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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77화 (87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7화>

추이린 수석 연구원은 멍하니 주위를 돌아봤다.

300평이 훌쩍 넘는 넓은 사무실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무실 곳곳에 쌓인 서류 더미와 책상 위에 가득한 커피잔들…….

떡진 머리, 피곤에 찌들은 얼굴, 힘없는 발걸음…….

블랙 기업 사무실 같은 이곳이 재금 그룹 숨겨진 전략 기획실이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저 사람들이 이곳 전략 기획실의 직원, 재금 그룹의 전략을 짜는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오너 직속의 전략 기획실에 마침내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 추이린은 진실을 알았다.

이곳 비밀 전략 기획실은 오너의 대리인이자 숨겨진 실세 김철수 발명가의 노가다 부서였다!

“…….”

하얀 번개 추이린은 멍하니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한 직원들을 봤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

자신도 저들과 별다를 것 없는 얼굴을 하고 있을 거다!

으으윽-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오고 절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기억과 사건들이 툭, 툭 튀어나왔다.

-이세계 배송 경주에 강제로 차출당했다가 하늘 고래와 특이한 두 사람, 김철수와 천문석을 만난 것!

-오너의 정체를 캐기 위해 두 사람에게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행 배송의뢰를 보낸 것!

-공방 도시 지하 유적에서 세기말 대한민국으로 튕겨 나간 것!

-세기말 대한민국,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 그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른 것!

-20년 존버의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 공방 도시로 돌아온 것!

……

정신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와중에 오너의 대리인 김철수 발명가를 만났고 약속을 했다!

재금 그룹의 비밀, 오너의 최측근으로 뽑아 주겠다.

그리고 김철수 발명가는 약속을 지켰다.

지구로 돌아와 자신을 재금 그룹 비밀 전략 기획실로 발령 낸 것이다!

이곳 비밀 전략 기획실은 재금 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는 곳이고 전략 수립의 기초는 자료 확보다!

당연히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 속에는 자신의 마도 공학 지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오너가 만든 마도 공학 개념, 기술 자료들이 있었다.

‘마침내 오너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정신없이 자료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환희도 잠시 갑자기 사건이 터지면서 미친 듯이 갈려 나갔다!

전국에 생겨난 이상 던전!

5개 게이트의 통제권을 일시 상실!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화살표, 대마법!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 이사진의 입국!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어제 그 일이 일어났다!

부산 중첩 안정화 권역 안 해운대에 게이트가 열리고 거대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천만다행으로 나이트 아머가 나타나 인명 피해 없이 해결됐지만, 의문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안정화 권역에 열린 게이트.

이 게이트에서 쏟아진 거대 괴수 다섯.

해변에 날아와 박힌 비행 원반들.

비행 원반에서 나와 도망친 헌터들.

바다에서 접근한 초거대 악어 괴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거대 괴수에 막타를 때린 정체불명의 나이트 아머까지!

하나하나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가뜩이 이상 던전 때문에 비상이 걸린 전략 기획실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언제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제는 마도 비의고 뭐고 제발 8시간! 아니 6시간 만이라도 잠을 자고 싶었다!

“빌어먹을! 괜히 비밀은 알고 싶다고 해서는! 으으윽-.”

머리를 부여잡고 쿵- 책상에 머리를 박는 순간 직원의 다급한 그러나 힘없는 외침이 들려왔다.

“북한산 인근에서 마력 유동 감지했습니다. PC로 자료 전달하겠습니다.”

“알았어…….”

추이린은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멍하니 모니터를 봤다.

[북한산 마력 유동 확인]

[3차원 적층 마법 회로 확인.]

[게이트 마력장 응집 확인.]

[차원 좌표 탐색 확인.]

[게이트 마법 추정.]

[보안 신호 포착. 고유 넘버 확인 중…….]

……

“어, 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고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가는 모니터 화면!

‘보안 신호? 고유 좌표 확인? 이게 대체 무슨……!’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는 순간 모니터 화면이 변했다!

붉게 변한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

[고유 넘버 확인 완료.]

[KCS-007, 전투용 인공정령 확인.]

[기동 병참 도시, 말년 병장 확인됐습니다.]

[2급 비상상황입니다. 즉시 대리인에게 연락하겠습니다.]

