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96화 (89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6화>

“떨어져라! 좀! 떨어져!”

고함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떨어지는 지팡이!

천문석은 막는 시늉도 하지 못하고 지팡이를 맞았다.

파바바팟-

어떤 방법으로 막을 수 없는 지팡이가 쉴 새 없이 전신을 두들겼다!

닿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찌릿찌릿함!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감각이 끝없이 예리해진다!

명료하게 깨어나는 정신으로 선명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토록 생생한 고통이라니!’

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고통이 연신 가해지는데도 정신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이게 진짜 꿈은 맞는 건가!? 혹시 던전에 빨려 든 게 아닐까?’

문득 의문을 품는 순간.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불운이 안 떨어지는 거지!?”

휘이이이-

지팡이가 공간의 틈으로 사라질 때 느껴졌다.

‘보인다!’

천문석은 지팡이 찜질을 받으며 생각한 대응 방법을 펼쳤다!

정반합(正反合)!

왼손에 전법륜인의 수인의 정(正)을!

오른손에는 전법륜인의 수인의 반(反)을 펼친다!

그리고 지팡이가 나타나기 직전.

정과 반!

왼손과 오른손을 허공에서 부딪쳤다!

짝-

허공을 때린 양손 사이에 잡힌 지팡이!

“……!”

막을 수 없던 스승님의 지팡이를 막아 냈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물러서며 지팡이를 잡은 양손을 비틀어 돌렸다!

합(合)!

휘이이잉-

정과 반이 합쳐진 합!

뒤틀린 와류가 생겨나 지팡이를 비틀었다!

수면에 비친 상처럼 흔들리더니 다시 한 번 공간의 틈으로 사라지려는 지팡이!

이 순간 천문석은 번개같이 양손의 수인을 역으로 짚어 다시 한 번 부딪혔다!

짝-

물결치듯 쏟아진 파문이 공간으로 사라지려는 지팡이를 고정했다!

지팡이는 마치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이야아아압-

기합과 함께 부딪힌 양손을 던지는 순간!

파아아아앙-

파공음과 함께 지팡이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성공했다! 으아악-.”

기쁨의 괴성을 지르는 순간.

경악한 스승님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몇 대 맞았다고 이걸 파훼한다고!?”

‘뭐, 몇 대라고!?’

온몸에서 저릿저릿 올라오는 이 고통!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외쳤다.

“와, 와! 이 양반이! 아니! 이게 몇 대 맞은 겁니까!? 지금 몇 시간을 두들겨 패놓고는! 지금 전신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이게 몇 대라고요!? 와! 진짜!”

“뭐 이 양반!? 이놈이!”

콰아아앙-

순간 벼락이 떨어지고 천지가 요동쳤다!

‘아차! 이곳은 스승님의 환몽 속! 스승님의 영역이다!’

“잠깐 취소취소! 스승님! 취소입니다! 당연히 몇 대 맞은 게 맞죠!”

재빨리 취소하고 반사적으로 뒤로 뛰는 천문석.

팟팟, 파파팟-

천문석 수면 위로 물수제비를 뜨듯 공간을 뛰어넘어 단숨에 거리를 벌렸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당장이라도 잡아서 쥐어박으려던 천문사의 전대 계승자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친 재능!

몇 사진 두들겨 맞은 거로 지팡이로 풀어 펼치는 전법륜인 수인의 정수를 막아 내고!

바로 신법으로 응용해 공간을 격해 몸을 움직이고 있다!

아득한 세월 동안 혼돈을 걸었음에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재능이다!

자신의 제자는 그야말로 천무(天武)! 하늘이 내린 무의 재능을 가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의(如意)!

하늘과 땅, 천지 만물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어느새 제자의 경지는 그 뜻이 하늘에 닿을락 말락 하는 경지에 올랐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아- 하늘에도 기울기가 있다더니!”

‘저런 미친 재능을 가지고 품은 꿈이 객잔 주인이라니! 게다가 저런 재능을 줬으면서 정작 ‘운’은 주지 않았다니!’

무공의 경지가 오르는 것보다 불운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명운을 깎아 전해 준 행운의 번호!

떠 먹여 준 행운의 번호도 뱉어 낸 불운 그 자체인 제자!

너무나 답답하여 명운마저 깎아가며 환몽으로 제자를 불러들였다!

뜻을 전하는 전법륜인 수인의 반(反)!

인과를 끊어 내는 지팡이로 불운을 끊어 떼어 내려 했다!

