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9화>
카캬카-
천문석은 기쁨의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경석이 제련 끝났단다!”
“앗! 내 친구들 이름표! 경석형 이름표도 만들었데!?”
“아, 반지! 언니가 반지 만들었데!?”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는 특급 헌터와 류세연!
다시 본 문자에 이름표와 반지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한경석이라면 분명 만들어 뒀을 거다!
“세연! 스마트폰 받아라!”
천문석은 스마트폰을 건네주며 외쳤다.
“빨리 청소 끝내고 아침 먹고 직접 가서 확인하자!”
“이야얍! 엄청난 힘이 솟는다!”
위이이잉-
진공청소기를 끌고 번개같이 달려가는 특급 헌터.
“반지! 드디어! 절대 반지가 내 손에 들어오는구나! 크흐흐-.”
크흐흐흐-
음흉한 웃음과 함께 청소 밀대를 밀고 달리려는 류세연.
탁-
천문석은 세연의 밀대를 낚아챘다.
“삼촌?”
“내 스마트폰 수리는 끝났냐? 오래 걸릴 거 같으면 나간 김에 맡기려는데?”
“……거의 다 끝났어! 하드웨어는 다 고쳤고! 안에 프로그램만 조금 손보면 돼! 맡길 필요 없어! 업체에 수리 맡기면 수리비 엄청 나와! 데이터도 다 날아가고! 내가 빨리 손봐서 가져올게!”
깜짝 놀란 얼굴로 정신없이 외치더니 한달음에 현관을 지나 옥상을 가로지르는 류세연.
“바로! 바로 가져올게!”
세연은 언제나 느긋한 모습과 달리 당황한 모습으로 사라졌다.
“……뭐지? 저 녀석 뭔가 수상한데!?”
가슴속 의심의 싹이 슬금슬금 자라날 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빨리빨리! 얼른 청소하고 밥 먹고 경석형 보러 가야지!”
“알았다! 바로 따라갈게! 출동!”
위이이이잉-
특급 헌터의 진공청소기가 달리고.
파파파파팟-
천문석의 청소 밀대가 번개같이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옥탑방 청소가 끝나고 바로 아침준비가 시작됐다.
“오늘의 아침은 지하철 토스트다!”
“지하철 토스트?”
“지하철 토스트의 정수는 뭐다!?”
“……앗! 나 뭔지 알 거 같아! 고기야! 고기는 언제나 옳으니까! 고기!”
“땡땡땡! 지하철 토스트의 핵심은 ‘파’다!”
“파!? 파 맛없어! 고기 넣자! 고기!”
“날 믿어! 지하철 토스트는 고기보다 파야! 특급 헌터! 넌 계란 깨뜨려 풀어라! 1인당 3개! 넉넉하게 9개!”
“고기보다 파라고……? 아닌 것 같은데……?”
특급 헌터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계란을 깨서 풀었다.
“이야압, 얍얍얍!”
휙휙, 휙휙휙-
언제나 그렇듯이 호쾌하게 계란을 까고 볼에 넣어 휘젓는 특급 헌터.
“잘한다!”
천문석은 탄성과 함께 재빨리 움직였다.
파스스스-
버터를 바른 팬에 빵을 굽고!
다다다다다닥-
싱싱한 대파를 잘게 채 썰어 계란 물에 전부 풀었다!
순간 프라이팬을 훑는 손!
양강지력에 팬이 단숨에 달아오르는 순간.
식용유를 잔뜩 두르고 계란 물을 부어 얇은 전처럼 부쳐 냈다.
치이이이이익-
빙글빙글-
팬을 가볍게 흔들다가 휙- 탄력을 줘서 뒤집고!
쓱쓱쓱쓱-
숟가락을 들어 얇은 전 같은 계란을 사각형으로 접어 구운 식빵 위에 올려놨다.
확 올라오는 뜨거운 김!
이 김에 담겨 풍겨나오는 파의 깊은 풍미!
“……!”
특급 헌터는 감칠맛 그 자체인 향기에 꼴깍-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알바! 뭔가뭔가! 이상해! 고기도 없는데 이 토스트 완전 맛있을 거 같잖아!”
“아직 부족하다!”
천문석은 계란을 부치며 고개를 저었다.
“부족하다고? 설마! 여기서 더 있는 거야!? 더 맛있어 진다고!? 특급 토스트!”
“마지막에 보여 주마!”
천문석은 순식간에 6장의 지하철 토스트를 완성하고 양손에 통을 들었다.
“알바 그건? 설마!”
