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25화 (92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25화>

“나도 문화재가 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재킷으로 손을 움직였다!

미친놈을 압도할 수 있는 건 더 미친놈뿐!

나는 승리를 위해 완전한 미친놈이 되리라!

재킷 안에는 김태희 대령의 손에 들린 것과 똑같은 장총신 리볼버가 있다!

남중국 헌터 팀장을 털었을 때 얻은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 가득 채워진 장총신 리볼버, ‘문화재’가!

‘이걸로 공략한다!’

재킷 안을 스친 손이 튀어나온 순간.

김태희 대령을 겨누는 장총신 리볼버!

헌터와 국가 헌병대 대령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상황!

김태희 대령의 여유만만한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지고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미친! 국가 헌병대에 총을 겨눠……!?”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유롭던 얼굴에 떠오른 당황한 표정!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문화재다!”

“뭐!?”

“야! 자세히 봐! 이 리볼버 문화재다! 봐라! 네 손에 든 총이랑 똑같이 생겼지!?”

김태희 대령의 날카로운 시선이 장총신 리볼버를 훑었다.

무광 은빛에 흠집이 가득한 몸체!

한 뼘이 훌쩍 넘는 장총신의 리볼버!

마치 복사한 듯 자신의 리볼버와 똑같은 모습!

저 리볼버가 검은 폭풍의 리볼버, 문화재라고!?

그럴 리 없다!

검은 폭풍이 게이트 전쟁에서 사용한 리볼버는 한 자루뿐이니까!

그리고 그 전설적인 리볼버는 검은 폭풍이 비밀 임무를 맡으며 떠나갈 때 같이 사라졌다.

검은 폭풍의 리볼버는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선처럼 헌터 업계에 떠도는 도시 전설이나 마찬가지!

갑자기 광화문 한복판에서 튀어나올 리 없다!

“야, 이 씹! 그거 가짜잖아!? 야, 이거 보이지!? 진짜에는 이렇게 만든 회사 이름이 손으로 새겨져 있어!”

장총신 리볼버 몸체에 새겨진 흐릿한 흔적을 보여 주는 김태희 대령.

[재금 공업]

천문석은 흠칫 놀랐다!

‘아차! 저런 게 있구나!? 괜찮다! 적당히 말을 돌리고 우기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입을 털려는 순간 보였다!

“……!”

손에 쥔 남중국 팀장의 리볼버에 새겨진 흐릿한 흔적!

놀랍게도 남중국 팀장의 리볼버에도 있었다!

[재금 공업]

필체, 새겨진 각도, 그 위를 덮은 흠집, 손잡이의 재질까지 모든 게 비슷, 아니 완전히 같았다!

‘아니! 이게 왜 여기에 새겨져 있어!?’

생각지도 못한 상황!

표정은 담담했으나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쳤다!

파파파팟-

폭풍이 몰아치는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들!

-남중국에서 온 헌터 팀장이 가졌던 장총신 리볼버!

-이 장총신 리볼버에 새겨진 ‘재금 공업’ 네 글자!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가지고 있는 같은 외형의 장총신 리볼버!

-김태희 대령은 자신의 장총신 리볼버를 검은 폭풍의 리볼버라고 주장한다!

같은 품번의 리볼버라면 겉모양은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남겨진 흠집, 손으로 표면에 새긴 ‘재금 공업’ 네 글자까지 복사한 듯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튀어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자신의 손에 들린 남중국 팀장의 리볼버는 짝퉁, 가짜다!

‘그렇다는 건……!?’

문득 고개를 들어 김태희 대령의 손에 들린 리볼버를 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깨달았다!

김태희 대령의 손에 들린 리볼버, ‘문화재’도 남중국에서 만든 가짜다!

가짜, 짝퉁, 가품, 레플리카!

즉, 김태희 대령의 외쳤던 자신의 리볼버는 ‘문화재’라서 총기류 관리법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개구라였던거다!

‘와, 이 미친!’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김태희 대령 이 녀석은 현직 군인 신분으로 중국산 짝퉁 리볼버를 복원한 문화재, ‘검은 폭풍의 리볼버’라고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입만 열면 구라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경지!

천문석이 모든 것을 깨닫고 감탄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도 리볼버에 새겨진 ‘재금 공업’ 네 글자를 보고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의 리볼버에 새겨진 흠집, ‘재금 공업’ 필체와 완전히 같은 리볼버가 튀어나왔다!

‘말도 안 돼!’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이 장총신 리볼버는 검은 폭풍의 리볼버를 직접 본 자신이 보낸 자료로 남중국에서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완벽 재현한 리볼버니까!

‘설마, 설마!?’

김태희 대령은 리볼버를 샅샅이 살폈다.