그러나 제자의 불운은 아무리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때려도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안이 아닌 밖! 외물(外物)에서 온 것처럼!

그러나 그 뜻이 하늘에 닿기 직전인 존재가 외물로 인해 그 ‘천운’이 떨어지는 게 가능한 건가?

불가능한 가까운 일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한가지 가능성이 불현듯 떠올랐다!

‘설마…… 이 불운이 천외천의 재능의 반대급부! 하늘의 저울에 올려진 추인 건가!?’

끝없이 펼쳐진 별빛이 인과의 씨줄 날줄이 되어 아득한 천기를 그려냈다.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천기를 보는 순간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

“알 수 없구나. 알 수 없어…….”

탄식과 함께 시선을 내리자 제자의 모습이 보였다.

두꺼운 나뭇가지를 다듬어 목검처럼 만드는 제자의 모습이!

“……너 뭐하냐?”

움찔 놀라더니 목검으로 태연히 바닥을 짚으며 대답한다.

“하도 맞아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지팡이로 쓰려고요!”

“…….”

물끄러미 바라보자 은근슬쩍 발 옆에 목검을 내려놓는 제자.

“하아- 불운 떼는 거 포기다! 안 돼 안 떨어져! 그냥 살아라!”

“네? 아니 포기할 거면 처음부터 왜 때린 겁니까!”

“하도 답답해서 그랬다! 하도 답답해서! 명운을 깎아서 행운 번호까지 전해 줬는데! 그걸 토해 내! 내가 오죽했으면 다시 꿈에 나왔겠냐?”

“아니, 로또 번호는 스승님이 잘못 말해 주고는!”

“야! 누가 뭘 잘 못 말해!”

벼락 같은 외침과 함께 섬전 같은 손을 뻗었다.

무심결(無心訣)!

시작도 끝도 없는 피할 수도 막을 수 없는 수법에 기억을 담아 뻗는다!

휘이잉-

그러나 바람 소리와 함께 허공을 찌르는 손!

천문석! 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휙 고개를 돌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무심결을 피해 냈다!

* * *

“……어떻게!?”

스승님이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더 깜짝 놀라 외쳤다!

“이것 봐! 와! 안 때린다더니! 또 손부터 날아오는 거 봐!”

“야! 이거 때리는 거 아냐! 보여 주려는 거야!”

전혀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펼치는 스승님!

“……!”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스승님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순간!

허공에 안개가 모여들고 안개 위에 빔프로젝터를 쏘듯이 영상이 맺혔다!

절벽에 선 스승님과 밧줄 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자신의 모습!

천문석은 바로 알아챘다.

이상 던전에서 스승님을 만나 로또 번호를 받았을 때다!

곧 안개 위에 영상이 재생됐다!

///

쿠르르릉-

하늘이 요동치고 천지가 쩍쩍 갈라져 찬란한 빛을 뿜어 낼 때.

절벽 위 스승님은 외쳤다!

“5, 7, 8, 23, 35……!”

순간 눈을 질끈 감고 복창하듯 외치는 자신!

“오, 칠, 팔, 이삼, 삼오!”

“오, 칠, 팔, 이삼, 삼오!”

……

그리고 찬란한 빛이 공간을 전부 물들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렇지! 그 방법이 있었지! 휘잉휘잉! 아수라파천무 펼칠 시간이야! 요기 이마! 이마에다가 해 줘!”

특급 헌터가 아수라 조각상을 들어 잠든 자신의 이마를 내려찍었다!

순간 번쩍 눈을 뜨고 번개같이 일어나 조각상을 밀어내는 자신!

자신은 다급히 잡낭에서 금괴를 꺼내 특급 헌터의 하얀 조약돌로 숫자를 썼다!

[5, 7, 8, 24, 35.]

///

“……!”

이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오, 칠, 팔, 이삼, 삼오!”

-자신이 외친 숫자!

[5, 7, 8, 24, 35.]

-5관 금괴에 새긴 숫자!

이삼, 24!

입으로는 ‘23’을 외치고 손으로는 ‘24’를 적었다!

스승님은 제대로 로또 번호를 찍어 주셨다!

로또 번호를 잘못 적은 건 자신이었다!

‘내가 이 간단한 번호를 잘못 적었다고!?’

“아, 아아, 아아아아!”

너무나 충격적인 진실에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깊은 탄식이 들려왔다.

“하아- 어떻게 된 게 떠먹여 줘도 먹지를 못하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스승님.

