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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91화 (89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91화>

쿵쿵, 쿵쿵쿵-

커다란 북을 두들기듯 심장이 거세게 뛰는 순간.

파파파파파팟-

재빨리 지갑에서 로또 용지를 꺼내 러그 위에 펼쳤다.

8장의 로또 용지!

[5], [7], [8], [24], [35] + [?]

꿈속에서 전생의 스승님께 받은 5개의 번호와 미처 듣지 마지막 번호가 조합된 40게임의 로또다!

“로또 방송 시작하네? 어때 될 것 같아?”

“알바! 복권 산 거야!? 장철 삼촌도 복권 사는데 한 번도 당첨 안 됐어! 그래서 내가 복권 살 돈으로 국밥 사 먹으라고 말하잖아! 장터 국밥 맛있어! 뜨신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면! 흐아, 흐아아- 엄청 든든해!”

앞뒤로 매달린 류세연과 특급 헌터.

천문석은 예비 승자의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흐흨-

“꼬맹이들! 이 로또는 그냥 로또가 아냐! 1등이 예정된 로또다!”

그렇다!

이 8장의 로또, 40개의 번호 조합 안에는 1등 당첨이 확정된 로또가 숨어 있었다!

“에휴- 또 저런다.”

“뜨신 국밥 완전 맛있어! 순대국밥, 소머리 국밥, 콩나물국밥, 황태국밥…….”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류세연.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국밥 이름을 외치는 특급 헌터.

두 꼬맹이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타격이 없었다.

확신이 있었으니까!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괴가 진짜 금괴로 밝혀졌다!

이건 하늘님의 큰 뜻이 자신에게 임했다는 증거!

온 우주의 의지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

당연히 로또 1등이 되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꼬맹이들! 똑똑히 봐라! 오늘 난 로또 1등 당첨자가 된다!”

“네, 네. 그러시겠죠.”

“알바! 1등 하면 국밥 먹으러 가자! 내가 국밥 사줄게! 나 완전 부자야!”

짤랑, 짤랑-

특급 헌터는 묵직한 동전 지갑을 신나게 흔들었다.

“좋다! 꼬맹이!”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했다.

화면에선 로또 방송 추첨 전 로또 기금 사용 홍보를 하고 있었다.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로또를 좀 더 살 걸 그랬나?’

로또 8장 40게임 중 무조건 로또 1등, 1 게임은 당첨된다!

4만원 투자로 수십억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

로또 1등 당첨금은 당첨 게임 수로 돈을 나눠 받는다.

즉, 될 수 있는 한 많은 게임을 사는 게 합리적 행동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순간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자신이 로또 당첨금을 받는 건 십시일반!

원래 로또 1등에 당첨됐을 사람들에게서 n 빵으로 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1등 수십 장을 사들여 로또 당첨금을 사실상 독식하는 건 십시일반이 아닌 남의 밥상을 뒤집는 행동이다.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선이 있었다.

1등 한자리!

딱 이 정도가 자신의 선이었다.

어차피 로또는 부수입일 뿐 진짜는 한경석이 제련하고 있는 5관 금괴 6개, 112.5개의 1kg 골드바!

로또 당첨금은 즐겨찾기 해 둔 건물 계약금으로 쓸 정도면 충분했다!

“당첨금 찾으면 바로 건물 보러 간다! 계약금으로 걸면 딱 맞네! 하하하-.”

천문석이 웃는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알바! 건물 보러 간다고? 왜? 왜왜!? 옥탑방 완전 좋잖아! 우리 놔두고 이사하면 안 돼! 밥 같이 먹잖아! 우리 식구잖아!”

“이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해! 리모델링에 가전까지 모두 교체했잖아? 이 옥탑방에서 그냥 살고 새 건물을 월세 내놓는 게 더 이익이야! 그렇게 하자! 응. 응응!?”

