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2화>
“……네?”
“오늘도 꽝이라고! 꽝꽝꽝꽝! 야, 당연히 꽝이지! 2주 전에 꽝이었는데! 기합 지른다고 각성하는 게 말이 되냐!?”
“…….”
특급 헌터는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와 힘없이 말했다.
“……이상하네. 이번에는 될 줄 알았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나 꿈도 꿨는데…… 의사 할아버지! 진짜야? 세연이랑 나랑 둘 다 각성한 거 아니라고!? 앗! 이 기계 정확한 거 맞아!? 둘 다 아닌 거는 이상하잖아!”
하, 하하하하-
박찬호 검서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야, 이거! 한국에 10대도 없는 기계야! 일반 각성자들은 이걸로 검사도 안 해! 대형 길드, 헌터팀, 연구소에서 차세대로 미는 각성자들 검사하는 기계야! 재금 그룹에서 대여한 더럽게 비싼 기계!”
재금 그룹!
초거대 기업 재금 그룹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내가 각성자가 아니라고? 이럴 리가 없는데!”
“으아아-! 이번엔 진짜 자신 있었는데! 왜 나는 각성을 안 하는 거야!”
“맞아! 분명 뭔가 느꼈는데! 왜 각성이 아니라고 나오지?”
한경석이 맞장구를 치자 세연과 특급 헌터는 솔깃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그렇지!? 나도 뭔가 느꼈어!”
“세연! 나도! 나도 느꼈다니까!”
“맞아! 맞아!”
류세연, 특급 헌터, 한경석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인생은 다 그런 거다, 나도 매주 로또 당첨될 거 같아서 로또 사거든. 그런데 한 번도! 단 한 번도 당첨 안 됐다!”
하하하-
박찬호 검사관이 웃음을 터트릴 때.
천문석은 좌절한 두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류세연, 특급 헌터. 힘을 내라!”
“삼촌…….”
“알바…….”
물기 어린 목소리가 돌아오는 순간 천문석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 힘을 내도 꽝이란 건 똑같지만 말야. 카캬캌-.”
“삼촌!”
“이거 너무 이상해! 의사 할아버지! 한 번 더 해 보면 안 될까!?”
“각성 검사 한계가 하루 한 번이라니까!”
순간 특급 헌터의 번뜩이는 눈이 옆으로 움직였다.
“경석형! 경석형이 해 봐!”
“……내가?”
한경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경석이 각성 검사를 받는다고!?’
“잠깐 이게 이래도 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한경석과 눈이 마주쳤다.
“……!”
한경석은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씩 웃더니 좌우로 양손을 내밀었다.
짝, 짝-
두 번 손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한경석은 빙글 몸을 돌리며 시크하게 말했다.
“세연! 특급 헌터! 성공하고 돌아올게!”
한경석은 후드티와 모자, 신발을 바구니에 던져넣고 성큼성큼 검사실을 가로질러 각성 검사기 아래로 들어갔다!
“경석형! 힘을 내! 형은 할 수 있어!”
“야, 이게 힘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하하-.”
박찬호 검사관의 웃음과 함께 검사기가 다시 작동했다.
파지직, 위이이잉-
12개의 돌기에 마력 스파크가 튀고 금속 링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검사기 아래 선 한경석을 황당한 눈길로 바라봤다.
흰색 면티에 청바지 그리고 맨발!
20대 초반 대학 신입생처럼 보이는 한경석!
그러나 한경석의 진짜 정체는 대인전 랭커 암살검! 최고 등급 무공 각성자였다!
암살검 한경석이 각성 검사를 받고 있다!
위이이이이잉-
금속 링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궁궁, 궁궁궁-
물결치는 듯한 파문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까지는 류세연, 특급 헌터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 파문이 한경석의 몸에 스며드는 순간.
파지지지직-
한경석의 몸 주위에 스파크가 생겨났다!
새파란 뇌전이 허공에서 꿈틀꿈틀 움직이고 돌연 생겨난 인력이 몸을 끌어당겼다!
