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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13화 (91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3화>

“바짝 붙어! 바로 뚫는다!”

타다다다다닥-

천문석과 바람잡이 두 사람이 인파로 파고드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안 돼! 멈춰!”

“정면이다! 광장으로 들어간다!”

“인파!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끼이이이익-

장갑 SUV 십여 대가 줄줄이 멈춰 서고 무장한 헌터 수십 명이 쏟아져 달렸다.

“비켜!”

“놓치면 안 된다!”

“바로 밀어내라! 바로 뒤로 따라붙어야 한다!”

악을 쓰며 돌진하는 남중국 헌터들!

엄청난 수의 헌터들이 뒤엉킨 난장판!

남중국 헌터들은 나무를 파고드는 쐐기처럼 조직적으로 인파를 밀어내며 달렸다!

“지금!”

천문석은 신호하는 즉시 몸을 돌려 외쳤다.

[여기다! 느림보 놈들 얼른 쫓아와라! 카캬카카-]

다다다닥-

외침과 동시에 10시 방향으로 달리는 천문석!

“저기다!”

“10시 방향!”

“팀장님! 어깨 위! 팀장님이 있다!”

“웃음소리! 저 얍삽한 웃음소리를 쫓아라!”

남중국 헌터들이 미친 듯이 질주하는 순간.

몸을 낮춘 바람잡이는 뒤엉킨 헌터와 용역 헌터 사이를 지나 2시 방향으로 달렸다.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지고 외침과 웃음소리가 빠르게 멀어진다.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마주치는 시선.

인파 사이 이세기는 씩 웃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부탁한다.’

‘걱정 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바람잡이는 로또 용지를 움켜쥔 채 재금 빌딩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 * *

순식간에 인파 사이로 사라진 바람잡이!

바람잡이가 재금 빌딩에 도착하면 뒷일은 사무실의 진교은이 알아서 해 줄 거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겁 없이 한국에서 마탄을 사용하려던 녀석들을 한 번에 치워 버리는 것!

문득 고개를 들자 멀리 높게 솟은 성채 빌딩이 보였다!

한국 헌터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 새겨진 빌딩!

[태성 빌딩]

목적지는 태성 빌딩!

태성 빌딩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

한국 헌터들이 무르고 나약해서 마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한국은 낙동강 전선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엄청난 인력을 갈아 넣어 게이트 전쟁에서 승리했다.

게다가 마탄은 한국의 재금 공업에서 처음 발명해 보급했다.

그 결과 성인 인구 90% 이상이 능숙하게 총기와 마탄을 다룰 수 있는 미친 통계 수치가 만들어졌다!

세뇌하듯 반복시키는 사선 확인.

총기와 마탄의 안전 상자 보관, 대여금고 영치.

눈에 불을 켜고 마탄 범죄를 추적하는 국가 헌병대.

……

이렇게 엄격한 마탄 관리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위험하니까!

게이트 전쟁을 치르며 한국의 성인 인구 90% 이상이 총기와 마탄을 능숙하게 다룬다!

야구를 좋아하면 집에 야구공과 글러브가 있는 것처럼.

수십 년의 게이트 전쟁을 거친 한국에는 수백만 자루의 총기와 수천만 발의 마탄이 민간에 잠들어 있었다!

한국 헌터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마탄이 든 총기를 사람에게 겨누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뒤통수에 마탄이 박힐 수 있다는 사실을!

천문석은 어깨에 걸쳐진 팀장과 뒤를 쫓는 헌터들을 봤다.

“멍청한 녀석들.”

겁 없이 한국에서 사람에게 마탄을 겨눈 놈들에게 관대한 교훈을 남겨 줄 때였다.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돌아가듯.

한국에서 겁 없이 사람한테 마탄을 겨눈 헌터들이 맞이할 결말은 하나뿐이다.

악명 높은 던전 노역장 행!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여기다! 빨리 쫓아와라! 늦으면 너희 팀장 넘어간다! 카캬카카카-]

그리고 꽁꽁 묶인 팀장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반응은 즉각 돌아왔다!

정신없이 인파를 뚫느라 멀어지던 남중국 헌터들의 시선이 웃음소리를 향해 모였다.

수많은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진 사람!

꽁꽁 묶였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팀장님!”

“왼쪽! 왼쪽이다!”

“더 빨리! 반드시 잡아야 한다!”

……

목이 터져라 악을 쓰고 살기를 쏟아붓는다!

사색이 된 얼굴로 미친 듯이 달려오는 남중국 헌터들!

예상 그대로의 반응이다!

얼굴만 봐도 쿵쿵- 거칠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절박함과 두려움!

저 헌터들은 자신을 갈아 마시고 싶을 거다!

사로잡힌 팀장이 이태성 길드장에게 넘어가는 순간 저 녀석들은 찍힌다!