“세연 말이 맞아! 이익이라니까! 우리 계속 여기서 살자! 내 집도 저기 있고! 천공탑! 박스성도 다시 세워야지!”

“맞아! 삼촌! 그냥 이참에 연장 계약할까!? 2년…… 아니, 10년 어때!? 내가 계약서 바로 써 올게!?”

“하는 거 봐서.”

“그러지 말고 그냥 계약하자. 솔직히 로또 1등 될 리가 없잖아?”

류세연의 불신 어린 목소리!

“와, 이 믿음 없는 녀석! 꿈꿨다니까? 나 꿈에서 로또 번호 점지받은 사람이야!”

“꿈에서 번호를 받았다고? 진짜로!? 와! 역시 알바야! 난 한 번도 그런 적 없는데! 나도 엄청 열심히 자는데!? 왜 난 번호 안 불러 주지!? 알바 무슨 비법이 있는 거야!?”

특급 헌터는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운이라고 말했을 거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하늘님의 큰 뜻을 알게 됐다!

“온 마음을 다해서 열심히 하늘님을 믿어야 해! 하늘의 저울은 완전 공평하거든!”

불신에서 벗어난 천문석이 당당히 외치는 순간 길게 이어지던 로또 기금 사용 현황이 끝나고 멘트가 변했다.

[……공이 나오는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입니다. 추첨을 시작합니다.]

로또 추첨이 시작됐다!

“조용! 이제 추첨 시작한다!”

특급 헌터, 류세연이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는 순간.

천문석은 러그 위에 놓인 8장의 로또 용지를 훑었다!

[5, 7, 8, 24, 35] + [?]

스승님에게 점지받은 다섯 개의 숫자와 조합된 한 개의 숫자들!

‘이 중에 1등 로또가 있다!’

그리고 첫 번째 공이 나왔다!

[첫 번째 행운의 번호! 볼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35번!]

“35번! 알바 번호 있어!”

“오, 시작은 좋은데!”

[두 번째 숫자 알아보겠습니다! 8번이고요!]

“8번도 있어!”

“훗- 우연이겠지.”

[이어지는 세 번째 행운의 번호는…… 5번입니다!]

“5번! 세 개나 맞았어!”

“어, 어어? 뭐야!”

[네 번째 숫자 알아봐야죠! 행운의 네 번째 숫자 몇 번일까요? 7번!]

“또 야! 또 맞췄어!”

“네 개! 네 개가 맞았다고! 설마!?”

특급 헌터의 경외 어린 시선과 류세연의 경악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로또 용지를 쓱 훑었다!

8장, 40개의 로또 번호 모두에 인쇄된 숫자!

[35], [8], [5], [7]!

꿈속에서 스승님에게 들은 번호가 그대로 나오고 있다!

남은 것은 [24] 번과 알지 못하는 숫자 하나까지 둘뿐!

[계속해서 다섯 번째 행운의 숫자 17번!]

로또 용지에 공통으로 인쇄되지 않은 번호 [17] 번이 튀어나왔다!

으아앗-

앗, 아앗-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천문석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17] 번!

‘스승님이 미처 말하지 못한 번호가 바로 17번이구나!’

[여섯 번째 숫자 알아보겠습니다. 여섯 번째…….]

마지막 여섯 번째 번호가 나오는 찰나의 순간!

정신은 날카롭게 깨어나고 시간마저 느리게 흘렀다!

천문석은 러그 위에 깔아둔 8장의 로또 용지를 관조하며 생각했다.

[35] [8] [5] [7]

꿈속에서 들은 번호!

[17]

미처 듣지 못했던 번호!

다섯 개의 번호가 확정되는 순간.

마지막 여섯 번째 번호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24] 번!

[35] [8] [5] [7] [17]

그리고 마지막 [24]!

[5, 7, 8, 17, 24, 35]

이게 1등 당첨 번호다!

천문석은 1등 당첨 로또 용지를 번쩍 드는 동시에 터질듯한 희열을 담아 외쳤다!

