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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24화 (92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24화>

160 남짓한 키에 호리한 체형!

피지컬에선 자신이 압도한다!

하지만 천문석은 방심하지 않았다.

성채 빌딩 앞 맵핵을 키고 싸우는 듯한 사기적인 능력, 전투 예지를 이미 겪었으니까!

야구 배트에 구인창의 경력을 담고 바닥에 스치듯 신중히 발을 움직여 전진한다!

파스스슥-

미끄러지듯 다가가는 순간.

하아아앗-

기합을 지르며 마주 전진하는 김태희 대령!

‘나한테 근접전을 건다고!? 하!’

3미터!

간격에 들어가기 직전 잽을 날리듯 얕은수를 던졌다!

“앗! 저거 뭐야!?”

“으앗! 뒤에 뭐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똑같이 외치는 김태희 대령!

쿵-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도약!

야구 배트와 진압용 충격봉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마치 움직일 동선을 알고 있다는 듯 막고, 흘리고, 찔러 오는 충격봉!

파직, 파지지직-

야구 배트에 담긴 구인창의 경력과 충격봉에 흐르는 마력장이 충돌해 상쇄된다!

콰카카카카쾅-

1미터 남짓한 거리 안!

섬광과 굉음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천문석과 김태희 대령은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격돌했다.

쿵, 쿠쿠쿠쿵-

위, 손에 든 야구 배트와 충격봉이 충돌할 때!

쾅쾅, 콰아앙-

아래, 서로의 다리가 쉴 새 없이 상대를 가격했다!

마치 춤을 추듯 나아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온다!

하아앗-

이야압-

기합이 터지는 매 순간 찍고! 밟고! 걸어서 후린다!

위! 야구 배트와 충격봉의 격돌은 호각!

아래! 다리와 다리의 격돌은 천문석의 우세였다!

김태희 대령이 한번 공격할 때.

천문석은 세 번, 네 번 로우킥을 날렸다!

두우우우웅-

로우킥이 적중할 때마다 거대한 강철 종을 때리는 육중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충격이 되돌아 왔다!

9대 1!

극악한 교환비!

상대에게 전해지는 충격량은 1할!

자신에게 돌아오는 충격량이 9할이다!

‘아니, 시바! 이게 말이 되는 거야!?’

힐끗 다리로 시선을 내리자 보였다!

파슥, 파스슥-

로우킥을 갈길 때마다 마력광을 내뿜는 각반!

마력 회로가 새겨진 마도구다!

‘더러운 템빨!’

절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천문석은 쉬지 않고 로우킥을 날렸다!

1할의 피해는 다리에 쌓였고 로우킥은 낚시질이었으니까!

1초!

딱 1초만 휘청이면 된다!

1초만 방어가 무너지면 충격봉을 뚫고 구인창의 경력이 담긴 야구 빠따를 내려칠 수 있다!

강화 전투복을 뚫고 들어갈 구인창의 경력은 1할도 되지 않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각성력을 사용하는 건 결국 육체!

염동력자 마혁진이 그러했듯이 육체에 구인창의 경력이 스며들어 감각이 무너지면 전투 예지는 무력화된다!

전투 예지만 무너트리면 굴렁쇠처럼 데굴데굴 굴릴 수 있다!

으아악-

천문석은 악을 쓰며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로우킥을 갈기고 갈겼다!

그리고 마침내 37번째 로우킥을 날린 순간!

콰드드드득-

로우킥에 닿은 정강이에서 바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도구 각반이 부서졌다!

지금이 바로 몰아칠 기회다!

이야악-

기합을 지르며 전력을 다한 로우킥을 날린다!

파스스슥-

깨져나간 각반에서 솟구치는 섬뜩한 마력광!

‘뭔가 잘못됐다!’

직감하는 순간 로우킥을 날리는 정강이에 내력을 집중했다!

파지지지직-

충격봉이 어깨를 지지는 순간 각반에 로우킥이 작렬했다!

두우우우우웅-

거대한 종을 때리는 듯한 울림이 터지고 엄청난 충격량이 돌아왔다!

사람 다리가 아닌 강철 기둥에 로우킥을 날린 감각!

깜빡-

시야가 암전됐다고 살아나는 순간!

파지지직-

어깨에 닿은 충격봉에서 밀려 오는 마력 스파크!

천문석은 쓰러지듯 뒤로 넘어가 빙글빙글 회전에 벌떡 일어섰다!

욱씬-

로우킥을 갈긴 다리가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더러운 템빨!”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통쾌한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크하하하-

김태희 대령은 충격봉으로 각반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야, 봤지? 이 각반 장난 아니지!?”

