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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92화 (89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2화>

“…….”

천문석은 힘없이 비틀비틀 베란다로 걸어가 하늘을 바라봤다.

“스승님.”

배란다 창밖 깜깜한 하늘을 보는 순간 스승님과 헤어지던 전생의 마지막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스승님께서 자신에게 천문사를 물려주고 서쪽으로 떠나며 하셨던 말씀!

‘일인전승! 비인부전! 천문사는 우리 문파의 모든 것! 그 모든 것을 너에게 물려주겠다! 이제부터 천문사의 주인은 너다!’

스승님의 말씀에 감격해 이름마저 천문사의 천문(天問)을 따서 천문석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그동안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을 모조리 쏟아부어 폐허 같던 천문사를 수리하고 온 힘을 다해 키웠다!

주위의 다섯 개 마을의 기우제, 산신제, 작명, 우물 찾기, 동네잔치를 모조리 싹쓸이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천문석은 1년 만에 스승님께 물려받은 폐허 같던 천문사를 3배 넘게 키웠다!

3배가 넘는 성장도 미래를 생각하며 내실을 다졌기에 억제된 상황!

1년이 지났을 때 내실을 다지는 건 끝났고!

한겨울 추위를 이겨 낸 벚꽃이 봄날에 만 개하듯 폭발적 성장, 포텐을 터트리는 것만 남았었다!

그리고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왔다.

마도 18문의 무사들!

스승님이 물려준 천문사는 마도의 적통, 18개의 주맥(主脈) 중 하나였다!

초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자신은 마도 18문에 끌려가 개고생하다가 최악의 마공 천마신공에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인생 계획이 모조리 엉망진창이 됐다!

그때와 같다!

스승님은 언제나 중요한 걸 깜빡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삐끗하셨다!

천문사가 마도 18문이란 관련 있다고 미리 귀띔만 해 줬어도 적당히 해 먹고 튀었을 텐데!

“……스승님. 설마, 이번에도 깜빡하신 건가요!?”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온 마음을 모아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시선을 내리자 손에 쥐어진 증거가 보였으니까!

로또 용지!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번호를 새긴 금괴!

너무나 분명한 물증이 자신의 손에 있었다.

“……!”

그렇다!

다시 한 번 낚인 것이다!

그것도 꿈에 나타난 스승님께!

으아아아악-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터트리는 순간.

타다다다닥-

눈치를 보던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번개같이 달려와 매달렸다!

“오빠! 괜찮아! 좌절하지 마! 내가 있잖아! 국가 핵심인재 류세연! 당첨이 확정된 복권이 바로 옆에……!”

“야, 이 개수…….”

“알바! 알바는 역시 대단해! 하나 빼고 다 맞췄잖아! 장철 삼촌은 맨날 꽝이라니까!”

“전혀 대단하지 않아! 번호가 하나 틀렸잖아! 로또는 번호 6개 맞아야 당첨이라고! 틀리면 꽝이야! 망했다고!”

“아냐! 안 망했어! 콩 황제잖아!”

“어? 콩 황제?”

천문석이 뜬금없는 말에 반문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왔다.

“번호 하나 틀렸잖아! 그러니까 2등! 콩 황제지! 알바도 콩 황제 된 거야! 나도 콩 황제야! 우리는 콩콩 황제야!”

“……어, 잠깐?”

“앗! 그렇지! 번호 5개 맞았잖아! 특급 헌터 말대로 콩 황제! 2등인 거 아냐!? 2등이면 당첨금이…….”

“2등 당첨!”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또 2등만 해도 몇천만 원이다!’

“번호 5개 맞으면 2등 맞지? 그렇지!?”

“뒤에! 오빠 로또 뒷면에 적혀 있을 거야!”

세연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뒤집은 로또 용지 뒷면!

[2등 당첨 번호 5개 숫자 일치 + 보너스 숫자 일치]

보너스 숫자는 [1]이다!

“어, 잠깐. 이게 그러니까……!?”

빠르게 뛰는 심장과 어질어질한 머리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찾아볼게!”

“나도 찾아볼게!”

“그래 찾아보자!”

특급 헌터, 류세연, 천문석!

세 사람은 러그 위에 쪼그려 앉아 8장 40개의 로또 번호를 훑었다!

곧 보너스 번호 [1]이 적힌 로또 번호가 보였다!

[1, 5, 7, 8, 24, 35]

“알바! 이거야! 보너스 번호 맞췄어!”

“……이 불운. 하아…….”

“…….”

보너스 번호 [1]이 찍힌 로또 번호를 보는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고 생각이 제대로 이어졌다.

‘5, 7, 8, 24, 35’ 다섯 개의 숫자를 상수로 놓고 번호를 조합했다.

상수로 생각한 ‘24’가 아닌 ‘23’이 당첨 번호로 튀어나온 순간 자신이 세운 필승법은 근본부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3등이구나.”