“그렇다! 수만 년 인류의 삶에 녹아든 최초의 조미료 소금! 그리고 하얀 황금 설탕이다!”
단짠, 단짠, 단짠!
토스트 위에 새하얀 설탕과 소금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서 뿌려졌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비법 마법의 가루다!”
파스스스-
그리고 이 위에 마법의 가루가 흩어진다!
빵과 계란, 파. 그리고 소금, 설탕, 마법의 가루가 들어간 지하철 파 토스트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토스트 완성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천문석이 옥상을 보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대답했다.
“느림보 세연을 잡아 오는 겁니다!”
“정답이다! 특급 헌터 출동! 토스트가 식기 전에 돌아와라!”
“출동! 친구들 세연 잡으러 가자! 이야아압- 엄청난 힘이 솟는다! 파파팟!”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번개같이 옥상을 가로질러 달리는 특급 헌터!
그 뒤를 따라 외침대로 친구들이 출동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니케, 사슴이, 반짝이!
신나서 땅을 달리는 탱탱이!
“어, 각성 동물 중에 누가 빠진 거 같은데?”
문득 고개를 돌리니 베란다에서 천천히 기어 나와 열심히 거실을 가로지르는 별갑 거북이가 보였다.
“…….”
별갑 거북이가 텔레비전 앞에 도착했을 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옥상 문에서 들려왔다.
“세연! 빨리 와! 알바가 완전 맛있어 보이는 파파팟 토스트 만들었어! 식기 전에 가야 해!”
“알았어. 당기면 안 돼! 지금 코드 짜 넣는 중이야! 갈 게! 가고 있어!”
지하철 토스트와 우유 한잔!
간단한 아침 식사가 끝나고 바로 출발 준비를 했다.
“다음 우리 목적지는 안전 호텔 종로 본점이다! 특급 헌터?”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척- 결례하더니 인디언 천막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세연?”
“거의 다 되가! 금방 끝나! 옷 갈아입고 나올게!”
고개도 들지 않고 스마트폰을 두들기며 방으로 들어가는 류세연.
천문석은 벗어 둔 재킷 하나만 걸치고 텔레비전을 끄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때 다시 한 번 뉴스 속보 자막이 떴다.
“또? 무슨 뉴스 속보가 계속 튀어나와!?”
황당한 마음에 화면을 보는 순간 자막이 떴다.
[남중국 12개 주, 연방 결성 최종 합의! 연방 의회 확정!]
“와. 남중국이 통일되긴 되네.”
게이트가 열리며 남중국이 갈라진 게 벌써 20년!
군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해지던 남중국 통일! 남중국이 마침내 하나의 연방으로 합쳐지고 있었다!
이때 자막이 변했다.
[연방 의회 선거일 12월 확정!]
“12월? 뭐가 저렇게 빨라?”
12월이면 한 달 뒤!
지금 당장 선거운동을 시작해도 4주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일 정도로 다급한 일정이었다.
“저게 가능한 거야? 아니, 그보다 왜 저렇게 일정을 촉박하게 잡았지?”
문득 든 호기심에 채널을 돌려보자 예상 그대로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남중국 전 지역 극심한 혼란 발생!]
[…… 말씀드린 대로 현재 남중국 전 지역에서는 갑작스러운 연방 의회 선거 발표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선거일이 한 달 뒤로 정해진 지금. 12개 주에 들어가지 못한 군벌들의 무력 행동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층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여행주의보를 내리고 남중국을 방문할 헌터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가분 모시고 보다 정확한 이야기 들어 보겠습니다. 교수님. 이번 기습 발표는 실착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아직 이름도 정체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중국 연방을 사실상 움직이는 가칭 연방 총통의 무리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대세는 넘어왔는데 어째선지 너무 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부터 일주일이 고비입니다. 연방 총통이…….]
연방 총통!
순간 호기심이 확 올라왔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 수십 개의 군벌이 난립한 남중국을 통일한 천외천의 각성자!
게이트 전쟁의 영웅 검은 폭풍급의 각성자가 나타났다고 난리였다!
‘설마! 연방 총통의 정체가 나오는 건가?’
뉴스에 집중하는 순간 방에서 나온 세연이 스마트폰을 두들기다 힐끗 텔레비전을 봤다.
“선거? 남중국도 난리네.”
“그러니까 말야. 연방 총통이 너무 급하게 움직인다고 하네.”
이때 특급 헌터가 티피에서 나왔다.
“알바! 옷 다 입었어! 얼른 출발하자!”
