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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14화 (91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4화>

“뭐가 나타났다고!?”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들!

“국가 헌병대!”

“미친 사냥개들이 나타났다!”

“도망쳐! 던전 노역장으로 끌려 간다!”

……

국가 헌병대!

온갖 트집을 잡아 헌터들을 잡아들이는 국가 헌병대!

총구를 사람에게 겨누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위반 사항!

무장 상자를 세게 내려놓는 것.

자신이 소지한 마탄 개수 미숙지.

그리고 국가 중요시설 게이트 앞 광장에서 소요사태를 일으켰다는 것!

이런 사소한 위반 사항만으로도 현행범으로 끌려가 즉결 심판을 받고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던전 광산, 몬스터 광산, 마경 개척단!

각성 헌터조차 치를 떠는 사실상의 노역형을 치르게 되는 거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괴성이 터지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뒤엉켜 싸우던 수천의 헌터와 용역 헌터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짜 국가 헌병대가 나타났다고!?”

위이이이이잉-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사이렌!’

남중국 헌터를 꼬리처럼 끌고 인파를 뚫느라 듣지 못했던 사이렌 소리가 이제야 들려온다.

‘북쪽!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서!’

천문석은 박살 난 매대를 밟고 뛰어가로등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쓱쓱쓱-

가로등 꼭대기에 올라가자 보였다!

북쪽 광화문 게이트 방벽에서 쏟아져나오는 장갑 버스와 장갑 진압차!

장갑 진압차 위 특이한 군복을 입은 군인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하하하하하- 역시 내 감은 완벽해!]

[노역장 인력 부족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구나!]

[고맙습니다! 헌터님들! 자, 괜히 힘 빼지 말고 차례대로 나오세요!]

[선착순 100분! 특별히 널널한 고블린 광산으로 보내드립니다!]

[도망치다가 잡히면 하수구 던전! 슬라임 늪지로 끌려갑니다!]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아시죠? 자, 빨리빨리 나오세요! 크하하하하-]

……

군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신 나간 외침!

“진짜 국가 헌병대잖아! 미친! 쟤들이 왜 나와!?”

당장 튀어야 한다!

도망칠 장소를 찾아 주위를 훑는 순간 사방으로 흩어지는 헌터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속지마라! 도망칠 수 있다!”

“북쪽! 광화문 게이트 방향은 막혔다!”

“차 벽! 장갑 버스로 차 벽을 세웠어!”

“남쪽! 남쪽 도로는 뚫렸다!”

“모두 달려! 남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남쪽! 자신이 들어온 방향!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부아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와 남쪽 도로를 막는 장갑 버스들!

“도로도 장갑 버스로 막혔어!”

“동쪽! 빌딩 사이! 종로 뒷골목으로 달려!”

즉시 건물과 빌딩 사이사이 골목으로 뛰어들어가는 헌터들!

그러나 골목 안에서 진압복을 입고 진압 방패를 든 진압부대가 발을 구르며 튀어나왔다!

두두둑, 두두두둑-

강철 굽을 박아넣은 군화로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날개를 펼치듯 골목에 방패 벽을 세운다!

평범한 진압복에 폴리카보네이트 방패와 강화 플라스틱 진압봉!

헌터들의 장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허접한 장비들!

그러나 방패벽을 세우는 진압부대의 두 눈에서는 이글이글 투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베테랑 각성자들이 기겁해서 외쳤다.

“국가 헌병대 진압부대!”

“시바! 저놈들까지 동원했다고!”

“뒤로 빠져! 붙으면 안 돼! 저 녀석들…….”

“허접한 장비! 뚫을 수 있다! 내 뒤로 붙어! 돌진한다! 으아아악-.”

한 헌터가 각성력을 터트리며 전차처럼 돌진했다.

쿵쿵쿵, 쿵쿵쿵쿵-

강화 전투복에 이글거리는 마력장과 엄청난 돌진력에 깨져나가는 보도블록!

단숨에 가속해진압팀과 충돌하는 순간.

허접한 장비를 갖춘 진압팀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강대한 각성력이 쏟아졌다!

콰드드득-

염동방벽 밀려 오고!

파스스슥-

오러 가 피어오르고!

우드드득-

단숨에 육체가 벌크업 된다!

“어, 어어!?”

