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9화>
‘부산에 내려갔다고? 아니, 왜!?’
부산 던전은 생활 헌터들이 주로 가는 던전!
게이트도 광화문 게이트와 연결된 이세계 거점 도시 신서울이 인프라 면에서 압도적이다!
“부산이요? 부산은 왜…….!?”
질문하는 순간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기억!
일주일 전 거대 괴수 격전이 벌어진 해운대!
그 난장판이 끝나고 부산역 광장에서 이태성 길드장과 태성 길드 헌터들에게 한우를 쐈다!
‘부산에서 아직 안 올라왔구나!’
진실을 깨닫는 순간 반사적으로 외쳤다.
“이사님! 밖으로 지금이라도 밖으로 도망치면……?”
“이미 늦었어.”
최후식 이사가 허탈한 얼굴로 창밖을 가리키는 순간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하- 오늘이 바로 국가 헌병대가 광화문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날이다!]
위이이이잉-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장갑 진압차에서 완전무장한 병력이 쏟아졌다!
하얀 해골 헬멧, 푸른 강화 전투복의 국가 헌병대 체포조!
검은 군복, 10명 단위로 조를 이룬 헌터 부대 특임대!
방패를 들고 발을 구르며 천천히 펼쳐지는 진압부대!
지금까지의 죄수부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글거리는 기세와 일렁이는 대기!
하나로 동조된 거대한 각성력이 느껴졌다!
정예 중의 정예가 튀어나왔다!
순간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손을 내리그으며 명령을 내렸다!
[태성 빌딩을 포위한다!]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다!]
우와아아아아아-
하늘이 무너질듯한 환호성과 함께 진압부대가 활짝 펼쳐지고!
진형 좌우에 국가 헌병대 체포조, 헌터 부대 특임대가 자리를 잡았다!
“미친! 태성 길드로 들어온다고!?”
“태성 길드 헌터들 어디 있냐!?”
“보안 요원! 당장 입구 봉쇄해!”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움직여!”
……
사색이 된 헌터들이 다급히 외쳤지만, 보안 요원도 태성 길드 헌터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태성 길드장과 태성 길드 헌터들 모두 부산에 있었으니까!
즉, 지금 태성 빌딩은 빈집이었다!
급변하는 상황에 눈앞이 아득해진다!
잠시 잊고 있었다! 언제나 잘 풀릴 때 플랜 B, C, D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이런 더러운 불운!’
천문석은 목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삼켰다!
분노는 언제든 터트릴 수 있다!
아직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은 지금 당장 튀어야 한다!
“이사님 밖으로!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뚫어야 합니다!”
천문석은 바닥에 내려놓은 팀장을 어깨에 짊어지는 즉시 달렸다!
타다다다닥-
힘없이 뒤로 따라붙는 최후식 이사.
“국가 헌병대 놈들 어지간해서는 뚫을 수 없어. 게다가 뚫다가 신원 특정되면 끝이다. 끝까지! 정말 끝까지 추적해서 즉결 심판으로 노역장에 보내버려…….”
최후식 이사는 힘없이 말하다가 돌연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하수구 던전! 빌어먹을 냄새! 으으으윽- 그 냄새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절절한 외침에 담긴 짙은 공포!
하수구 던전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직접 가 본 적은 없어도 사진, 영상, 인터넷으로 수없이 봤다!
오물이 떠다니는 하수구를 첨벙첨벙 걸어 다니며 분석(糞石)과 마석(魔石)을 캐내는 하수구 던전!
하수구 던전은 각성 헌터조차 치를 떠는 최악의 노역장으로 악명 높았다!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천문석은 얼굴을 가린 천을 다시금 확인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가장 리스크가 작으면서 탈출 가능성이 큰 도주로를 찾아야 한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로비를 가로지르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움직이는 내력은 3할 남짓!
이 정도면 충분하다!
쿵-
바닥을 박차고 태성 빌딩 밖으로 나가는 순간 주위를 살핀다!
어느새 완성된 포위망!
태성 빌딩 주위는 방패 벽으로 둘러싸인 상태!
안으로! 밖으로! 골목으로!
어디로도 길을 정하지 못하고 겁먹은 토끼처럼 우왕좌왕하는 수많은 헌터들!
헌터들 너머로 상대가 보였다!
정면에 줄줄이 늘어선 장갑 진압차 수십 대!
그 옆으로 길게 방패 벽을 세운 진압부대 수백 명!
그리고 좌, 우 방패 벽 뒤에서 기세를 끌어올리는 푸른 강화 전투복과 검은 군복!
국가 헌병대 체포조와 헌터 부대 특임대!
수천 번! 생사의 갈림길을 헤쳐나온 촉이 움직인다!
종이 한 장은 쉽게 꿰뚫어도 수백 장의 종이는 쉽게 관통하지 못하는 법!
가장 수가 많은 진압부대는 안 된다!
