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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98화 (89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8화>

“세연! 빨리빨리 이불 개!”

“으으- 당했어! 완전히 당했어!”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아침 청소를 시작한 거실.

천문석은 퇴근 후 축 늘어진 직장인처럼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않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웠다.

그리고 천천히 내력을 움직였다.

세연에게는 장난치듯 말했지만, 사실 진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내력이 지나갈 때마다 욱씬욱씬, 저릿저릿하게 떨리는 육체.

육체뿐 만이 아니다!

심상 공간에 새겨진 기경팔맥도 태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할 정도의 큰 부상은 아니지만, 한동안 조심할 정도의 상태!

‘하- 스승님.’

천문석은 새삼 어이가 없었다.

꿈속에서 맞았다고 현실에까지 이렇게 영향을 미치다니!

아무리 현실 같은 꿈, 환몽이어도 이게 가능한 건가!?

게다가 이번에는 로또 번호 같은 형체 없는 기억이 아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도토리’까지 가지고 깨어났다!

문득 시선을 내려 스승님이 건네준 도토리를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폈다.

단단한 갈색 껍질을 지닌 작은 열매.

아무리 살펴도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도토리로만 보였다.

그러나 니케의 반응, 스승님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단단한 껍질 안에는 엄청난 무언가 있을 거다!

“이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차피 자신은 곧 건물주가 될 몸!

계속 헌터로 일하겠지만, 큰 위험이 닥칠 일은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엄청난 게 담겼던 외물(外物)은 신외지물(身外地物)!

스스로 쌓은 게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도토리에 기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스승님에게 받은 도토리를 텔레비전을 향해 던졌다.

휘익-

도토리는 거실을 가로질러 텔레비전 장식장 아래 살짝 열린 잡낭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순간 욱씬 팔에서 시작해 다시 한 번 전신을 달리는 통증!

스승님의 지팡이에 맞은 후유증이다!

그러나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 하늘에서 쏟아진 비풍을 느꼈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 삼재(三災).

천뢰(天雷), 음화(陰火), 비풍(贔風)!

삼재는 명운이 깎였다고 아무한테나 내리지 않는다!

급이 되는 존재한테만 떨어지는 게 삼재다!

마인이 역천을 행해 명운이 모조리 날아가도 천뢰를 맞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스승님에게는 비풍이 폭포수 같이 쏟아졌다! 게다가 비풍이 오장육부와 단전을 헤집는 데도 스승님은 버티셨다!

“과연 스승님!”

그런 비범한 스승님이 명운을 깎아 가며 자신을 환몽으로 불러 불운을 털어 주셨다!

비록 완전히 불운을 털어 내지 못하고 지팡이를 내던지며 분통을 터트리셨지만.

‘빌어먹을 젠장! 못해 먹겠네! 왜 안 떨어지는 거야!’

지금 이렇게 욱씬욱씬 저린 몸을 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험 전날 건성으로라도 책을 보는 게 아예 안 보는 것보다는 나은 것처럼!

분명 무언가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벌써 좋은 일이 하나 생겼다!

위이이잉-

“청소기가 나갑니다! 빵빵빵-.”

신나게 진공청소기를 밀고 달리는 특급 헌터.

쓱쓱, 쓱쓱쓱-

“내가 당하다니! 으으으- 이렇게 완전히 당하다니!”

그 뒤를 따라 청소 밀대로 바닥을 문지르며 분통을 터트리는 류세연이 보였다!

편안한 소파에 누워 포근한 담요를 덮고 누워 있는데도 자동으로 청소가 되고 있었다!

“이런 개꿀이라니!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는 세연을 향해 얄밉게 외쳤다.

“세연! 끝나고 검사할 거다. 깨끗이 청소해라!”

“으아아악- 복수할 거야! 꼭 복수할 거야!”

뜻밖의 행운과 함께 어쩐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일요일이 시작됐다!

* * *

파파파팟-

업보를 되돌려 받은 류세연이 괴성을 지르며 걸레질할 때.

위이이이잉-

특급 헌터는 청소기를 끌고 소파로 달려와 외쳤다.

“알바! 소파 청소해야 해!”

“알았다!”

데굴데굴-

담요를 휘감은 채로 소파 아래로 떨어져 자리를 비켜 주는 천문석.

위이이이잉-

특급 헌터는 능숙하게 쓱쓱 소파 구석구석 청소기를 밀었다.

“오, 잘하는데? 너 청소기 좀 돌린다!?”

“당연하지! 나 장민 집에서도 청소기 돌리잖아! 청소기로 거실 청소하면 층간소음 없어져! 그래서 문 앞에다가 세워 두고 매일매일 청소해!”

쓱쓱 청소기를 밀며 당당히 대답하는 특급 헌터.

‘층간소음?’

문득 예전에 특급 헌터 집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살금살금 발끝으로 걸어 나오던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그때도 층간소음을 극도로 두려워했었다.

