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03화 (90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03화>

텅 빈 금고!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환하게 밝혀진 전등!

-선반 위에 널려 있는 공구!

-은은한 열기를 뿜어내는 고로!

-천천히 돌아가는 환풍기!

-벽 철망에 그대로 걸려 있는 단검들!

텅 빈 금고만 아니라면 잠시 자리를 비운듯한 모습!

경석이는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도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다!

뭔가 일이 생겨서 금고 안 물건을 꺼내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절정에 달한 무인의 직감에 무언가 걸렸다.

“……!”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관리되던 공방의 흐트러진 모습!

이 모습에서 다급히 도망친 느낌이 왔다!

그리고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모습이 보였다.

파바밧-

달려가 냉장고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알바! 내가 냉장고에 넣은 음식 없어졌어!”

다다닥-

뛰어 생활 공간 침대 서랍을 확인하고 다급히 외치는 류세연!

“삼촌! 언니 옷도 없어졌어!”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도둑! 니케처럼 경석형도 도둑 맞았나 봐!”

“도둑놈! 언니 공방에 도둑 든 거 아닐까!?”

공방이 있는 이 빌딩은 보안이 철저한 성채 빌딩!

게다가 앞문은 오리온 길드로, 재배실 창고 문은 연이은 철야 근무로 항상 사람이 있는 김철수 사무실!

사실상의 밀실 상태다!

‘그런 공방에 도둑이 들었다고? 이게 가능한 건가!?’

의문 어린 눈으로 주위를 훑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차! 오리온 길드에는 최후식 이사! 한경석의 외삼촌이 있다!

이건 자신이 고민할 일이 아니다.

즉시 최후식 이사에게 알릴 일이다!

천문석은 다급히 공방을 가로질러 입구 강화 철문 손잡이를 잡았다.

파스슥-

순간 마력광이 강화 철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복잡한 선과 도형을 그리며 강화 철문 위로 퍼져 나가는 마력 회로!

강화 철문뿐만 아니라 벽까지 마력 회로가 연결됐다!

기감이 턱- 막히고 손끝에 저릿저릿한 반발력이 느껴진다. 보안 시설에 까는 마법 회로다!

그리고 심장이 크게 한 번 뛰고 섬뜩한 직감이 손끝에서 전해졌다.

“……?”

이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은 왠지 모를 불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문 뒤에 있는 건 오리온 길드, 위험이 있을 리 없었다.

천문석은 직감을 무시하고 마력 회로의 중심 문고리를 돌렸다.

위이이잉-

기릭, 키릭, 키릭-

모터음과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면서 강화 철문과 벽에 새겨진 마력 회로의 빛이 점차 흐려졌다.

곧 마력광이 모두 꺼지고, 모습을 드러냈던 마력 회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철컥-

마침내 잠금이 풀리고 문이 열렸다.

천문석은 무심결에 한걸음 내디뎠다.

이 순간 천둥 같은 외침과 함께 훅 치고 들어오는 건틀렛!

[드디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

시야의 사각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 * *

‘피하기엔 늦었다!’

반사적으로 가방을 떨궈내고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욱씬 올라오는 통증!

통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반(反)! 밀어내는 내력이 실린 주먹을 뻗었다!

주먹과 건틀렛이 가까워지는 순간!

파아아앙-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내력, 반(反)!

후우우우웅-

내력에 담긴 반발력이 건틀렛의 궤도를 비트는 동시에 문고리를 낚아채 끌어당긴다!

콰아아아앙-

강화 철문과 건틀렛이 충돌해 굉음이 터지고 마력 불꽃이 우수수 쏟아졌다!

이 순간 상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풀 페이스 헌터용 헬멧, 강화 전투복, 주먹에 낀 건틀렛!

하나같이 W. S. 인더스트리 상표가 붙은 장비들!

더럽게 비싼 1 티어 장비를 몸에 두른 각성 헌터다!

찰나의 순간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종로와 광화문에 쫙 깔린 알 수 없는 목적을 지닌 용역 헌터들!

-한경석 공방의 텅 빈 금고!

-공방 문이 열리는 순간 들어온 기습 공격!

오리온 길드에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 제압하고 알아본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결심하고 그 즉시 움직였다.

생각과 동시에 상대의 어깨를 낚아채 끌어당긴다.

구으으으응-

강화 전투복에서 생겨나는 마력장과 엄청난 힘!

거대한 마수를 끌어당기는 듯한 반발력이 느껴진다!

최소 상급 이상의 각성 헌터!

허허실실!

순간 손을 놓는 동시에 밀어 찼다!

파아아아앙-

내력과 강화 전투복 마력장이 얽혀 폭발하는 순간 갸우뚱- 자세가 무너지는 헌터!

‘몰아쳐 주도권을 잡는다!’

탓-

가볍게 진각을 밟아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며!

욱씬-

쏟아지는 통증을 무시하고 내력을 끌어올린다!

얕고 빠르게!

