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00화 (90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00화>

안전 호텔에는 현피 상대인지 확인하겠다고 말을 걸어오는 용역 헌터들이 없었다.

대신 호텔 밖 정원에서 로비까지 안전 호텔 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애들 전부 데리고 나와! 지금 성공 보수가 엄청나다! 완전 로또야!”

“뭐? 국가 헌병대? 야! 지금 밖에 헌터 쫙 깔렸어! 게다가 우리는 깃발전 하는 거야! 한국에선 그걸로는 안 걸려!”

“미친놈아! 무기는 놓고 나와야지! 꼬투리 잡혀서 던전 노역장에 처박히고 싶냐!?”

……

곳곳에서 들려오는 열망 어린 외침들!

막대한 보상에 혹한 헌터들이 무리 지어 호텔 밖 종로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 헌터들은 하나같이 무장을 하지 않았다.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깃발전은 관습적으로 인정되기에 무기로 걸리지만 않으면 국가 헌병대,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는다.

안전 호텔에 숙박한 헌터들까지 이 판에 끼어들고 있다!

생각보다 현피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었다.

‘현피 때문에 수천 명을 동원한다고? 그것도 종로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깃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국가 헌병대, 경찰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종로는 헌터업 1번지 이곳에는 대형 길드와 헌터팀의 괴물 같은 헌터들이 득실거린다!

그리고 그런 괴물 같은 헌터들도 공손하게 만드는 인간 재해도 있었다.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 길드장은 경찰, 검사, 판사, 국가 헌병대가 아니기에 법과 증거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태성 본인이 1세대 헌터이기에 깃발전은 존중하겠지만, 거슬리는 순간 아작 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헌터들을 동원한다고?’

바로 감이 왔다.

이 녀석들 현피가 목적이 아니다!

깃발전이 현피를 가리는 위장이었듯!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어난 키배, 현피 또한 ‘목적’을 가리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무언가 다른 진짜 목적이 있다!

‘뭐지? 뭐가 목적이지!?’

파바바밧-

머리에서 불꽃이 튀고!

뉴스, 용역 헌터, 종로 거리, 스치듯 들은 대화!

온갖 정보가 머릿속에서 산산이 조각났다가 다시 조립되기 시작했다!

이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앗! 안내 데스크! 내가 형 어디 있는지 물어볼게!”

다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짧은 다리로 달려가 높은 데스크 위로 뛰어오르며 외쳤다.

“안녕하세요!”

“특급 헌터입니다!”

“선물 받으러 왔습니다!”

“멋진 동물 이름표가 선물입니다!”

“형 어디에 있습니까! 빨리빨리! 엄청 중요한 일입니다!”

특급 헌터는 펄쩍, 펄쩍- 쉴 새 없이 뛰어오르며 말을 쏟아 냈다.

“네? 네? 뭐라고요!?”

데스크 호텔 직원은 완전히 당황한 상황.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한달음에 달려갔다.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쫙 깔린 헌터들의 진짜 목적?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특급 헌터의 말대로 경석이의 선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특급 헌터! 잠깐 내가 말할 게!”

특급 번쩍 들어 옆구리에 끼는 순간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다가와 정중히 고개 숙이는 정장을 입은 호텔 직원.

한경석과 대리 4인조를 잡으러 왔을 때 도움을 받은 사람이다.

“총지배인님?”

“네. 이야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옆구리에 낀 채로 성큼성큼 총지배인을 따라가다가 문득 뒤돌아봤다.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두들기며 데스크 앞에 멈춰 선 류세연.

“야, 스마트폰 그만하고 얼른 따라와!”

“다 됐어! 진짜야! 곧 수리 끝나!”

류세연은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천문석은 데스크 옆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물었다.

“이거 제가 좀 써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천문석은 데스크 옆에 세워진 여행 가방 운반용 카트를 꺼내 류세연과 특급 헌터를 태우고 밀었다.

그르르르륵-

직원 통로로 빠져나가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 보안 층에 도착했다.

총지배인은 계단으로 최상층 펜트하우스로 올라가 펜트하우스 입구에서 검은 카드키를 내밀었다.

“내려 오실 때는 이 카드키로 VIP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준비된 ‘선물’은 안에 있습니다. 방해하지 않도록 말해 뒀으니 편안하게 살펴보시면 됩니다. 그럼…….”