“됐다!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카캬카카캌-.”

“어!? 오빠 뭐야!? 아직 추첨 안 끝났는데!? .”

“알바! 진짜로 복권 당첨된 거야!?”

천문석은 화면을 가리키며 예언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번호는 24번! ‘5, 7, 8, 17, 24, 35’ 이게 바로 이번 회차 로또 1등 번호다!”

이 순간 마지막 공이 화면에 클로즈업되고 멘트가 흘러나왔다.

[여섯 번째 숫자는 23번입니다!]

[23]

“……어.”

[그럼 바로 2등 보너스 볼 추첨합니다. 1번입니다!]

“……?”

[……로또 당첨 번호 정리해 드립니다. 35번, 8번, 5번, 7번, 17번, 23번이고요. 2등 보너스 볼 당첨 번호는 1번입니다!]

화면 가득 이번 회차 1등 당첨 번호가 떴다.

[5, 7, 8, 17 , 23, 35] + [1]

“……?”

천문석은 눈동자를 움직여 손과 화면을 번갈아 봤다.

[5, 7, 8, 17 , 24, 35]

손에 들린 로또 용지에 적힌 번호.

[5, 7, 8, 17, 23, 35]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1등 당첨 번호.

“……!”

번호가 하나 다르다!

* * *

천문석은 눈을 비비고 다시 텔레비전을 봤다.

[5, 7, 8, 17 , 23, 35]

아무 변화 없는 로또 당첨 번호!

“……!?”

파바바바밧-

천문석은 미친 듯이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과 로또 용지를 번갈아 봤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당연히 번호는 변하지 않았고!

세연과 특급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번호가 하나 다른 거 같은데?”

“알바! 완전 대단해! 번호 다섯 개나 맞췄어! 엄청엄청 대단해!”

그렇다.

번호 하나가 달랐다!

24가 아닌 23이 나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분명 기억대로 샀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뇌리에 번뜩이는 기억이 있었다.

스승님 꿈을 꿨을 때 깨자마자 로또 번호를 적어 두던 자신의 모습!

“어디에!?”

말하는 동시에 로또 번호를 적어 둔 물건이 기억났다!

5관 금괴!

한경석에게 넘긴 금괴가 아닌 잡낭에 따로 넣어 둔 금괴! 그 금괴에 로또 번호를 새겼다!

천문석은 단숨에 거실을 가로질러 서랍을 열고 잡낭을 꺼냈다.

두꺼운 천에 싸인 묵직한 금괴가 튀어나오고 표면에 새겨넣은 숫자가 보였다.

[5, 7, 8, 24, 35].

금괴에 새겨진 다섯 개의 숫자!

[5, 7, 8, 17 , 24, 35]

손에 쥔 로또 용지에 인쇄된 숫자!

일치한다!

자신은 실수하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서 적은 번호 그대로 ‘5, 7, 8, 24, 35’ 다섯 숫자에 하나의 번호를 조합해 로또를 샀다!

문제는 번호 하나가 틀렸다는 것!

“1등 당첨 번호!”

당첨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거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로또 방송은 끝나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종로 귀금속 거리에 금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소매, 도매를 가리지 않고 갑작스러운…….]

“내 스마트폰……! 수리 중이었지! 인터넷……!”

“오빠! 여기 내 스마트폰! 화면에 1등 당첨 번호 띄워 놨어!”

“고맙다. 세연!”

[5, 7, 8, 17, 23, 35]

류세연의 스마트폰 화면에 뜬 1등 당첨 번호!

자신의 기억은 정확했다!

스승님이 점지해 준 5개의 숫자 중 하나가 달랐다!

[24]가 아닌 [23]이 나왔다!

자신의 로또 당첨 전략은 스승님이 말한 5개의 번호가 정확하다는 가정 위에 세워진 것.

전생의 스승님이 말한 번호 하나가 달라진 순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즉, 로또 1등 당첨은 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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