득하다!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능력의 상극은 변수!

엘리베이터가 생긴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대련장에 가득한 헌터들이 변수가 되어 전투 예지, 사념파를 빗나가게 할 테니까!

게다가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이 바로 앞에 있다.

여기선 잔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이 그냥 잽싸게 문을 열고 튀면 된다!

천문석은 한껏 낮춘 목소리로 최후식 이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사님. 기회입니다. 얼른 튀죠.”

“……그렇지!”

척하면 척!

얼어붙었던 최후식 이사의 눈에 빛이 돌아오고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철렁-

열쇠 꾸러미를 꺼내 잽싸게 문에 달라붙는 최후식 이사.

촤아악-

재킷을 벗어 문을 여는 최후식 이사를 가리는 천문석.

[최후식 어디 있냐!?

[당장 나와서 다시 한 번 붙자!]

[비켜 새끼들아! 문화재 맛 좀 볼래! ]

분노한 외침을 쏟아 내며 깜깜한 대련장을 헤집는 김태희 대령!

“쟤는 아까부터 왜 자꾸 최후식을 찾는 거야?”

“그러게요?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마음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NTM_CHS! 헌터 팀장에서 시작된 오해가 김태희 대령에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괜찮다. 둘 다 얼굴을 가렸고 세상에 동명이인은 많으니까 잽싸게 문을 열고 튀면 된다!

‘빨리빨리빨리!’

마음속으로 외칠 때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리볼버!”

“도망쳐! 미친 치와와가 리볼버를 꺼냈다!”

“미친! 국가 헌병대가 사람한테 마탄을 겨눈다!”

[새끼야! 이거 문화재야! 총 아니라고! 이리 와라! 이마에 한 방 쏴서 보여 줄 테니까!]

닭장 안에 분노한 개가 떨어진 듯한 상황!

끄어억, 으아아악-

끝없이 울리는 비명과 함께 헌터들이 도망치고.

땡, 땡, 땡, 땡-

벽에서 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새로운 헌터들이 쏟아진다.

깜깜한 대련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느껴진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바닥을 타고 오는 거대한 진동!

헌터 웨이브가 서서히 밀려 오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여기서 잽싸게 문을 열고 번개같이 옥상으로 튀면 모든 게 깔끔하게 끝난다!

문제는 하나!

“아니고,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젠장! 무슨 열쇠가 이렇게 많아!?”

맞는 열쇠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것!

천문석은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다.

“시간 충분합니다. 미친 치와와 헌터들한테 막혔습니다. 천천히 차분하게…….”

땡-

이때 엘리베이터 벨소리가 들렸다.

“……!”

열쇠를 찾고 있는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 바로 옆에서!

‘아니 엘리베이터를 몇 개를 뚫어 놓은 거야!?’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 최후식 이사를 가렸다.

‘괜찮다! 어차피 안면도 없는 헌터들! 적당히 입만 털어도 간단하게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고 대응 시나리오가 줄줄 뽑혀 나왔다.

스르륵-

가운데 일직선 빛이 생기고 문이 열리는 순간.

천문석은 다급한 어조로 시나리오대로 입을 털었다!

“야, 위험해! 여기 국가 헌병대 미친 치와와가 나타났어! 당장 튀…….”

다급한 외침은 곧 멈췄다.

반쯤 열린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보이는 익숙한 제복과 장비.

방검방탄복, 소총, 탄입대, 전술 배낭.

엘리베이터 안에는 완전무장한 국가 헌병대 군인 수십 명이 타고 있었다.

“…….”

“…….”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전화위복 취소다! 시바, 시바시바!’

선수필승!

우선 선빵을 갈기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개싸움을 펼친다!

반사적으로 돌진하는 순간 한발 먼저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위험합니다! 얼굴 가린 천 당장 푸세요!”

“얼굴 가리면 투명 마수의 공격 받습니다!”

“……네? 투명 마수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반문하는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없다! 강화 헬멧, 복면, 천, 마스크…… 얼굴을 가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국가 헌병대뿐만 아니라 도망치는 헌터들조차 모두 얼굴을 내놓고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투명 마수가 나타나서 얼굴 가린 사람만 공격한다고!?’

이 황당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무언가 떠오를락 말락 뇌리가 간질거린다!

‘뭐지 이 병신 같은데 익숙한 상황은!? 분명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기억을 훑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국가 헌병대 군인이 다급히 물었다.