총지배인은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바로 몸을 돌려 계단으로 내려갔다.

드디어!

이 안에 인생 최고의 대박이 기다리고 있다!

“알바! 빨리빨리!”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카드키를 긁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즉시 들어간 룸.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는 200평에 달하는 넓은 거실.

모던한 사이잘룩 카페트에 엔틱 가구로 채워진 스위트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삭막하기까지 한 공방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방이었다!

“어디야! 선물 어디에 있는 거야!?”

“와 대박! 여기가 경석 언니 집이라고? 언니 완전 부자잖아!”

스위트룸을 달리는 특급 헌터와 류세연.

곧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빨리 와!”

“삼촌 여기야! 이 방에 있어!”

거실과 이어진 방.

활짝 열린 문을 지나 들어가자마자 테이블 위에 덮인 검은 천이 보였다.

무언가를 덮은 듯 불쑥 튀어나온 검은 천!

단숨에 다가가 검은 천을 거둬내자 피라미드 형태로 차곡차곡 쌓인 블록이 보였다.

반질반질 빛나는 표면을 가진 스마트폰 크기의 노란 블록!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피라미드 꼭대기에 놓인 블록을 집어 들었다.

[KS]

FINE GOLD

999.9

1,000g

A20200001

손에 잡는 순간 느껴졌다.

이 질감과 무게감, 은은한 온기!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수없이 봤던 모습!

프레스 압착 골드바!

한경석은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괴는 1kg 골드바 112개로 재탄생했다!

건물주의 꿈을 이룰 초대박의 증거가 눈앞에 있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수많은 말과 외침, 뜨거운 감정이 뒤엉켜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천문석은 한참 동안 골드바 112개로 이뤄진 피라미드를 바라봤다.

어느 순간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던 말과 감정이 흘러넘쳐 터져 나왔다!

“경석아!”

이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없어! 친구들 이름표가 안 보여!”

“반지! 내 반지도 안 보여!? 으으으-.”

골드바 피라미드 정상에 놓인 메모지가 보였다.

[친구 골드바 등록 다 끝났어. 현금처럼 사용하면 돼. 테이블 아래에 완전차폐되는 안전 상자 있으니까 거기에 담아서 가면 돼.]

[앗! 그 안전 상자에 세연이랑 특급 헌터 줄 선물 들어 있어!]

‘선물!’

“앗! 세연 다른 방! 다른 방에 놨을 수도 있어!”

“그렇지! 바로 찾아보자!”

“잠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실로 뛰어가는 두 꼬맹이!

“침실에는 없어! 거실 서랍 안 찾을게!”

“세연! 화장실에도 없어! 부엌! 싱크대 아래 아닐까!?”

다다다다닥-

정신없이 달리는 소리와 무언가 여는 소리, 실망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끝까지 좀 들으라니까. 성질 급한 녀석들!”

탄식하며 안전 상자를 뒤집자 툭, 툭- 떨어지는 벨벳 주머니 두 개.

주머니에는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류세연]

[특급 헌터]

“없어! 아무데도 없어! 경석형 까먹었나 봐!”

“안 돼! 내 야망이! 반지가 꼭 있어야 하는데!”

절망 어린 목소리만 들어도 두 꼬맹이의 표정이 예상됐다!

천문석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성큼 거실로 나와 외쳤다.

“야! 너희 찾는 거 여기 있다! 경석이가 준비한 거야.”

“……앗! 경석형! 난 경석형을 믿었어!”

“……아앗! 주머니! 그 안에 내 절대 반지가!”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달려와 벨벳 주머니를 열었다.

“경석형! 우아앗- 완전 멋지잖아!”

니케,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냠냠이, 휘잉휘잉, 퐁퐁이…….

특급 헌터가 직접 그린 친구 모양 펜던트가 줄줄이 튀어나오고!

“언니! 꺄아- 어떡해! 보석까지 박혔잖아!”

작은 보석이 박힌 세련된 반지 2개가 굴러 나왔다!

특급 헌터와 류세연은 동시에 외쳤다!

“알바! 전화해! 감사 인사해야지! 얼른 경석형 전화해 줘! 내가 국밥 사준다고 말해 줘!”