류세연과 특급 헌터 때와는 다른 반응!
“이게 뭐야!? 이거 수치가 왜 이래!?”
박찬호 검사관의 비명 같은 외침을 터트리는 순간.
파지지지직-
섬광과 함께 12개의 돌기를 하나로 잇는 빛의 원이 생겨났다!
이 순간 한경석의 몸에서 한 줄기 뇌전이 솟구쳤다!
파슥-
뇌전은 12개 돌기를 하나로 잇는 빛의 원과 연결됐다!
휘이이이이-
그리고 바람이 불어왔다.
천문석, 류세연, 특급 헌터, 황 비서, 김 간호사, 박찬호 검사관.
모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람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바람이 아니다!
마력의 흐름이다!
한경석과 마력장이 바람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채널이 연결됐다!’
“무공 각성! 상급!? 아니 그 이상이야! 최상급이야!”
박찬호 검사관이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한경석을 가리켰다!
“알바! 경석형! 경석형이……!”
‘뭐야, 이녀석 왜 이리 놀라?’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아. 한경석 최상급 무공 각성자야.”
“으아아-! 경석형! 형이 해냈어!”
특급 헌터가 환호하는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비명 같은 외침!
“언니가 최상급 무공 각성자라고!”
“너희들 모르고 있었냐?”
“알아! 방금 들었어! 경석형 무공 각성자라며!”
“진짜야!? 정말이야!? 경석형 최상급 무공 각성자라고!”
“…….”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반응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한경석이 암살검이란 걸 몰랐구나!’
“아니, 그동안 경석이가 ‘점멸’하는 거 몇 번 봤잖아?”
“깜빡, 깜빡!? 그거 반지로 하는 거랬단 말야!”
“맞아! 언니가 템빨이라고 했어!”
틀린 말은 아니다.
한경석의 점멸은 점멸 반지의 힘이니까.
하지만 점멸 반지로 그렇게 연속 점멸할 수 있는 건 한경석이 유일했다!
자신이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각성 검사를 마친 한경석이 환하게 웃으며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특급 헌터! 세연! 친구! 내가 해냈어!”
“경석형!”
“언니!”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환호하는 순간.
간호사는 경악한 박찬호 검사관에게 외쳤다.
“선생님! 기다리던 기회잖아요! 움직이셔야죠!”
“아차! 그렇지!”
박찬호 검사관은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 들고 한달음에 한경석에게 달려갔다.
“축하한다! 최상급 무공 각성을 했어! 이런 귀인을 만나다니! 내가 각성 메커니즘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해! 자네가 날 도와주면 각성의 비밀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이 봉투는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각성 축하 선물이야! 문화상품권 1만원권 9장이 들어 있어!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 아직 연구 과제 선정은 안 돼서 큰 보수를 줄 수는 없지만, 이게 성공만 하면 각성자를 줄줄이 뽑아낼 수 있어! 헌터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되는 거야! 내 전 재산을 여기에 쏟아부었어! 부디 도와주게! 당연히 지분과 성공 보수를…….”
박찬호 검사관은 한경석에게 매달려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네? 잠깐. 잠깐만…….”
이 순간 특급 헌터는 다다닥 달려가 열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역시 내 감이 맞았어! 오늘 각성할 줄 알았다니까! 이제 경석형은 특급 무사…… 어!?”
특급 헌터는 문득 말을 멈추고 박찬호 검사관을 봤다.
“잠깐 이상하잖아! 의사 할아버지! 나 경석형 이겼단 말야! 경석형보다 강한 내가 각성 못했다고!? 이상하잖아! 경석형!?”
한경석은 맹세하듯 손을 들고 바로 대답했다.
“나 한경석은 특급 헌터한테 졌었음!”
“봤지? 봤지! 경석형 이긴 내가 각성 못했을 리가 없어! 한 번 더 검사…… 아, 검사는 하루 한 번이랬지…… 앗! 알바! 알바도 경석형 이겼잖아! 알바도 각성 검사받아 봐! 분명 각성했을 거야!”
