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8화>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품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냠냠이 잘했어! 다단계 누나! 알바 어디 있어? 빨리 말해 줘!”
바람잡이는 불현듯 알바가 누군지 깨달았다.
이세기가 알바다!
지금 이 꼬맹이는 이세기를 찾고 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광장 반대편에 있는 성채 빌딩이 보이고 머릿속에서 이세기의 외침이 떠올랐다!
‘태성 빌딩! 지금부터 이태성 길드장을 찾아간다!’
“태성 빌딩! 네가 찾는 알바! 저기 저 빌딩으로 갔어!”
태성 빌딩을 가리키는 순간 환호성을 터트리는 꼬맹이!
“저기구나! 냠냠이! 출동이야! 저기 빌딩에 알바가 있어! 당장…… 앗! 잠깐만! 다단계 누나! 다단계 누나부터 저기 저 안으로 데려다주자!”
꼬맹이는 봉쇄 절차에 들어간 재금 빌딩을 가리켰다.
“잠깐! 봉쇄 절차! 저 안으로 못 들어…….”
냐아암-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부유감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하늘로 쏘아진 투석기 탄환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듯.
재금 빌딩으로 향해 가속하는 바람잡이, 특급 헌터, 냠냠이!
후아아아앙-
엄청난 바람이 쏟아지고!
그르르르륵-
강화 철판이 천천히 내려오는 유리 벽이 빠르게 가까워진다!
각성력이 담긴 해머로 내려찍어도 멀쩡했던 유리 벽 위로 마력 회로가 명멸하며 마력장을 뿜어내고 있다!
최상급 몬스터의 반발장조차 억제하는 봉쇄 마력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상의 헌터들이 각성력이 담긴 중병기로 수십, 수백 번 내려찍어도 금하나 가지 않는 성채 빌딩의 강화 유리 벽!
이대로 충돌하면 끝장이다!
“멈춰! 저 보안 마력 회로! 마력과 각성력을 억제해! 최상급 마수도 통과 못해! 당장 멈춰야 해!”
악을 쓰며 외쳤으나 엄청난 바람 소리에 자신의 귀에도 외침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충돌한다!’
아이를 끌어안으며 몸을 돌려 충격을 줄이는 순간 품 안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지금이야! 니케!”
킼, 키키킼-
아이가 쓴 모자에서 튀어나온 하늘다람쥐!
타다다닷-
새끼 하늘다람쥐는 몸을 타고 올라 펄쩍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휘이이잉-
순식간에 활강해 유리 벽에 찰싹 달라붙는 새끼 하늘다람쥐!
파지지지직-
마력광이 터지고 마력장이 치솟는 순간 형체 없는 마력장을 깨물었다!
쩌저저저적-
무언가 깨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마력장이 지워지듯 사라지고 유리 벽에 바로 앞으로 다가온다!
“……!”
반사적으로 아이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몸을 돌릴 때.
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훅- 올라오는 아찔한 현기증!
깜빡 시야가 암전됐다가 돌아오는 순간.
쓰으으으윽-
어느새 몸은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미끄러지고 있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보안 요원과 각성 헌터들!
쿵-
대리석 바닥 위로 미끄러지던 몸이 로비 소파와 충돌해 멈추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어떻게!?”
“마력 회로가 가동된 유리 벽을 뚫었다고!?”
“순간이동 초능력 각성자!?”
“그럴 리가!? 각성력은 성채 빌딩 마력 회로에 억제될 텐데!”
“설마, 1세대 마력 각성자!?”
……
경악한 얼굴의 헌터들과 보안 요원들이 겹겹이 주위를 둘러싼 상황!
어느새 강화 유리 벽을 넘어 성채 빌딩 안에 들어와 있었다!
‘아이는!?’
허전한 품에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는 순간 주위를 둘러싼 헌터들과 보안 요원들의 다리 사이로 보였다!
텅 빈 로비 한쪽 커다란 고양이를 타고 손을 흔드는 아이.
‘안녕안녕안녕!’
소리 없는 인사가 들려오고 아이를 태운 고양이는 부드럽게 달렸다.
단숨에 로비를 가로질러 각성 헌터가 해머를 내려치는 곳!
어느새 내려온 하늘다람쥐가 찰싹 달라붙은 유리 벽을 향해 펄쩍 뛴다!
피핏-
몸이 흐릿해지는 순간 단숨에 유리 벽을 뛰어넘는 고양이와 아이!
그리고 아이의 모자 위에 내려앉는 새끼 하늘다람쥐!
아이, 고양이, 새끼 하늘다람쥐는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으로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 뒤로 헌터들을 따돌린 장갑 SUV가 따라붙었다.