그리고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힌 사람의 최후는 언제나 같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도발하는 듯한 웃음과 함께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뒤를 쫓는 건 강화 전투복에 방검방탄복, 진압봉과 방패, 스턴건으로 완전무장한 수십 명의 남중국 헌터들이다!

뒤를 잡히는 순간 바로 격전이 시작된다!

자신의 무장은 야구 배트와 단검, 사용할 수 없는 리볼버 한 자루!

게다가 팀장이라는 포로이자 짐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격전이 시작되면 질 리는 없다.

난장판 개싸움은 자신의 특기니까!

하지만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남중국 헌터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마탄을 겨눌 거다!

수천 헌터가 뒤엉킨 광화문 광장에서 마탄 사격이 시작되면 어떤 아비규환이 펼쳐질지 짐작도 안 된다!

즉, 어떻게든 잡히지 않고 태성 길드까지 도망쳐야 한다!

천문석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기 한참 전. 천하를 유랑하던 어린 시절부터 도망치는 건 자신의 특기 중의 특기다!

자신이 저런 어설픈 놈들에게 잡힐 리가 없다!

‘보라!’

후우웅-

불쑥 튀어나오는 주먹을 머리 숙여 피하고!

타타탓-

번개같이 뛰어 바닥을 나뒹구는 헌터를 뛰어넘는다!

“으아악- 죽어라!”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용역 헌터를 구인창의 경력이 실린 야구 배트로 툭 건드리는 순간.

빙글- 270도 회전해 10시 방향으로 돌진하는 용역 헌터!

“뭐야!?”

“야! 어디로 달려오는 거야!”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으아악-.”

쾅쾅, 콰아앙-

뒤엉켜 싸우는 헌터들과 충돌하며 길을 뚫는 용역 헌터!

용역 헌터의 뒤에 바짝 붙어 달리다 마침내 멈추는 순간.

타다다닥-

용역 헌터의 허리, 등, 어깨를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물결치는 수천의 헌터와 용역 헌터!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달렸다!

탓, 탓, 타타타타타탓-

어깨, 어깨, 헬멧, 머리! 그리도 다시 어깨!

용역 헌터들의 몸을 골라 밟고 달리며 내력을 실어 도발한다!

[정신 차리고 열심히 쫓아와라! 내가 먼저 도착하면 너희 모두 좆되는 거다! 카캬카카카-]

으아아아악-

분노한 외침과 데일 듯이 뜨거운 살기가 쏟아졌다!

남중국 헌터들은 미친 듯이 가속했다.

사로잡힌 팀장을 구하기 위해서!

쥐새끼 같이 도망치는 저놈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히지 않으려고!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광화문 광장의 난장판에서 벌어졌다.

모든 건 천문석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리 사력을 다해도 도망치는 천문석을 잡을 수도 팀장을 구할 수도 없었다.

천문석과 엮인 순간 남중국 헌터의 미래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천문석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태성 빌딩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곧 이 난장판도 끝난다!’

* * *

이야야얍-!

기합을 터트리는 순간.

최후식 이사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빠앙-

주먹을 흘리며 동시에 로우킥을 갈기고!

꽈직-

빙글 몸을 돌리며 백스핀 엘보를 먹인다!

순간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갑옷 덩치!

몸을 던져 피하려 하지만 턱, 턱-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용역 헌터들!

“야, 이 씹!”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가슴을 때리는 육중한 충격!

으아악-

갑옷 덩치가 몸으로 밀고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팔꿈치로 내리찍었지만! 상대는 중갑을 입은 각성 헌터!

깡깡깡-

각성력이 담긴 중갑에선 쇳소리만 울려 퍼졌다!

“미친! 누가 패싸움에 중갑을 입고 튀어나와!”

“새끼야! 넌 강화 전투복 입었잖아!”

“……!”

순간적으로 움찔한 최후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이건 그냥 입고만 있는 거야! 너처럼 사용하는 게 아냐!”

“뭐? 어디서 대놓고 구라를!? 이렇게 마력장이……!”

‘기회다!’

갑옷에 가려지지 않은 허리에 번개같이 들어간 무릎치기!

꺼억-

호흡이 끊겨 각성력이 흩어지는 순간.

각성력을 담아 강철 투구를 문지르듯 두들긴다!

투우웅-

각성력이 투구를 뚫고 쏟아지는 순간 픽- 바닥에 엎어지는 중갑 헌터!

“꺼억- 비겁한……!”

“야, 미안미안! 지금 엄청 급해서 그래!”

최후식은 재빨리 사과하고 중갑 헌터를 밟고 뛰어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때리고, 밀어내고, 낚아채 메다꽂는다!

정신없이 눈앞의 헌터들을 쥐어박으며 길을 여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인파가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였다!

태성 빌딩!

목적지까지 탁 트인 광장이 보였다!