챙이 달린 모자에 낚시 조끼, 허리춤에는 퐁퐁검까지.
언제나처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단숨에 거실을 가로질러 신발을 신는 특급 헌터.
“빨리빨리 움직여! 오늘은 일요일이야! 시간 빠른 날이라니까!”
“그래 바로 가자.”
천문석은 텔레비전을 끄고 세연의 등을 툭 쳤다.
“야, 안 되면 그냥 줘. A/S 맡기면 된다니까.”
“아냐! 잠시만! 거의 다 끝났어! 잠시…… 아니, 우선 출발하자. 이동하면서 살릴게! 오래 걸리지 않아!”
세연은 스마트폰을 들고 앞장섰다.
천문석, 류세연, 특급 헌터는 종로 안전 호텔로 출발했다.
* * *
종로 3가.
천문석, 특급 헌터, 류세연은 역에서 나와 안전 호텔로 걷고 있었다.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광화문과 종로 인근에 현피뜨려는 헌터들이 모이고 있다는 뉴스에 지하철을 이용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광화문과는 거리가 있는 종로 3가 거리 곳곳에도 헌터들이 쫙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이 헌터들에게서 낯익은 느낌이 전해졌다.
마수와 몬스터보다 인간과 싸우는데 익숙한 느낌. 불과 한 주전 같이 구르던 동료들!
용역 헌터들이다!
용역 헌터들은 3인, 5인으로 조를 이룬 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매의 눈으로 사람들을 훑었다.
문득 용역 헌터 한 무리가 한 헌터에게 말을 붙이는 게 보였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붙이는 순간 힐끗 스마트폰을 보더니.
“네?”
상대가 반문하자 뚫어지게 상대를 살핀다.
용역 헌터들의 이 시선이 향한 곳은 손과 주머니!
스마트폰이 있는 곳이다!
바로 감이 왔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그 메시지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녀석들 현피 상대를 찾고 있구나!’
깨닫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여기까지 걸어오며 본 용역 헌터들만 100단위가 넘는다!
현피 장소인 광화문도 아닌 종로 3가까지 이 정도 인원이 깔렸으면 못해도 천 단위 인원이 깔렸을 거다!
“아니. 뭘 어떻게 했길래 현피에 이 정도 인원이 튀어나와?”
이때 용역 헌터 한 조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붙였다.
“저 잠시만…….”
“실례 좀 하겠습니다.”
말을 거는 즉시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내고 유심히 살피는 용역 헌터들.
“나는 특급 헌터야! 실례해도 돼!”
용역 헌터들의 시선이 천문석, 특급 헌터를 지나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두들기는 세연에게 잠시 머물렀다.
“실례 많았습니다.”
곧 꾸벅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하고 멀어지는 용역 헌터들.
“잘 가 아저씨들! 알바! 세연! 빨리 따라와!”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따라가며 멀어지는 용역 헌터들을 봤다.
강릉에서 만난 용역 헌터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
겉모습을 보면 현피 상대가 아닌 실종자, 은인을 찾는 모습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공손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종로니까!
문득 시선을 돌리자 보였다.
곳곳에 솟은 성채 빌딩과 줄줄이 늘어선 건물들!
그리고 이 빌딩과 건물,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이곳은 대형 길드, 부산품 거래소, 마석 감정소, 초고가의 헌터 장비, 건 스미스가 즐비한 대한민국 헌터업 1번지, 종로다!
길거리를 걷는 슬리퍼를 찍찍 끄는 PC방 폐인 같은 남자,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쓴 여자 중에 랭커, 대형 길드 집행부, 1세대 헌터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당장 한국 헌터 업계의 신화, 이태성 길드장부터가 하와이얀 셔츠에 선글라스를 쓰고 슬리퍼를 찍찍 끌며 돌아다녔다.
헌터 업계에서는 겉모습과 실력은 대체로 비례하지만, 상위 0.01%는 다르다!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
암살검 한경석!
……
진정한 실력자들은 자기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신경 쓸 필요 자체가 없었다.
겉모습만으로 이들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
현피뜨러 온 용역 헌터들이 깍듯하고 공손하게, 아주 예의 바른 모습으로 현피 상대를 찾는 건 아주 당연했다!
이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속에 어떤 지뢰가 숨어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
용역 헌터들은 걱정할 게 없다!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성큼성큼 종로 거리를 걸었다.
“빨리 가자. 골드바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리고 용역 헌터들의 공손한 질문을 세 번 더 받았을 때 안전 호텔 본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