조수석에서 몸을 내민 채 손을 흔들며 크게 외치는 학생!
‘태성 빌딩으로 가는구나!’
직감하는 순간 깨달았다.
저 고양이와 새끼 하늘다람쥐는 성채 빌딩의 봉쇄 마력회로조차 무력화시키는 각성 동물이다!
등급외 각성 동물!
불현듯한 이름이 머리에 떠올랐다.
며칠 동안 모든 포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각성 동물.
서울 북부에 펼쳐진 거대한 북한산을 홀로 지키는 서울의 수호자.
국민대 뽀미!
뽀미 같은 등급외 각성 동물이 아니면 성채 빌딩에 발현된 봉쇄 마력 회로를 뚫는 건 불가능하다!
즉, 등급 외 각성 동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이가 나타난 거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세기를 찾아서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을 달려가고 있다!
“……!”
“……!”
“……!”
바람잡이는 주위를 둘러싼 각성 헌터와 보안 요원들의 외침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
이 순간 오랜 밑바닥 생활로 다져진 촉이 움직이고 머릿속에 흩어진 기억들이 툭, 툭-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몰락한 신동대문 삼합회, 야쿠자, 칠성파!
-깃발을 꽂았다가 실종된 1세대 헌터 염동력자 마혁진!
-광장을 뚫고 나온 초거대 괴수!
-하루 만에 생겨난 신동대문과 신서울을 잇는 지하터널!
-용역 헌터 수천을 움직일 힘과 재력을 가진 고용주의 몰락!
-기다렸다는 듯이 광화문 광장에 쫙 깔린 국가 헌병대!
-탱커 랭킹 1위 이태성 길드장과 태성 빌딩!
-별것 아니라는 듯 소개해 준 암살검이 뒤를 봐주는 안전 호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등급외 각성 동물과 이상한 아이!
……
이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을 가리켰다.
문득 고개를 내려 손에 쥐어진 로또 용지를 봤다.
이 작은 로또 용지에서 거대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순간 바람잡이는 마침내 깨달았다.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거물 중의 거물과 인연이 이어졌다!
이세기!
순간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신동대문에서부터 계속된 불운은 모두 이 엄청난 행운! 이세기를 만나기 위한 시련이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은 안전 호텔이 아니다.
이세기가 준 로또 용지에 적혀 있는 김철수 사무실이 최종 목적지여야 한다!
이곳 재금 빌딩에 있는 김철수 사무실에 가서 이세기와의 인연을 이어 가야 한다!
바람잡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경악한 헌터들과 보안 요원들을 향해 외쳤다.
“김철수 사무실! 13층 김철수 사무실에 가야 해요! 사무실에 연락해 주세요!”
순간 보안 요원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서는 여자가 보였다.
유리 벽을 두들길 때 시선이 스쳤던 직장인!
“김철수 사무실을 찾아왔다고요? 혹시 소개받은 사람이…….”
“이세기?”
“이세기!”
동시에 터져 나온 외침!
“……!”
“……!”
깜짝 놀란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진교은은 순간적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헌터와 국가 헌병대가 뒤엉켜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
찢겨진 블라우스에 엉망이 된 몰골로 나타나 이세기를 찾는 사람!
이세기는 천문석 부사장이 사건에 휩쓸릴 때마다 사용하는 가명이다!
천문석 부사장이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광화문이 난장판이 되고 사이렌과 함께 국가 헌병대가 출동하더니 이세기란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세기, 천문석 부사장과 얽혔던 경험이 말한다.
‘이 여자 천문석 부사장의 불운에 휩쓸렸구나!’
제주도, 강릉, 이상 던전, 해운대까지!
몇 번이나 겪었던 재앙의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밖은 위험하다! 지금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
진교은은 불운에 휩쓸린 여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보안 요원에게 외쳤다!
“우리 사무실 찾아오신 분이세요! 따라오세요! 위로 사무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요!”
“네, 네!”
여자를 일으켜 세운 진교은은 화물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이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
“네! 말하세요!”
“김철수 사무실에서 저도 일할 수 있을까요?”
“네? 지금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반문하는 순간 취준생 같은 열의 어린 대답이 돌아왔다.
“김철수 사무실에서! 꼭 이세기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기시감!
최설이 자신에게 김철수 사무실의 비전을 설명했을 때와 똑같이 상기된 얼굴 들뜬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천문석 부사장에게 완전히 낚였구나!’
불쌍한 피해자에게 사실을 말해 주려는 순간 땡- 화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진교은은 잽싸게 화물 엘리베이터에 타며 외쳤다.
“빨리! 얼른 올라타세요!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요! 빨리요! 자세한 건 사무실에서 말해 드릴게요!”
“네?”
