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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01화 (90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01화>

후, 하-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천천히 말한다.

‘나는 화나지 않았다!’

그리고 반복!

후우, 하아-

‘나는 분노하지 않았다!’

후우, 하아아-

‘이 문 뒤에 있는 건 착한…… 조카 놈이다!’

광화문 재금 빌딩 13층 한경석 공방 입구.

최후식 이사는 깊은 심호흡과 마인드컨트롤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손을 들어가볍게 강화 철문을 두들겼다.

콩-

순간 절절한 마음을 담아 간절하게 너무나 간절하게 외쳤다!

“경석아! 나다! 후식이 이사님! 문만 열어라! 나 전혀 조금도 화 안 났어!”

외침과 동시에 벽에 찰싹 달라붙어 강화 건틀렛을 치켜들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일격에 제압할 수 있도록!

“……!”

한경석 이 녀석이 강화 철문과 벽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 각성력이 벽을 거의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

최후식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소리도 진동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4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혼내고, 달래고, 구슬리고, 애원했다!

그런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강화 철문!

‘설마 안에 없는 거 아냐!?’

문득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CCTV를 철저히 확인했다!

한경석이 공방에 들어간 후, 유일한 출구인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경석은 분명 공방 안에 있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은 이 찜찜한 감각은 뭐란 말인가!?

최후식은 시선은 문에 두고 귀를 활짝 열어 둔 채로 빠르게 기억을 되짚었다.

처음에는 몇 번 설득 후 실패하면 그냥 문을 강제로 뚫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새벽같이 출근한 최 비서의 연락을 받는 순간 강제 돌입 작전은 폐기 됐다.

사색이 된 최 비서가 영상 통화로 보여 준 자신의 사무실 모습!

활짝 열린 금고문!

정제 마석, 마탄, 현찰, 강화 유리 진열장 안에 넣어 둔 나이트 아머 슈트는 그대로였다!

없어진 건 딱 2개였다.

레이드 탱커용 아이템, 극검의 왕관과 칠채 마력 팔찌!

누가 극검의 왕관과 칠채 마력 팔찌를 가져갔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한경석!

빌어먹을 조카 녀석이다!

‘미친! 한경석 이녀석!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는다!’

최후식은 결심하는 즉시 강제 진입 계획을 폐기했다.

그리고 말투를 사근사근하게 바꾸고 철문을 두들기는 손길도 부드럽게 바꿨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제로 뚫고 들어가서는 한경석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인전 랭커, 암살검 한경석의 진가는 무공이 아니다.

한경석의 무공 각성 등급은 중상 정도 평균보다 위지만 랭커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조카의 진정한 재능은 길드 구석에 차린 공방에서 찍어 내는 마도구 단검들과 흉내조차 내기 힘든 점멸 반지 활용 능력이었다!

그렇다!

한경석의 진가는 아이템 제작과 활용!

아이템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그 재능이 한경석을 대인전 랭커에 올렸다!

그런 한경석의 손에 극검의 왕관과 칠채 마력 팔찌가 들어갔다!

한경석이 두 아이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지금 인원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다!

지금 눈앞의 잠겨 있는 강화 철문은 자신을 막는 게 아니라 한경석을 가둔 감옥 문이나 마찬가지!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는 건 한경석이 도망갈 길을 열어 주는 격이다!

한경석을 잡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예전에 아이템을 들고 나갔을 때 잡은 것처럼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아이템을 쓸 틈을 주지 않고 벼락 치듯 단숨에 제압해야 한다!

그런데 한경석 이 녀석이 4시간이 넘도록 공방 안에서 숨소리조차 죽이고 버티고 있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최후식 이사는 마수 포획 대형을 짠 헌터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뒤로! 복도 끝으로 물러서라!’

일사불란하게 복도 입구까지 빠지는 헌터들.

최후식은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어 올려 부드럽게 문을 두들겼다.

콩, 콩, 콩-

그리고 헌터들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석아. 나다! 머리털이 휑한 후식이 삼촌! 하하하- 삼촌 진짜 화 안 났어. 그러니까 얼른 나와서 우리 같이 아침 먹으러 가자! 아, 그래 네 친구도 부를까?”

말이 끝나는 순간 최후식은 다시 한 번 문에 찰싹 달라붙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강화 철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으아아아-!’

최후식은 마음속으로 절규하며 다시금 심호흡했다.

후, 하-

‘나는 화나지 않았다!’

* * *

복도 입구에 모인 헌터들은 멀리 최후식 이사를 보며 작게 대화하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깃발전이 벌어진다니까!”

“와, 어떤 미친놈이 광화문 광장에 깃발을 꽂아!?”

“태성 길드 애들이 가만 안 있을 텐데?”