아무리 살펴도 자신이 가진 리볼버와 같다!

혹시 나중에 진짜 검은 폭풍의 리볼버가 나타나면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고의로 누락한 흔적까지 같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리볼버는 남중국에서 자신의 주문을 이용해 복제한 가짜였다!

‘상도의 없는 새끼들! 내 자료를 빼돌려서 짝퉁을 만들어 뿌렸구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

지금 눈앞의 헌터는 가짜 리볼버를 들고 ‘문화재’라고 구라를 치고 있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몰라도 자신만은 그걸 알았다!

남중국 업체에 자료를 보내 가짜 리볼버를 만든 게 자신이니까!

“야, 이 씹! 그게 문화재! 검은 폭풍의 리볼버라고!? 무슨 개구라를!”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씩 웃으며 리볼버를 까닥였다.

“뭐야? 이 리볼버가 가짜라고? 네 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너 이게 가짜인 건 어떻게 아는데?”

“……!”

대번에 얼굴이 굳고 몸이 얼어붙는 김태희 대령!

‘아차!’

상대의 리볼버가 가짜라는 걸 밝히려면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

즉, 자신이 리볼버가 가짜란 것도 밝히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

김태희 대령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떡하지? 그냥 힘으로 눌러!?’

안 된다!

방금 싸우면서 절절히 깨달았다!

1세대 헌터! 최고 등급 각성자와 싸우는 것 이상으로 전투 예지가 미친 듯이 빗겨나갔다!

게다가 야구 배트로 펼치는 어이없을 정도로 세련된 무기술!

전투 예지에 장비빨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얼마 버티지도 못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사념을 밀어 넣고 계약서로 낚으려 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힘으로 누르는 건 불가능하다!

과연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이 괴물을 키우고 있었다!

‘잠깐!?’

순간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

‘아니지! 이 녀석 분명 오리온 길드 헌터라고 했지! 이태성 길드장이 키우는 게 아니라면 회유한다면!?’

김태희 대령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천문석은 잘 보이게 리볼버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긴 하다. 이 흠집은 세월의 흔적인데 어떻게 이렇게 똑같지? 직접 새긴 ‘재금 공업’ 네 글자도 복사한 것처럼 똑같잖아? 이상하지 않냐?”

“……뭐, 뭐가 비슷하다고!? 하나도 안 비슷하잖아!”

흠칫 놀라 다급히 외치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알아챘다.

제대로 먹힌다!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아 그렇지! 남중국! 남중국이 있었지!? 그러면 너랑 내 리볼버가 똑같은 게 말이 되잖아!?”

“뭐가 말이 된다는 거야!?”

흔들리는 눈빛!

좀 더 찔러 들어간다!

“네 리볼버랑. 내 리볼버가 같은 곳에서 만든 거라면?”

“자, 잠깐……!”

김태희 대령이 다급히 저지하려는 순간.

천문석은 폭탄을 터트렸다.

“짝퉁! 남중국에서 누군 대량으로 복제해서 뿌린 짝퉁이라면! 이 리볼버가 둘 다 가짜라면 말이 되잖아!?”

“……!”

김태희 대령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지고 새하얗게 변했다!

이제 결정타를 때려 박을 순간이다!

천문석은 과장되게 놀란 얼굴로 말을 쏟아 냈다.

“아니, 잠깐!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리볼버가 ‘문화재’가 아니라 짝퉁! 복제품이면!”

“진짜 총을 사람한테 겨눈 게 되잖아!”

“게다가 그 총으로 나한테 마탄까지 쐈잖아? 여기 야구 배트에 마탄 맞은 거 보이지!”

천문석이 슬라임 마탄을 맞은 야구 배트를 내미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마탄 아냐! 그거 건축용 보수재라니까!”

“요즘은 건축용 보수재를 리볼버로 쏘냐?”

“……아.”

천문석은 단숨에 반론을 제압하고 씩 웃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다!

“사람한테 마탄을 쏘면 노역형 몇 개월이더라?”

“……!”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면 가중 처벌 대상이었지?”

“……!”

“저기 국가 헌병대 있으니까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되겠다, 그렇지?”

“……!”

비틀거리는 다리.

천근만근 축 늘어지는 어깨.

그리고 땅으로 푹 숙어지는 고개.

……

김태희 대령은 멍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천문석은 천천히 손을 뻗어 김태희 대령의 어깨를 톡- 쳤다.

“마탄 범죄면 하수구 던전 노역장으로 가냐?”

“……!”

이 순간 김태희 대령은 깨달았다.

‘외통수에 걸렸다!’

-리볼버가 가짜란 걸 인정하면, 마탄 범죄 현행범으로 하수구 던전 노역장에 끌려 간다!