염동방벽에 돌진력이 죽고!

쏟아진 오러에 각성력이 흩어진다!

이 순간 벌크업 된 육체로 진압 방패를 휘두르는 진압부대원!

콰아앙-

돌진하던 헌터가 진압 방패에 맞고 휘청이는 순간.

타다다닥-

번개같이 방패 벽에서 뛰어나와 전신을 찌르고 두들기는 무공 각성자!

돌진하던 헌터는 순식간에 제압돼 진압부대 위로 날아갔다!

“하나 잡았다!”

“하나 잡았다!”

“하나 잡았다!”

……

진압부대는 일제히 한호성을 터트리며 무력화된 헌터의 팔에 수갑을 채워 장갑 버스에 태웠다!

돌진과 체포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

“……!”

골목으로 돌진하던 헌터들이 경악해 멈춰 선 순간 확성기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잘했다! 4명! 하루다!]

[모두 들어라! 일꾼 1명당 하루씩이다!]

“하루! 하루! 하루! 하루!”

미친 듯한 외침이 대기를 울리고!

쿵쿵, 쿵쿵쿵쿵-

진압 방패가 대지를 내리찍었다!

끓어오르는 기세와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일렁이는 각성력!

“저 녀석들 뭐야!?”

“중급이상!? 어, 상급 각성자도 있어!?”

“상급 각성자 장비가 뭐가 저렇게 허접해!?”

깜짝 놀란 신입 헌터들의 외침에 베테랑 헌터들은 탄식했다.

“저 녀석들 군인이 아닌 헌터들이다!”

“국가 헌병대 죄수 부대!”

“장기 노역형 받은 놈들이야!”

“저놈들이 더 악질이다!”

“감형받으려고 뭐든지 하는 미친놈들!”

……

“죄수 부대!”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전원 장기 노역형을 받은 죄수로 이뤄진 부대!

‘잠깐 그런 방금 하루란 이야기는!?’

“야, 미친놈들아! 감형받자고 같은 헌터를 팔아넘겨!”

감형!

국가 헌병대 죄수 부대!

감형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놈들이 나타났다!

천문석이 깨닫는 순간 광화문 광장의 헌터들도 깨달았다!

“미친 죄수 부대 놈들!”

“도망쳐! 이 골목은 텄다!”

“옆! 옆 골목으로 튀자!”

“야, 소용없어!”

재빨리 몸을 돌려 아직 막히지 않은 골목으로 뛰어드는 헌터들!

그러나 다른 골목도 마찬가지!

두두두두두둑-

강철 군화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진압부대가 튀어나왔다!

“틀렸어! 골목 전체에 쫙 깔렸다!”

“빠져! 뒤로 빠져! 종로 방향은 텄다!”

“서쪽! 서쪽으로 도망치자!”

“아냐! 그쪽도 마찬가질 거다! 그냥 여기를 뚫어야 한다!”

“힘을 합치자! 방패 벽이 두껍지 않아! 지금이라면 뚫고 도망칠 수 있어!”

……

우왕좌왕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광화문 광장!

국가 헌병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동서남북! 사면에서 한 번에 들이쳤다!

천문석은 눈에 내력을 집중하고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야 한다!

이때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국가 헌병대! 쟤들이 왜 나와! 출동을 막았던 거 아니었어!?”

“이사님!?”

불현듯 고개를 돌리며 외치자 자신처럼 가로등에 매달린 헌터와 눈이 마주쳤다.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님!

순간 한가지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최후식 이사에게 배후에 관해 말했을 때 들었던 말!

‘편하게 휘저어도 된다! 국가 헌병대, 헌터 경찰은 움직이지 않을 거다!’

‘잠깐 혹시 저 국가 헌병대를 최후식 이사님이 불렀다면!?’

그렇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사님! 국가 헌병대……!”

“천문석!? 야, 너 왜 여기에 있어!? 그 복면은 또 뭐고? 잠깐! 어깨에 꽁꽁 묶인 사람은…… 설마!?”

“아래로! 내려가서 말할게요!”

주르륵-

가로등을 미끄러져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부터 확인했다.

“이사님! 국가 헌병대 이사님이 부른 거 맞죠? 그렇죠!?”

“…….”

움찔하더니 시선을 피하는 최후식 이사!

“이사님 설마……?”