“당연하지! 깃발전 시작하자마자 치고 들어가 난장판 만들걸!”

“난장판? 그건 좀 솔깃한데!?”

“잠깐! 태성 길드가 움직이면…… 이태성 길드장도 나오는 거 아냐!?”

순간 농담하듯 말하던 헌터들의 눈빛이 일제히 변했다!

한국 헌터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

그 엄청난 명성과 다르게 직접 본 헌터의 수가 극히 적었다.

그런 이태성 길드장이 나타난다고?

게다가 난장판을 만들어!?

자기 일이 아니면 불구경,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일도 없다!

하물며 수많은 전설을 써 내려간 이태성 길드장이 나타나 힘을 보여 준다고!?

새벽부터 지금까지 졸린 얼굴로 버티던 헌터 모두는 솔깃한 표정이 됐다.

“이거 당장 구경하러 가야 하는 거 아냐!?”

“갔다가 불똥 튀면 어떡하려고!? 상대는 이태성이야!”

“어, 잠깐! 최후식 이사님 이태성 길드장이랑 친분 있다지 않았냐!?”

순간 모두의 시선이 멀리 최후식 이사에게 머물렀다가 선임 헌터들에게로 향했다.

선임 헌터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외쳤다.

“후식이 형! 이제 그만하고 깃발전 구경하러 가죠!”

“암살검이 이사님 장비를 팔 것도 아니고 그냥 갑시다!”

“하긴 암살검이 돈이 궁할 리도 없고…… 이게 무슨 뻘짓이야!”

“맞아요! 지금 몇 시간째입니까!”

“이태성 길드장님 나타날지도 몰라요! 애들한테도 소개해 줘야죠!”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최후식은 기가 막혔다.

암살검 한경석! 조카 놈의 실체를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그 녀석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사고를 치고 다녔다!

최후식 이사는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조용해! 안에 들리잖…… 아! 그렇지!”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생각대로라면 한경석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게 만들 수 있다!

최후식 이사는 반색해서 강화 철문을 강하게 두들기며 외쳤다!

쿵쿵쿵-

“경석아! 지금 깃발 꽂는단다! 태성 빌딩 앞! 광화문 광장에서 깃발전 시작하는 거야! 너 이태성 길드장님 기억하지! 이태성 길드장이 깽판 치러 나올 거다! 그거 구경 가자!”

“……!”

“……!”

짧은 정적이 흐르는 순간.

최후식 이사는 손으로 신호하며 입 모양으로 외쳤다.

‘환호성!’

메인 탱커 최후식과 딜러 헌터들!

수백 번의 사냥과 레이드로 다져진 호흡은 입 모양만 보고도 헌터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즉각 환호성이 터지고 환희 어린 외침이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 깃발전!”

“이거 도대체 몇 년 만이야!?”

“모두 빨리 내려가자! 완전 난장판 될 거야!”

“그런데 깃발은 왜 꽂는 거야!?”

“무슨 사이트에서 키배뜨다가 현피 잡혔다던데?”

“뭐? 키배뜨다가 광화문에 깃발을 꽂아?”

“하여간에 헌터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잘됐지! 이참에 이태성 길드장님이랑 안면 트는 거다!”

하하하하하-

헌터들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들에게 누가 더 강한지 견주는 건 본능이나 마찬가지다!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현피, 깃발전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태성 길드의 이태성 길드장까지 난입할 가능성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레이드 메인 탱커, 철벽 이태성!

그런 이태성 길드장을 보는 걸 넘어 최후식 이사를 통해 안면을 틀 수 있다!

선임, 신입 가리지 않고 이 자리의 헌터 모두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암살검! 같이 구경 갑시다!”

“그래요! 얼른 공방에서 나오세요!”

“잘하면 이태성 길드장이랑 한판 붙을 수도 있습니다!”

‘이태성 길드장과 붙는다!’

이 말이 오리온 길드 헌터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오리온 길드도 대형 길드지만, 수십 년 동안 한국 최고의 길드 자리를 지킨 태성 길드에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리온 길드에는 한경석이 있다!

오리온 길드에 있는 게 이상한 대인전 세계 랭커 암살검 한경석이!

극도로 예민하고 까칠하여 말 한마디 제대로 붙이지 못한 암살검!

그러나 암살검의 실력만큼은 진짜 중의 진짜다!

누가 더 강한지 견주는 건 헌터들의 본능!

‘암살검 한경석과 이태성 길드장이 붙는다면!?’

각성력 억제기조차 뚫는 암살검의 연속 점멸!

이태성 길드장의 오러 능력을 뚫고 근접에서 붙기만 하면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암살검 한경석이 이태성 길드장을 꺾는다!’

