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31화 (9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31화>

‘……하늘을 날아서 튈 수 있다!’

쿠웅-

가슴이 크게 뛰는 순간 튀어나오는 생각들!

김태희 대령과 천 단위 헌터들을 꼬리로 달고 20층이 넘는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올라왔다.

하지만 원래 계획과는 달리 거리가 너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꼬리를 잡히는 순간 지친 육체 한 줌 내력으로 처절한 격전을 치러야 하는 암울한 상황!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이 모든 암울함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윙슈트가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휘이이잉-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

황당한 얼굴로 바라볼 김태희 대령과 수백 명의 헌터들이!

카캬카카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고 솟구치는 힘!

이야야야약-

천문석은 막판 스퍼트를 올리듯이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층계참에서 180도 턴하는 순간 거대한 진동과 다급한 외침이 전해졌다!

구으으으으응-

훅- 가까워진 진동!

[…… 후식! …… 아아아자!]

메아리치듯 울리는 확성기 외침!

“……!”

“……!”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직감했다.

김태희 대령과 헌터들이 2, 3층 거리까지 따라붙었다!

“……가깝다!”

“……곧 따라잡힙니다!”

다급히 외치는 동시에.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캌-

크카카카-

이미 늦었다!

벽에 선명하게 새겨진 숫자!

[32]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강화 철문!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과 연결된 32층에 마침내 도착했다!

“바로 가자!”

쾅-

문을 여는 순간 넓은 로비와 사방으로 뻗은 통로가 나왔다.

“잠시만! 리모델링을 했어! 기억이……!”

최후식 이사는 주위를 한 번 쓱쓱 훑더니 바로 달렸다.

“정면 이쪽이다!”

정면 통로로 달려가는 최후식 이사와 뒤를 따르는 천문석!

계단을 달리다가 평지를 달리자 몸이 화살처럼 쏘아진다!

순식간에 정면 통로 끝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이다!”

팟, 팟-

바닥을 박차고 90도 직각으로 뛰는 순간 햇살이 쏟아지는 강화 유리벽이 보였다!

“됐다! 저 강화 유리벽 따라서 건물 끝까지 달리면 된다!”

최후식과 천문석은 단숨에 통로를 지나 강화 유리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문득 유리벽 너머로 시선을 돌리자 봉쇄된 빌딩 입구, 폐허처럼 변한 광화문 광장, 게이트 장벽, 북한산이 보였다.

빌딩 입구에는 장갑 버스 차벽과 간이울타리로 만들어진 저지선이 겹겹이 펼쳐졌고.

광화문 광장에서는 수백 대의 버스와 승합차가 헌터들을 실어 북쪽으로 이동했다.

게이트 장벽 안으로 줄줄이 들어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버스와 승합차 행렬!

저 안에 꽉꽉 채워진 승객들은 당연히 헌터들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국가 헌병대는 체포한 헌터들을 바로 광화문 게이트 너머 이세계 거점 도시 신서울로 보내고 있었다!

“재판도 없이 게이트 너머로 보낸다고!?”

황당함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최후식 이사가 힐끗 창밖으로 보고 대답했다.

“마탄, 헌터 범죄 특별 재판소가 신서울에 있다. 유치장도 신서울 인근 던전 광산에 있고. 국가 헌병대에 걸리면 무조건 거기에 처박혀서 시작한다!”

재판 기간 동안 던전 광산 유치장에 처박힌다는 이야기!

빌딩 위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하늘을 날아 도망칠 수 있는 윙슈트가 없었으면 자신도 저런 꼴이 될뻔했다!

‘아슬아슬하게 던전 노역형을 피했구나!’

하아-

절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올 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지금 자신과 최후식 이사는 플랜 B 없이 하나에 올인했다.

‘윙슈트!’

만약 옥탑방에 윙슈트가 없으면!?

아니, 윙슈트가 있어도 잠겨 있는 금고에 들어 있으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이사님! ‘윙슈트’ 있는 거 확실한가요? 혹시 금고에 들어 있어서 사용하지 못하면……!?”

앞장서 달리는 최후식 이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라! ‘윙슈트’ 내가 확실히 봤다! 태성 선배 기동 강습 파티 만든다고 7벌이나 샀다!”

“금고? 태성 선배는 게임 아이템은 5중 안전장치를 해도 장비는 신경도 안 써!”

“레이드 아이템. 아니, 유니크 아이템도 서랍이나 창고에 대충 던져두는 사람이다.”

“윙슈트도 분명 창고에 던져뒀거나 적당히 장롱 안에 걸어 놨을 거야! 그냥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니크 아이템!

초고가의 유니크 아이템을 대충 던져 놓는다고!?

문득 제주도와 서울에서 직접 겪은 이태성 길드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글라스에 하와이안 셔츠, 반바지에 슬리퍼.