그런데 청소기로 거실 청소를 하면 층간소음이 사라진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아니, 사실 처음부터 층간소음이 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장민 대표의 집은 타워팰리스 최고층 펜트하우스니까!

“특급 헌터. 그 층간소음…….”

오래전 의문에 질문하는 순간.

청소 밀대를 밀던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꼬맹이가 청소기를 돌리는데 누워서 농땡이 치는 거야? 와! 양심 무엇? 어딧?”

“야! 나 어젯밤에 너무 힘들었다니까. 농땡이 치는 게 아니라. 정양하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겉은 멀쩡해도 속이 골병이 들었어!”

“아니 구라도…….”

콜록, 콜록-

기침 소리로 세연의 외침을 지워 버리는 순간.

특급 헌터가 외쳤다!

위이이이잉-

“알바! 소파 청소 끝났어! 데굴데굴!”

“데굴데굴!”

누운 채로 소파 위로 올라가 세연이 외치기 전 텔레비전을 켰다. 바로 뉴스가 시작됐다.

“어떻게 켤 때마다 뉴스가 나오는 거 같냐?”

채널을 돌리려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막이 나왔다.

[북한산의 수호자! 국민대 뽀미가 마침내 해낸 그것!]

‘그것’이 무엇인지 빠진 전형적인 인터넷 낚시 기사 제목!

그동안 이런 낚시 기사에 낚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원래 낚시 기사라는 건 낚일 걸 알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것!

천문석은 재빨리 시선을 고정하고 볼륨을 키웠다.

곧 화면이 전환되고 뉴스가 시작했다.

국회 의사당 앞.

같은 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 이 커다란 현수막을 펼쳤다.

[국민대 뽀미 2021년 총선 출마 선언!]

“……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순간 격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역사의 진보를 이뤄 냈습니다! 오늘 수십, 수백만의 서울 시민의 생명을 지켜 낸 북한산의 수호자! 국민대 ‘뽀미’의 2021년 총선!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합니다!

“뽀미가 어디를 나온다고!?”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툭 옆에서 들려온 대답.

“국회의원. 뽀미 내년 총선 출마한다잖아. 진짜 출마하는구나.”

청소 밀대를 든 류세연이 힐끗 텔레비전을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뽀미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국회 의사당에서 법안 통과시키는 그 국회의원!? 진짜로? 구라 아니고!?”

“응? 뭘 그렇게 놀라?”

고개를 갸웃하다가 돌연 탄성을 터트리는 류세연.

“아! 그렇지! 삼촌은 던전에 있었지! 아직 소식 못 들었겠구나! 국민대 뽀미 알지?”

“국민대의 각성 고양이 뽀미!? 야옹 하는 그 고양이 맞지!?”

“어 맞아. 저기 텔레비전에서 출마 선언문 읽는 단체 ‘뽀국추’에서 마침내 해냈어. 각성 동물도 국회의원 피선거권 획득했어. 삼촌 던전 들어간 후에 일이야.”

“아니, 그러니까! 진짜로 각성 동물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고!? 어, 잠깐! 뽀국추? 이거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데!?”

“우리 북한산 워터파크 갔을 때 얼핏 봤잖아? 거리에서 서명도 자주 받고.”

“아!”

바로 기억났다!

워터파크에 가득한 인파 때문에 놀이기구는 타지도 못하고 특급 헌터, 꼬맹이들과 물장구만 치고 있을 때 등장한 뽀미!

슈퍼스타 뽀미를 보기 위해 워터파크의 인파가 모두 몰린 틈을 타서 특급 헌터와 놀이기구를 탔다!

그때 뽀미와 함께 나타나 인파를 통제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뽀국추’였다!

“그럼 뽀국추 뜻이!?”

세연은 밀대로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뽀]미 [국]회의원 [추]진모임. 줄여서 뽀국추.”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뽀미가! 아무리 각성 동물이어도 고양이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고!?”

“나도 좀 이상하긴 한데. 생각보다 지지율이 높아.”

“……지지도가 높아?”

황당함에 반문하는 순간 뉴스에선 시민들 인터뷰가 시작됐다.

-우리 지역구에 나오면 뽀미에게 한 표 행사할 겁니다!

-내가 정릉동 30년 토박인데! 게이트 열렸을 때 때 뽀미 덕분에 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냐! 뽀미가 성북구 나오면 무조건 당선이야!

-각성 동물인 건 문제가 아닙니다. 뽀미의 긍정적 이미지가 국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왜 뽀미를 지지하냐고요? 귀엽잖아요! 꺄아, 꺄아- 저 뽀미 열쇠고리랑 쿠션도 샀어요!

……

황당하게도 시민들의 의견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자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가상 여론 조사 결과, 서울 49개 지역구 어디에서 출마하던 뽀미의 예상 득표율은 최소 87% 이상! 압도적 당선으로 나왔습니다.