“방금 ’미친 치와와‘라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차!’

천문석은 고개를 돌리는 찰나의 순간 스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새어 나오는 빛에 밝혀진 모습.

마력광이 머금은 각반, 방탄 패드가 들어간 군복!

탄창이 가득 채워진 전술 조끼와 방검방탄복!

조정간 안전, 당장이라도 쏠듯 파지 된 소총!

그리고 얼굴에 담긴 표정 긴장, 다급, 초조함!

’김태희 대령을 찾아온 부하들이다!’

견적이 서는 순간 자동으로 입에서 말이 쏟아졌다.

“저기! 입구 방향 어둠 속! 비명 들리시죠!?”

“저 난장판에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님이 계십니다!”

“빨리! 당장 달려가세요! 지금 헌터들에게 다구리 맞고 있습니다!”

“……!”

소령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동시에 확성기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악- 비켜 새끼들아!]

[너희 잡으러 온 거 아니라니까!]

[최후식! 어디 있냐!? 숨지 말고 얼른 나와라!]

“연대장님!”

“대령님이 맞습니다!”

“바로 길을 뚫고 합류한다!”

국가 헌병대 군인들은 빙글 몸을 돌려 번개같이 달려갔다.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천문석은 재빨리 몸을 돌려 말했다.

“이사님!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미친 치와와한테 부하까지 붙었어요! 곧 올 겁니다!”

“열쇠 반 확인했어! 이제 곧 문 열릴 거다!”

철렁, 철렁-

열쇠 꾸러미에 남은 열쇠는 반 남짓!

남은 열쇠 숫자가 줄어들수록 문이 열릴 가능성은 올라간다!

‘아니, 잠깐!’

순간 머리를 스치는 예감이 있었다.

합리, 이성과는 거리가 먼 감성, 직감의 영역!

그러나 그동안 터졌던 사건과 불운을 생각하면 어이없게도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열쇠!

열쇠 꾸러미 끝에 있는 열쇠가 이 잠긴 문을 여는 열쇠라는 감이 들었다!

“이사님! 거꾸로! 마지막 열쇠부터 꽂아 보세요!”

“알았다!”

최후식 이사가 열쇠 꾸러미의 마지막 열쇠를 꽂는 순간.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 타격대가 만났다!

* * *

“바로 밀어내라!”

쾅쾅, 콰아앙-

헌터들을 밀어내 공간을 만들자마자 소령은 외쳤다.

“대령님! 장비 가져왔습니다!”

“드디어!”

쿠우웅-

바닥에 놓이는 묵직한 무장 상자!

김태희 대령은 잽싸게 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손을 넣었다.

쓰으윽-

한번 훑는 순간 수천 수백 번 사용한 장비들이 느껴진다!

지금 필요한 장비는…….

‘이거다!’

감각이 오는 순간 각성력을 일으키자 철컥, 기릭- 저절로 손에 채워지고 조여드는 감각이 왔다!

무장 상자에서 꺼낸 김태희 대령의 왼손에는 손끝에서 하박까지 연결된 빛바랜 강철 건틀릿이 끼워져 있었다.

강철혼(强鐵魂)!

마경 한가운데 홀연히 나타난 폐허가 된 성채!

그 성채에서 끝없이 쏟아지던 마수와 몬스터를 찢어발기던 망령 기사를 꺾고 얻은 유니크 아이템, 강철혼!

강철혼의 능력은 단순했다.

정신력 확장과 투지가 꺾이지 않는 한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우둑-

주먹을 쥐는 순간 사념파가 건틀릿에 모여 압축되어 소용돌이친다.

칼끝에 선 듯 예리하게 깨어나는 정신!

정신이 예리하게 깨어나는 순간 끝없이 확장되는 인지력!

그리고 머릿속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 휘이이잉-

김태희 대령은 가볍게 바닥을 달려 무장 상자와 부하의 어깨를 밟고 도약했다!

휘이잉-

단숨에 3층 높이 천장까지 뛰어올라 구조물을 잡는 순간.

우드득-

강철혼에 모인 사념파를 폭발시킨다.

파파팟-

폭발하듯 스파크가 튀기고 빛바랜 건틀릿에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사념파의 물결이 퍼져 나왔다!

사념파의 물결이 뒤엉킨 헌터와 용역, 군인과 일반인을 지나 대련장을 훑는 순간 느껴진다.

