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86화 (88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6화>

‘임옥분 농업 법인, 부사장 천문석!’

‘임옥분 농업 법인, 부사장 천문석!’

……

머릿속에서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봄날의 비처럼 사근사근 귓가에 스며드는 목소리.

“어때 솔깃하지 않아?”

“이 거대한 기업의 부사장. 그리고 후계자가 되면…….”

“마침내 꿈을 이루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끄덕 고개가 움직인다.

그렇다. 임옥분 여사님은 농업 재벌이자 대지주!

제주도와 부산 농장뿐 아니라 전국의 안정화 권역에 콕콕 박혀 있는 엄청난 땅과 건물, 빌딩을 가지고 계셨다!

이때 독백하듯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솔깃했다! 나는 너무나 솔깃했다!”

“여기서 고개만 끄덕이면 이 모든 게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니!”

“나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고 임옥분 여사님께 전화를…….”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누를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제주도 할머니!? 알바! 제주도 할머니한테 전화하는 거야!? 나도! 나도 통화할래! 꼭 할 말 있어!”

다다닥- 달려와 손을 번쩍 드는 특급 헌터!

“……!”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마트폰 번호를 누르고 있는 손!

독백하듯 귓가에 들려오던 사근사근한 목소리!

스스로 생각한 게 아닌!

류세연이 귓가에 속삭인 거다!

마치 주술공으로 사람을 홀리듯이!

“어디서 개수작을!”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딱밤을 날렸지만, 휘잉- 허공을 가르는 손!

‘피했다고!?’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벽에 찰싹 붙은 세연이 보였다!

“아, 너무 아깝다. 조금만 더하면 넘어왔는데…….”

류세연은 조금도 아쉽지 않다는 듯 깃털처럼 가볍게 웃었다.

‘뭐지, 이 분위기! 뭔가 달라졌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세연에게 한발 다가서는 순간 팔을 잡아끄는 손길이 느껴졌다.

한경석과 특급 헌터!

“어?”

“친구! 우리 제주도 가는 거야? 언제!? 지금 가는 거야!?”

“제주도 할머니 보러 가는 거 맞지!? 제주도 엄청 재밌어! 저번에 알바, 세연, 철수형이랑 휴가 갔을 때도 완전 재밌었어! 수로에서 물썰매 타고! 할머니 농장에서 감뀰 따고! 해변에서 깡통 줍고! 앗! 노숙하는 드래곤 형한테 국밥 사 먹으라고 동전도 줬잖아!”

“야, 야! 갑자기 제주도는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왜 거기로 흘러가! 팔 좀 놔봐!”

그러나 팔을 놓기도 전에 한경석과 특급 헌터의 외침에 반색한 대리 4인조가 달려왔다.

“제주도! 제주도면 세계 최고의 휴양지! 그 제주도요!?”

“단 한 번도 던전, 균열이 열리지 않은 최고의 안전지대!”

“은퇴한 헌터, 기업인, 정치인! 부자들이 돈을 바른다는 그 섬!?”

“제주도 땅값이 완전히 미친 수준이라던데……!”

저마다 한마디씩 말한 후 일제히 외쳤다.

“부사장님! 제주도에도 인맥이 있으셨습니까!?”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대리 4인조가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순간.

특급 헌터는 감귤 상자를 번쩍 들고 외쳤다.

“감뀰! 이 감뀰 보내 준 제주도 할머니가 알바랑 엄청 친하잖아! 알바한테 회사 물려준다고 했어!”

“임옥분 농업법인!”

“감귤을 계속 보내는 그 회사!”

“그 회사 제주도 땅만 100헥타르가 넘던데……!”

“100헥타르! 그게 도대체 얼마야!?”

“제주도 할머니 농장! 엄청엄청 넓어! 수로가 산에서 저어어어기 바다까지 이어져! 그 수로에서 철수형이랑 알바랑 물썰매 탔어! 위이이잉- 달려서 부우우웅- 하늘 날았어! 정말 재밌었다니까!”

“어……!”

“잠깐만……!”

“그런 회사를…….”

“부사장님이 물려받으신다고요!?”

“야! 그런 거 아냐!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있어!”

천문석은 다급히 오해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완전히 흥분한 대리 4인조는 이 말이 들리지 않았다.

“콘체른! 너, 너 콘체른의 후계자였던 거야!”

“저 게릭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부사장님이 평범한 분이 아니시라는 걸 알아챘습니다!”

“존경합니다! 부사장님! 무엇이든 맡겨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마석 정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제한 마석 목록이…….”

