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26화 (92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26화>

“……!”

“……!”

방패 벽 뒤 타격대원들은 경악했다.

이름 그대로의 외모를 지닌 김태희 대령!

그러나 그 천사 같은 외모 속에는 악마가 있었다!

한번 타겟으로 찍은 용의자는 설령 게이트 너머 이세계 마경으로 도망쳐도 끝까지 추적하는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가 김태희 대령이었다!

뇌물을 받은 헌터 부대 장교!

사냥터를 통제하는 거대 조폭 길드!

압력 전화를 넣은 국회의원!

마약 파티를 벌인 재벌 2세 각성자!

……

미친 치와와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짓듯!

김태희 대령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체포해 던전 노역장에 처박았다!

놀라운 잔머리와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능력의 시너지로 상대의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물고 뜯던 김태희 대령!

그런 김태희 대령의 입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거기 두 분 보내드려라!’

다잡은 물고기! 그물에 걸린 헌터를 풀어 주라고!?

충격으로 얼어붙었던 국가 헌병대 타격대원들은 일제히 말을 쏟아 냈다!

“대령님!”

“연대장님? 제정신입니까!?”

“미친 치와…… 아니, 대장님! 다잡은 물고…… 아니, 헌터를 보내 주라고요!?”

“이 녀석 탱커입니다! 그것도 피지컬이 미친 수준이에요!”

“맞습니다! 방패벽을 강화 전투복만 입고 막았습니다!”

“클리어 전인 던전에 탱커로 집어넣으면 던전 코어 회수확률이 대폭증가 할 겁니다!”

……

타격대원들의 외침이 정신없이 쏟아지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번뜩이는 눈으로 사념을 담아 외쳤다.

[보내드리라고! 새끼들아!]

두 눈에서 파랗게 타오르는 귀화!

목소리에 담겨 날아온 섬뜩한 사념파!

미친 치와와가 미쳐 날뛰기 직전이다!

파바바팟-

홍해가 갈라지듯 방패벽이 열리고!

타격대 전원은 반사적으로 좌우 통로에 찰싹 달라붙었다!

비상문까지 활짝 열린 통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최후식 이사가 멍한 얼굴로 말하는 순간.

“우선 가시죠.”

천문석은 등을 슬쩍 밀며 작게 속삭였다.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세요.”

이심전심!

최후식 이사는 바로 감을 잡았다!

저벅, 저벅-

천문석과 최후식 이사는 벽에 붙은 국가 헌병대 정예 타격대원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좌우에서 쏟아지는 저릿저릿한 각성력!

등 뒤에 날아와 박히는 섬뜩한 시선!

타격대원들은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천문석은 그 앞을 천천히 여유롭게 걸었다.

김태희 대령이 공격 명령을 내릴 리 없다!

자신이 요구한 건 그냥 보내달라는 게 아닌 10분의 유예시간뿐이었으니까!

계단 아래, 지상은 국가 헌병대가 포위한 상황!

계단 위, 옥상으로 올라가 봐야 주위는 이미 봉쇄 절차가 끝난 성채 빌딩뿐 탈출로는 없다!

어차피 위, 아래가 모두 막힌 상황!

자신이 요구한 10분의 휴전, 유예시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리라.

당연히 김태희 대령이 모든 게 폭로될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공격 명령을 내릴 리 없었다.

잠시 놓아줄 뿐 10분 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게다가 지금 자신과 김태희 대령은 운명 공동체!

약속을 어기고 공격 명령을 내리는 순간 마탄 관리법 위반으로 사이좋게 둘 다 하수구 던전행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김태희 대령은 미친놈이고 원래 미친놈의 생각은 예측불허다!

일반인이 이성과 감성의 비율이 8:2이라면 김태희 대령은 2:8 이상!

거기에 더해 김태희 대령은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능력, 아주 잠깐이지만 자신마저 당황하게 한 잔머리까지 가졌다!

허점을 보이는 순간 무슨 기괴한 방법으로 찔러 들어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뒤통수를 맞을 걱정 따위는 없는 사람처럼!

다시 싸워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듯이!

절대 강자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통로를 걸었다!

그리고 통로 끝 비상구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천문석은 천천히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먼저 들어가세요.”

최후식 이사가 두 말없이 문 안으로 들어가고.

김태희 대령의 파랗게 이글거리는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

“……!”

말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이제 약속을 지키고, 10분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때!