‘대리인? 김철수 발명가!?’

추이린이 직감하는 순간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은 보안 전화기가 진동했다!

부르르르르-

‘자신을 이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김철수 발명가다!’

반사적으로 전화기를 잡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뒤! 창고로 바로 들어와라!

“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항상 잠겨 있던 창고 문이 열린 게 보였다!

추이린은 바로 전화기를 놓고 창고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즉시 문이 잠기고 안쪽 깊숙한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다! 빨리 와라!”

김철수 발명가!

다급히 달려가자 선반 뒤로 비밀 문에 선 김철수 발명가가 보였다!

“얼른 들어와라! 이동해야 한다!”

비밀 문을 통과하자 바로 문이 닫히고 긴 통로가 나타났다!

“여기는 대체……! 앗! 잠깐 방금 2급 경보…….”

“봤다! 그 2급 경보는 신경 쓸 거 없다! 시간 없으니까 우선 이동부터 하자!”

김철수 발명가는 통로를 달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KCS 시리즈 인공정령!

기동 병참 도시, 말년 병장!

둘 다 오너의 기록에 남아 있는 존재들.

평소라면 엄청난 사건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북한산에서 일어난 게이트 마력장 응집 현상!

김철수 발명가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게이트 마력장 응집 현상’은 오너가 오래전 예상한 일이었다!

오너가 잃어버린 ‘돌과 철’! 그중 돌이 깨어났다!

‘돌이 북한산에 있었다고!?’

오너가 처음 나타난 서울 지역은 몇 번이나 정밀 스캔을 했다!

당연히 북한산 지역도 샅샅이 스캔하고 곳곳에 앵커를 박아 넣은 후 심마니 헌터를 풀어 샘플을 수집했다!

그러나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찾기나 마찬가지!

결국, 찾지 못하고 1999년 세기말 대한민국으로 가는 계획을 세웠다.

오너가 나타나기 전에 앵커를 박아 마력 유동을 추적할 생각이었다.

이 계획은 수많은 사건과 변수로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 오너가 잃어버린 ‘돌’이 갑자기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거다!

‘어떻게? 아니, 왜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지!? 혹시 인공정령 때문에!? 기동 병참 도시 때문에!?”

수많은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김철수 발명가는 머리를 저어 잡념을 털어 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돌’을 찾아서 회수하는 거다!

‘돌’을 회수하면 오너의 기억이 일부지만 돌아온다!

마도에서 기억이란 곧 힘!

오너의 힘이 일부라도 돌아오면 잃어버린 ‘철’을 찾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미 다른 준비는 모두 끝났다!

잃어버린 ‘돌과 철’을 전능 옥좌로 가져오는 순간 오너는 완전한 기억을 찾는다!

“……!”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전율했다!

마탄과 게이트 안정화 장치!

불완전한 힘과 기억만으로도 게이트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

오너가 완전한 기억을 찾는 순간 다시 한 번 격변이 일어난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아직 미완성이다!

안정화 권역 밖에는 여전히 던전과 균열이 열리고 마경이 펼쳐져 있다.

헌터의 질과 비율에서 세계 최고이고 국토의 면적이 작은 대한민국도 전 국토를 수복하지 못했다.

안정화 권역이라는 거점을 철도, 도로, 항공으로 연결한 상태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국가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국토 곳곳에 마경이 생겼고,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설치된 대도시에 난민이 가득하다.

지금 세계는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게이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오너가 완전한 힘과 기억을 되찾는 순간 지금의 아슬아슬한 대치는 끝난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의 최종 형태, 마탑!

단숨에 국토 전체를 수복하고 마경을 정리하고 게이트를 영구적으로 닫을 수 있다!

이걸 위해선 어떻게든 오너의 ‘돌’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룹의 힘을 동원해 공개적으로 수색할 수는 없었다.

재금 그룹은 적이 많았고 오너에게는 더욱 적이 많았다.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은 거대한 제국이나 마찬가지.

서로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진 수십 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현재 오너의 상태와 ‘돌’을 찾고 있다는 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인원!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돌을 추적해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인재가 바로 옆에 있었다.

김철수 발명가는 문득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자신과 함께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굴렀던 1세대 헌터이자, 마력 각성자.

하얀 번개 추이린!

