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28화>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가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태성 빌딩 3층, 난장판이 된 사무실에선 도망친 헌터와 죄수 부대 진압 대원들이 뒤엉켜 치고받고 싸우며 쫓고 쫓기고 있었다.
“뚫어! 저놈들만 뚫으면 4층으로 튈 수 있다!”
“포기해라! 이미 포위 끝났어! 결국, 잡힌다! 그냥 나한테 잡혀라!”
“하! 시바 같은 헌터끼리 진짜 이러기야!?”
“너희도 던전 노역장 끌려 오면 똑같아진다! 가자! 감형을 위해서!”
“감형을 위해서!”
“감형을 위해서!”
일제히 외치며 돌진하는 죄수 부대 진압 대원들!
테이블, 의자, 집기가 사방으로 나뒹굴고!
문짝, 의자, 모니터를 집어 든 헌터들과 충돌한다!
“으악- 안 돼!”
“잡았다! 감형 3일! 하하하-.”
비명과 환호성이 교차하고, 탄식과 탄성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어느새 헌터들은 이곳이 태성 빌딩이라는 것도 잊은 채 주위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난장판이 된 3층으로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이이-
2층 계단에서 3층 사무실로 불어오는 기이한 바람!
이 바람을 타고 하얀 솜털에 황금색 줄무늬가 선명한 새끼 하늘다람쥐, 니케가 나타났다.
킥, 키키키킥-!?
‘어디지? 어디에 있는 거지!?’
1층, 2층을 샅샅이 뒤지면서 올라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전쟁이라도 난 듯 엉망진창이 된 물건들만 보였다!
“지금이다! 달려!”
이때 한 무리의 인간들이 문에서 튀어나와 달리는 게 보였다!
키킼, 키키키킥-!?
‘알바! 거기 알바 있어!?’
휘이이이잉-
니케는 단숨에 바람을 타고 활강해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에게 갔다.
“어엇! 이건 뭐야!?”
“털 뭉치? 어 하늘다람쥐!?”
“웬 하늘다람쥐가 건물에 들어와!?”
헌터들이 의아한 얼굴로 새끼 하늘다람쥐 니케를 볼 때.
니케도 정신없이 달리는 헌터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케페니안 일족처럼 멋진 털과 훌륭한 줄무늬가 없어서 가뜩이나 알아보기 힘든 인간 얼굴!
그런데 반 이상의 인간이 얼굴에 이상한 걸 뒤집어써서 누가 알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알바를 찾지 못한다!
알바를 도와주고 보물 도토리를 받는 대두목의 계획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휘이이잉-
니케는 인간들 사이를 날며 크게 외쳤다!
킥, 키키킼키키키킼-!
‘알바! 알바 있어!? 머리에 쓴 거 좀 벗어 봐! 얼굴 좀 보여 줘!’
그러나 머리에 쓴 커다란 열매를 벗지 않는 인간들!
니케는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타고 몸을 돌렸다!
‘더 열심히 찾으면 되겠지!’
휘이이이잉-
난장판이 된 사무실, 카페, 테라스를 샅샅이 훑으며 열심히 외치는 니케!
키킼, 킼키킼키키-!
도망치는 인간.
돌진하는 인간.
잡혀가고 인간.
숨어 있는 인간!
니케는 곳곳에 자리한 수많은 인간 앞을 날며 열심히 외쳤지만.
대답하는 인간도 얼굴에 쓴 물건을 벗는 인간도 없었다!
킥, 킼키키킼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때 정신없이 달리는 헌터들이 보였다!
“위다! 위로 달려! 아래는 이미 막혔다!”
“엘리베이터 먹통이야! 계단으로 뛰어야 해!”
휘이이이잉-
니케는 다급히 달리는 헌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외쳤다.
킥, 키키키킼-!?
‘알바? 알바 있어!? 잠깐만 머리에 그거 좀 벗어 봐!’