눈이 돌아가 사방으로 주먹을 날리는 헌터들도 감히 태성 빌딩 근처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됐다!”

최후식은 뻥 뚫린 광장을 달리며 주위를 훑었다.

어느새 광화문 광장 전체가 난장판이 되고 용역 헌터, 일반 헌터 가리지 않고 수천 명이 뒤엉켜 싸우고 있다!

광화문 게이트 방벽!

헌터 부대가 주둔한 광화문 게이트 방벽이 저렇게 보이는데도 말이다!

“쟤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거야!?”

광화문 광장이 난장판이 됐는데도 게이트에 주둔한 헌터 부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건 이해할 수 있었다.

헌터 부대의 임무는 게이트 지역 봉쇄니까!

하지만 이런 난장판이 벌어지면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 녀석들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던전 노역장에 인부를 공급하는 사냥개!

국가 헌병대!

국가 헌병대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신이 막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설마!?”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감이 왔다!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국가 헌병대 출동을 막은 거다!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고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왔다.

국가 헌병대를 치워 버릴 이유와 권력을 가진 놈들!

광화문 광장에 쫙 깔려 난장판을 만든 수천의 용역 헌터!

천문석이 말한 배후와 관련이 있다!

‘경석아! 무슨 일에 엮인 거냐!’

내심 탄식하는 순간 익숙한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사님!”

“최후식 이사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빠져나온 난장판을 헤쳐나오는 낯익은 헌터 둘이 보였다!

오리온 길드 헌터!

“멈춰라!”

“어디로 튀려고!”

뒤에 꼬리가 붙어 인파 속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사님! 잠시만……!”

“……꼭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최후식은 바로 반전해서 전차처럼 돌진.

오리온 길드 헌터들에게 붙은 꼬리를 떼어 냈다.

“뭐야? 너희들이 여기 왜 있어? 설마, 나 따라온 거야!?”

“죽어랏!”

불쑥 튀어나온 용역 헌터를 번개 같은 원투 펀치로 처리하는 순간 오리온 길드 헌터들은 바짝 다가와 말을 쏟아 냈다.

“……위치 확인했습니다!”

“오늘 새벽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 시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 남중국행 비행기밖에 없었습니다!”

누군지 물을 것도 없다!

암살검 한경석이다!

경석이가 남중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최후식은 길드원이 정신없이 달려온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오늘 아침 남중국 연방 총선일이 발표됐다!

불과 한 달 뒷면 남중국 전체의 정치지형이 격변한다!

평소에도 위험한 남중국이지만, 지금 남중국은 상상하지 못할 난장판이 될 거다!

추적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당장 한경석을 빼내야 한다!

최후식은 바로 스마트폰 꺼내 전원을 올렸다.

‘빨리. 빨리빨리!’

전원이 켜지는 찰나의 순간 머릿속 이름들을 훑는다.

남중국에 인맥과 영향력을 가진 한경석을 빼낼 사람!

수십 명의 얼굴이 차르르-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 문득 한 얼굴이 떠올랐다!

부드러운 미소, 나긋한 목소리.

그러나 강철보다 단단한 심지가 박힌!

생각만으로도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사람!

악마 꼬맹이 엄마, 장철 선배 동생!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

장민 대표님의 엄청난 인맥이면 남중국이라도 경석이를 순식간에 찾아 빼낼 수 있다!

최후식은 마른침을 삼키며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 할 때 안테나가 사라지고 통화권 이탈 표시가 화면에 떴다.

“……어?”

최후식 이사가 길드원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는 오리온 길드 헌터들.

두 헌터의 스마트폰에도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떴다.

“이사님!?”

“……설마? 이거!?”

불안한 목소리!

“……!”

기이한 직감에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이잉-

광화문 게이트가 있는 북쪽!

넓은 도로가 길게 뻗은 남쪽!

줄줄이 빌딩이 솟은 동쪽과 서쪽까지!

동서남북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확성기 소리가 이어졌다.

[아, 아! 광화문 광장에서 열심히 패싸움 중인 헌터 여러분!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끓어오르는 힘과 각성력을 쏟아부을 멋진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모두 이제 싸움을 멈추고 차례차례 줄을 서주세요! 멋진 신세계로 출발할 시간입니다! 하하하하하-]

수천명의 헌터와 용역 헌터들이 뒤엉킨 광화문 광장.

거대 괴수의 울부짖은 같은 괴성이 끝없이 이어지던 넓은 광장 곳곳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 순간 천문석은 인파를 뚫고 탁 트인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뻥 뚫린 광장 너머로 보이는 네 글자!

[태성 빌딩]

“마침내! 도착했다!”

카캬카카카캌-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국가 헌병대! 미친 사냥개가 나타났다!”

“……어?”

아니, 지금 뭐가 나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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