추이린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추이린! 우리는 북한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인공정령, 기동 병참 도시, 게이트 마법 때문인가요!? 설마 이것도 오너의…….”

김철수 발명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추적할 물건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

추이린의 눈과 목소리에 열기가 맺히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믿을 수 있는 동료 추이린에게 진실을 말했다.

“우리는 북한산을 뒤져 ‘돌’을 찾아야 한다.”

“……네?”

* * *

재금 그룹이 마력 유동을 알아채는 순간.

마력 유동을 관측한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이 마력 유동! 게이트가 다시 열렸구나!”

테이블을 밟고 일어서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꼬맹이.

워커 실트였다.

카카카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다시 한 번 수치를 확인했다!

맞다! 몇 번을 확인해도 같다!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열렸다!

순간 지난 하루 동안 겪은 좌절의 기억이 밀려 왔다.

거대 괴수와 나이트 아머를 압도하고 게이트를 넘어가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 글라이더 선에 낙하산 줄이 채여 타워 크레인에 걸렸다!

이 말도 안 되는 불운 때문에 기동 병참 도시 날름 계획이 실패했다!

워커 실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이사 전원에게 깜지 1만 장 처벌을 내리고 은신처, 서울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게이트 5개의 통제 권한을 슬쩍해 ‘대마법 추적’을 펼쳤다!

게다가 부산 중첩 안정화 권역에 열린 게이트에서 미궁 악어 13호를 타고 격전을 벌였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튀어나와 흔적을 깔끔이 지웠지만.

재금 그룹 전능 옥좌에 자리한 정체불명의 마도왕은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을 찾고 있을 거다!

미궁 악어 13호가 완전파괴된 지금 경계 중인 마도왕에게 걸리면 아작이 난다!

워커 실트는 등잔 밑! 전능 옥좌가 떠 있는 서울 은신처 옥탑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옥상 테이블에 앉아 주인집 꼬맹이가 채워 넣은 메로나를 먹으며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력 유동이 발생했다!

해운대에서 놓친 게이트가 다시 열린 것이다!

“와! 이거 뭐야!? 뭐가 이렇게 재수가 좋아! 앗! 이럴 때가 아니지!”

재금 그룹 놈들도 당연히 마력 유동을 감지했을 거다! 당장 움직여야 한다!

워커 실트는 테이블에 놓인 잡동사니 속에서 지도를 꺼내 고속 연산을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튀었다.

워커는 순식간에 연산을 마치고 펜을 들어 원을 그렸다!

북한산!

게이트가 열렸던 장소는 북한산! 서울 중첩 안정화 권역 안이다!

해운대!

부산 중첩 안정화 권역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처럼 중첩 안정화 권역에 게이트가 열렸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기동 병참 도시!

인공정령 KCS-007!

증거는 없지만 감이 말하고 있다.

99% 확실하다!

이번에도 부산과 마찬가지로 기동 병참 도시와 연결된 게이트가 열렸다!

그렇다면 이 일에 누가 관련됐을지 바로 감이 왔다

이세기!

적으로 만났지만, 자신과 함께 싸우고 마지막 순간에는 게이트를 향해 던져 준 전우!

전우 이세기가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열었다!

열린 게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닫혔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열렸다는 사실 그 자체다!

다시 한 번 게이트가 열렸다는 건 이세기에게 기동 병참 도시와 연결된 ‘차원 좌표’가 있다는 뜻!

차원 좌표만으로는 게이트를 열지 못한다.

두 가지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하지만, 이건 해결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은폐 마력장을 두르고 있어 탐지 자체가 안 되는 기동 병참 도시와 연결된 차원 좌표다!

이세기가 가지고 있을 ‘차원 좌표’를 손에 넣으면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다시 열 가능성이 있다!

‘이세기를 찾아야 한다!’

워커 실트는 바로 보안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 4번을 꾹 눌렀다.

띠리-

송신음이 한번 가기도 전에 상대는 전화를 받았고 바짝 군기든 외침이 들려왔다.

-네! 오너! 로롤로 의장입니다! 깜지 열심히……!

워커 실트는 말을 끊고 외쳤다.

“10분 후! 긴급 온라인 회의를 연다! 안건은 ‘이세기’ 찾기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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