……

두서없는 아부와 정신없는 충성맹세가 쏟아질 때.

양옆에서는 두 꼬맹이의 신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알바! 빨리 전화하자! 제주도 할머니 만나러 가자!”

“나도! 친구 나도 같이 가!”

“경석형! 제주도는 쉽지 않아! 감뀰 농장! 제주도 할머니 감뀰 농장에서 뀰을 따야 밥을 먹을 수 있어!”

“나 잘할 게! 제주도 꼭 가보고 싶어! 감뀰 잘 딸 수 있어!”

“알았어! 우리 전부 같이 가면 완전 재밌을 거 같아! 카카캌-.”

“나 바로 준비 시작할까!? 짐 쌀까!?

순간 대리 4인조가 일제히 외쳤다.

“콘체른의 총수! 임옥분 여사님을 만나러 가는 거야!?”

“저 게릭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총수님을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저도 제주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대리 4인조와 두 꼬맹이의 뜨거운 눈빛이 쏟아졌다.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처음 시작은 김밥 배달이었는데…….

천문석은 이글이글 불타는 여섯 쌍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 * *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암살검 한경석과 특급 헌터.

여섯 사람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대리 4인조는 임옥분 여사님을 콘체른의 총수로 생각하고 인맥을 트려 하고.

암살검 한경석은 특급 헌터의 말만 듣고 제주도 여행을 휴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모두 특급 헌터가 어떤 아이인지 잊고 있었다!

특급 헌터는 몇 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하우스에서 감귤을 주워 나르는 꼬맹이다!

그런 특급 헌터에게 임옥분 여사님은 맛있는 밥을 차려 주고 편을 들어 주는 친할머니 같은 존재다!

그러나 임옥분 여사님은 자신의 선을 통과하지 못한 이에게 가차 없다.

임옥분 여사님의 정체성은 재벌, 대지주, 콘체른 총수 그런 게 아니다.

농사의 신!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반복 작업!

하루 종일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신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는 각성 헌터조차 뻗게 만들 정도였다!

대리 4인조가 제주도에 내려가는 순간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농사의 신과 함께하는 끝없는 작업뿐이다!

즉, 지금 대리 4인조는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는 거다.

천문석은 진실을 말했다.

“야, 제주도 임옥분 여사님.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분……!”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외치는 네 사람.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맞아!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남미에서 빡세게 굴렀습니다!”

“소개만 해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희들 사무실 업무는 어떻게…….”

“최설, 진교은 사원이 핸들링 업무 대부분 처리하고 있어!”

“맞습니다! 저희는 할 일이 없어! 어제부터 놀고 있습니다! 부사장님!”

“김철수 사장님이 곧 휴가를 돌리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제주도로 휴가를 가서 임옥분 농업법인과의 관계를 더욱 증진 시키고 돌아오겠습니다!”

……

논리를 가지고 제주도에 가야 하는 당위를 주장하는 대리 4인조.

“훌륭해! 아주 훌륭해! 알바! 내가 할머니한테 전화할까? 지금 할까!? 앗! 내 시계! 시계 어디 갔지!?”

“완전 재밌을 거 같아! 바로 짐 쌀까!? 후식이 자리 비운 지금이 기회야!”

소풍 전날 꼬맹이들처럼 신나서 외치는 특급 헌터와 한경석.

“…….”

천문석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와! 우리 할머니 인기 폭발이네! 흐흐훗-.”

이 모든 일의 원흉, 류세연은 벽에 몸을 기댄 채 미소 짓고!

“……네 아뇨. 사무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발주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바로 메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최설은 여전히 전화기를 목에 낀 채 정신없이 서류를 확인하며 업무를 처리했다.

그리고 땅이 꺼질듯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아- 제주도……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엄청난 속도로 서류를 검토하며 한숨 쉬는 진교은 신입 사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써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발이 잡혀서는 안 된다!

‘수십 번 듣는 것보다 직접 겪는 게 낫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 외쳤다.

“잠깐 모두 멈춰! 할 말이 있다!”

“알바가 멈추래! 정지!”

“모두 멈춰! 당장 조용해!”

“부사장님이 멈추라고 말씀하셨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사무실!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대리 4인조를 봤다.

“대리 4인조의 제주도 휴가 승인한다. 사장님과 임옥분 여사님께 말해 놓을…….”

우와아아아-

말이 끝나기도 대리 4인조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동시에 외쳤다.

“알바! 우리는!?”

“맞아! 우리는!?”

“야, 우리는 우선 할 일 있잖아!”