체포조, 특임대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남은 도주로는 하나!
‘정면! 장갑 진압차를 뚫고 나간다!’
천문석은 결심하는 즉시 외쳤다.
“정면으로! 바로 돌진하겠습니다! 바짝 등 뒤에 붙으세요!”
“이 녀석은 내가 업을게.”
“아뇨! 제가 업고 달릴게요! 쓸데가 있습니다!”
하앗-
천문석은 기합과 함께 돌진한다!
타다다다탁-
바닥을 박차는 순간 쏘아진 화살처럼 폐허가 된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는 천문석!
천문석이 움직이는 순간 우왕좌왕하던 헌터들 사이에서 고참 헌터들이 외쳤다.
“정면이다! 장갑차를 뚫자!”
“방패 벽 뚫다가 발목 잡히면 끝장이다!”
“앞으로 돌진해라!”
“같이 달리면 빠져나갈 수 있다!”
우와아아아-
함성이 터지고 우왕좌왕하던 헌터들이 움직였다!
3, 7, 17, 30, 50, 73, 98명!
마치 양동이가 기울어지고 물이 쏟아지듯!
우왕좌왕하던 헌터들은 각성력을 끌어올리고 전력으로 돌진했다!
단숨에 천문석을 앞질러 해일처럼 밀고 나가는 헌터들!
기이이이잉-
순간 모터 소리가 들려오고 장갑 진압차 상부에 고정된 물대포가 겨눠진다!
“물대포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절대 멈추지 마!”
“기세가 죽으면 끝장이다!”
“우리는 절대 하수구 던전에 끌려가지 않는다!”
으아아아악-
하나로 합쳐진 괴성이 터지고 각성력이 끌어오르는 순간.
빠아아아앙-
압축 공기 폭발음과 함께 물대포가 발사됐다.
순간 물줄기가 아닌 반투명한 물컹물컹한 덩어리가 쏘아졌다!
“슬라임 마탄!”
“재금 공업!?”
“100만원!”
“국가 헌병대 미친놈들!”
……
경악한 외침이 사방에서 터지는 순간.
슬라임처럼 점성이 느껴지는 마탄이 선두에서 달리는 헌터와 충돌했다!
촤아아아-
맞는 순간 물풍선이 터지듯 펼쳐져 몸통과 팔다리를 뒤덮는 물컹한 점액질!
점액질 탄환은 순식간에 부글부글 부풀어 올랐다!
“이게 뭐야!?”
깜짝 놀라 악을 쓰며 각성력을 담아 몸을 비트는 순간 새파란 마력 스파크가 쏟아졌다.
콰지지지직-!
“으아악- 이거 뭐야!?”
슬라임 마탄에 맞은 헌터는 순식간에 커다란 고무공에 박힌 모습이 되어 광장 위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튕겨 올랐다!
콰직, 콰직, 콰지직-
마력 스파크에 지져지며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탱탱볼처럼 탱탱- 방패 벽 너머로 떨어지는 헌터!
곧 사방에서 찔러 온 장대에 꽂혀 전리품처럼 고정됐다!
이 비참한 모습에 사색이 된 헌터들은 다급히 외쳤다!
“흩어져!”
“맞으면 끝장이다!”
“넓게 펼쳐서 달리자!”
장갑 진압차로 돌진하던 헌터들이 흩어지는 순간.
빵빵, 빠아아앙-
수십 대의 물대포에서 슬라임 마탄이 쏟아졌다.
흩어져 돌진하는 헌터들이 슬라임 마탄에 맞아 나뒹굴고 파직, 파직- 지져지고 탱탱- 튕겼다!
돌진력이 확확 깎이고 전장은 난장판이 됐다!
“슬라임 마탄!?”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등 뒤에서 최후식 이사의 말이 쏟아졌다.
“저거 특수 목적 마탄이다!”
“각성 범죄자 제압용 슬라임 마탄!”
“발당 100만원 이상! 단가가 더럽게 비싸서 국가 헌병대에서도 상급 수배자 잡을 때만 쓰는 마탄이야!”
“한번 경화되면 특수 용액 없으면 못 빠져나와! 그 특수 용액도 더럽게 비싸고!”
“저놈들 지금 예산을 펑펑 쓰고 있다! 회수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못할 일이야!”
“저 녀석들 노리고 들어왔어! 이태성 길드장 없는 거 이미 알고 있었다!”
하아아-
최후식 이사의 깊은 탄식!
“어떤 미친놈이 저런 탄환을 개발……!”
분통이 터져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주위에서 같이 달리는 헌터가 외쳤다.
“당연히 재금 공업이지! 재금 공업 미친놈들! 돈만 되면 뭐든지 만든다니까!”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헌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세상 흉악한 것은 전부 재금 공업이 만드는구나!’
상상도 하지 못한 슬라임 마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아직 상정 범위 안이다!