“자동 수복에 충격량을 돌려주는 마력 회로까지 새겨진 거야!”

“시장에는 풀리지도 않는 W. S. 인더스트리에서 제작한 명품 중의 명품이다!”

“이건 가격을 떠나서 인맥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나도 간신히 손에 넣었어!”

……

김태희 대령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각반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싸우다가 장비 자랑을 한다고? 와, 이 황당한 녀석!’

그러나 이 황당한 짓 덕분에 빈틈이 보였다!

어느새 마력광이 사라진 충격봉과 각반!

‘단숨에 제압한다!’

부드럽게 바닥을 밀어내 미끄러지듯 돌진하려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9억 9900만원!”

* * *

“……!”

생각지도 못한 숫자!

자신도 모르게 멈춰 각반을 본다!

“9억 9900만원! 설마! 그 숫자!”

휙-

자랑스레 다리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희 대령!

“한 짝 가격이다! 이 각반 두 짝은 21억이다!”

21억!

로또 1등 당첨금을 훌쩍 넘는 금액!

‘아니 무슨 각반 가격이 21억이야!?’

경악한 눈으로 각반을 바라보는 순간 어깨를 으쓱하는 김태희 대령.

“너 놀랐구나!? 여기 내 손목에 아대 보이지? 이건 2개 한 쌍에 27억!”

“이 선글라스! 이건 재금 마도 공학 연구소에서 만든 거다! 각반, 아대 다 팔아도 못 산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입은 이 강화 전투복은…….”

……

끝없이 이어지는 장비 자랑!

김태희 대령이 착용한 장비를 가리키며 억, 억- 외칠 때마다 전의가 급격히 흩어지고 힘이 쭉쭉 빠져나갔다!

천문석은 얼음처럼 굳은 채 마음으로 외쳤다.

빌어먹을 자본 주의 세상!

누구는 강화 전투복도 빌려 입는데!

뭐? 각반 하나에 9억 9900만원?

아니, 2개를 합치면 왜 또 가격이 오르는 건데!?

전투가 문제가 아니다!

빈익빈 부익부!

자본 주의 사회의 이 거대한 모순!

전생 천마이자 초절정을 눈앞에 둔 자신은 마도구! 아니, 강화 전투복도 없이 야구 빠따를 무기로 쓰는데!

눈앞의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은 전신에 수십억 명품 마도구를 휘감고 있다!

아무리 한국 군대가 유능하고 엘리트가 모여도 저런 수십억이 넘는 장비가 보급으로 나올 리 없었다.

저 장비는 김태희 대령의 개인 장비다!

즉,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은 캐부자였다!

어느새 천문석은 야구 배트를 늘어트린 채 괴로워했다.

청년 실업 수십만 시대!

학창 시절 선생님, 알바 현장에서 만난 어른들의 말이 맞았다!

안정과 실리를 동시에 잡는 ‘공무원 + 전문직’ 헌터 부대를 갔어야 한다!

“하! 신검! 그때 입대했어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귀로 들려와 머릿속으로 퍼져 나갔다.

“아직 늦지 않았어. 국가 헌병대는 철저한 성과 우선주의다.”

“내가 특별히 던전 공략조로 넣어 줄게. 입대하자마자 일시불로 계약금 1억 쏴주고!”

“헌터 장비 일체가 공급된다! 2년! 딱 2년만 복무하면 서울에 집 살 수 있어!”

‘집을 산다고!?’

흠칫 놀라 고개를 드는 순간 마치 마음속 외침이 들리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김태희 대령.

“그렇다니까! 냉기 지대 개척하는 홍상사는 인센 대박이 3연속으로 터져서 강남에 아파트까지 분양받았어!”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강남 아파트 분양!’

“맞아! 청약 가점을 엄청 받았거든! 그게 끝이 아냐! 하수구 던전 코어 찾아낸 김대령은 제대할 때 건물까지 세웠다니까!”

‘건물? 설마 안정화 권역에!?’

“당연히 서울 안정화 권역에 세웠지! 국가 헌병대가 밖에선 오해를 많이 받는데. 구성원 만족도는 3년 연속 최고등급이야! 게다가 우리가 없으면 마석, 비료, 광물, 석유 같은 원자재 공급이 흔들린다니까! 국가 헌병대는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공무원일 뿐이야.”

“……그랬구나. 그랬군요…….”

천문석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희 대령은 어느새 어깨에 올린 손을 톡톡- 두들기며 품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국가 헌병대 자원입대 서약서]

“자 사인하자…….”

홀린 듯이 펜을 잡고 이름을 적으려는 순간 사근사근 홀리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후식.”

