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29화>
태성 빌딩 8층 라운지.
으아아아아악-
멀리서 비명이 들려오는 순간.
국가 헌병대 부관은 다급히 외쳤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올라가야 합니다! 비명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외교관을 강제로 데려갈 수는…….”
“신분증도 없고 통신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 외교관 신분 확인이 안 됩니다! 게다가 지금 아래서 무언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관은 말하는 순간 귀를 기울였다.
끝없이 이어지던 비명이 잠시 멈췄다.
‘혹시……?’
끄어어억-
기대하는 순간 들려오는 비명!
미지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부관은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김태희 대령의 명령을 받고 남중국 외교관을 데리려 내려온 지 벌써 한참이 지났다!
그런데 외교관은 무언가에 겁을 먹었는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
게다가 설상가상!
빌딩에 풀어 놓은 노역형을 치른 죄수들.
거물을 잡기 위해 투입된 국가 헌병대 체포조.
성채 빌딩 안으로 도망친 용역과 헌터들!
이들 모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비명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곧 8층에 도착한다!
일반인도 아닌 천 명이 훌쩍 넘는 각성 헌터들이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게 만드는 존재!
지금 이곳 성채 빌딩에서 그런 존재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최고의 레이드 커맨더!
전투 예지 능력자 김태희 대령!
더는 설득 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금 즉시 김태희 대령님께 합류해야 한다!
결심하는 즉시 헌터 부대 군인들을 봤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외교관님 ‘보호’해서 지금 당장 대장님과 합류해야 합니다! 용의자를 잡는 데 꼭 필요한 증인입니다!”
헌터 부대 특임 대원들은 빠르게 시선을 교환하고 바로 외교관의 양팔을 잡았다.
“10층까지 바로 달리겠습니다! 제 뒤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앞장서 달리는 부관 뒤로 헌터 부대 특임대와 팔이 잡힌 외교관이 끌려 갔다!
“잠깐! 놔! 안 된다니까!”
외교관, 남중국 헌터 팀장은 몸부림을 치며 마음으로 외쳤다.
‘안 돼! 그 녀석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래! 절대 엮이면 안 된다니까!’
순식간에 라운지를 나와 도착한 비상문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도망치는 헌터들로 반쯤 차 있었다!
“헌터들과 충돌하지 않게 벽으로 바짝 붙어 달리겠습니다!”
부관과 특임대는 최대한 벽에 몸을 붙이고 통로를 달렸다.
그러나 반도 가기 전에 콰아앙- 부서질 듯 문이 열리고 와르르 쏟아지는 헌터들!
“비상문이다!”
“앞에 바로 달려!”
“바람! 죽음의 바람이 따라오고 있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해일처럼 밀려 오는 헌터들!
아차하면 휩쓸릴 상황!
“강제로 뚫는다!”
외침과 동시에 각성력을 움직이는 부관.
부관과 헌터 부대 특임대원은 돌진 대형으로 헌터들을 밀어내며 통로 끝 비상계단으로 들어갔다!
비상계단 안에는 도망치는 헌터들이 가득했다!
8대 2.
위, 아래 계단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헌터들!
“아래로…….”
팀장이 외치는 순간.
부관은 이미 움직였다.
“위로! 10층! 대령님이 계신 곳에 최대한 빠르게 도착해야 합니다!”
부관과 특임대는 미친 듯이 계단을 오르는 흐름에 파고들어 정신없이 달렸다!
두두두두두두-
수많은 헌터들의 발소리에 계단 통로가 북을 치듯이 울리고!
끄아아아아아-
영혼을 짜내는 듯한 소름 돋는 비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쿵쿵, 쿵쿵쿵-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
헌터 팀장은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시바, 시바시바! 어떻게든 도망쳤어야 했는데!’
NTM_CHS, 최후식!
그놈과 엮인 이후로 되는 일이 없다!
최후식 미친놈과 다시 엮이는 걸 피하고자 격렬하게 항의해 8층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거로 지휘관과 합의를 봤다.
당연히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최후식과 다시 엮이기 전에 잽싸게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특무대 전원을 자신에게 붙였다!
말은 호위지만 사실상 감시를 붙인 것!
하지만 괜찮았다!
전화만 연결되면 인맥을 동원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부관이 달려와 자신을 찾았다.
최후식을 고발하기 위해서 자신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지금 최후식을 쫓아서 계단을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끄어어어엌-
미지의 존재에게 쫓기면서!
쿵쿵, 쿵쿵쿵쿵-
심장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뒤를 쫓는 미지의 존재보다 이제 곧 만나게 될 최후식이 더 두려웠다.
그 미친 듯한 잔머리와 사람을 홀리는 악마의 입!
최후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대환단’이 튀어나오는 건 시간문제!
국가 헌병대 지휘관은 헌터 업계 이면을 관리하기에 뒷골목 사정에 빠삭하다!
‘대환단’이란 단어만 들어도 돌아가는 상황을 대번에 알아챌 거다!
그렇게 되면 곧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고 이번 일의 후원자들은 꼬리를 끊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리라!