불길한 직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최후식 이사의 주저주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난장판에 엮이는 바람에 미쳐…… 네가 말한 그 배후에 있다는 애들이 막은 줄 알았는데…… 국가 헌병대 쟤들 어떻게 갑자기 튀어나왔냐? 분명 배후에 있는 놈들이 압박을 가했을 텐데……!?”

최후식 이사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팀장에게 꽂혔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굴 막아? 그러니까 지금 이 녀석이 국가 헌병대에 압력을 가했다고……!’

파파파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수많은 단서와 생각이 조합되어 상황이 재구성된다.

1. 광화문 광장이 난장판이 됐는데도 출동하지 않던 국가 헌병대.

2. 최후식 이사는 자신이 말한 배후가 압력을 가한 줄 알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3. 그런데 짠! 국가 헌병대가 동서남북에서 튀어나와 광화문 광장을 포위했다.

4. 무언가 일이 꼬여 국가 헌병대가 나타났다!

5.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아니, 잠깐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다!

지금 중요한 건 결과다!

국가 헌병대! 대한민국 공권력이 광화문 광장을 포위했다는 결과!

천문석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끊어 내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저 국가 헌병대 최후식 이사님이 부른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 우리, 우리…….”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을 때.

최후식 이사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부른 거 아니다. 잡히면 우리도 던전 노역장 행이다. 하수구 던전은 걸리면 안 되는데! 으으윽-.”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최후식 이사!

“잠깐! 대형 길드 이사시잖아요!? 지금이라도 저한테 말했던 그 방법을 사용하면……!?”

말없이 스마트폰을 내미는 최후식 이사.

“통화권 이탈상태다. 혹시 윗선에서 압력이 들어올까 봐! 저놈들 전파 차단기부터 깔았다! 시바시바 더러운 예지 능력자! 로또 번호나 찍지! 경마장이나 가지! 같은 헌터를 잡으러 다녀!? 국가 헌병대 또라이 녀석들! 으으윽-.”

“…….”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계획을 되짚었다.

광화문 광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마탄까지 사용할 작전을 세운 배후, 남중국 헌터들!

이 녀석들을 한 번에 처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국가 헌병대가 등장해 광화문 광장 전체를 포위했다.

자신이 생각한 방법은 아니지만, 결과는 같았다.

지금 광화문 광장에는 남중국 헌터들과 그들에게 고용된 용역 헌터 수천 명이 같이 있었으니까!

불법 마탄 소지!

무장 상자 미사용!

광화문 광장 소요사태!

잡히는 순간 전원 장기 던전 노역형 확정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수 피해가 있었다.

얼떨결에 패싸움에 끼어든 헌터들!

자신과 최후식 이사도 같이 던전 노역장에 끌려가게 생겼다는 것!

‘뭐지,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한두 번이 아니다!

로또는 꽝!

5관 금괴는 가짜!

이미 사라진 대환단 때문에 개같이 굴렀다!

‘그런데 뭐? 이제는 던전 노역장까지 끌려가게 된다고!?’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른 뜨거운 무언가가 목을 거쳐 입에서 튀어나왔다.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요!?”

하늘을 향해 울분을 토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다!”

“저기 최후식이 있다!”

“팀장님! 구하러 왔습니다!”

……

설상가상!

꼬리로 달고 온 남중국 헌터들이 난장판을 가로질러 자신에게 달려 오고 있었다!

하, 하하하-

허탈한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최후식? 쟤들은 또 뭐야!? 앗! 이럴 때가 아냐! 얼른 튀자! 너희도 따라와라! 상대는 예지 능력자야! 특정되는 순간 끝까지 추적당한다! 변수! 최대한 변수를 만들어야 도망칠 수 있어! 따라오면서 탈출 방법 생각해라!”

그러나 이미 동서남북 사방이 막히고 포위망은 이미 완성됐다!

자신 혼자라면 모를까 모두를 데리고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방법을 생각해라! 방법을 생각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뻥 뚫린 광장!

국가 헌병대가 나타나 아비규환이 됐는데도 헌터들이 본능적으로 피해 가는 광장.

이 텅 빈 광장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그 끝에 한 성채 빌딩이 보였다.

[태성 빌딩]

순간 모든 문제를 한 번에 날려 버릴 이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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