“……!”

최후식!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마치 마음을 읽는 듯한 대화!

‘사이코메트리 능력!’

후우웅-

반사적으로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타다닥-

야구 배트가 움직이기도 전에 훌쩍 뒤로 빠지는 김태희 대령!

“쳇! 거의 다 넘어왔는데! 뭐에서 어긋난 거야!?”

김태희 대령의 장난스레 씩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사념을 읽고 또 사념을 심었다!

‘도대체 언제!?’

9억 9900만원!

각반 가격을 외쳤을 때다!

그 찰나의 순간에 생겨난 빈틈을 파고들었다!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결합하자 엄청난 시너지가 났다!

김태희 대령 이 녀석은 그야말로 사람을 낚는 어부였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야! 멀었냐!? 여기 오래 못 버텨! 이놈들 방패 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최후식 이사!

통로를 완전히 가린 방패 벽이 쿵쿵- 바닥을 울리며 밀려 오고 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심상에 단단한 방벽을 세우고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씨익 웃으며 손을 허리로 가져가는 김태희 대령!

“장난은 여기까지다!”

무장 벨트 홀스터에 들어간 장총신 리볼버 위에 놓이는 손!

“당장 사인! 아니, 항복 안 하면 마탄을 박아주마!”

허장성세!

천문석은 무시하고 돌진했다!

팟-

순간 손이 홀스터 위를 스쳤다!

퀵 드로우!

장총신 리볼버가 자석에 달라붙듯 손에 잡혀 겨눠지는 동시에 터져 나온 외침!

“사선 확인!”

이미 한번 낚였던 방법!

김태희 대령이 직접 말했듯이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사람한테 마탄을 쏠 리 없다!

쿵-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찰나의 순간.

키릭-

방아쇠에 걸린 김태희 대령의 손가락이 당겨졌다.

빠아앙-

귀에 익은 폭발음이 터지고 리볼버 총구에서 탄환이 날아왔다!

* * *

“……!”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야구 배트를 내려찍는 순간 걸리는 물컹한 느낌!

촤아악-

야구 배트에 반투명한 점액질이 확 퍼져 나간다!

야구공 크기!

하지만 소리와 형태가 일치한다!

장갑 진압차에서 쏟아부었던 슬라임 마탄이다!

김태희 대령이 마탄을 사람에게 쐈다!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한국 헌터 업계의 금기를 범했다!

“미친! 사람에게 마탄을 쏴! 당장 신고한다! 야! 너희 대장이 사람한테 마탄 쐈어! 지금 총성 들었지!? 현행범이다! 당장 체포해라!”

하하하-

김태희 대령은 웃음을 터트리며 리볼버를 빙글빙글 돌렸다!

“하하하- 이건 법적으로 마탄이 아니다! 이 총도 법적으로 총이 아니고!”

“뭔 개소리야!? 그거 재금 공업이 만든 슬라임 ‘마탄’이라며? 그리고 너 손에 쥔 그 총 ‘리볼버’잖아! 그 리볼버랑 똑같은 생긴 리볼버 나도 있는데! 어디서 개구라를!”

“슬라임 마탄은 그냥 별명이다! 정식 명칭은 야전 긴급 보수용 발사체다! 구멍 난 벽이나 건물 보수하는 건축 재료!”

“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야구 배트에 달라붙어 부풀어 오르는 슬라임 마탄을 보는 순간.

씩 웃으며 휙- 장총신 리볼버를 내미는 김태희 대령.

“그리고 이 리볼버는 총이 아니라 문화재다! 검은 폭풍! 위대한 국가 헌병대의 대선배께서 사용하신 ‘전설적인 리볼버’를 완벽하게 복원한 문화재! 이건 총이 아니라 예술품이다!”

크하하하하하-

김태희 대령은 장총신 리볼버를 흔들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전투 예지.

사이코메트리 능력.

국가 헌병대 지휘관.

잔머리와 사람을 낚는 기술.

……

이건 김태희 대령의 본질이 아니었다.

김태희 대령의 본질을 정의하는 단어는 따로 있었다.

미친놈.

그렇다! 눈앞의 국가 헌병대 지휘관 김태희 대령은 제정신이 아닌 제대로 ‘미친놈’이었다!

지극히 ‘상식인’인 자신이 제대로 ‘미친놈’과 싸웠으니 엉망진창으로 끌려다닌 게 당연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김태희 대령의 본질을 파악하는 순간 파파팟-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고 제대로 된 해결책, 완벽한 계획이 떠올랐다!

천문석은 즉시 재킷 안으로 손을 움직이며 외쳤다!

“여기도 문화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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