천문석은 재킷 안에 손을 넣어 천으로 둘둘 말아둔 가짜 리볼버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툭-

순간 김태희 대령의 입이 열렸다.

“지금부터 10분이다. 약속대로 10분이 지나면 휴전은 끝나고 ‘모든 걸’ 잊고 리셋하는 거다.”

담담한 목소리!

그러나 각성력으로 파랗게 이글거리는 눈과 목소리에 담겨 전해진 사념파에선 각오가 느껴졌다.

미친 듯이 뒤를 쫓아! 반드시 던전 노역장에 처넣겠다는 절절한 각오가!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가 옥상에 도착했을 때.

자신과 최후식 이사는 이태성 길드장의 윙슈트를 입고 도망치고 있을 테니까!

‘카캬카카카카-’

마음속으로는 웃음을 터트리며 바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부터 10분이다.”

천문석은 바로 비상문으로 들어가 강화 철문을 닫았다.

* * *

쿵-

강화 철문이 닫히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한달음에 통로를 달려 문 앞에 놓인 천 뭉치, ‘가짜 문화재 리볼버’를 회수했다!

하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

목줄은 제거됐다!

이제 약속대로 10분만 지나면 저 사기꾼 놈을 쫓아가 아작낼 수 있다!

김태희 대령은 바로 시계를 꺼내며 명령했다!

“전원 추적 대형으로 대기한다!”

“10분 후 저놈들을 추적해 체포한다!”

“부관! 최후식을 엮어 넣을 그 남중국 외교관 당장 끌고 와라!”

“네? 남중국 외교관 완강히 저항해서 8층 라운지에 특임대랑 같이 대기 중인…….”

김태희 대령은 부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니까 8층 가서 그 녀석 끌고 오라고! 그리고 바로 성채 빌딩 밖에 사람 보내서 내 무장 상자 가져와라!”

김태희 대령의 무상 상자!

1급 수배자가 마경, 균열, 던전 같은 위험 지대로 튀었을 때 사용하던 장비들!

‘김태희 대령은 지금 쫓고 있는 두 헌터를 1급 수배자로 생각하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부관은 다급히 경례하고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렸다.

이 모습을 본 국가 헌병대 타격대원들은 바짝 긴장해 마른침을 삼켰다.

‘문화재’라는 이름의 리볼버를 손에 넣은 후 언제나 싱글싱글 웃었던 연대장이 완전히 빡쳤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진다!

타격대원 전원은 반사적으로 굳게 닫힌 강화 철문을 바라봤다.

얼굴을 가린 채 연대장과 싸운 헌터!

그 녀석이 김태희 대령을 미친 치와와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뭘 어떻게 했기에!?’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 태성 빌딩이 난장판이 될 거라는 건 분명했다!

* * *

쿵-

강화 철문을 닫는 순간.

최후식 이사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어떻게 된 거야!? 10분? 휴전!?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가 그 조건을 받아 줬다고……!?”

미친 치와와?

듣는 순간 머릿속에 모습이 그려지는 별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답할 시간이 없다!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우선 할 일 있습니다! 난간! 저 비상계단 철제 난간 좀 뜯어 주세요!”

다급히 외치고 빙글 몸을 돌려 굳게 닫힌 강화 철문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후우우, 후우우우우-

이 순간 몸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 위압감!

‘긴급 상황이구나!’

이야아아악-

최후식 이사는 재빨리 계단의 철제 난간을 뽑아냈다!

콰드드드드득-

엿가락처럼 뽑혀 나오는 철제 난간!

“여기! 뽑아 왔다!”

뽑아온 철제 난간을 건네는 순간.

눈을 반개하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던 천문석은 번쩍 눈을 떴다.

빙글-

양손을 허공으로 뻗어 물을 휘젓듯이 허공에 원을 그린다!

원의 중심에서 생겨나는 인력(引力)!

뽑혀나간 난간이 원안으로 빨려 드는 순간!

원을 그리는 손에서 거미줄 같은 빛의 실이 풀려나왔다!

하늘하늘한 빛의 실이 뒤엉켜 털실이 되고!

털실이 다시 얽혀 굵은 빛의 밧줄로 화한다!

“……!”

수천명의 헌터들과 함께 수백 번의 전투를 치른 최후식은 바로 알아봤다.

무공 각성자, 오러 각성자가 꿈에라도 그리는 기술!

각성몽만으로는 불가능한 랭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가능한 기술!

강기, 유형화된 오러다!

‘어떻게!?’