그러나 헌터들은 대답 없이 달리기만 했다!
‘왜 전부 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거야!?’
평소의 니케라면 건방진 인간에게 바로 교훈을 내려 줬을 거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대두목의 ‘보물 도토리 계획’을 수행 중이다!
휘이이, 탁-
니케는 강화 헬멧 위에 내려앉아 공손하게 다시 한 번 부탁했다.
킥, 키킼키킼-!?
‘머리에 쓴 그거 좀 벗어 주세요! 얼굴 좀 확인할게요!’
니케가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실거리며 외치는 순간 통로 구석을 지난 헌터들 앞에 비상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이다! 위로! 저 계단 타고 위로 올라가자!”
타다다다닥-
헌터들은 한달음에 통로를 달려 비상계단으로 뛰어들었다.
킥, 키키키키킼-!
‘얼굴 좀 보여 주고 가라니까!’
강화 헬멧 위에 앉은 니케가 다시금 외칠 때 비상계단 뒤쪽에서 물벼락이 쏟아졌다.
촤아아아-
“뭐야!?”
“진압 부대!?”
헌터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새파란 뇌전이 날아왔다!
콰지지지직-
물벼락을 맞은 헌터들이 뇌전을 맞고 감전되는 순간 방패를 든 진압 부대가 돌진했다.
“지금이다!”
콰아아앙-
물벼락을 맞고 뇌전에 지져진 헌터들은 방패 돌진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잡았다!”
“이번에도 낚았다!”
“야! 우선 두들겨 패서 기절시켜!”
환호성과 함께 진압봉이 떨어지고 곧 헌터 전원은 기절했다!
“한 번에 7명이다! 하하하-!”
“빨리 수갑부터 채워! 얼른 치우고 다시 함정 파자!”
“이거 오늘 남은 형기 전부 감형받는 거 아냐!?”
희희낙락 사로잡은 헌터들에게 헌터용 수갑을 채울 때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킥, 키키킼-
문득 시선을 돌린 진압 부대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벼락이 쏟아진 바닥에 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새하얀 털 뭉치가 있었다.
“다람쥐? 성채 빌딩 안에 웬 다람쥐야?”
킥, 키키키킼킼-!
* * *
물벼락을 맞고 번개에 지져졌다.
예전이었다면 바로 응징했을 상황!
그러나 이제 자신은 그냥 다람쥐가 아니라 부하까지 잔뜩 거느린 부두목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대두목의 계획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니케는 정중하게 다시 요청했다.
킥, 키키키킼킼-!
‘미안하다고 말해! 사과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남!’
“뭐야, 이 다람쥐는!? 어라, 이 녀석 날개까지 있네?”
“뭐? 다람쥐가 날개가 있다고?”
“어라 진짜네? 이거 날다람쥐 아냐?”
호기심 어린 목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모여드는 진압 부대원.
니케는 또다시 정중하게 요청했다.
킥, 키키키킼킼-!
“이녀석 왜 자꾸 울어? 배고프냐? 이거 줄까? 크크크-.”
주머니 속에서 꺼낸 먼지 덩어리를 내밀고.
손을 뻗어 딱- 날린 딱밤에 데굴데굴 구르는 몸.
그러나 니케는 여전히 정중히 요청했다.
킥, 키키키킼킼-!
“뭐야? 이 녀석 누가 기르던 건가? 도망도 안 치네?”
이때 한 진압 부대원이 손을 뻗어 니케를 잡았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 삼킬 듯이 입에 물었다.
“이에 하이오 아에느어!”
니케를 입에 문 채로 외치는 진압 부대원.
“저 또라이 새끼!”
“야, 장난 그만하고 얼른 움직여!”
“그래 오늘 형기 다 까려면 바쁘다!”
진압 부대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퉤- 입에 물었던 새끼 다람쥐를 뱉어 냈다.
“쳇! 재미없는 녀석들!”