‘이대로 최후식과 대면하면 끝장이다!’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지만, 주위에는 특무대가! 계단에는 맹목적으로 달리는 헌터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뒤를 쫓는 미지의 마수까지!
마차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탄 것처럼 몸이 저절로 위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최후식과의 대면을 피할 방법은 없다!
분명 최후식을 ‘고발’하는데 자신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최후식이 엉뚱한 말을 하기 전에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거다!
헌터 팀장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고발해야 하지!?’
생각하는 순간 튀어나오는 사실들!
납치, 폭행, 감금, 사기!
생각해 보니 머리를 굴릴 것도 없었다!
그냥 사실만 말해도 최후식은 던전 노역장 행이다!
하지만 최후식은 보통 놈이 아니다!
미친 듯한 잔머리와 눈치!
단숨에 숨통을 끊어 내지 못하면 바로 반격당한다!
‘최후식! 한방에 던전 노역장으로 날려 주마!’
팀장은 기억 속 사실 중 덜어 낼 부분을 골라내며 어느새 스스로 계단을 달렸다!
도망치던 헌터와 뒤를 쫓던 헌터!
두 집단을 하나로 뭉친 거대한 물결이 태성 빌딩에 몰아치고 있었다.
이 거대한 물결을 움직이는 건 세 가지 소리였다.
휘이이이잉-
바람 소리.
킥, 키킼키킼-?
작은 울음소리.
끄아아아아악-
그리고 처절한 비명!
니케!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가 만들어 낸 헌터 웨이브가 죄수 부대, 국가 헌병대, 용역, 헌터 모두를 집어삼키며 점점 그 규모를 키웠다.
쫓고 쫓기는 구도는 어느새 사라지고 이제 헌터들은 공평하게 모두 도망쳤다!
완전히 폭주한 니케를 피해서!
이미 난장판이었던 태성 빌딩이 더욱 엉망진창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폭주한 니케를 막을 유일한 사람은 태성 빌딩 지하에서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 * *
“알바! 알바 어디 있어!?”
“도와주러 왔어! 이제 나와도 괜찮아!”
텅 빈 사우나에 커다란 외침이 울려 퍼지고!
타다다다닥-
정신없이 달리는 꼬맹이와 새하얀 새끼 고양이, 특급 헌터와 냠냠이가 나타났다!
특급 헌터와 냠냠이는 탕과 불가마, 사물함, 오락실, 식당 등등을 샅샅이 뒤지며 외쳤다.
“알바! 알바아아!”
냐아, 냐아암-!
그러나 알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환하게 불이 켜지고 탕에 뜨거운 물이 가득한 사우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특급 헌터는 찜질방 가운데 평상에 올라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주위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다 어디 간 거야!?”
“알바! 알바아아! 어디 있어!?”
“이제 안전해! 도와주러 왔어! 나와도 돼!”
아무리 외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보이는 게 있었다!
한쪽 벽에 두 줄로 나란히 뚫려 있는 수십 개의 구멍!
“앗! 구멍! 알바 저기서 잠들었을지도 몰라! 냠냠이! 넌 위에 확인해 봐! 난 아래 확인할게!”
냐아암-!
냠냠이가 짧은 울음과 함께 2층 토굴을 살피는 동안.
파바팟-
특급 헌터는 납작 엎드려 빠르게 기어 1층 토굴 안을 살폈다!
“알바! 알바! 알바아아!”
그러나 구멍에도 알바는 없었다!
욕탕, 불가마, 토굴, 보일러실, 오락실, PC방!
사우나 안을 모조리 뒤졌지만, 알바는 없었다!
“없어! 없잖아!? 냠냠이 2층 구멍! 거기에 알바 있어!?”
소리 없이 뛰어내린 냠냠이는 고개를 저었다.
냐아암-!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알바 목욕탕 엄청 좋아한단 말야! 이 건물로 도망쳤으면 당연히 목욕탕에 숨어야 하는데!”
특급 헌터는 평생의 난제를 만난 사람처럼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다.
이때 넓은 홀 벽에 붙은 커다란 글자가 보였다.
[태성 사우나]
“……앗, 아앗! 사우나!”
깨달음의 탄성이 터지는 순간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알바랑 같이 가서 완전 재밌게 놀았던 ‘목욕탕’!
뜨거운 물이 담긴 탕이 있고 불가마가 있지만, 이곳은 목욕탕이 아니었다!
“사우나! 여기 사우나잖아! 으으윽- 여기 목욕탕이 아니었어!”
냐아아-?
“아냐! 하나도 안 비슷해! 완전히 다른 거야!”
특급 헌터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외쳤다.
“목욕탕은 파파팟- 5분 안에 다 씻고는 물장구! 헤엄치고! 한증막 오래 버티기! 폭포수 맞으며 놀고 바나나 우유 마시는 데야! 하지만 사우나는 달라!”
냐, 냐암-?
“사우나는 뜨거운 물에 넣어서 불려서 때 밀고! 다시 불려서 때 밀고! 또또또 불려서 계속계속 빡빡빡 때 미는 데야! 절대 안 봐줘! 완전 따가울 때까지 계속계속 때 밀고! 바나나 우유도 안 사줘! 건강해지는 주스 마셔야 해!”