“아! 맞아 친구!”
“삼촌이 각성했다고? 풉-.”
“아냐! 세연! 곰곰이 생각해 봐! 분명 알바도 각성했어!”
“최상급 무공 각성자를 이겼다고!?”
박찬호 검사관은 다급히 물었다.
“최근에 각성 검사받은 적 있어!?”
“몇 달 전 신검 말고는 없습니다.”
“신검 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당장! 검사해 보는 게 어때!?”
“알바 검사받으면! 완전 깜짝 놀랄 거야!”
“삼촌이 언제나 깜짝 놀라게 하긴 했지!”
“친구! 얼른 검사받아 봐!”
기대 어린 눈빛.
기대 어린 목소리.
천문석은 내심 웃음이 났다.
지금 자신은 류세연과 비슷한 상태다.
각성력이 아닌 내력이 힘의 근원!
밖! 게이트 마력장과 채널이 연결된 게 아니라.
안! 심상 공간에 자리한 일기일원공이 영육과 혼백을 하나로 잇고 있다.
그렇기에 절정의 끝에 올랐음에도 자신은 비각성 헌터였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긴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간단하고 직관적인 설명 방법이 있었다.
각성 검사기!
천문석은 재킷과 신발, 소지품을 바구니에 넣고 방을 가로질러 각성 검사기 아래 섰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여 줄게.”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파직, 파지직-
마력 스파크가 튀고!
위잉이이이잉-
금속 링이 회전하더니!
궁궁, 궁궁궁-
물결치듯 파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12개의 돌기에 맺힌 마력 스파크가 하나의 원을 만드는 순간.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 그리고 김 간호사와 황 비서!
모두의 시선이 박찬호 검사관에게 모였다.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박찬호 검사관을 봤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류세연과 같은 꽝이다!’
순간 박찬호 검사관이 고개를 들었다.
“…….”
류세연 때의 건조함.
특급 헌터 때의 장난기.
한경석 때의 경악과 환희.
박찬호 검사관의 표정은 그 전의 모든 표정과 달랐다.
계산대에 더덕을 턱 하니 꺼내 놓고 소주와 교환하자는 손님을 보는 편의점 알바생의 얼굴!
박찬호 검사관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특급 헌터는 다급히 외쳤다.
“의사 할아버지! 빨리빨리! 특급 알바도 최상급이지! 경석형 이겼었어!”
“맞아! 내가 봤어! 공방 도시 난장판에서 친구 최고였어! 장난 아냐!”
“설마…… 정말로 삼촌이 각성했다고!?”
‘이 녀석들 또 헛다리 짚네!’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며 동료들을 향해 걸었다.
박찬호 검사관의 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은 놀란 게 아니라 어이없어하는 거다!
확실하다고 말했는데 꽝인 류세연에 이은 2번째 꽝이니까!
즉, 특급 헌터, 한경석, 류세연은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웃음 띤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
“검사관님. 부담 가지지 마시고 편하게 말해 주시면 됩니다. 저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류세연을 눈짓했다.
“아, 짐작하고 있었군…….”
박찬호 검사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대답했다.
“각성했어.”
“……네?”
“자네 각성했다고.”
“그러니까 각성이요? 각성 헌터 할 때 그 각성! 제가 각성했다고요!?”
반사적으로 묻는 순간 검사실이 떠나갈듯한 환호성이 터졌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환호성을 터트린 특급 헌터와 한경석 두 사람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알바! 역시! 내 감이 맞았어! 이제 알바는 특특급 알바야!”
“친구! 역시 내 친구야! 특급 친구야!”
“삼촌이 각성했다고? 나보다 빨리 각성했다고!? 아, 내 비원이!”
“야, 조용! 조용해 봐! 검사관님! 제가 진짜 각성했다고요!? 정말로요!?”
외침이 순식간에 잦아들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모이는 순간.
박찬석 검사관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채널이 열렸어 각성했어. 그리고 신기록이야.”
“……네?”
각성했다고!
신기록이라고!
이게 다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