-리볼버가 문화재라고 계속 우기면, 똑같이 생긴 리볼버를 가진 저 헌터도 문화재라고 말하며 사용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의 마탄 사용을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허가해 주는 꼴이다!

당연히 차후 검증 절차에서 두 자루의 리볼버가 모두 가짜란 게 밝혀지고 둘이 같이 하수구 던전 노역장에 끌려가게 된다!

자신 앞에 남은 길은 두 가지였다.

지금 체포되느냐.

아니면 나중에 같이 망하느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게이트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이 죽어 나갈 동안 후방과 제주도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일들!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과 사법부는 범죄자의 반성도 사죄도 원하지 않는다!

범죄자에게 무관용의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법 집행을 한다!

‘완전히 외통수에 걸렸다!’

아찔한 현기증에 눈앞이 깜깜해질 때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 좋은 계획이 하나 있거든. 모두가 윈윈하는 계획. 어때 들어 볼래?”

“……윈윈하는 계획?”

긴 망설임 끝에 돌아온 대답에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김태희 대령!

정말 오랜만에 만난 기만과 잔머리 대가를 꺾었다!

템빨 때문에 무공으로는 압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과 잔머리로 겨루는 승부에서는 이겼다!

계획대로!

‘카캬카카카카캌-’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계획을 말했다.

“간단해. 이번 판은 무승부로 하는 거다!”

* * *

쿵쿵, 쿵쿵쿵-

하나로 합쳐진 발소리와 함께 통로를 밀고 들어오는 방패 벽!

으아아악-

최후식 이사는 악을 쓰며 각성력을 끌어올려 간신히 방패 벽의 전진을 막아 냈다!

홀로 국가 헌병대 타격대의 전진을 막는 놀라운 위용!

그러나 이미 한계였다!

‘이지스의 방패만 쓸 수 있다면!’

절로 탄식이 터졌지만, 이지스의 방패는 소수의 탱커만 사용하는 희귀 아이템!

이지스의 방패를 사용하는 순간 용의자의 숫자가 확 줄어들고 특정될 가능성이 확확 커졌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건 육체의 힘과 각성력, 범용장비 강화 전투복뿐!

이야아아악-

최후식 이사는 각성력을 끌어올려 방패벽을 밀어내며 마음으로 외쳤다.

‘빨리! 문석아! 빨리!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 순간 등 뒤에서 대답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습니다! 성공했어요!”

드디어 잡았구나!

콰아앙-

순간적으로 끌어올린 힘으로 방패벽을 밀어내고 그 반동으로 훌쩍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리는 최후식 이사!

“잘했…….”

최후식 이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승리하고 인질로 잡은 모습이 아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경악한 최후식 이사가 외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방패벽을 밀고 달리려던 타격대도 다급히 외쳤다.

“연대장님!?”

천문석은 씩 웃으며 김태희 대령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

“……!”

“……!”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는 국가 헌병대 타격대!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고!?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오해가 좀 있었더라고요. 그 오해 이제 다 풀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휴전하기로 했습니다.”

‘뭐!? 오해! 휴전?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최후식 이사와 국가 헌병대 타격대 전원이 같은 의문을 담아 김태희 대령을 보는 순간.

“…….”

“그럼 우리는 이만 가죠!”

천문석은 최후식 이사의 등을 슬쩍 밀며 방패 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헌터 지나갑니다. 길 좀 열어 주세요.”

순간 방패벽을 만든 타격대 30여 명은 일제히 김태희 대령을 향해 외쳤다.

“대령님!?”

“연대장님!?”

“휴전이라고요!?”

……

번쩍 고개를 드는 김태희 대령!

김태희 대령의 두 눈에서는 새파란 귀화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타격대원들이 흠칫 놀라 물러서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물었다.

“뭐야? 우리 가지마? 휴전하지 말고 계속 싸울까?”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고 툭툭- 재킷을 두들기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김태희 대령은 상대의 의미심장한 웃음과 제스처에 담긴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재킷 아래 자리한 남중국 팀장의 짝퉁 리볼버!

수틀리면 여기서 모든 것을 폭로하고 같이 하수구 던전 노역장에 가겠다는 협박이다!

‘젠장, 젠장젠장! 빌어먹을!’

구라와 기만!

전투 예지와 사이코메트리!

농락하듯 각성 헌터를 잡아들이던 자신이 완전히 외통수에 몰렸다!

김태희 대령은 외쳤다.

“10분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야! 내가 동료, 친구들 사이에서! 믿음과 정직, 신뢰의 상징으로 불리는 사람이야! 10분. 약속. 모두 지킨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희 대령은 비통한 얼굴로 명령했다.

“거기 두 분 보내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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