보는 순간 바로 견적이 나왔다!
슬라임 탄은 그 부피와 무게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어설픈 헌터라면 몰라도 상급 각성자들은 충분히 보고 피할 수 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
좌우는 특수부대로 막혔다!
여전히 장갑 진압차가 제일 만만하다!
나라면 할 수 있다!
슬라임 탄환을 피해 정면을 뚫는다!
“제가 앞장서서 길을 뚫겠습니다! 거리 두고 따라오세요!”
천문석은 사방에 널린 잔해로 사선을 가리며 선두로 나아갔다!
빠앙, 빠앙, 빠아아앙-
컥, 끄억, 커어억-
압축 공기 폭발음이 터질 때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울분에 찬 외침!
“빌어먹을 젠장!”
“시바! 더러운 자본 주의!”
“너희라도 도망쳐라! 내가 길을 열겠다!”
슬라임 마탄을 맞은 한 헌터가 인간 방패가 되어 정면으로 돌진했다!
“뒤에 붙어!”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야 한다!”
“좌우로 몸을 움직여! 직선으로 달리면 당한다!”
동료 헌터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헌터들!
어느새 슬라임 마탄을 쏟아붓는 장갑 진압 차까지 거리는!
30여 미터!
어느새 천문석은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같이 표적이 되어 줄 헌터는 없다!
‘난 할 수 있다!’
천문석은 기감을 사방으로 뻗고 내력을 전신에 퍼트리고 외쳤다!
“먼저 길을 뚫겠습니다!”
쿵-
최후식 이사를 남겨 둔 채 바닥을 짓밟고 가속하는 천문석!
빠…….
압축 공기 폭발음이 들려오는 동시에 땅을 박차고 왼쪽으로 피한다!
촤아아아악-
천문석이 있었던 공간을 지나 보도블록 위에 퍼져 나가는 슬라임 마탄!
“피했다!”
“잘했다! 우와아-!”
헌터들이 환호하는 순간 연속으로 땅을 박차고 가속한다!
쾅, 쾅, 쾅-
홀짝이나 마찬가지다!
슬라임 탄환이 날아오는 동선은 직선!
속도와 템포를 조절하고!
한발 먼저 좌우, 위아래 공간으로 피한다!
빵, 빵, 빠아앙-
천문석은 슬라임 탄환이 쏘아지기도 전에 피하며 빠르게 전진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리는 헌터들!
“잘한다!”
“저 헌터 뒤로 바짝 붙어!”
“이제 곧 장갑 진압차다!”
“근접에서 붙는 순간 전세 역전이다!”
“저 빌어먹을 장갑차부터 뒤집고 튀는 거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돌진하는 헌터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기세가 살아나고 투지가 끓어오른다!
“한 번에 밀고 들어가 뒤집어엎자!”
으아아악-
헌터들은 일제히 악을 쓰며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돌진하는 헌터 모두를 감쌌다!
이 열기의 선두는 천문석!
파죽지세!
천문석은 단단한 대나무를 단숨에 가르는 검이 되어 땅을 박차고 치고 나갔다!
좌좌, 우좌, 좌우!
멈추고! 펄쩍 뛰어 구르고!
납작 엎드려 파바밧- 기어 피한다!
빵빵, 빠앙, 빠아앙-
촤, 촤아, 촤아아악-
비 오듯 쏟아지는 슬라임 마탄이 바닥에 터져 나가듯이 깔린다!
20, 17, 15, 13미터!
“어떻게! 이걸 다 피해!?”
국가 헌병대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을 때 남은 거리는 불과 10미터!
앞으로 2, 3번만 피하면 근접으로 붙는다!
“붙는 순간 저 빌어먹을 물대포부터 아작낸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살 낸다!”
“박살 낸다!”
“박살 낸다!”
빠아, 촤아아-
그리고 마지막 슬라임 마탄을 피하고 쿵- 보도블록을 밟고 몸을 날리는 순간.
“……!”
철렁- 가슴이 내려앉고 섬뜩한 전율이 전신을 흘렀다!
‘무언가 변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정면을 훑는 시선이 자석에 끌리듯이 멈춘다!
확성기로 외치던 국가 헌병대 지휘관!
국가 헌병대 지휘관이 슬라임 마탄을 쏘아내는 물대포를 잡았다!
그 모습이 눈에 새겨진다!
20대 초반 여자!
국가 헌병대 군복!
계급은 무궁화 셋, 대령!
‘20대 초반인데 대령이라고!?’
그 의미를 깨닫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쭈뼛 솟아 올랐다!
“……!”
머릿속에 붉은 등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생겨난 갈등!
‘뚫을까? 피할까!?’
갈등하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김태희 대령! 빠져! 당장 뒤로 빠져야 해! 저 녀석 전투 예지……!”
최후식 이사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슬라임 마탄이 발사됐다!
빵빵, 빠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