거리는 30cm, 초근접 박투!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폭풍 같은 연격을 쏟아붓는다!

시작은 제기 차는 듯한 가벼운 킥!

탁, 탁, 타타탁-

상대의 무릎, 오금, 발목을 걷어차 힘을 싣지 못하게 견제하고!

팟, 팟, 파파팟-

파리 잡듯 가볍게 휘두르는 손바닥, 장법에 경력을 담아 날린다!

파직파지지직-

강화 전투복의 마력장과 내력이 충돌해 섬광과 폭음이 연속해서 터지는 순간!

후우우우웅-

거센 바람과 함께 직선으로 쏘아지는 건틀렛!

다시 한 번 반(反)!

반발력이 담긴 내력으로 건틀렛을 쳐 낸다!

이 순간 건틀렛이 벗겨져 허공으로 날아갔다!

“……!”

반사적으로 빠지려 할 때. 불쑥 튀어나온 헌터의 손이 천문석의 손을 잡았다!

빙글 손을 뒤집어 지법을 펼치려는 순간.

콰아앙-

바닥을 짓밟고 어깨로 돌진하는 탱커!

다급히 다른 손을 뻗어 어깨를 막는 순간 각성력이 담긴 기합이 터져 나왔다!

[흐아아아아-]

순간 허공에서 튀어나와 몸을 내리누르는 방패 셋!

탱커는 방패로 고정된 천문석을 어깨에 붙인 채 폭주 전차처럼 돌진했다!

콰지지직-

단단한 바닥이 부서져 금이 가고!

쾅, 쾅, 콰아앙-

돌진 경로에 걸리는 모든 게 박살 났다!

간이침대가 으스러지고, 강화 유리 격벽이 박살 나 쏟아진다!

철괴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선반이 뒤집혀 날아갔다!

벽에 처박을 때까지 돌진할 생각이다!

왼손은 잡혔고 어깨는 몸에 붙었다!

게다가 허공에 뜬 방패 셋이 단단한 바이스처럼 몸을 조이는 상태!

이지스의 방패!

상급 마수와 최상급 몬스터 반발장조차 찢어발기는 마도구와 아이템의 마력장이 쏟아진다!

빠져나가려 내력을 끌어올리는 매 순간!

파직, 파지직-

더럽게 비싼 강화 전투복과 손목에 찬 팔찌에서 쏟아진 마력장이 전신의 내력을 억누르고 갈기갈기 찢었다!

‘빌어먹을 템빨!’

천문석은 갈기갈기 흩어지는 내력을 간신히 끌어모아 주먹을 내려쳤다!

내상과 더럽게 비싼 장비의 마력장에 2할도 채 모이지 않는 내력에 담는다!

중(重)!

무게를 주먹에 담아 곡괭이처럼 내려찍는다!

강화 철판조차 우그러트리는 일격이 헬멧에 떨어졌다!

그러나 충돌하기도 전에 같은 극의 자석을 가까이한 듯 비틀 미끄러지는 주먹!

‘미친! 이 헬멧도 최상급 아이템이야!?’

으아아아악-

천문석은 잽싸게 손을 헬멧에 붙이고 그대로 내력을 쏟아부었다!

파직, 파지직-

순수한 내력과 마력장이 충돌이 마력 스파크가 미친 듯이 튀어 올랐다.

수천 볼트 전압에 감전된 듯 전신이 경련하고 팔다리가 떨렸다!

그러나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쿵-

스며든 내력에 돌진하던 무릎이 꺾이고 전신이 파들파들 떨리는 순간 터져 나온 괴성.

[으아아아악-]

헌터는 악을 쓰며 잡은 손과 어깨에 힘을 주며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재빨리 몸을 빼려 하지만 등과 허리를 짓누르는 이지스의 방패는 미동도 하지 않는 상태!

손과 손, 어깨와 등이 비틀려 얽힌 채로!

힘과 힘! 내력과 각성력이 밖과 안에서 충돌한다!

쾅쾅, 쾅쾅쾅-

망치로 미친 듯이 내려찍는 충격이 내부에서 밀려 온다!

파르르 경련하는 어깨와 등!

당장이라도 갈가리 찢겨 나갈 듯 요동치는 내부!

내공 대결을 펼친 양상!

이대로 가면 자신과 이 헌터는 양패구상한다!

천문석은 전신으로 고통을 씹으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1티어 장비와 이지스의 방패!

템빨에 더해진 힘과 터프함!

이 녀석 탱커다!

그것도 일반 탱커가 아닌 레이드 탱커!

장비 빨을 가장 크게 타는 게 탱커!

제대로 장비를 갖춘 레이드 헌터를 상처 없이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다!

손해를 감수하고 내력을 일시에 쏟아부어 단숨에 제압한다!

결심과 동시에 내력을 쏟아붓기 직전 뒤통수만 보이는 헬멧에서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너 한경석을 어떻게 한 거냐!?]

“……!”

순간 깜깜한 방에 불을 켜듯 번쩍 머리에 불이 켜지고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최후식 이사님?”

