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30화 (93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30화>

태성 빌딩 1층, 국가 헌병대는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중앙 출입구에 조립식 장벽과 바리케이드 차단선이 펼쳐졌고,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쏟아진 사람들이 차단선으로 밀려 왔다.

“일반인분들은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신분 확인 후에 바로 밖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빌딩에서 소개된 일반인들.

“야, 변호사 불러! 이렇게 막무가내로 잡아가는 게 어디 있어! 내가 잘못한 게 뭔데!?”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는 용역 헌터.

“일곱 명! 이놈까지 모두 일곱 명 잡았다! 하하하- 오늘 완전 감형받고 집에 간다!”

-용의자를 헌병대에 넘기며 환호하는 죄수 부대 헌터.

일반인, 헌터, 국가 헌병대가 복잡하게 뒤엉켰지만, 서서히 질서를 찾아가는 태성 빌딩 1층에 갑자기 비명이 터졌다!

“악마가 나타났다!”

“투명화 능력을 가진 마수다!”

“상급 마수! 아니, 재앙급 마수가 나왔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헌터가 쓰러졌다! 도망쳐!”

“헬멧, 모자, 복면 벗어! 얼굴 가린 사람이 먼저 공격당한다!”

……

비상계단에서 비명을 지르며 쏟아지는 헌터, 용역, 죄수 부대, 체포조!

공포에 질린 헌터들이 차단선 너머 입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민간인, 용의자, 국가 헌병대 장교들은 갑작스런 외침에 기겁했다.

재앙급 마수가 광화문 한복판 성채 빌딩에 나타났다고!?

여기서 고개만 돌려도 광화문 게이트 방벽이 보인다!

방벽 너머에 지구와 이세계를 잇는 게이트와 게이트 마력장을 통제하는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설치돼 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서 쏟아지는 게이트 마력장의 엄청난 힘은 마수와 몬스터의 힘을 극도로 억제한다!

상급 마수라 해도 수백 명의 헌터가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당할 리 없었다!

‘진짜 재앙급 마수가 나타난 건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헌터들이 단숨에 로비를 가로질러 차단선에 달려들었다!

“정지! 접근하지 말고 우선 멈춰라!”

국가 헌병대가 다급히 저지하는 순간 헌터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국가 헌병대 군복!

“나다! 위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소령 계급장!

반사적으로 발을 구르고 경례하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쏟아졌다.

“정체불명의 마수가 새어 들어왔다! 성채 빌딩 위로 올라간 연대장님과 체포조, 타격대 전부 위험하다! 헌터 부대를 즉시 불러야 한다!”

“네? 헌터 부대요? 지금 마력장 교란으로 통신 불량…….”

“광화문 광장에 뭐가 있는지 잊었나!?”

“무슨……?”

어깨를 잡아 돌리는 억센 손!

빙글 돌아간 시선에 1층 유리벽 너머 폐허가 된 광화문 광장과 높게 솟은 방벽이 보였다!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

“게이트 방벽 수비대!”

“맞다! 바로 전령을 보내라! 헌터 부대 특임대! 대 마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헬기를 띄워서 옥상으로 직접 특임대를 내려 보내야 한다!”

“광화문은 헬기를 띄울 수가…….”

“특임대 전술 헬기는 비행이 가능하다! 당장 움직여라!”

“네! 바로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명령을 들은 장교가 바로 몸을 돌려 광화문으로 달려가는 동시에 부사관과 병사들이 무장 상자를 들고 교차해 들어왔다.

눈에 익은 무장 상자!

“연대장님! 장비입니다!”

김태희 대령님의 장비!

던전, 마경의 코어를 회수할 때 사용하던 마도 장비다!

지금 당장 연대장님께 장비를 전해야 한다!

“너, 너! 일곱 명같이 이동한다! 연대장님께 무장 상자를 전해야 한다! 전원 대 마수전 장비로 무장해라!”

명령과 동시에 방검방탄복과 마탄, 화기와 대 마수전 전술 배낭을 착용하는 병사들.

이 순간 국가 헌병대 군인들이 몰려드는 헌터들을 밀어내 길을 텄다.

“물러나세요!”

“뒤로 빠지세요!”

“강화 헬멧은 착용하지 마라! 마수의 타겟이 된다!”

순식간에 대 마수전 장비를 착용한 소령과 부사관, 병사들은 밀려드는 헌터들을 뚫고 로비로 나왔다.

“옥상까지 전력으로 달린다! 연대장님이 위험하다!”

그리고 달리려는 순간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 휘이이잉-

“으아악-.”

“마수! 마수가 내려왔다!”

“복면 벗어! 1순위로 공격당한다!”

다급한 비명이 터지는 동시에 계단에서 쏟아져 내려온 헌터들은 납작 엎드려 헬멧과 모자, 복면을 집어던졌다.