“잠깐! 삼촌 스마트폰 아직이야. 내 걸로 걸게!”

류세연은 바로 전화를 걸어 스마트폰을 천문석에게 건넸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기 꺼져 있다는데?”

“앗! 공방! 경석형 공방에 있지 않을까!?”

문득 어제 로또 추첨이 끝나고 했던 통화가 기억났다.

다급한 목소리로 조금 오래 자리를 비울 것 같다고 말했던 한경석!

“경석이 자리 비운다고 했잖아? 공방에 없는 거 아냐?”

“아냐! 알바! 내 촉이 움직이고 있어! 경석형 공방에 가면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아!”

특급 헌터의 사심 가득한 발언 뒤로 세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맞아! 가능성은 있어! 전화로 말한 월요일보다 하루 빠르게 제련이 끝났잖아! 즉, 제련이 언니 생각보다 빨리! 문자를 보낸 직후 끝났을 가능성이 크단 말이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석이는 전화 통화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말과 함께 월요일쯤 제련이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제련이 끝난 건 하루 빠른 일요일! 게다가 아침 8시에 예약 문자를 보냈다!

정신없이 골드바를 제련하고 반지와 펜던트를 세공하고 총지배인에게 넘긴 다음 공방에서 잠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천문석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꼬맹이x2에게 말했다.

“재금 빌딩 바로 앞에 광화문 광장이잖아?”

“맞아!”

“광화문 광장이야!”

“지금 거기에 깃발 꽂으려는 헌터들 쫙 깔렸을 텐데? 거기에 가자고?”

순간 2배로 눈을 반짝이는 류세연과 특급 헌터!

“그러니까 가야지!”

“맞아! 완전 재밌을 거 같아!”

“…….”

생각해 보니 두 꼬맹이의 말이 맞았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신동대문처럼 자신이 얽힌 일은 아니다!

게다가 광화문 광장 앞 재금 빌딩에는 오리온 길드가 있었다.

대형 길드 오리온 길드에는 최후식 이사와 암살검 한경석이 있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을 내려다보는 성채 빌딩 중에는 ‘태성 빌딩’도 있었다.

태성 PC방.

태성 푸드 코너.

태성 스파 랜드.

태성 컴퓨터 부품.

태성 격투기 도장.

……

다른 성채 빌딩과는 완전히 다른 구성의 태성 빌딩에는 단 하나의 길드만 있다.

한국 길드 랭킹 1위, 태성 길드.

그리고 이곳 빌딩 옥상에는 그 헌터가 살고 있다.

1세대 헌터.

탱커 랭킹 부동의 1위.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

광화문 광장은 이태성 길드장의 앞마당이다!

이태성 길드장과 최후식 이사!

광화문 광장에 모인 용역 헌터들은 전혀 걱정할 것 없었다!

자신은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 3자, 구경꾼!

게다가 너무나 든든한 배경 이태성 길드장과 최후식 이사가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단호히 외쳤다.

“재금 빌딩으로 출발이다!”

“출발!”

“얼른 가자! 언니 공방에 있을 거야!”

동물 친구들의 펜던트를 얻은 특급 헌터.

원하던 대로 크고 작은 반지 두 개가 얻은 류세연.

1kg 골드바 112개의 초대박을 터트린 천문석.

셋은 안전 호텔 본점을 나와 광화문 재금 빌딩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천문석은 알 수 없었다.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쫙 깔린 용역 헌터들이 NTM_CHS 아이디로 헌터 나라에 올린 대환단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인간 재해이자 억제기, 이태성 길드장이 친구 장철 헌터와 함께 이세영 포획 작전에서 아직도 구르고 있다는 것을!

-오리온 길드의 최후식 이사가 한경석 공방 강화 철문 앞에서 새벽부터 지금까지 있지도 않은 한경석을 설득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광화문 광장 깃발전에서 자신은 제 3자가 아닌 직접 이해 당사자라는 것을!

천문석은 너무나 당연히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사건·사고가 기다리는 광화문을 향해 움직였다.

환몽 속 스승님이 결국 불운을 떼어 내는 걸 포기하고 탄식했던 것처럼.

천문석은 112kg의 백팩을 메고, 환한 미소를 띤 채로, 힘차게 다리 뻗으며 외쳤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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