[…… 어.]

기이이잉-

강화 헬멧 바이저가 올라가고.

으드드득-

비틀려 얽힌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얼굴이 보였다.

“……천문석?”

“최후식 이사님!”

‘이런 병신 같은 일이!’

‘이런 병신 같은 일이!’

같은 생각을 하는 순간 전신을 헤집는 내력과 각성력!

끄어억-

으드득-

이를 악물고 내력과 각성력을 거두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사님!”

공방 입구 오리온 길드 헌터들에게서!

“삼촌! 괜찮아!?”

벽에 납작 엎드려 있던 류세연에게서!

“알바! 도와줄게! 출동! 당장 출동!”

벗어든 모자를 들고 달려오는 특급 헌터에게서!

최후식 이사와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동시에 외쳤다.

“야! 적 아냐! 이 녀석 경석이 친구다!”

“나 괜찮아! 오지마! 경석이네 이사님이야!”

“네!?”

“어, 어!”

“아앗! 모자! 내 모자!”

오리온 길드 헌터, 류세연, 특급 헌터 셋은 동시에 외쳤고.

특급 헌터의 손에서 미끄러진 챙이 넓은 모자가 허공을 날아 날아왔다.

“셋! 셋에 우선 각성력부터 거두자! 하나, 둘, 셋!”

“……!”

동시에 각성력과 내력을 거둬들이자 탈력감에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이때 허공을 날아오는 모자와 다급한 얼굴로 달려오는 특급 헌터가 보였다.

‘뭐야? 쟤 저렇게 급해? 모자는 또 왜 던진 거야?’

의문을 품는 순간 특급 헌터는 다급히 외쳤다!

“취소야! 출동 취…….”

모자 안에서 나타난 번뜩이는 불꽃 두 개.

번개같이 튀어나와 활짝 날개를 펼치고 활강하는 새끼 하늘다람쥐.

니케.

‘니케가 여기 왜 있어!?’

경악하는 순간 최후식 이사가 무심결에 손을 내밀었다!

“어, 저거 뭐야?”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최후식 이사의 강화 전투복을 끌어당기며 바닥을 굴렀다!

“위험!”

“엇! 야, 왜 그래!?”

휘이이이이잉-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순간 들려오는 바람 소리!

“……!”

전신에 일어난 솜털과 찌르르 울리는 육감의 경고! 니케가 활강해서 따라붙고 있다!

“멈춰! 니케! 출동 취소야!”

특급 헌터가 다급히 외쳤지만 니케는 쏘아진 화살처럼 멈추지 않았다!

쿵-

데굴데굴 구르던 몸이 벽과 충돌해 멈추고!

휘이이잉-

활강해서 다가온 니케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더는 피할 곳이 없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내력을 쏟아붓는 순간.

니케의 용맹한 울음과 특급 헌터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키킼키키킼-!

“안 돼! 멈춰! 니케 취소라니까! 물면 안 돼!”

그리고 천문석의 손에서 쏟아진 내력이 인력을 만들어 냈다!

진공청소기에 빨려 드는 휴지처럼 손으로 끌려 오는 니케!

‘잡았다!’

직감하는 순간.

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팟- 작은 섬광이 터지고 인력에 끌려 오던 니케가 사라졌다!

‘어디!?’

니케를 찾아 시선을 돌릴 때 등 뒤에서 최후식 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끼 하늘다람쥐? 이거 네가 데려온 거냐?”

최후식 이사의 손에 내려앉은 니케!

“……!”

“……!”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외쳤다.

“이사님.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잠시만 그대로…….”

“니케! 취소야! 들리지! 내가 갈게! 잠깐만 기다…….”

킥, 키킼-?

고개를 갸웃하는 니케.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다급히 다가서는 순간.

최후식 이사는 피식 웃었다.

“너희 뭐야? 얘가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최후식 이사의 손이 니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꽈득-

니케의 작은 입이 반사적으로 안전 장갑을 물었고.

픽-

레이드 탱커 장비를 입은 최후식 이사는 꺼지듯 쓰러졌다.

“…….”

최후식 이사가 쓰러지자 공방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이사님!”

“후식이 형!?”

“아니 갑자기 왜 쓰러지는 거야!?

정신없이 외치며 달려오는 헌터들.

“으앗! 니케! 내가 멈추라고 했잖아! 막막 물면 안 된단 말야!”

퐁퐁검을 휘두르며 화를 내는 특급 헌터.

킥, 키키킼킼-?

‘내가 뭘 잘못한 건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니케.

순식간에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 상황.

툭-

어깨에 손이 닿았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웃고 있는 세연이 툭 던지듯이 말했다.

“37초야!”

“뭐?”

류세연은 환하게 웃으며 손목시계를 톡 두들겼다.

“공방 문이 열리고 지금까지 걸린 시간 말야.”

손을 들어 빙글 주위를 한 바퀴 가리키고 말을 잇는다.

“37초 만에 경석 언니 공방을 아작 냈어!”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