바람잡이가 반문하는 순간 로비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쩌저저저저적-
거대한 얼음이 쪼개지는 듯한 굉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최상급 마수의 공격조차 막아 내는 성채 빌딩 강화 유리 벽에 쩍, 쩍-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금이 가는 강화 유리 벽 너머로 보였다!
각성력이 담긴 해머를 강화 유리 벽을 향해 내려치는 헌터가!
이 순간 이성을 넘어선 직감이 말했다.
‘천문석 부사장의 불운이 재금 빌딩에 옮겨붙었다!’
진교은은 재빨리 여자를 안으로 끌어당기고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 닫힌 버튼을 연타했다!
“단단히 마음먹으세요! 재앙! 불운의 폭풍이 몰려 와요!”
* * *
진교은과 바람잡이 두 사람이 사무실로 피신 할 때 광화문 광장의 난장판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거대화 능력을 얻은 냠냠이를 타고 폐허가 된 광장을 질주했고.
“냠냠이! 더 빨리! 알바가 우리를 기다려!”
부아아아아앙-
류세연은 장갑 SUV를 타고 그 뒤를 쫓았다.
“멈춰! 특급 헌터 위험해! 더 빨리 쫓아가 주세요!”
“저 각성 동물 뭐야? 안 돼! 지금이 최고 속도야! 주위에 잔해가 너무 많아! 속도 더 올리면 전복한다!”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폐허처럼 변한 광화문 광장에서 추격전을 펼치는 순간.
국가 헌병대 체포조와 정예 요원, 헌터 부대 특임대는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특급 헌터, 류세연, 국가 헌병대!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가 향하는 장소는 같았다.
광화문 광장 서쪽, 태성 빌딩!
이때 태성 빌딩에 도착해 웃음을 터트리는 헌터가 있었다.
“카캬카- 드디어 도착했다! 이 난장판도 이젠 끝이다!”
어깨에 꽁꽁 묶인 팀장을 걸친 헌터, 천문석이었다.
* * *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눈앞의 성채 빌딩을 바라봤다!
[태성 길드]
[태성 PC방]
[태성 사우나]
[태성 컴퓨터]
[태성 한식 뷔페]
……
광화문 광장에 줄줄이 늘어선 세련된 빌딩과는 차별화된 간판이 덕지덕지 붙은 성채 빌딩.
태성 빌딩!
“막아! 입구 다시 막아야 해!”
“안 돼! 이 녀석들 완전 독이 올랐어!”
“다시 막는 거 불가능해!”
빌딩 입구에 방패벽을 쌓았던 진압부대가 완전히 밀려나고!
“꼴 좋다! 새끼들아!”
“계속 던전 노역장에서 썩어라!”
“앞에! 빨리 안으로 들어가! 분위기 심상치 않다!”
“체포조 애들 사라졌어! 뭔가 일어날 거 같다! 빨리 움직여라!”
골목, 차 벽, 다른 성채 빌딩 입구를 뚫는 데 실패한 헌터들이 모조리 모여들어 태성 빌딩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누가 진압부대 방패벽을 뚫었는지는 뻔했다!
‘최후식 이사님의 솜씨다!’
기세를 숨기고 달려오는 국가 헌병대!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친 엔진음!
완벽한 타이밍!
발목을 잡히기 전에 태성 빌딩에 도착했다!
천문석은 헌터들로 가득한 태성 빌딩 입구로 달렸다.
매 걸음 더 가벼워지고 더 빨라지는 발걸음!
구름처럼 모여든 헌터 무리에 닿는 순간 쿵- 바닥을 박차고 단숨에 뛰어올랐다!
탓, 탓, 타타탓-
밀집한 헌터들의 머리와 어깨를 밟고 달려 순식간에 성채 빌딩 입구를 통과하는 천문석.
쿵-
로비에 내려서는 순간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PC방에 짱 박히자!”
“찜질방이 낫다! 손님들이랑 섞이면 안전해!”
“10층 위로는 올라가면 안 된다! 태성 길드가 사용하는 층이야!”
“로비 입구! 빨리 길 틔워! 밖에 남은 헌터들 많아!”
“종로 길드! 야, 종로 길드 헌터들 어디 있냐!?”
……
사방에서 쏟아지는 정신 없는 외침과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헌터들!
“……!?”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주위를 다시 살피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 위화감의 정체를 찾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이태성 길드장, 최후식 이사와 만나야 한다!
태성 빌딩은 처음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꼭대기 층!
비상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는 태성 빌딩 옥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옥탑방이 하나 있었다, 그 옥탑방이 조 단위 재산을 가진 이태성 길드장의 집!
최후식 이사와 만날 장소다!
