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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78화 (8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8화>

-네? 그게 무슨? 누굴 찾는다는…….

워커 실트는 로롤로 의장의 말을 끊었다.

“이세기! 이세기다! 이사 전원에게 전해! 10분 후 길드 하우스에서 긴급회의를 연다!”

-잠깐 오너…….

워커 실트는 전화를 끊자마자 노트북을 펼치며 머리를 굴렸다.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여는 데 필요한 건 셋이다!

-차원 좌표!

-고순도, 고출력의 마력!

-마탑 머릿돌 급의 연산 유닛!

차원 좌표는 걱정할 거 없다!

자신과 이세기는 거대 괴수, 나이트 아머와 같이 싸운 전우!

이세기를 찾기만 하면 차원 좌표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

남은 문제는 둘!

게이트를 열 고순도 고출력의 마력과 머릿돌 급의 연산 유닛이다!

지구에서 기동 병참 도시로 게이트를 뚫는 건. 기동 병참 도시에서 지구로 게이트를 뚫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지구는 차원 준위가 이상할 정도로 낮은 상태!

차원 준위가 낮은 지구에서 높은 곳으로 게이트를 뚫는 건 급경사의 비탈길로 바위를 끌고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

엄청난 고순도 고출력의 마력이 필요하다!

대마법 추적을 펼칠 때처럼 5개 게이트 마력장을 슬쩍해서 합치면 마력장의 순도가 떨어져서 안 된다!

게다가 고순도 고출력 마력을 제어할 ‘마탑의 머릿돌 급의 연산 유닛’도 필요했다!

기동 병참 도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시동이 걸린 ‘초대형 마도 엔진’과 ‘머릿돌’이 깨어난 마탑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워커 실트에게는 초대형 마도 엔진도 머릿돌도 없다!

‘마력’과 ‘연산 유닛’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차원 좌표’를 얻어도 지구에서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여는 건 불가능하다.

최소 5개 게이트 마력장을 합친 것 이상의 초대형 게이트!

마탑의 머릿돌을 대신할 연산 유닛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결하지!?’

순간 워커 실트의 시선이 하늘에 닿았다.

서울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천공의 섬, 전능 옥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전능 옥좌를 손에 넣는 것!

전능 옥좌를 손에 넣으면 마력과 연산 유닛 모두 단숨에 해결된다!

저 거대한 섬을 하늘에 띄우기 위해 초대형 마도 엔진과 연산 유닛이 동원되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전능 옥좌를 건드리면 재금 그룹과 끝장을 봐야 한다!

재금 그룹은 게이트 안정화 기술을 독점한 초거대기업!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파파팟- 두뇌가 풀가동되고 툭 한 장소가 생각났다.

드넓은 초지와 녹색의 호수!

새하얀 증기가 뿜어지는 간헐천!

산, 평원, 온천이 사방에 널린 마경!

옐로스톤 거대 마경!

이곳에는 지하의 마그마 챔버와 연결된 초대형 게이트가 있다!

옐로스톤 마경의 초대형 게이트 마력장이면 차원 준위가 낮은 지구에서도 게이트를 뚫을 정도의 고출력과 고순도 마력장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

옐로스톤 거대 마경에는 그들이 있다.

승천한 마도 황제를 찾아 천공탑을 오르는 마도 제국 군단!

군용 타이탄, 사법 기사, 마도사 그리고 군단장까지!

자신에게 이를 가는 마도 제국 군단이 옐로스톤 마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순간 워커 실트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캌- 와! 이게 어떻게 이렇게 맞아떨어지냐!”

골치덩어리 마도 제국 군단이 오히려 답이 됐다!

옐로스톤 마경의 제국 군단 군단장은 하이브리온 가문의 사람이다.

그리고 하이브리온 가문에는 아득한 오래전부터 대대로 이어지는 ‘돌’이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돌.

그러나 이 돌이야말로 원대륙의 상이 혼돈에 경계를 그어 세계를 구분한 돌, 경계석이다!

상의 마음이 담긴 경계석은 달리 기원석, 소원석이라고도 불린다!

하이브리온 군단장의 경계석이면 마탑의 머릿돌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옐로스톤이 있는 미국은 W. S. 인더스트리의 앞마당!

그동안 쌓은 힘과 인맥, 영향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치고 빠진다!

초대형 게이트의 통제권과 하이브리온 군단장의 돌을 잠깐만 빌리는 거다!

이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차원 좌표는 이세기의 도움을 받아!

마력은 옐로스톤 초대형 게이트의 마력장!

연산 유닛은 하이브리온 가문의 경계석으로!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열 수 있다!