이 넓은 공간에 가득한 수백 헌터들의 들끓는 감정이!

수백 명의 헌터라는 변수에 뇌가 과열되고 예지와 직감이 흔들린다!

정신력을 강화하는 유니크 아이템 강철혼을 사용해도 이게 한계다.

수십만 단위의 마수와 몬스터가 뒤엉킨 전장에서 승리의 길을 찾아낸 검은 폭풍 같은 위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머리가 있었다!

두근- 심장이 뛰는 순간 오감을 뛰어넘는 육감이 가리켰다!

2시 방향,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저 모서리에 몰려 있는 사람 중에 최후식이 있다!

김태희 대령은 바로 낚시질을 했다.

[최후식! 야 너 걸렸어! 그래! 너 말야 너! 나와라! 이제 제대로 붙자!]

각성력을 담아 외치는 순간 물결치듯 퍼져 나가던 사념파에서 푸른빛이 쏟아졌다.

파직, 파지지직-

깜깜한 대련장이 푸르게 빛나고.

“……!”

“……!”

수백 명의 헌터들의 경악한 얼굴이 구조물을 잡은 자신에게 모인다.

그러나 정작 최후식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느껴졌다.

누군가 잽싸게 바닥에 엎드려 파바밧- 번개같이 인파 사이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이!

“저 미친놈!”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일급, 특급 수배자와 직접 싸워 봤기에 안다.

1대 1. 변수 없이 싸우는데도 미친 듯이 빗나가는 전투 예지와 산산이 부서지는 사념파!

저 녀석은 상급 무공 각성자조차 농락하듯 가지고 놀 수 있는 강자다!

그런 강자가 지금 납작 엎드려 헌터들 다리 사이를 기고 있었다!

저건 생각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자신이 낚시질을 하자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거다!

저 미친 잔머리!

직접 살필 필요도 없다.

최후식이 분명하다!

구조물을 잡은 손을 놓고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바로 명령을 쏟아 냈다.

“2시 방향! 최후식! 타겟이 바닥을 기고 있다! 포위망을 넓게 펼치고 천천히 좁힌다!”

“잠시……!”

“절대 포위망을 이탈해서 달라붙으면 안 된다!”

“대령님 잠시만…….”

다급한 끼어드는 소령과 급한 표정의 부하들!

김태희 대령은 버럭 소리쳤다.

“집중해! 새끼들아! 저 녀석 특급 수배자보다 위험한 놈이야! 머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상하다!”

“잠깐……!”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포위 한 채로 우선 각성력을 말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내가 직접 사로잡는다! 이 강철혼으로!”

빛바랜 강철 건틀릿을 들어 올려 우득- 주먹을 쥐는 순간!

공기가 무게를 가지고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쏟아졌다!

주위의 헌터들이 흠칫 놀라 도망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몸을 돌리며 외쳤다!

“바로 움직인다!”

이 순간 계속 말이 끊겼던 소령이 재빨리 앞을 막고 외쳤다.

“재앙급 마수!”

“……뭐!?”

김태희 대령이 흠칫 놀라 멈추는 순간.

소령은 말을 쏟아 냈다.

“이 건물 안에 재앙급 마수가 나타났습니다! 보이지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수가 일으킨 바람에 스치는 순간 각성 계통, 등급에 상관없이 쓰러져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을 겪습니다! 특이사항은 얼굴을 가린 사람만 공격한다는 겁니다! 당장 선글라스를 벗으셔야 합니다!”

“재앙급 마수가 얼굴 가린 사람만 공격한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순간 푸르스름한 마력광에 밝혀진 부하들과 헌터들의 얼굴이 보였다.

하나같이 얼굴을 드러낸 상태!

강화 헬멧, 복면, 천, 마스크 없이 얼굴을 내놓고 있다!

재앙급 마수가 광화문에 나타난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증거가 있는 상황!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고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 왔다.

성채 빌딩 밖은 광화문, 수도 서울의 중심이다!

재앙급 마수가 성채 빌딩 밖으로 빠져나가면 대참사가 터진다!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던 검거 작전이 태성 빌딩에 들어온 순간부터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꼬이더니 재앙급 마수까지 튀어나왔다!

최후식 영입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재앙급 마수부터 처리해야 한다!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는 순간 깊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하아-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