‘비상계단! 문 테두리를 초록색으로 칠한 비상계단이!’
천문석은 재빨리 로비를 벗어나 건물 안으로 달렸다.
헌터들이 구름처럼 모인 엘리베이터와 상점가, 푸드 코너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1층 구석 비상계단이 보였다!
테두리를 초록색으로 칠한 비상계단!
최후식 이사가 말한 옥탑방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이다!
비상계단을 향해 달리는 순간 마력 엔진음이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부아아아아앙-
1층 강화 유리 벽을 향해 밀려 오는 장갑 진압차 수십 대!
“국가 헌병대!”
“앞에! 빨리 안으로 들어가!”
“사냥개들이 도착했다! 당장 뛰어!”
으아아악-
패닉에 빠져 정신없이 입구로 밀고 들어오는 헌터들!
기세를 숨기고 은밀히 이동하던 국가 헌병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었다!
자신은 이미 국가 헌병대가 쫓을 수 없는 성역!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의 영역 안에 있었으니까!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정말 오랜만의 행운에 웃음을 터트리며 초록색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태성 빌딩에 들어온 이상 안전하다!
이제 다음 행보. 남중국 푸젠성으로 날아간 암살검 경석이를 데려올 방법을 고민할 때다!
남중국은 지금 혼란기! 혼자서는 안 된다.
최소한 한 명 뒤를 봐줄 사람이랑 같이 가야 한다!
“누구를 데려가지!?”
머릿속으로 동료들을 생각하며 비상계단으로 들어갈 때 불쑥 튀어나오는 헌터가 있었다.
“어엇!”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는 순간 낯익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헌터가 보였다.
최후식 이사와 함께 먼저 빌딩으로 들어간 오리온 길드 헌터!
“오리온 길드원 맞으시죠? 이사님은 어디…….”
“아까 그분? 당장 도망치세요! 바로 빠져나가야 해요!”
오리온 길드 헌터는 외침과 동시에 미친 듯이 빌딩 입구로 달려갔다.
“잠깐! 밖에 국가 헌병대…….”
이때 비상계단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냐?”
복면을 쓴 채로 천천히 비상계단에서 걸어 나오는 최후식 이사!
“이사님! 어, 왜 로비에 내려 오셨……!?”
“없어.”
“네? 뭐가 없어요?”
최후식 이사는 손을 들어 로비를 가리켰다.
“태성 빌딩에 태성 길드 헌터들이 한 명도 없어.”
“……!”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로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느껴졌던 위화감!
‘이거였구나!’
천문석은 처음 로비에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광화문 광장의 다른 성채 빌딩들은 모두 봉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태성 빌딩은 봉쇄 절차는커녕 입구조차 닫지 않았다!
아니 그걸 떠나 로비에 태성 길드 헌터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헌터들은 아무 방해 없이 로비를 지나 빌딩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
태성 길드 헌터들이 있었다면 이걸 그냥 두고 봤을 리가 없다!
국가 헌병대가 건물을 수색할 명분을 주는 일이니까!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불현듯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자신이 국가 헌병대를 피한 건 무서워서가 아닌 공권력이기 때문!
자신에게 필요한 건 태성 길드의 힘이 아닌 이름값, 영향력이다!
그리고 태성 길드 영향력의 90%는 길드원이 아닌 이태성 길드장에게 있었다!
즉, 이태성 길드장의 영향력만 있으면, 태성 길드 헌터들은 없어도 괜찮았다!
마탄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백이든 천이든 홀로 상대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어깨에 걸친 팀장을 툭- 바닥으로 내려 놓으며 외쳤다.
“괜찮습니다! 국가 헌병대는 저 혼자서도 막을 수 있어요! 이태성 길드장님 영향력만 있으면 됩니다! 수배만 안 떨어지게 막아주세요!”
“…….”
“제가 입구 막고 있을 테니까! 길드장님이랑 같이 내려 오세요!”
위이이이이잉-
입구를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곧 국가 헌병대 정예 병력이 들이닥친다!’
집단전은 기세!
단숨에 몰아쳐 예봉을 꺾는다!
기세를 끌어올리고 달리려는 순간.
최후식 이사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도 없어.”
“네? 지금 뭐라고? 뭐가 없다고요?”
“길드장. 태성 선배.”
“……네?”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는 순간 이어지는 대답.
“이태성 길드장 태성 길드에 남은 길드원 전부 데리고 부산 내려갔데…… 지금 여기 태성 빌딩에 남은 태성 길드원은 관리 직원뿐이다. 총무부, 회계부…….”
“혹시 농담……?”
“360개월 할부로 지른 내 나이트 아머 슈트를 걸고 진실이다!”
최후식 이사는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