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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95화 (89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5화>

안전 호텔 본점에 도착한 한경석은 최상층 스위트룸에 친구에게 전할 선물을 내려놓고 장비를 갖췄다.

그리고 총지배인에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고 바로 호텔을 빠져나와 스마트폰을 봤다.

톡, 톡톡-

때마침 스마트폰이 진동하고 알림이 주룩 올라왔다.

공방에 깔아둔 보안 장치에서 보낸 알림!

후식이 삼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빨리 보안 카메라 영상을 재생하자 여전히 복도에 대기 중인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 왜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후식이 삼촌이 강화 철문에 다가와 두들기는 모습이 보였다.

쿵, 쿵-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여는 순간 문자가 왔다.

[적당한 일 거리 찾았어. 문자 보면 연락줘. 급하다고 해서 새벽에 문자 보낸다. - 장민]

완벽한 타이밍!

한경석은 바로 영상을 끊고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바로 외쳤다.

“의뢰받을 게! 어? 해외 의뢰라고? 아니 오히려 잘됐어! 해외 어딘데?”

-……

“남중국? 복건성 앞바다? 던전 입구가 있는 섬에 안전지대 만드는 일이라고?”

-……

“할 게! 꼭 하고 싶어! 30분 안에 출발할 수 있어! 아니 공항에서 보면 될 거 같아! 지금 공항으로 출발할 게!”

-……

전화를 끊은 한경석은 눈을 반짝였다.

남중국 복건성 앞바다의 섬에 안전지대를 만드는 일.

던전 입구 정리는 몇 번이나 했던 일이다!

특히 복건성 남중국의 섬이라는 게 맘에 들었다!

여차하면 복건성, 남중국으로 튈 수 있다!

남중국으로 튀면 후식이 삼촌은 절대 자신을 찾지 못한다!

완벽한 도주로가 준비됐고 안전 호텔에 친구들에게 줄 물건을 맡긴 상태.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된다!

한경석은 큰길을 향해 걸으며 친구에게 보낼 톡을 썼다.

[제련 끝났어. 대리 4인조 잡으러 갔던 곳에 맡겨 둘 게.]

예약 발송 시간은 오전 8시!

한경석은 예약 발송 버튼을 누르고 골목을 달렸다!

그리고 곧 나타난 큰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인천 공항으로 출발했다.

인천 공항에는 장강 유통의 직원이 나와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가 떴을 때는 새벽 5시, 해가 뜨기도 전이었다.

한경석의 목적지는 남중국 복건성 앞바다의 섬, 남일도였다.

장민 대표가 남중국에서 얻어 낸 남일도에는 던전 입구가 있었다.

각성 스팟, 무림 던전 입구가.

한경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림 던전 입구를 뚫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 * *

평범한 일요일 새벽.

천문석은 환몽 속에서 스승님의 전법륜인 지팡이를 맞고.

한경석은 112개의 골드바 제련을 끝마치고 남중국으로 튀었고.

최후식 이사는 아무도 없는 공방 문 앞에서 조카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때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환단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담합해서 힘을 합친 조직들이었다.

불이 환하게 켜진 넓은 사무실.

100여 명의 사람이 피곤에 쩐 얼굴로 사이트를 뒤지고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도매상은 모두 훑었다! 어제 확인한 영약은 전부 가짜다!

“소매상 위주로 훑어! 그게 차리리 가능성이 크다!”

“선금을 요구한다고? 됐어! 가짜에 몇 번을 속았는데! 우선 검증부터 한다!”

……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한 인터넷을 다시 훑고, 도매, 소매업자들에게 다시금 전화를 돌렸다.

대환단을 찾기 위해서.

그러나 이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이걸로 대환단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때 임시 팀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헌터 나라에 대환단 올린 아이디! 그 아이디 신원 확인은 아직이야?”

모두의 시선이 사무실 앞 화이트 보드로 모였다.

화이트 보드에 커다랗게 적힌 아이디!