세연의 말대로였다.

자신이 산 8장 40개의 번호 중 최고 순위는 2등이 아니라 3등이었다.

“알바! 3등 당첨금 내가 검색했어!”

특급 헌터가 내민 세연의 스마트폰 화면에 로또 3등 당첨금이 보였다.

[1,151,947원]

“500원 동전 2000개도 넘어! 내 동전 주머니 꽉 차고도 남아! 알바 완전 부자 됐어! 부럽다! 완전 부러워!”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으로 외친 특급 헌터는 곧 깜짝 놀라 다시 외쳤다.

“앗! 알바! 이거이거이거이거! 전부 번호 4개씩 맞았어! 4등 엄청 많이 당첨됐어! 500원 동전 100개 5번! 500개씩 받아!”

“…….”

“우와아아아아- 완전 대박이야!”

짝짝, 짜자자작-

특급 헌터는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 *

“…….”

류세연은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괜찮아?”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괜찮지. 하, 하하- 3등! 1,151,947원이 당첨됐잖아? 와! 기쁘다! 3등이야! 게다가 4등 5만원 당첨까지 하면? 휘이이- 본전을 건지고도 돈이 엄청 남아!”

우와아아아-

천문석은 영혼 없는 환호성을 지르며 베란다 문 너머 깜깜한 하늘을 향해 외쳤다.

“와! 대박이다! 3등이라니! 이렇게 운이 좋다니! 최고다! 하하하-.”

그러나 웃는 얼굴로 환호성을 터트리는 지금 마음속에서는 절규가 울려 퍼졌다.

‘상상도 못했습니다! 딱 하나! 아니, 아예 꽝으로 만들지! 딱 번호 한 개가 틀려요!? 하늘님! 아니지, 스승님!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치시는 겁니까!’

속이 타들어 가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꿈속에서 전생의 스승님을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이 모든 것을 따지리라!

‘스승님! 돌아가신 후에도 진짜 이러시긴가요!? 으아아악-.’

마음으로 괴성을 지르는 순간.

부르르-

특급 헌터 손에 들린 세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앗! 경석형! 안녕! 나 특급 헌터야! 대사건이야! 알바가 로또 당첨됐어! 진짜라니까! 지금 알바 완전 좋아서 하늘에 소리 지르고 난리야! 잠깐만…….”

‘한경석! 골드바!’

순간 깜깜하던 눈앞이 환해졌다!

[로또 1등 vs 1kg 골드바 112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로또는 부수입일 뿐!

자신에겐 진정한 초대박, 1kg 골드바 112개가 남아 있다!

“알았어! 바꿔줄게!”

특급 헌터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알바 경석형이 빨리 바꿔 달래! 완전 급해 보여!”

“경석아 금괴! 금괴 제련……!”

재빨리 전화를 받는 순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친구! 나 지금 통화 오래 할 수 없어!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아니 조금 오래 자리 비울 것 같아! 골드바는 걱정하지 마! 제련 거의 다 끝났으니까! 월요일에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자세한 건 이 휴대폰으로 문자 남길게! 그럼 나중에…….

“경석아! 잠깐만 무슨 일…….”

다급히 외쳤지만, 전화는 이미 끊긴 후였다.

“평소랑 다른데? 경석이 괜찮은 건가?”

불현듯 걱정됐지만, 곧 고개가 저어졌다.

한경석은 대인전 세계 랭커 암살검이다.

게다가 안전 호텔의 오너이자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가 삼촌이다!

실력과 뒷골목에 깔린 힘과 인맥.

그리고 든든한 뒷 배경까지.

한경석은 걱정할 거 없다!

주말 동안 편하게 쉬다가 월요일에 움직이면 된다.

월요일에 할 일은 셋!

1. 로또 3등 당첨금 수령.

2. 제련이 끝난 골드바 회수.

3. 즐겨찾기 해 둔 건물 방문.

“세연아! 내 스마트폰은 어때? 언제쯤 고칠 수 있냐? 아니면 새로 사는 게 나을까?”

“거의 다 고쳤어. 내일 건네줄게!”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드는 류세연.

“자 그럼 이제 할 일 해야지?”

“할 일? 알바 우리 국밥 먹으러 가는 거야!?”

“야. 나 1등 못했잖아! 다른 일! 그보다 급한 일 있어!”

천문석은 러그 위에 반듯이 누우며 말했다.

“로또 1등 당첨에 실패한 상처받은 마음을 쉬면서 위로해야겠다.”

천문석은 목요일 집에 돌아온 순간 그러했듯 러그에 찰싹 달라붙었다.

“알바! 이런 게 어디 있어! 일어나! 같이 놀아!”

“맞아! 이런 게 어디 있어! 빨리 일어나! 오빠!”

순간 천문석은 번개같이 손을 뻗어 세연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었다!

“으앗!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툭 질문을 던졌다.