“됐고! 너의 셋! 쟤네들 1층 국가 헌병대 애들한테 인계하고 와라! 빨리 처리하고 위로 올라가자!”
“뭐 위? 너 설마 진짜로 옥상에 가려고!? 거기 이태성 길드장 저택 있다는 소문이 있어!”
동료들의 흠칫 놀란 시선에 피식 웃는 임시 리더.
“미쳤냐? 당연히 아니지!”
“그럼 왜!?”
의아한 시선에 리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이 위에 사무실 있잖아?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는 태성 길드 사무실!”
“……!”
“……!”
순간 모두의 머리에 섬광이 번뜩였다!
그렇다! 이곳에는 태성 길드가 있다!
그냥 대형 길드도 아닌 길드 랭킹 1위의 태성 길드가!
어째선지 태성 길드 헌터 전원이 자리를 비웠고, 관리 직원들은 1층 로비로 소개된 상황!
게다가 이곳 태성 빌딩 체포 작전은 국가 헌병대가 주도해서 일어난 일이다!
즉, 후환 걱정 없이 대형 길드를 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체포 작전이 끝나면 던전 노역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물건을 빼돌릴 방법은 많았다!
“……!”
“……!”
“……!”
순간 던전 노역형 중인 헌터들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눴다.
“이럴 게 아니라! 바로 위로 올라가자!”
“어쩐지 애들이 별로 없다 했더니!”
“새끼들 다들 한탕 하러 올라갔구나!?”
동료들의 외침에 리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가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의심받지 않으려면 실적을 쌓아 둬야 한다.”
힐끗 기절한 헌터들을 눈짓하는 리더!
척하면 척!
죄수 부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툭툭 내뱉었다.
“야, 바로 움직이자!”
“3번? 아니, 4번이 낫겠다!”
“4번 더 체포해서 보내고.”
“천천히 은밀하게!”
“제대로 한탕 하는 거다!”
일석사조!
던전 노역장에 보낸 국가 헌병대에 엿을 먹이고!
평소라면 똑바로 보지도 못할 태성 길드를 털어먹는다!
게다가 그 결과 감형과 상상할 수 없는 대박까지 터진다!
던전 노역형 중인 헌터들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킄-
크하하하하-
이때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키키키킼킼-!
문득 고개를 돌리자 지저분한 다람쥐가 보였다.
물에 젖고, 전기에 지져지고, 입에 들어갔다 나와 침 범벅이 된 새끼 하늘다람쥐.
새끼다람쥐는 똑바로 헌터들을 바라보며 울었다!
무언가 항의하는 사람처럼!
“너 이번엔 진짜로 먹어 버린다!”
다람쥐를 입에 물었던 헌터가 몸을 숙여 손을 뻗다가 흠칫 놀라 몸을 뒤로 뺐다.
“뭐야? 이 하수구 냄새는!?”
“네 입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하수구 냄새가 나면. 네 입이 하수구인가 보지!?”
크하하하하-
크크킄크킄-
사방에서 폭소가 터졌다.
“아니거든! 이 녀석이 더러운 거다!”
얼굴이 달아오른 헌터는 다람쥐를 걷어찼다.
이 순간 니케의 두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다섯 번의 정중한 요청이 무시당하고 폭력이 돌아왔다!
니케는 펄쩍 뛰어올라 발을 피하고 찰싹 다리에 달라붙었다!
타다다닥- 다리를 타고 몸통을 지나 단숨에 어깨 위로 올라갔다!
“으앗! 뭐야 이 녀석!?”
걷어찬 헌터의 깜짝 놀란 외침이 터지고.
“너, 이제는 다람쥐한테도 당하냐? 크하하-.”
동료 헌터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니케!
아직 어렸지만, 합리적이고 예의를 아는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무례한 인간에게 예의를 가르쳤다.
콰드드득-
이빨로 물어서!