관광객 같은 차림으로 게임 아이템을 자랑하던 모습이 게임 폐인 같던 이태성 길드장.

그런 이태성 길드장의 몸에서 불타오르던 표상 오러!

카지노 유람선에 나타난 해양 마수의 반발장과 단단한 갑각을 맨주먹으로 으스러뜨리고!

제주도의 수호자, 거대 거북이가 발사한 초고압의 수압 커터를 표상 오러 가 담긴 갑각으로 막아 냈다!

그 압도적인 위용!

이태성 길드장의 강철 같은 육체와 유형화된 오러는 그 어떤 아이템과 마도구도 비견되지 않는 갑옷이자 무기였다!

깨닫는 순간 최후식 이사의 신뢰도가 확 올라가고, 윙슈트는 분명 옥탑방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윙슈트를 사용해 본 경험은커녕 듣는 것도 처음이라는 것!

“윙슈트! 낙하산 같은 건가요? 처음 사용하는데 괜찮을까요!?”

최후식 이사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할 거 없다! 윙슈트 낙하산이라기보다는 로켓이랑 비슷해! 컨트롤도 별다를 거 없어! 너라면 입는 순간 바로 감을 잡을 거다!”

“윙슈트. 밖에 저 포위망 뚫을 수 있겠죠!?”

“당연하지! 윙슈트 입고 튀면 ‘헬기’라도 동원하는 게 아니면 절대 못 잡아!”

‘헬기!?’

윙슈트를 입고 날아가는데 헬기가 나타나면!?

맞히기 쉬운 표적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불길하게 왜 플래그를 세워?’

“이사님! 진짜 헬기가 나오면 끝장입니다! 윙슈트 말고 다른 대비책을……!”

기겁해서 외치는 순간 최후식 이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야, 절대 헬기 못 띄워! 여기 광화문이야! 광화문 게이트 뒤에 뭐 있는지 잊었냐?”

광화문 게이트 뒤?

문득 고개를 돌리자 강화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풍경.

폐허가 된 광화문 광장.

줄줄이 버스가 들어가는 게이트 지역 입구.

그리고 광화문 게이트 지역 뒤에 자리한 푸른 기와가 올라간 너무나 유명한 건물!

“청와대!”

크하하하하-

최후식 이사는 통쾌한 웃음과 함께 말을 쏟아 냈다.

“청와대가 바로 앞인데 헬기?”

“국가 헌병대가 아무리 미친놈이어도 청와대가 바로 앞인데 헬기 띄우는 건 불가능하다! 절대로 여기에 헬기 못 띄운다! 허가 자체가 안 떨어져!”

“미인가 헬기가 광화문에 뜨는 순간. 광화문 게이트 방벽 헌터 부대가 즉각 격추할 거다!”

“너도 봤지? 게이트 방벽에 설치된 마력포! 그거 재금 그룹에서 게이트 방벽에 사무실 임대하면서 설치 한 무기다! 게이트 마력장을 압축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거대 괴수도 맞으면 훅 간다! 헬기는 스치기만 해도 그냥 삭제된다!”

“광화문에 헬기 띄울 수 있는 건 방송용 헬기랑 헌터 부대 특무대 ‘전술 헬기’밖에 없다!”

“그런데 헌터 부대 특무대가 견원지간인 국가 헌병대를 위해서 최상급 정제 마석으로 움직이는 ‘전술 헬기’를 띄운다고?”

“말도 안 되지! ‘전술 헬기’ W. S. 인더스트리에서 특수 제작한 거다. 시동 거는데 ‘코어’가 소모되고, 연료는 최상급 정제 마석이야! 한번 띄우면 돈이 그냥 삭제되는 수준이야!”

하하하하-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린 최후식 이사는 확신을 담아 단언했다.

“여기 태성 빌딩에 ‘재앙급 마수’라도 나타난 게 아니면 ‘전술 헬기’는 절대 못 띄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후식 이사의 말이 맞았다!

헌터,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마탄, 각성 범죄 전반을 수사하는 국가 헌병대.

하지만 국가 헌병대는 원래 ‘헌병’이다!

헌병과 군인이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청와대가 지근거리인 광화문이다!

최후식 이사님의 말대로 재앙급 마수라도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헌터 부대에서 전술 헬기를 띄울 리 없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 재앙급 마수가 나타날 리 없었다!

이곳 광화문은 중첩 안정화 권역이고 북쪽 북한산은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가 지키고 있었으니까!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플랜 B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상황과 정황이 최후식 이사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순간 앞서 달리는 최후식 이사님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

이 놀라운 통찰력을 보라!

최후식 이사님의 완벽한 탈출 계획에 리스크는 없다!