“할 일? 제주도 가는 일?”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배낭을 가리켰다.

“특급 헌터. 우리 사무실 온 이유 뭐지?”

“사무실 온 이유? 앗! 김밥! 맞아! 우리 김밥! 배달왔어!”

다다닥-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사장 책상으로 달려가 배낭을 열었다.

“특급 사원 1번이 맛있는 음식이랑 김밥 배달왔어!”

후두두두두둑-

훈제 계란, 구운 옥수수, 오이, 쑥떡, 우유, 빵…….

장철 헌터의 배방에서 먹거리들이 끝없이 쏟아졌다!

“어…… 뭐가 저렇게 많아!”

“끝도 없이 나오잖아!”

“어, 저 가방……!”

“……!?”

환호하던 대리 4인조가 입을 떡 벌린 동안 사장 책상 위에 음식이 높게 쌓이고 그 가운데 찬합이 놓였다.

“이건 철수형 줄 김밥이야! 철수형 김밥 아주 좋아하니까! 돌아오면 꼭 전해 줘! 알바 배달 끝났어! 우리 제주도…….’

천문석은 바로 말을 끊었다.

“그럼 음식 맛있게 먹고 모두 수고해라! 경석아! 너도 할 일 기억하지?”

쿵-

안전 상자를 두들기자 한경석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됐다.

“앗! 친구 대박! 그렇지! 우리 그거 하러 온 거였지! 내 공방으로 가자! 바로 처리하고 제주도 여행 계획 짜야지!”

“맞아! 빨리 처리하고 제주도 여행 계획 짜야지!”

신나서 입구로 달려가는 한경석과 특급 헌터! 여기에 류세연까지 가세했다!

“좋아! 이번에는 모두 같이 가는 거야! 흐흐흣-.”

애써 분위기를 돌렸는데 다시 제주도라니 안 될 말!

제주도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려 버릴 한 방이 필요했다!

‘뭐지, 뭐가 있지!? 뭐가 이 꼬맹이들을 홀릴 수 있지!?’

머릿속에서 파파팟- 불꽃이 튀는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한경석 공방의 혼령!

김철수 사무실의 비밀!

“잠깐! 경석아! 거기 말고 다른 길로 가자!”

“……?”

“이쪽으로 따라와.”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선반이 줄줄이 늘어선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알바! 어디가!?”

“삼촌! 공방 간다며?”

“친구……?”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

“부사장님?”

“거기 비품만 있는데?”.”

“어디 가세요?”

“……?”

대리 4인조.

“……설마!?”

“응? 뭐지……?”

최설, 진교은.

모두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일어나 천문석을 따라 사무실 안쪽으로 움직였다.

천문석은 좁은 선반 사이 통로를 한참을 지나 벽에 도착했다.

벽은 커다란 선반과 상자, 서류, 비품으로 완전히 가려진 상태.

상자 사이로 손을 뻗어 벽을 짚는 순간 감이 왔다.

‘여기다!’

“잠깐만 뒤로 물러서.”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서류가 가득 담긴 상자와 A4용지, 세제, 화장지, 문구류 같은 비품을 옮기고.

그르르르르륵-

묵직한 선반을 밀어내자 커다란 문이 나왔다.

“어……?”

“문이 왜 있어!”

“사무실 벽에 문이 있었다고!?”

“비밀 문! 우리 사무실에 비밀 통로가 있었어!?”

“비밀 통로! 어, 잠깐 이 위치! 어어어!?”

놀란 얼굴로 탄성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와 한경석!

어느새 두 꼬맹이의 머릿속에서 제주도 생각은 휙- 날아가 버렸다!

‘의도한 대로!’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문고리를 돌렸다.

“이 문 너머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집중할 때.

문고리는 소리 없이 돌아가고 곧 문이 활짝 열렸다.

순간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뜨거운 공기가 훅 올라왔다!

사막처럼 햇살이 가득하고 건조한 열기가 이글거리는 넓은 공간!

이 넓은 공간 한가운데 사람 키를 훌쩍 넘긴 거대한 선인장이 사방으로 줄기를 뻗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몸통과 이 몸통에 빼곡히 솟은 가시들!

한 뼘이 넘는 섬뜩한 가시에는 위험해 보이는 체액이 맺혀 빛나고 있었다!

“……!”

“……!?”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잊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야? 거대 선인장? 식물형 몬스터!? 여기서 왜 저런 게 나와!?”

가장 크게 놀라 외치는 사람.

깜짝 놀랄 거라고 자신했던 천문석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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