픽-
전원이 끊긴 텔레비전처럼 픽 쓰러진 헌터.
“…….”
헌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파르르- 경련했다!
“뭐야, 저 녀석?”
“야, 얼른 일어나!”
“장난 그만하고 빨리 움직여!”
한발 다가서던 리더는 흠칫 놀랐다.
바닥에 쓰러져 바들바들 경련하는 헌터 주위로 퍼져 나오는 노란 체액!
“너 괜찮은 거야!?”
깜짝 놀라 엎어진 몸을 돌리는 순간 눈동자가 보였다!
재앙급 마수, 최상급 몬스터의 피어에 당한 것처럼 공포에 물든 눈동자가!
“피해……!”
외침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핏-
바람 빠지는 소리!
타닥-
무언가 손을 스쳐 지나가는 감각!
‘내가 공격을 놓쳤다고!?’
반사적으로 각성력을 손으로 보내 저항하는 순간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압도적인 감각이 밀려 왔다!
각성력이 단숨에 바스러지고 전신이 거대한 맷돌에 갈려 나가는 듯한 통증이 쏟아졌다.
“……!”
어느새 쓰러진 몸!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극통과 붉게 물들어가는 시야!
붉게 변하는 시야에 도망치는 동료들과 그 뒤를 쫓는 축축하게 젖은 새끼 다람쥐가 느리게 재생됐다!
새끼 다람쥐는 다다다닥- 바닥을 달려 펄쩍 뛰어올랐다!
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도약!
휘이이잉-
날개막을 활짝 펼치고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새끼 다람쥐!
날아가는 방향은 동료들이 도망치는 방향!
어느새 바람에 녹아들어 그 형체마저 사라진다!
휘이이잉-
투명한 바람이 도망치는 동료들을 쓱- 스쳐 지나가는 순간.
픽, 픽픽픽-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져 나가는 육체, 오러, 무공 각성자들!
“……!”
이 순간 리더는 깨달았다.
먼지 덩어리를 주고, 딱밤을 날려 데굴 굴리고, 입에 집어넣어 침을 바른 새끼 다람쥐의 정체를!
각성 동물!
그것도 다중 각성 능력을 지닌 등급 외 각성 동물이다!
‘성채 빌딩에서 각성 동물이 왜 나와!’
절규하는 순간 시야가 완전히 붉게 물들고 뚝- 꺼지듯이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리더를 마지막으로 니케에게 침을 바른 헌터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러나 니케가 스며든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휘이이이이잉-
사무실, 계단, 화장실, 복도, 상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 바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작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킥, 키킼키킼-?
정신없이 쫓고 쫓기는 헌터들은 이 작은 울음소리에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영혼이 절규하는 듯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으아아앜-
끄어어엌-
꺄아아앜-
……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며 쓰고 있던 강화 헬멧을 벗어 던지는 헌터들!
바람에 스며들어 나는 니케는 헌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며 웃었다.
아주 잘 보이는 얼굴들!
자신은 대두목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
이건 절대로 공격하는 게 아니니까!
킥, 키킼키킼-?
‘잠깐 머리에 그거 좀 벗어 주세요?’
니케는 정중한 요청을 씹는 예의 없는 인간에게만 예의를 가르치는 중이었다!
꽈드드드득-
약간! 아주 약간만 아프게 물어서!
그리고 이 커다란 빌딩에는 예의 없는 인간들이 아주아주 많았다!
휘이이이잉-
성채 빌딩 안을 질주하는 바람을 따라 비명과 고통스러운 외침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곧 난장판에 질서가 찾아왔다.
용역, 헌터, 죄수 부대, 국가 헌병대!
쫓고 쫓기며 난장판을 만들던 모두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어 미친 듯이 도망쳤다!
휘이이이잉-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 바람을 피해서!
4, 5, 6, 7, 8층……!
성채 빌딩 옥상을 향해서 거대한 헌터 웨이브가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