‘위로 올라가던 투명 마수가 내려왔다고!’

소령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헌터들을 스치던 바람!

그 바람에 스치는 순간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 나갔던 헌터들!

바람을 휘감은 그 투명 마수가 성채 빌딩 밖으로 빠져나가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입구 봉쇄해라! 절대 빠져나가 두면 안 된다!”

국가 헌병대는 대인전의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수많은 던전과 균열, 마경에 노역장을 만들고 관리하며 돌발상황 대응 능력을 키웠다.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차르르르륵-

강화 셔터가 떨어져 입구가 봉쇄되고.

철컥, 철컥, 철컥-

탄창을 결합한 소총을 들어 올렸다.

“대기! 대기!”

소령은 주먹을 들어 명령하고 소총을 전면에 겨누고 염동력을 허공에 밀어 넣어 폭발시켰다.

파삭-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진동이 되어 퍼져 나가는 염동력장!

궁궁, 궁궁궁-

염동력장과 물체가 닿는 순간 마치 직접 만지는 것처럼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후끈 달아오른 머리와 붉게 충혈되는 눈!

폭발적으로 쏟아진 정보에 과부하가 걸린 뇌!

‘어디냐? 어디에 있냐!?’

마탄에 새겨진 마력은 차라리 저주에 가깝다!

영체, 슬라임, 고스트!

실체가 없는 몬스터에도 마탄은 유효하다!

소령의 총구가 움직이는 매 순간 병사들은 총구를 돌려 화망을 구성하며 외쳤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한국 헌터라면 누구나 뼈와 본능에 새겨지는 외침!

로비에 쫙 깔린 헌터들은 주위 사람을 끌어당겨 납작 엎드리며 복창했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순식간에 사선이 열리고 난장판이 된 1층 로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 순간 납작 엎드려 눈만 움직여 사선을 쫓던 모두는 봤다.

볼 수 없는 바람의 궤적을!

휘잉, 휘이이이-

오색으로 반짝이는 수천수만 개의 물방울을 휘감고 날아가는 바람!

퐁퐁, 퐁퐁퐁퐁-

헤아릴 수없이 많은 물방울이 흩어지지 않고 서로 튕기며 보이지 않는 통로를 지나가듯 눈앞을 지나간다!

“…….”

“…….”

바람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의 궤적을 쫓는 수백 쌍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물방울을 휘감은 바람은 로비를 가로질러 헌터들이 쏟아져 나온 계단으로 휙 들어갔다!

공격하지도 포효를 지르지도 않았다!

도망치며 외쳤던 악마, 재앙급 마수라는 외침과는 거리가 먼 모습.

모두가 넋을 놓고 홀린 듯 계단으로 날아가는 물방울을 바라볼 때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닥-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자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이 보였다.

1미터가 훌쩍 넘는 새하얀 고양이가 물방울을 쫓아 달려왔다.

그리고 이 거대 고양이 등에는 나뭇가지를 든 아이가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어린아이가!

“조정간 안전! 총 내려!”

소령의 기겁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얼어붙었던 모두의 입이 트였다.

“아이! 꼬마 아이가 여기 왜 있어!?”

“거대 고양이? 설마 마수!”

“마수 등에 아이가 탔다! 당장 구해야 해!”

“게이트 마력장 반응이 없다! 마수 아냐! 각성 동물이다!”

“이리와 꼬마야! 위험해!”

“멈춰! 앞에 막아라! 당장 구해야 해!”

“야! 바리케이드 열어! 제대로 확인 안 하지!? 위험 지대에 애가 혼자 있잖아!”

“저기 저 아이!? 멈춰! 가면 안 돼!”

“앗! 아까 상사님이 말한 아이……!”

……

사방에서 정신없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각성력을 끌어올려 달려 나가는 헌터들!

마탄은 너무 위험해 사용할 수 없다!

직접 몸으로 돌진해 거대 고양이를 막고 그 위에 탄 아이를 구해 내야 한다!

“내가 잡고 늘어지겠다!”

“염동력으로 발을 묶겠다!

“순간이동으로 낚아채서 빠져나올게!”

순식간에 롤을 정하고 단숨에 거리를 좁혀 몸을 던지려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멈춰! 그 고양이 뽀미 새끼야!”

“……!”

“……!”

몸을 던지던 헌터들과 멍하니 바라보던 모두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뽀미!

20년이 넘게 홀로 서울 북부를 지키는 등급외 각성 고양이!

뽀미 새끼가 나타났다고!?

으아악-

어어억-

악을 쓰며 각성력을 비틀고 다급히 멈추느라 뒤엉키는 헌터들.

탓, 탓, 타타탓-

이 순간 아이를 태운 고양이는 단숨에 헌터들을 밟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오색으로 반짝이는 물방울을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와 고양이 순식간에 로비를 지나 비상계단으로 펄쩍 뛰어내렸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순간.