으으윽-
돌연 튀어나온 기억에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
할짝-
냠냠이가 귀를 핥는 순간.
우히헿히헤-
웃음과 함께 번쩍 얼굴을 들었다.
“맞아! 이럴 때가 아냐! 우리 얼른 알바 찾으러 가야 해! 냠냠이 준비됐어!?”
냠, 냐아암-!
마력광이 맺히며 단숨에 거대해지는 냠냠이!
특급 헌터는 능숙하게 냠냠이 등에 올라타 외쳤다.
“냠냠이 출동! 입구로 달려!”
타다다다닥-
단숨에 커다란 사우나를 가로질러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보이는 게 있었다.
음료수가 가득 담긴 냉장고!
“앗! 잠깐! 냠냠이 저기 냉장고로! 목욕탕 오면 꼭 해야 하는 게 있어!”
냉장고 앞에 멈춰 선 냠냠이.
특급 헌터는 카운터에 500원 동전 2개를 놓고 바나나 우유를 2개 꺼냈다.
“목욕탕 오면 바나나 우유 먹는 게 국룰이거든! 이거 먹으면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몰라!”
하나는 그릇에 부어 냠냠이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 마시는 특급 헌터.
“카- 역시! 목욕탕은 바나나 우유라니까! 맛있지? 냠냠이!?”
냐, 냐아암-
할짝, 할짝 바나나 우유를 핥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냠냠이.
특급 헌터는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아 먹으며 입구를 바라봤다.
이제 알바가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야 한다!
“냠냠이. 알바 어디 갔을까? 앗 고깃집 간 거 아닐까!?”
냐아, 냐아암-?
“사람 없어서 아닌 거 같다고? 아 그렇지. 사람 없으면 장사 안 하지…….”
쪼르륵-
특급 헌터는 다시 고심했다.
엄청 커다란 건물!
사우나를 다 뒤지는데도 엄청 오래 걸렸다!
밖에 나가 한층 한층 뒤지다가는 알바를 찾기도 전에 ‘진실의 시간’이 올지도 몰랐다!
진실이 시간이 되면 전화기 너머에서 장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뭐 하고 있니? 특급 헌터?’
장민에게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걸리는 순간 엉덩이에 불이 나게 된다!
으으윽-
머리를 감싸 쥐고 고심하는 순간 번쩍 생각나는 게 있었다!
바지춤에 찔러 넣어 놓은 퐁퐁검!
아수라 조각상에서 자고 있는 친구!
“그렇지! 이야얍! 나와랏!”
바로 나무 상자를 꺼내 휙휙 휘두르자 툭 튀어나오는 아수라 조각상!
아수라 조각상 안에서 자고 있는 친구!
어디든 갈 수 있는 친구라면 알바를 찾을 수 있을 거다!
특급 헌터는 양손에 퐁퐁검과 아수라 조각상을 들었다.
그리고 퐁퐁검으로 아수라 조각상을 두들겼다!
“휘잉휘잉! 일어나 긴급 사태야! 알바가 없어졌어!”
포그르르르-
퐁퐁검에서 쏟아지는 물방울!
휘이이이잉-
아수라 조각상에서 흘러나온 부드러운 바람!
“휘잉휘잉! 자는데 깨워서 미안! 나 알바 찾고 있어! 알바 알지!?”
바람에 말을 거는 순간.
휘이잉-
대답하듯이 몸을 휘감고 도는 바람, 휘잉휘잉.
“모른다고!? 여기서 제일 강한 사람! 완전완전 강한 사람이 알바야! 휘잉휘잉 찾을 수 있겠어!?”
휘잉, 휘이잉-
바람은 퐁퐁검에서 쏟아진 물방울을 휘감고 특급 헌터 배와 목, 얼굴을 타고 흘렀다.
퐁, 퐁, 포포퐁-
물방울이 터질 때마다 전해지는 간질간질한 감각!
“우히히히힛- 그만, 정지! 나 말고! 제일 기운이 크고 강하고 완전 무섭고…… 어 또 뭐가 있더라……?”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휘이이이-
바람은 퐁퐁검의 물방울을 휘감고 통로를 향해 달렸다!
사우나 입구를 지나 계단을 향해 흩날리는 물방울!
“저기구나! 냠냠이 저 물방울 따라가면 돼! 달려!”
타다다다다닥-
특급 헌터를 태운 냠냠이는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랐다.
로비를 이어지는 계단 입구!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그 위로 마력광이 빛났다!
타다닥, 휙-
냠냠이는 멈추지 않고 공중으로 도약.
핏, 피피핏-
공간을 뛰어넘어 바리케이드를 통과했다.
부드럽게 로비에 착지하는 순간 보였다!
휘이이이-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가는 물방울이!
“으아악- 도망쳐!”
“악마가 나타났다!”
“이 성채 빌딩은 저주 받았어!”
“바리케이드 열어! 당장 밖으로 도망쳐야 해!”
……
그리고 물방울이 날아간 장소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이!
‘알바가 위험하다!’
특급 헌터는 직감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외쳤다.
“냠냠이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