NTM_CHS

이 아이디를 보는 순간 지난 10여 일 동안 겪은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대환단을 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순간 모두의 머리에 떠오른 장소는 같았다.

한국.

한국은 세계에서 무공 각성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대환단이 있다면 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즉시 한국에 들어와 은밀히 대환단을 찾았다.

그런데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 대환단을 구한다는 소문이 한국 헌터 업계에 쫙 퍼졌다!

그 즉시 모든 영약 가격이 폭등, 아니 미쳐 날뛰었다.

몇십만 원도 하지 않던 영약이 수백, 수천만 원에 거래되더니 곧 이마저도 씨가 마르고.

어느새 가 짜 영약, 가짜 대환단이 사방에 넘쳐 나는 상황이 됐다.

영약이란 말에 긁어모은 환약에 ‘Made in KOREA’ 상표와 우황청심환 품질 보증서가 튀어나왔을 때 얼마나 황당했던가!?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철수하거나 잠시 상황을 관망했을 거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조직, 단체, 길드, 기업 그 누구도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대환단을 구하는 건 보통 권력자가 아닌 남중국의 군벌들이었다!

천검이 남중국을 통합하면서 남중국 군벌의 왕과 같은 권력은 단숨에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권력은 쪼그라들었으나 경제력과 이권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천검은 군벌들의 군권을 회수하는 대신 이권을 인정했다.

수십 개로 쪼개진 남중국이 하나로 합쳐졌다.

하나가 된 남중국, 이 거대한 시장에서 생겨날 엄청난 이권과 경제력!

군벌들은 권력은 잃었으나 엄청난 미래의 이권을 얻었다!

대환단은 그런 군벌들이 원하는 물품이다.

진품 대환단에는 수백억. 아니, 수천억의 가치가 있었다!

헌터, 길드, 기업, 중개업자, 폭력조직, 정보기관, 국가까지!

남중국과 관련된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대환단을 찾았다!

시장에 풀린 영약이 씨가 마르고 가짜 대환단까지 나도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모두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때 진짜 대환단의 특징을 가진 경매 물품이 직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다!

헌터 나라!

직거래 사이트, 헌터 나라에 올라온 사진과 특징 분석결과 대환단일 확률 99%!

즉시 연락해서 대환단을 확보하려 했지만, 대환단을 올린 헌터는 던전이라도 들어갔는지 연락 두절 상태!

헌터 나라에 올라온 대환단을 발견한 이들은 해커를 고용해 대환단을 올린 아이디, NTM_CHS을 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어차피 헌터용 직거래 사이트 대단한 보안 기술이 적용됐을 리 없다!

헌터 나라 서버를 뚫고 NTM_CHS의 인적 사항만 파악하면 모든 건 끝난다!

돈, 인맥, 이권 원하는 건 뭐든지 대가로 줄 수 있다!

아니면 원하지 않는 걸 대가로 줘서 대환단을 토해 내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사이트를 터는 중에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태성 길드장.

작은 직거래 사이트 헌터 나라에 이태성 길드장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이태성 길드장은 중국에서도 유명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 전화를 걸었다가 군벌이 출동해 조직을 밀어 버린 사건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군벌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인데,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인적 사항을 털 생각을 버리고 바로 이합집산, 담합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가격을 통제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문이 퍼져 나가고 헌터 나라 사이트와 대환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재빨리 입찰했지만, 대환단 가격은 순식간에 10억을 넘어 100억을 지나 300억에 육박했다!

그러나 300억의 가격 또한 이들이 의도한 것!

대환단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 고작 300억에 낙찰받으리라고 생각할 리 없었다.

300억의 가격도 잔챙이들을 털어 내기 위한 것!

이합집산한 단체들 모두 총알을 준비하며 최후의 입찰을 기다렸다.

그런데 분통을 터트릴 일이 일어났다!

“경매 물품 임의 취소가 말이 되는 거야!?”

그렇다!

수요일! 돌연 경매가 취소되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패닉에 빠진 모두는 정신없이 도매상과 소매상, 일반 헌터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상태!