-뽀국추에서는 후보자의 최종 의사를 확인해야겠지만 정치 1번지 종로 출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뽀미의 당선이 확정된 가운데 몇몇 시민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은 ‘고양이가 국회의원? 세상이 말세다!’, ‘아니, 정치가 장난이냐?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거냐!’, ‘나도 뽀미가 귀여운 건 알겠지만 국회의원 좀…….’ 같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 같은 시각 국회 춘추관에서는 뽀미의 지역구 출마를 금지해야 한다는 서울 지역구 여야 국회의원 49명의 성명이 발표됐습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각성 동물의 대리 후보 등록과 공탁금, 선거 비용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에서는 뽀미 영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녹색당에서는 제주도의 수호자 거대 거북이의 적극 입당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현재 각성 동물들의 출마 여부가 내년 총선의 태풍으로 부상한 가운데…….

“…….”

천문석은 넋을 놓고 멍하니 뉴스를 봤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꼬집어 줄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가오는 세연의 손!

“이게 어디서 개수작을!”

탁- 세연의 손을 쳐 내는 순간 바로 다음 뉴스가 시작됐다.

-그럼 다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모인 헌터들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지금 시각 7시 55분! 저는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엄청난 인파가 보였다.

-어제 새벽 갑자기 모여들기 시작한 헌터들로. 지금 광화문 광장은 보시는 것과 같이 걷기가 힘들 정도인데요!

-이렇게 헌터들이 모여든 이유가 황당합니다. 지난밤 의견이 분분했는데 밝혀진 사실은 한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 일어난 다툼이 원인이었습니다! 직접 들어 보겠습니다.

-이렇게 모이신 이유가 뭐라고요?

기자의 마이크가 얼굴을 가린 헌터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피! 아니, 깃발을 꽂기 위해섭니다!

마이크를 낚아챈 헌터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으르렁거리듯 외쳤다!

-지금 누굴 말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새벽에 불러놓고 지금까지 안 나타나!? 당장 나와라! 벌써 서버 추적 시작했다! 한 시간! 한 시간 안에 안 나타나면! 끝까지 추적해 허리를 반으로 접어 주마!

순간 살기 어린 환호성과 살벌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박살 내자! 아작을 내주자! 미친 새끼! 잡히면 뒤진다!

삐삐, 삐삐삐-

비프음이 욕설과 괴성을을 지워 버리고 화면이 스튜디오로 전환됐다.

아나운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능숙하게 멘트를 쳤다.

-영상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계속 헌터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지나가실 시민 여러분께 주의 말씀 드리며 뉴스 속보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어지는 심층 대담에서는 ‘각성 동물의 총선 출마’와 ‘광화문 깃발전’이 서울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부동산 컨설턴트 한호석 교수님과 함께…….

“…….”

천문석은 어느새 소파에서 일어나 텔레비전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북한산 뽀미는 국회의원 출마와 당선이 확실시되고.

광화문에는 깃발전으로 위장한 현피뜨려는 헌터 수백 명이 모였다!

“과연 익스트림 대한민국!”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터지고 있다!

“이 뉴스를 스승님이 보셔야 했는데!”

그렇다!

자신이 재수 없다고, 끈질긴 불운이 붙었다고 탄식하시던 스승님이 이 뉴스를 보셨어야 했다!

지금 이 뉴스를 보니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

익스트림 대한민국에서 자신은 불운하지 않았다!

자신이 잠든 지난밤에 터진 이 사건들을 보라!

-뽀미의 총선 출마로 날벼락을 맞은 전국의 국회의원들!

-온라인에서 키배 뜨다 각성 헌터 수백 명과 합법적 현피, 깃발을 꼽게 된 키보드 워리어!

-뽀미 국회의원 출마, 광화문 현피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

……

자신은 운이 없는 게 아니다!

익스트림 대한민국에서 자신 정도면 평균이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운이 좋군!”

“삼촌이 운이 좋다고?”

류세연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톡- 세연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

“어, 경석 언니가 보낸 문자인데? 삼촌. 받아.”

세연이 건네준 스마트폰에 온 경석의 문자.

[제련 끝났어! 대리 4인조 잡으러 갔던 곳에 맡겨 둘 게!]

천문석은 문자를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챘다.

대리 4인조.

에릭, 게릭, 클릭스, 폴리머!

이세계 쿠팡맨 때 악연으로 얽힌 네 사람을 역으로 낚아서 잡아들인 장소!

종로 안전 호텔 본점이다!

순간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스승님은 완전히 틀리셨다!

자신이 불운하지 않다는 너무나 명확한 증거가 안전 호텔 본점에 있었다!

[제련 끝났어!]

이상 던전의 초대박!

5관 금괴 6개, 112.5kg의 제련이 끝났다!

1kg 골드바 112개가 종로 안전 호텔 본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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