그리고 기동 병참 도시를 먹으면 친구들이 기다리는 배로 마침내 돌아갈 수 있다!

카카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가지 전제 조건하에 가능한 일이다!

이세기!

차원 좌표를 가진 이세기를 찾는 것!

부르르-

이때 보안 전화기가 울렸다!

로롤로 의장!

전화를 받는 순간 예상대로 로롤로 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너! 회의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접속하겠다!”

워커 실트는 바로 노트북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했다.

[혈맹 온라인]

곧 게임이 실행되고 길드 하우스에 모인 캐릭터들이 보였다.

[로롤로_sw]

[케인_sw]

[알렉스_sw]

[어빙_sw]

……

이 캐릭터들이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이다.

보안을 위해 온라인 게임에 캐릭터를 만들고 길드 하우스에서 회의를 시작됐다.

워커 실트는 캐릭터를 움직여 이사들 앞에 세우고 타이핑 했다.

[보스_sw : 모두 들었지! 찾을 사람이 있다!]

[보스_sw : 이름은 이세기! 20대 초반 남자! 무공 각성자! 검은 머리의 전형적인 아시아인이다!]

[보스_sw : 한국, 중국, 일본! 셋 중 한 나라 출신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곧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보스_sw : 재금 그룹이 그 뒤에 붙었을 가능성이 99%다!]

[보스_sw : 그냥 뒤를 쫓아서는 절대 찾지 못한다! 출신지를 시작으로 배경을 훑어서 찾아야 한다!]

이사 전원은 바로 알아챘다.

레이 실트 때와 같은 사람 찾기 임무다!

그때보다 정보는 많지만, 뒤에 재금 그룹이 붙었으면 난이도는 오히려 더 높다!

가뜩이나 깜지 1만 장 처벌을 받은 상황!

이번에도 임무에 실패하면 무슨 처벌이 떨어질지 모른다!

[…… ]

[…… ]

이사 캐릭터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로롤로_sw]

로롤로 의장은 총대를 메고 타이핑을 쳤다.

[로롤로_sw : 오너 이세기란 이름과 한·중·일 출신이라는 건 단서가 너무 부족합니다…….]

워커 실트는 바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보스_sw : 이세기는 그냥 무공 각성자가 아니다! 나랑 막상막하로 싸운 엄청난 강자다! 천외천!

[로롤로_sw : 천외천이요?]

[보스_sw : 그렇다! 천외천! 이세기란 이름을 가진 무공 각성자 중에 가장 센 놈이 내가 찾는 이세기다! 모든 힘과 인맥을 동원해서 찾아라!]

워커 실트는 명령 끝에 보상을 덧붙였다.

[보스_sw : 이세기를 찾는 이사는 깜지 영구 면제다!]

깜지 영구 면제!

중학생이나 혹할법한 말도 안 되는 보상이었다.

그러나 손이 까맣게 변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깜지를 쓰고 있는 로롤로 이사장과 이사 전원에게는 지금 가장 필요한 보상이었다!

[케인_sw : 제 친구가 한국 대형 길드 이사입니다!]

[알렉스_sw : 등록된 각성 헌터를 모조리 조사 하겠습니다!]

[어빙_sw : 전 일본 헌터들을 확인하겠습니다!]

……

노트북 화면에는 이사들이 친 문장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워커 실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들이 이세기의 흔적을 찾으면 바로 만나러 간다! 그러면 차원 좌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 후에는 제국 군단과 하이브리온에게 한 방 먹일 작전을 세운다!

카카카카캌-

통쾌한 웃음을 터트릴 때 문득 깜빡했던 게 떠올랐다.

“아차!”

워커 실트는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겼다.

[보스_sw : 모두 조심해라! 이세기랑 얽히면 재수 없다!]

[로롤로_sw : 네?]

[케인_sw : 재수요?]

[알렉스_sw : 그게 무슨 말인지?]

[어빙_sw : 좀 더 자세히 설명 좀.]

……

[보스_sw : 이세기랑 가까워질 수록 재수 없어진다! 얽히지 않게 조심해라!]

이 순간 이사 전원은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찾는 사람이랑 얽히지 말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그러나 이사 전원은 그러려니 했다.

지금 명령을 내리는 오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 전원은 모든 인맥과 영향력, 정보력을 총동원해 한·중·일 삼국 출신의 천외천의 무공 각성자 이세기를 찾았다.

이세기란 이름은 흔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오너가 천외천의 각성자라고 말할 정도면 랭커급이라는 뜻!

랭커급 각성자를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는 오너가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천외천의 무공 각성자가 없었다.

조건에 맞는 천외천의 무공 각성자는 남중국에 있었다!

20세 초반 남자.