자이언트 킬링!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전신을 흘렀다!

어느새 헌터들은 공방 강화 철문에 달라붙어 미친 듯이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쾅쾅, 쾅쾅쾅-

“암살검! 얼른 나와요!”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인원이 수백, 아니 천명이 훌쩍 넘어요!”

“이태성 길드장 반드시 나올 겁니다!”

“한 판 붙을 기회예요!”

“이기기만 하면 제가 빌딩 입구에 동상 세우겠습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다른 애들도 불러 와야지!”

“축제다! 축제! 하하하-.”

환호와 탄성! 희열이 가득 담긴 외침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바짝 긴장한 채 새벽부터 지금까지 복도를 지키던 헌터 모두가 광기 어린 외침을 질렀다!

단 한 명, 복도 끝 사색이 된 얼굴로 최후식 이사의 스마트폰을 든 비서를 제외하고.

* * *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비서는 힐끗 공방 입구를 봤다.

암살검 공방 문에 모여 광기 어린 외침을 토해 내는 헌터들!

그리고 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언제든 제압할 수 있게 건틀렛을 치켜든 최후식 이사!

‘진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절규하는 순간 핑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 이 자리의 헌터들과 최후식 이사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 깃발전!

이걸 구경하러 가는 순간 모두는 제 3자 구경꾼이 아닌 당사자가 된다!

지금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용역 헌터들은 자신 때문에 모였다!

비서는 무음으로 해 둔 최후식 이사의 스마트폰을 힐끗 봤다.

[어디냐?]

[새끼야! 지금 몇 시간째 버티냐!?]

[나와! 당장 나와서 당당히 깃발 꽂자!]

[벌써 서버 해킹 시작했다! 곧 위치 나온다!]

[잡히기만 하면 박살 내주마!]

[선생님. 큰 거! 아주 큰 거 1장 이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화만이라도 나눠 보시죠!]

[안전을 보장합니다! 물건만 넘겨주시면! 최고가로 매입하겠습니다!]

……

쉴 새 없이 올라오는 메시지 알림들!

지난 새벽 최후식 이사에게 스마트폰을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정중하게 답장을 했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속을 긁는 메시지에 욱해 광화문 광장에서 직접 만나 해결하자고 답했다!

당연히 직접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광화문은 태성 길드의 앞마당!

오란다고 진짜 올지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일 줄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 자금 밖에 쫙 깔린 수천 명의 용역 헌터들은 ‘NTM_CHS’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에까지 나온 용역 헌터들이 찾는 사람!

현피 대상 깃발전 상대 NTM_CHS의 정체는.

최후식 이사였다!

자신을 찾는 용역 헌터가 쫙 깔렸다는 건 까맣게 모른 채 벽에 찰싹 달라붙은 최후식 이사!

당장 광화문 광장으로 구경하러 나가자고 외치는 헌터들!

상황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바. 시바아! 이걸 어떡하지!’

‘스마트폰을 부숴 버릴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전원을 내리면!?’

‘결국, 걸리고 아작이 난다!’

‘어떡하지!? 시바 이걸 어떡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화면에 쏟아지는 올라온느 헌터 나라 메시지!

이때 돌연 경고 메시지가 떴다!

[배터리 부족!]

순간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방법!

배터리 부족으로 스마트폰 전원이 꺼진다면!?

이미 자신이 보낸 메시지는 지워 버린 상황!

게다가 한경석은 공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해커가 서버를 추적 중이라고 협박하지만, 설령 위치가 털려도 성채 빌딩 안까지 밀고 들어올 간 큰 용역 헌터는 없다!

‘이대로 광화문에 몰려 온 용역 헌터들이 흩어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비서는 힐끗 최후식 이사의 눈치를 살피며 재빨리 스마트폰 앱을 훑었다.

곧 게임이 보였다.

이태성 길드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하는 게임, 혈맹 온라인!

비서는 눈을 질끈 감고 게임을 실행했다.

잠시 후 스마트폰은 전원 부족으로 꺼지고.

강화 철문을 두들기는 헌터들의 외침은 점점 더 커졌다.

그러나 아무리 세게 두들기고 혹하는 이야기를 외쳐도 공방 안에서는 작은 소리 하나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암살검 한경석은 이미 새벽에 비품 창고를 통해 재금 빌딩을 빠져나가 비행기를 타고 남중국으로 떠난 후였으니까!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최후식 이사는 문 옆에 찰싹 달라붙어 마음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다!

‘악마 같은 조카 놈! 나오는 즉시 제압해서! 누나 집으로 보내 주마!’

최후식 이사가 이를 가는 이때 안전 호텔 본점에서 출발한 세 사람이 광화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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