이제 대환단은커녕 정상적인 영약조차 구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진짜 대환단이 있어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

지금 유일한 희망은 헌터 나라에 대환단을 올렸다가 낙찰되기 전 경매를 취소한 그 사람뿐이었다.

‘NTM_CHS’

이제는 앞뒤를 가릴 때가 아니었다!

기업, 길드, 폭력조직, 정체불명의 단체…….

수요일 경매가 취소된 순간 모두는 전력으로 움직여 NTM_CHS을 추적했다!

이 자리에 있는 100여명의 사람들은 그렇게 모인 단체의 사람들이었다.

///

팀장은 화이트 보드를 두들기며 외쳤다.

“NTM_CHS! 이 아이디의 주인을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야 한다! 정보상, 용역 헌터, 해커! 누굴 동원해서든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 어떻게든 찾아낸다!”

이때 한 헌터가 손을 들었다.

“메시지! 답장이 왔습니다!”

“답장?”

모두의 시선이 모인 순간 다급히 스마트폰을 들고 앞으로 나서는 헌터!

헌터는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NTM_CHS! 이 아이디로 계속 메시지를 보냈는데! 방금 답장이 왔습니다! 만나자는 답장입니다!”

‘NTM_CHS! 대환단을 가진 헌터를 만난다!’

팀장은 재빨리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대환단 올린 적 없습니다. 아이디 해킹당한 겁니다!]

(그러지 말고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아래로 스크롤 하면 장소가 나옵니다!”

주륵 스크롤 하자 곧 단체 메시지가 보였다!

[모두 광화문 광장으로 와라! 거기서 한 번에 설명해 줄게!]

팀장은 고개를 드는 동시에 외쳤다!

“NTM_CHS. 타겟의 단체 문자가 뿌려졌다! 광화문으로 모두가 모일 거다! 해커, 상황 요원 제외, 전원! 고용한 용역 헌터들까지 모두 광화문으로 집결한다! NTM_CHS은 우리가 반드시 확보한다!”

* * *

새벽의 광화문 광장.

수십 대의 장갑 SUV와 버스가 줄줄이 멈춰 서고 헌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조를 이뤄 광화문 광장 주위를 확인한다!”

팀장의 외침에 3, 4인으로 조를 이룬 헌터들과 용역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른 새벽이지만 광화문 광장과 주위 상점은 어느새 북적이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북적이는 광장과 골목, 카페, 헌터 용품 매장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조를 이룬 헌터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헌터 나라 앱이 깔린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유심히 주위를 살피다 의심스러운 헌터가 보이면, 헌터 나라 앱으로 NTM_CHS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톡-

“……!?”

그리고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상대가 NTM_CHS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나 곧 헌터들은 깨달았다.

톡톡, 톡톡톡톡-

사방에서 울리는 알림 소리!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주위를 배회하는 헌터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모두는 직감했다.

이 헌터들 모두가 NTM_CHS!

대환단을 찾아서 온 헌터들이다!

어느새 광화문 광장과 그 주위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고.

끼익, 끼이익-

장갑 SUV와 장갑 버스가 줄줄이 멈춰 서 헌터들을 계속 쏟아 냈다!

대환단을 추적하던 모두가 NTM_CHS을 찾아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지금.

NTM_CHS과 얽힌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장소에 있었다.

한경석.

NTM_CHS 아이디로 대환단을 헌터 나라에 올리고 또 취소한 한경석은 남중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있었다.

최후식.

NTM_CHS 아이디의 진짜 주인, 최후식 이사는 비서가 보낸 단체 문자는 까맣게 모른 채 텅 빈 공방 문을 두들기며 조카를 설득하고 있었다.

천문석.

NTM_CHS 아이디로 올린 대환단의 주인이자, 대환단이 다시 돌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는 천문석은 환몽 속에서 스승님의 지팡이에 맞고 있었다.

한경석, 최후식, 천문석.

무대의 주인공들조차 시작된 줄 모르는 극(劇).

NTM_CHS과 대환단에 얽힌 이들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될 운명의 날,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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