천외천의 무공 각성자, 검은 머리를 가진 동북아시아 외모.

남중국의 천검 이세기!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워커 실트가 사진만 확인해도 자신이 찾던 이세기와 천검 이세기가 다른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천검, 이세기의 이름은 알음알음 알려졌어도 그 모습을 제대로 찍은 사진과 영상은 없었다.

이들은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

엄청난 돈과 인맥을 활용해 천검 이세기의 전투 장면을 찍은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워커 실트는 인간이 아닌 노움이었다.

서양인이 동양인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듯이 노움도 인간을 세세히 구분하지 못했다.

워커 실트는 유형화된 빛에 휩싸인 채 거대 괴수를 몰아치는 천검 이세기의 영상을 보는 순간 탄성을 터트렸다.

“천검 이세기!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당연히 이 정도는 돼야지!”

그리고 명령했다.

“당장 남중국으로 이동한다! 항공…… 아니, 배를 준비해라!”

천문석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스노우볼이 구르기 시작했다.

* * *

불고기, 김밥과 함께 점심을 먹고 백운대에 올라 사진을 찍은 후 단풍을 구경하며 산에서 내려가는 길.

특급 헌터는 긴 설명 끝에 단호히 외쳤다.

“……내 조건은 이거야! 난 조금도 양보할 수 없어!”

“야! 너 불고기 김밥 맛있게 먹었잖아!”

“그건 불고기 김밥이 아니야! 김밥 위에 라면 올리면 라면 김밥이야!? 김밥은 안에! 김 안에 넣어야 김밥이지!”

파파팟-

논쟁이 시작되는 순간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머리가 굴러 가고 즉각 반론이 튀어나왔다.

“계란말이 김밥!”

“……?”

“계란말이 김밥도! 계란이 김 밖을 감싸지만, 김밥이라고 부르잖아! 당연히 불고기 올린 것도 불고기 김밥이자!”

“아! 앗! 아앗!”

특급 헌터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꼬맹이 녀석! 말싸움으로 날 이기려면 멀었다! 크크크킄-.”

천문석이 승리한 악당 같은 웃음을 터트릴 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닌데?”

“뭐!?”

충격으로 얼어붙은 특급 헌터가 아니라 그 뒤에서 들려온 대답!

류세연!

“내가 보기에는 특급 헌터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투표로 결정하겠어!”

“야! 이걸 왜 투표해? 누가 말싸움. 아니, 논쟁을 투표로 결정해!”

류세연은 씩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투표로 결정할지 말지 그것도 투표하겠어! 난 찬성!”

“찬성!”

“찬성!”

“완전 찬성이야!”

“찬성 4표! 그럼 투표로 결정하겠습니다!”

“잠깐! 투표의 3원칙! 비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세연은 손을 들고 다시 외쳤다.

“천문석 vs 특급 헌터! 옥탑방 오빠 천문석이 잘못했다! 손!”

“손!”

“손!”

“나 손손손손!”

“……!”

황당함에 말문이 컥 막히는 순간.

세 사람의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봤지! 삼촌이 잘못했네!”

“맞아! 이번엔 친구가 잘못했어!”

“알바씨가 너무 했어요!”

“…….”

느껴졌다.

류세연, 한경석, 장민 대표님의 탄식 섞인 질책하는 말투!

그러나 세 사람의 표정은 탄식, 질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휘어진 눈매와 들썩이는 어깨!

그리고 하나같이 입가를 가린 손!

세 사람은 당장이라도 빵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너무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때 특급 헌터의 씩씩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모두 알바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난 알바를 믿어!”

‘특급 헌터!’

이 순간 양심에 수천 개의 바늘이 날아와 박히는 것만 같았다!

천문석은 주먹을 내밀며 외쳤다.

“그 조건 받아들인다! 딜?”

“딜!”

콩-

천문석과 특급 헌터의 주먹이 부딪혔다.

“그럼 난 올라갈게!”

파바밧-

특급 헌터는 다람쥐처럼 잽싸게 몸을 타고 올라 천문석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았다.

목말 타기!

오늘 하루 집에 돌아갈 때까지 목말을 태워 주는 것!

이게 특급 헌터의 조건이었다.

“알바! 출동! 빨리 내려가서 각성 검사하러 가자!”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절정의 경지에 달한 내공!

꼬맹이 한 명 목말 태운다고 힘들 것도 없다.

주위의 시선을 끄는 게 문제지만, 어차피 곧 싫증을 내고 어깨에서 내려갈 것이다!

‘30분? 그때쯤이면 내려 오겠지.’

“특급 헌터! 잘 잡아! 엄청 빠르게 움직인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잠시후 특급 헌터와 관련되면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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