그렇다!

떠먹여 준 걸 뱉은 건 자신이다!

로또 1등을 날려 버린 건 스승님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자신 탓이다!

으아아아악-

엄청난 심적 고통에 괴성을 터트리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

빙글 고개를 돌려 360도 주위를 돌아봤다.

촉촉한 안개!

안개 너머 무성한 숲!

숲 내음이 가득 담긴 바람!

자신은 너무나 현실 같은 꿈, 환몽 속에 있다.

그리고 이 꿈속으로 자신을 부른 스승님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 던전에서 로또 번호를 받았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

지금 눈앞에는 로또 번호를 주셨던 스승님이 계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로또 번호를 받으면 된다!

“스승님! 한 번 만 더! 로또 번호 한 번만 더 점지해 주세요!”

“……뭐? 야! 명운 깎아서 행운 번호 전했어! 이번 환몽도 간신히 펼쳤어! 지금 남은 명운이 간당간당해!”

“아니, 간당간당한다는 분이 그렇게 자주 나왔어요? 앗! 전생의 경지 훔치고 빡빡이 됐을 때도 나왔잖아요! 아니지 그때만이 아니지! 천문사에 닿기 직전! 어, 잠깐잠깐! 그러고 보니 전생 각성하기 전에도 나왔잖아! 이게 도대체 몇 번이야!”

손가락을 헤아려 보니 스승님이 꿈에 나온 숫자가 두 손가락으로도 전부 헤아릴 수 없다!

전생보다 현생에 꿈에서 만난 게 더 많을 지경이다!

‘뭐? 명운을 깎아서 간신히 나왔다고!?’

느껴진다!

익숙한 구라의 냄새가!

천문석은 재빨리 다가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털었다.

“아니. 스승님. 구란 거 뻔히 아는데! 그냥 화끈하게 명운 깎아서 크게 한 방 쏴주세요! 어차피 돌아가신 분이 명운은 무슨…… 그 명운 한방에 털어 버리고 스승님도 하늘님, 땅님 순리에 따라 천기, 용맥으로 돌아가세요. 계속 이렇게 꿈에 나오다가 잡귀 됩니다. 잡귀 되면 봐주는 거 없습니다. 바로 퇴마 펀치 나갑니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거 꿈에 계속 나오는 게 수상한데……? 혹시…… 벌써 반쯤 잡귀가 된 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천둥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뭐 잡귀? 야, 이! 그게 제자가 스승님한테 할 말이냐! 그리고 뭐? 어차피 돌아가신 분이니까 화끈하게 명운 깎아서 크게 한 방 쏴줘!? 야, 이 죽기는 누가 죽었다고 그래!”

흉신악살처럼 분노하는 스승님!

그러나 벌써 몇 시간이나 효과도 없는 불운을 뗀다고 지팡이 찜질을 당했다!

분노하기는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면 아니지! 노친네 성질은! 그냥 얼른 꿈에서나 깨어나게 해 주세요! 저 골드바 받으러 가야 합니다!”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떨어지는 벼락!

콰아아앙-

기겁해서 몸을 돌려 도망치려는 순간 돌연 바람이 불어와 몸을 휘감았다!

휘이잉-

바람은 마치 그물처럼 전신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으앗!”

반사적으로 생사팔문의 신법을 펼치는 순간.

휙- 스승님의 손이 움직이고 팔문이 고정됐다!

생생생생, 생생생생!

生生生生, 生生生生!

“아니 이게 뭐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움찔하는 순간 거대한 바위가 누르는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꽈드득-

목을 조여 오는 스승님의 팔!

“항복……!”

반사적으로 외칠 때 천둥 같은 외침이 몸을 울렸다!

“진흙 속에 들어가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듯! 떨어지지 않는 불운이 붙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뜬금없이 무슨…… 커억!”

“잊지 말고 들어라! 천문(天問)! 수천, 수만! 헤아릴 수 없이 뻗은 나뭇가지 중 오직 너만이 닿을 수 있고 이을 수 있다!”

벼락불 같은 안광이 쏟아지고 귀가 아닌 마음에서 뜻이 울려 퍼졌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여의(如意)!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으니! 지극한 뜻을 세워 끊긴 인과를 이어라!]

순간 눈과 눈이 마주치고 전율이 전신을 관통하는 순간.

고승 대덕이 깨달음을 담아 터트리는 일갈!