최후식 이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에 얼어붙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양손 사이 허공에 생겨난 강기와 철제 난간이 닿았다.

단숨에 녹아내려 끓어오르는 쇳물로 변하는 난간!

순간 원을 그리는 양손이 부드럽게 움직여 강화 강철 문을 가리켰다!

파파파파팟-

엄청난 열기와 매캐한 탄내가 쏟아지고!

스스스스슥-

문틈으로 스며 들어간 쇳물 위를 넓게 펼쳐진 강기가 덮었다.

오른쪽 위 꼭지점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아래로, 오른쪽으로 움직여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손!

양손이 강화 철문을 따라 직사각형을 그리는 순간 두 손이 교차해서 뿌려졌다!

촤아아-

강화 철문과 문틀을 넘어 벽과 바닥, 천장까지 X자로 이어진 은빛의 선!

최후식 이사는 깨달았다.

강화 철문과 문틀!

그 틈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이 강화 철문은 열리지 않는다!

마치 용접된 것처럼!

‘잠깐 용접? 용접이라고!?’

지금 무공 랭커, 오러 랭커가 꿈에라도 얻기를 소망하는 기술!

강기, 유형화된 오러로 용접을 했다는 거야!?

당장 도망쳐야 하는 긴박한 상황조차 잊게 만드는 황당함!

최후식 이사는 입을 떡 벌리고 천문석을 봤다.

천문석은 천장, 벽, 바닥으로 이어진 은빛 선에 아이가 장난치듯 손을 뿌리고 있었다.

붕붕- 회전하던 손이 휙 날아가 한 치 앞에서 멈추는 순간!

파아아앗-

천장, 벽, 바닥에 그어진 은빛 선이 뿌리를 내리듯이 강화 콘크리트 안으로 파고들었다!

어떻게 가능한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아득한 기술!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했다.

이제 이 강화 철문은 열리지 않는다!

고블린 잡는데 대형 마탄! 아니, 나이트 아머를 부르는 격이다!

천문석을 완전히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끝까지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운 좋게 강철 와이번을 잡은 장래가 유망한 헌터?

전혀 아니다!

이 녀석은 이미 랭커급의 헌터였다!

10분 휴전? 강화 철문 용접?

처음부터 그딴 건 필요도 없었다!

이 실력이면 그냥 국가 헌병대를 쥐어박고 뚫었으면 된다!

‘아니, 도대체 왜!?’

최후식 이사가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리고 마음으로 외칠 때.

후우우우-

천문석은 천천히 호흡과 내기, 잔심(殘心)을 갈무리했다.

끝까지 사용한 치약을 강제로 짜내듯!

얼마 남지 않은 내력을 쥐어짜고 심력을 소모해 강제로 강기를 만들었다!

심력이 훅 깎여나가고 환몽에서 입은 내상이 악화됐지만.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기술을 가장 유용한 순간에 사용했다!

심리 트랩은 완성됐다!

‘이제 바로 튀면 된다!’

후우우-

마음을 모두 갈무리하며 발을 내디뎠다.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나고 넘어질 듯 다리가 휘청였다.

“괜찮냐!?”

최후식 이사가 깜짝 놀라 부축하려는 순간.

쿨럭-

검은 핏덩어리가 입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흩뿌려졌다.

경맥을 틀어막았던 울혈!

“설마 내상을 입은 거야!?”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옥탑방으로 튀어야 합니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계단으로 달리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강화 철문을 막는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앞으로 9분! 남았습니다! 용접한 강화 철문이 10분 정도 시간을 벌어 줄 테니……!”

구으으으으-

순간 강화 철문이 스피커처럼 진동하며 소리를 토해 냈다!

[540, 539, 538, 537……!]

“이게 대체!?”

최후식 이사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알아챘다.

540초, 9분!

카운트다운!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이다!

사이코메트리 능력과 각성력으로 강화 철문을 스피커처럼 사용해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융통성 없이 게임 스킬 쓰듯 각성력을 사용하는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응용력!

강화 철문을 용접한 건 심리 트랩!

저 정도 응용력과 잔머리면 자신이 깔아둔 심리 트랩에 낚이지 않을 거다!

즉, 용접한 강화 철문이 벌어 줄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김태희 대령과 국가 헌병대가 문을 뚫기 전에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에 도착해 튄다는 계획이 어그러졌다!

“5분! 아니, 3분 시간을 벌기도 힘들 겁니다! 이사님 뛰세요!”

천문석은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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