“몇 번이지?”

“……!”

순간적으로 류세연의 동공이 커지고 몸이 경직됐다!

흠칫 놀라 몸을 파르르 떠는 것도 잠시!

류세연은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머리 조이니까 팔 좀 풀어 줄래?”

“이게 어디서 개수작을 은근슬쩍! 뭐? 오빠! 이게 어디서 기어 올라! 자, 간만에 딱밤 맞자! 류세연 꼬맹이!”

“무, 무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증거 있어!?”

말까지 더듬으며 다급히 외치는 류세연.

“야, 지금 말 더듬는 거 완전 수상해 보이거든? 너 내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계속 오빠라고 불렀잖아! 하- 이 꼬맹이 녀석!”

“나 원래 가끔 말 더듬어! 그런 심증 말고 물증을 가져오라니까! 녹음! 증인! 내가 했다는 진짜 물증 말야!”

적반하장!

류세연은 오히려 버럭 소리치며 진짜 억울한 듯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삼촌은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그래…….”

파르르 떨리는 어깨와 주룩- 흘러내려 뚝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

“……!?”

‘뭐지? 진짜 내가 잘못 들었나!? 혹시, 로또 번호도 잘못 들은 거 아냐!?’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 당당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내가 봤어! 세연이 말하는 거 들었어!”

“특급 헌터! 멈춰! 그만……!”

류세연이 다급히 제지했지만.

정의 그 자체 특급 헌터는 멈추지 않았다!

활짝 펼친 양손의 손가락을 빠르게 접었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앗! 그리고 마지막 한 번까지! 세연은 오빠라고 일곱 번 말했어!”

“앗, 아아앗-! 내가 그렇게 많이 말했다고!?”

“잘했다. 특급 헌터! 들었지!? 증인이 나섰다! 자 얼른 딱밤 맞자!”

“그만 멈춰! 딱밤 때리면 월세 올린다!”

결정적인 순간 튀어나오던 회심의 일격!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진심으로 웃었다!

“……?”

“앗! 세연 안 돼! 알바 진짜 이사 가면 어떡해! 큰일 난단 말야!”

“아차! 취소취소! 이사 금지야! 이사 절대 금지야!”

“정말로?”

“정말정말로!”

“진짜로?”

“진짜진짜로!”

류세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온 마음을 담아 외쳤다!

“절대 이사 금지야!”

“음, 좋아.”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었다.

“자, 그럼. 딱밤 맞아야지?”

“…….”

류세연은 말없이 이마를 까고 내밀었다.

딱딱, 딱딱딱-

따아악, 따아아악-

단단한 살구나무 목탁을 내려치는 듯한 통렬한 소리가 일곱 번 울려 퍼졌다!

“으아, 으아아- 복수! 복수할 거야!”

류세연은 복수를 다짐했고.

“세연! 잠깐만 내가 약 꺼내 줄게! 내가 자주 엉덩이 맞아 봐서 잘 알아! 완전 좋은 약 있어! 이 약 문지르면 하나도 안 아파! 이야압-!”

특급 헌터는 세연에게 약을 주기 위해 공간 상자를 흔들었으며.

“누구나 계획은 있는 법이지! 딱밤 맞기 전까지는 말이지! 나 슈퍼 갔다 온다! 패배자 류세연! 카캬카캌-.”

천문석은 잽싸게 현관 문밖으로 도망치며 얄밉게 외쳤다.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공간 상자에서 물건들이 후두둑- 떨어져 나왔다.

구슬, 딱지, 반쯤 먹은 육포, 털실 뭉치, 단풍잎…….

그리고 툭- 손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나무곽이 떨어졌다.

“나왔다!”

환호성을 지른 특급 헌터는 능숙하게 나무곽을 열었다.

순간 확 올라오는 청량한 냄새!

“어, 특급 헌터? 그거!?”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세연의 눈에 나무 곽에 담긴 동그란 물체가 보였다.

한의원에 가면 볼 수 있는 형태의 약.

“환약? 특급 헌터 웬 환약이야?”

“이거 문지르면 하나도 안 아파! 내가 해 줄게! 세연! 이마 내밀어!”

특급 헌터는 씩씩하게 외치고 동그란 환약을 들어 세연의 이마 위로 굴렸다.

데굴, 데구르-

마치 달걀을 굴리듯 이마 위에서 환약이 구르는 순간.

파스스스-

청량한 기운이 퍼져 나가고 통증이 단숨에 날아갔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효과가 좋아!?”

특급 헌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약을 내밀었다.

“당연하지! 이건 아아 비서 누나가 나한테 선물로 준 약이거든! 엄청! 완전! 최고로 좋은 약이야! 그래서 이름도 엄청 멋있어!”

빨리 이름을 물어봐달라는 표정!

류세연은 웃음을 삼키며 물었다.

“그래서 이름이 뭔데?”

특급 헌터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대대대환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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