존재의 본질을 떨어 울리는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천문석은 온 마음을 눈에 담아 대답했다!

‘숨! 숨넘어가요! 목! 얼른 목 좀 풀어 주세요!’

“시간이 없다! 불운에 절대 꺾여서는 안 된다! 이게 도움이 될 거다!”

품 안에 손을 넣어 무언가 잡더니 조심스럽게 움켜쥔 손을 꺼내는 스승님!

‘빨리! 빨리 좀!’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대답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돈에 그어진 경계이자, 세계의 나무를 자라게 하는 힘!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얻은 보물 중의 보물이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사용해야 한다!”

활짝 펼쳐진 스승님의 손에 놓인 건 매끄러운 갈색의 열매, 도토리였다.

“…….”

톡-

스승님의 손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천문석의 머리 위에 놓이는 순간.

휘이잉-

한 줄기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와 스승님의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백회혈을 뚫고 들어가 오장육부를 꿰뚫고 단전을 헤집어 구공(九孔)으로 빠져나오는 바람!

비풍(贔風)!

조화를 깨트리고 인과를 거슬러 명운을 잃은 자에게 내리는 하늘의 재앙. 삼재(三災)!

천뢰(天雷), 음화(陰火), 비풍(贔風)!

비풍이 쏟아져 스승님의 영육을 헤집고 있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비풍이 쏟아졌다는 건……!

“스승님 진짜 살아 계신 겁니까!? 어떻게? 스승님!?”

거대한 종소리 같은 외침이 몸을 떨어 울렸다!

[여의!]

순간 번쩍 눈이 떠지고 몸을 내리누르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

기겁해서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는 순간 깨달았다.

낯익은 거실, 익숙한 쿠션감!

자신은 옥탑방 거실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몸을 짓누르는 너무나 익숙한 무게감x2이 느껴졌다!

힐끗 시선을 돌려 본다.

인디언 천막.

러그 위에 깔린 이불.

편안한 잠자리를 마다하고 좁은 소파 위, 잠든 자신의 몸 위에 누워 있는 두 사람!

류세연과 특급 헌터!

두 꼬맹이 녀석이 침을 헤- 흘리며 자신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와, 어이없는 꼬맹이 녀석들!”

황당함에 반사적으로 딱밤을 날리려는 순간.

스스슥-

소파 등받이 위로 사슴벌레가 나타났다.

사슴이!

휘이잉-

허공을 날아 사슴이 옆에 내려앉는 반짝이는 황금 풍뎅이, 반짝이!

왕-

옥상에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 탱탱이!

슥, 스으윽-

천천히 베란다를 가로지르는 별갑 거복이!

특급 헌터의 동물 친구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침을 헤- 흘리고 자는 특급 헌터의 이마 앞에 멈춰 선, 전법륜인 딱밤 자세를 잡은 자신의 손에!

“…….”

-……

-……

인간과 각성 동물 사이에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천문석이 은근슬쩍 손을 거두려는 순간.

휘이이이잉-

바람 소리와 함께 베란다에서 털 뭉치가 날아왔다.

빙글 거실을 한 바퀴 돈 털 뭉치는 천문석의 가슴에 탁- 내려앉았다.

복실복실한 하얀색 털에 황금빛 줄무늬를 가진 새끼 하늘다람쥐.

니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니케는 착해 보이는 눈으로 잠든 특급 헌터와 딱밤 자세를 잡은 손을 번갈아 봤다!

-……?

“…….”

천문석은 슬그머니 손가락을 거뒀다.

이때 머리에서 무언가 굴러떨어졌다.

톡, 데구루루-

얼굴을 지나 가슴에 멈춰 선 갈색의 나무 열매.

도토리.

꿈속에서 스승님이 주신 도토리?

꿈에서 받은 게 현실에 나타났다고!?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니케의 털이 곤두서고 황금빛 줄무늬가 파르르 떨렸다!

파바바바밧-

작은 손으로 눈을 비비고 눈을 미친 듯이 깜박이는 니케!

킥, 키키킥-?

키키킼, 키키키킼-!?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선명한 감정이 느껴졌다.

당황, 경악, 놀람, 의문!

천문석은 니케의 시선이 못 박힌 곳을 봤다.

니케의 시선은 스승님이 주신 도토리에 꽂혀 있었다.

“도토리?”

무심결에 도토리로 손을 뻗는 순간.

하얀 털 뭉치가 총알처럼 손으로 쏘아졌다!

키킼, 키키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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