옥탑방에서 윙슈트를 꺼내입고 잽싸게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이 놀라운 혜안! 역시 이사님은 전부 계획이 있으시군요! 감탄했습니다!”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너도 아까 장난 아니었다! 김태희 대령,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의 눈탱이를 치다니! 장철 선배 뒤로 네게 처음일 거다!”

“제가 무공이라면 몰라도 입으로는 져 본 적이 없습니다!”

카캬카카캌-

크하하하핰-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동시에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등 뒤 통로에서 확성기에 실린 외침이 들려왔다.

[…… 후식!]

김태희 대령이 32층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태희 대령은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

눈앞에 길게 이어지던 통로가 끝나고 커다란 문이 나타났으니까!

“여기다. 이 안에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있다!”

콰아아-

최후식 이사는 달리는 모습 그대로 문을 열고 뛰어들어갔다.

불이 꺼진 깜깜한 실내!

바닥 곳곳에 조각난 빛만 흩어져 있다!

발에서 느껴지는 탄성과 확 다가오는 개방감!

정신없이 달리길 잠시 곧 어둠에 눈이 익고 주위 모습이 보였다.

일반 건물 3층 높이의 천장과 높은 벽에 쳐진 블라인드. 시야를 가리는 기둥 하나 없는 탁 트인 직사각형 공간!

“이사님! 여기는!?”

“태성 길드 대련장이다. 태성 선배가 헌터들 쥐어박는 장소야! 왔다 갔다 하기 귀찮다고 옥탑방 바로 아래에 대련장 만들었다! 여기에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문 있다.”

최후식 이사의 말대로 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문이 너무 많았다.

좌우, 정면! 직사각형 대련장 벽에는 수십 개의 강화 철문이 있었다!

“태성 선배 문을 더 늘렸어!”

최후식 이사는 직선으로 달리며 벽에 붙은 문을 빠르게 훑었다.

“아니고.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기다! 저 문이다! 바로 들어가자!”

정면 모서리에 자리한 문!

외침과 동시에 달리는 최후식 이사!

‘됐다! 꼬리로 붙은 김태희 대령이 도착하기 전에 튈 수 있다!’

최후석 이사와 천문석은 전력으로 대련장을 달렸다.

“이사님! 문 잠겨 있으면……!?”

짤랑, 짤랑-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쇳소리!

어느새 최후식 이사의 손에는 묵직한 열쇠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그 열쇠 꾸러미!?”

“맞아! 여기 열쇠다! 아까 본부장실에서 나올 때 슬쩍 빌려 왔다!”

최후식 이사가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순간 귀에 익은 종소리가 들려왔다.

땡-

“어……?”

“이 벨소리!?”

생각지도 못한 벨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좌우로 열리는 강화 철문과 새어 나오는 불빛!

재빨리 어둠 속에 몸을 숨기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헌터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엘리베이터? 저게 왜 여기 있어? 언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거야……?”

넋을 놓은 얼굴로 말하는 최후식 이사.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길을 아는 사람을 쫓아 20층이 넘는 계단, 복잡하게 얽힌 복도와 사무실을 미친 듯이 달려간신히 도착한 장소, 대련장!

대련장은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도착할 수 있는 장소였다!

즉, 자신과 최후식 이사는 장대한 삽질을 한 것이다!

‘뭐가 이따위야!? 으아아-’

가슴속에서 분통이 끓어오를 때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진 헌터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여기는 왜 이렇게 어두워!?”

“실내? 옥상 아니다! 다시 타! 위로 올라가야 한다!”

“여기가 끝이야! 옥상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옆에! 벽에 문 있다! 문 뒤에 계단 있을 거다!”

“흩어져! 계단부터 찾자!”

수십 명의 헌터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순간.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

“……!”

몇 번이나 같이 위기를 넘겼기에 척하면 척!

반사적으로 입이 열리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기, 뭐 이렇게 어두워!?”

“야! 꼼꼼하게 제대로 살펴라!”

천연덕스럽게 입을 털면서 목표로 한 문을 향해 걷는다.

푹신푹신한 매트가 소리를, 어둠이 몸을 가려 준다!

30, 27, 23, 17, 13미터!

옥상으로 이어진 문, 자유로의 출구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땡, 땡, 땡-

이 순간에도 끝없이 울리는 엘리베이터 벨소리!

그때마다 엘리베이터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수십 명의 헌터들!

어둑어둑한 대련장이 헌터들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당장이라도 달리려는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쏟아지는 헌터들 사이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가 5미터 앞에 다가온 순간.

콰아앙-

등 뒤! 입구가 부서질 듯 열리고 확성기에 실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최후식! 헉- 약속한 휴전은 끝났다! 이제! 허억- 제대로 붙자! 흐어억-]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이 대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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