아이와 고양이의 외침이 로비에 울려 퍼졌다.

“특급 헌터가 왔다. 알바! 우리가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냐암, 냐아아암-!

“…….”

“…….”

“…….”

군인, 헌터, 죄수, 민간인, 용의자.

로비에 엎드린 모두는 멍하니 아이와 고양이가 사라진 비상계단을 바라봤다.

“……이거 꿈이야?”

누군가 문득 말하는 순간.

1층 로비에 자리한 모두는 이게 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직선으로 날아가던 물방울들이 천천히 흩어져 떨어져 내려 와.

몸에 닿는 순간 톡, 토토톡- 터져 나가며 선명한 감각을 전해 줬으니까!

간질간질한 몸.

그리고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

“…….”

“…….”

“…….”

눈이 내리듯 천천히 흩날리는 오색의 물방울 아래, 모두는 한참 동안 홀린 듯이 계단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바로 뒤를 쫓는다! 아이를 구하고! 연대장님이 있는 옥상까지 달린다!”

국가 헌병대 병사들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옥상을 향해 달렸다.

이 순간 태성 빌딩 1층 로비에서 옥상까지 경주가 시작됐다!

1층. 무장 박스를 들고 달리는 국가 헌병대 소령과 병사들.

4층. 알바를 도우러 냠냠이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특급 헌터.

5층. 물방울을 휘감고 친구의 부탁대로 강한 존재를 찾아 날아가는 휘잉휘잉.

14층. 어느새 원래 계획을 잊고 예의 주입은 진심이 된 니케.

17층. 정체불명의 마수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천 단위 헌터들.

20층. 국가 헌병대 부관과 헌터 부대 특임대에 끌려가는 남중국 헌터 팀장.

27층. 사방으로 사념파를 뻗고 추적하는 김태희 대령.

그리고 이 경주의 선두!

29층. 비상계단, 복도, 사무실 오가며 종횡무진 달리는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수많은 이들이 거대한 성채 빌딩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서로 목적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가 향하는 장소는 같았다.

태성 빌딩 옥상.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

이 순간 선두에서 달리는 천문석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 * *

‘어쩌다 이렇게 됐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장면!

특급 헌터, 류세연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시작은 경석이가 제련한 금괴를 인수하기 위해 안전 호텔 본점에 간 거다.

경석이를 만나러 재금 빌딩에 가서 금괴가 가짜로 밝혀지고.

빌딩 앞에서 다단계 사이비 길드 ‘도를 아십니까’를 만나면서 이 모든 난장판이 시작됐다!

데굴데굴 스노우볼이 구르더니 어느새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태성 빌딩에서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순간 느껴지는 소리!

주륵, 주르륵-

빗소리가 아니다.

머리에서 시작해 얼굴을 가로질러 목깃 속으로 사라지는 땀이다!

땀으로 축축한 상하의!

당장이라도 거꾸러질 듯 후들거리는 다리!

전신에서 훅, 훅- 뜨거운 열기가 뿜어지고!

수백 개의 계단을 뛰어오른 허벅지는 당장이라도 터질 듯 펌핑됐다!

지금 천문석의 모습은 절정 고수가 아닌 삼류 무사가 사력을 다해 도주하는 듯한 모습이다!

당연했다!

천문석은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육체의 힘만으로 달렸으니까!

지금은 한 줌의 내력이라도 아낄 때였다!

느껴진다!

올올히 일어난 솜털과 찌릿, 찌릿-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율이!

김태희 대령!

짝퉁 리볼버로 떨쳐 냈던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미친 듯이 뒤를 쫓아오고 있다!

그리고 또 느껴졌다!

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진동이!

전생과 현생!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굴렀던 직감이 말한다.

수백! 아니, 수천의 외침과 비명, 함성이 합쳐져 만들어진 진동이다!

김태희 대령뿐만이 아니다!

그 뒤로 어째선지 엄청난 수의 헌터들이 해일처럼 밀려 오고 있었다!

“아니! 왜 우리를 쫓아오는 거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앞장서 달리던 최후식 이사가 힐끗 계단 아래를 봤다.

“뒤에! 천 단위 맞지!?”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진동이 다시 들려왔으니까!

“빌어먹을 재수!”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유는 몰라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전력으로 계단을 뛰어오르는 것!

이때 벽에 새겨진 층수가 보였다!

[30]

마침내 30층에 도착했다!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까지는 3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

순간 눈이 마주친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

이심전심!

말은 필요 없었다!

으아악-

으아아악-

동시에 악을 쓴 두 사람은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오르며 몇 번이나 외친 구호를 외쳤다!

“할 만하다!”

“할 만하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하, 시바……!’

‘뭐가 이렇게 빡세……!’

전혀, 조금도 할 만하지 않았다!

더럽게 빡세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윙슈트만 얻으면 하늘을 날아서 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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