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5화>
카카카카카캌-
특급 헌터의 웃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따뜻한 바닷바람은 마치 살아 있는 듯 빙글빙글 특급 헌터의 손 주위를 돌았다.
“앗! 이 바람 뭐야!?”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하늘에 생겨난 소용돌이!
따뜻한 바람은 이 소용돌이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바람에는 며칠 전 헤어진 친구들의 마음이 묻어 있었다!
-엄청 커다란 거복거복이!
-특급 쌩쌩이를 선물한 멋진 노움 형!
-이름을 말하지 않은 오래 사는 엘프 누나!
-자신이 직접 별명을 붙여 준 아아 비서 누나!
특급 헌터는 10점짜리 돌멩이, 보석이를 번쩍 들었다.
“친구들! 안녕안녕안녕!”
휘잉, 휘이잉-
이 순간 10점짜리 돌멩이 보석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바람의 형질이 변했다!
마치 만져질 듯 몽글몽글한 질감이 생기고 살아 있는 생명체를 안은 듯 콩콩- 맥동하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맥동하는 바람은 밥 먹으러 돌아오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처럼 날아올랐다!
특급 헌터의 외침을 담은 채로!
중첩 마법 회로가 사라지기 시작한 하늘로!
휘잉, 휘이이잉-
---
“간만에 깔끔하게 해결됐네.”
천문석은 웃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초소형 게이트를 만들어 냈던 중첩 마법 회로가 천천히 멈추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시간은 1초!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 어!?’ 하다 놓쳤을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던진 크리스털 병은 순식간에 마법 회로를 지나며 작아지고 초소형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통과했다!
완벽한 타이밍!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됐다!
초소형 게이트를 통과한 크리스털 병을 회수하는 건 워커 실트7의 일!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중첩 마법 회로가 사라지기를 기다린 후 ‘추적기’를 회수하는 거다.
워커 실트7이 준 추적기는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초소형 게이트를 열었다.
지금 추적기는 지구와 기동 병참 도시를 잇는 차원 좌표가 기록되는 중이다.
차원 좌표가 기록된 추적기는 기동 병참 도시와 지구를 연결하는 물품 이동용 게이트의 앵커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추적기야말로 이세계 무역을 위한 필수품!
지구 쪽 파트너 장민 대표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
차원 좌표가 기록된 추적기를 건네주면 그 후의 일은 장민 대표님이 알아서 할 것이다!
“와! 정말 오랜만에 사건·사고 없이 깔끔하게 끝났네!”
천문석은 중첩 마법 회로가 사그라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탄성을 터트렸다.
이제 등산로로 이동 단풍놀이 인파에 스며들어 백운대로 돌아가 모두와 점심을 먹고 단풍 구경을 하면 짧은 북한산 산행도 끝난다
‘그리고 할 일이 뭐가 있더라?’
파스스스스-
천문석은 서서히 잦아드는 마법 회로를 바라보며 북한산에서 내려가서 할 일들을 생각했다.
장민 대표에게 차원 좌표가 새겨진 추적기를 건네고.
백운 탐방 지원 센터에서 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들.
-류세연의 각성 검사.
-헌터 배송 업체에서 특급 쌩쌩이 인수, 5관 금괴 회수.
-김철수 사무실에 들러 철수 형에게 김밥 전달.
-암살검 한경석 공방에 금괴 맡기기.
여기까지 하면 오늘 할 일은 모두 끝난다!
오늘은 목요일, 로또 방송이 시작되는 토요일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있다!
토요일 로또 추첨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늘어지게 쉬고, 월요일에 로또 1등 당첨금을 받는다!
그리고 일주일! 적당한 건물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옥탑방에서 빈둥빈둥 노는 거다!
아니 사실 이건 노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모든 것은 균형이 맞아야 하는 법!
계단산, 적염성, 바나항, 열사의 사막!
자신은 이상 던전에서 정신없이 너무나 빡세게 굴렀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빡센 실전으로 알게 모르게 쌓인 경험을 수습해야 한다!
‘경험!’
그렇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강릉에서 시작해 해운대까지! 치열한 실전을 수없이 치렀다!
실전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 몸과 마음에 알게 모르게 쌓인 상태!
그러나 잇달아 터지는 사건·사고에 이 경험을 아직 체화시키지 못했다!
천문석은 슬쩍 심상 공간을 관조했다.
별다른 운기 행공 없이 심상 공간에 채워진 내력은 1할 남짓!
심상 공간에 폭풍처럼 몰아치던 혼원지기는 작은 강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크게 덜어 냈기에 더욱 분명히 느껴졌다.
내공의 질과 격 모두 크게 성장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력이 담기는 심상 공간은 영육과 혼백 사이에 자리하고.
영육과 혼백, 존재의 본질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 성장하니까!
전생 천마가 마도 쟁투로 깨어나고 마굴을 돌파하며 도약했듯.
현생 알바는 이상 던전에서 쉴 새 없이 구르며 비상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한 번 극에 올랐었기에 알 수 있었다.
가득 찬 독.
중간이 끊긴 잔도.
하늘 높이 솟은 절벽.
자신은 벽, 절정의 끝에 달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가득 찬 독의 물을 비우고, 끊긴 잔도를 향해 걷고, 아득한 절벽을 올라가야 한다!
몸이 자라면 옛 옷을 버리듯이 초절정, 초인경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부숴야 한다!
지금 자신은 초절정의 벽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초절정의 벽을 두들길 수 있다!
파스스슥-
순간 전신을 타고 흐르는 선연한 기운이 느껴졌다.
천강흔!
천강흔은 당장이라도 초절정의 벽을 넘으라는 듯 기운을 줄기차게 뿜어냈다!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당장 랜덤 박스를 지르라고 유도하는 화려한 이펙트처럼!
카캬캌-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바일 게임의 랜덤 박스와 똑같다!
지금 천강흔 랜덤 박스는 초절정의 벽을 넘으라고 이펙트를 터트리고 있었다!
초절정의 벽을 넘는 순간 천강흔 랜덤 박스가 열린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와 같다!
99% 바라지 않는 아이템이 나오는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처럼.
천강흔 랜덤 박스에서 자신이 바라지 않는 무공이 나올 확률은 99%다!
순간 초절정의 벽을 넘는 순간 맞이할 미래가 눈에 선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XXX 등급 무공, 천마 신공에 당첨되셨습니다!]
[마도 지존의 장도를 시작하신 고객님을 응원합니다!]
천마신공!
금괴+로또 대박이 터졌는데 마공에 입문한다고!?
‘아니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천마신공의 끝에서 맞이할 운명은 뻔했다.
한 방에 훅 가는 것!
금괴와 로또 당첨금을 모두 합하면 120억!
다음 주 월요일이면 120억의 캐부자가 되는데, 초절정의 경지와 1% 확률에 걸고 천강흔 랜덤 박스를 연다고!?
상상만으로도 분노가 치솟았다!
절대 안 한다!
자신이 천강흔 랜덤 박스를 열 일은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같은 결론, 같은 선택을 할 거다!
당연했다!
“120억! 120억이니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네이버 부동산!
즐겨찾기 해 둔 건물!
천검 이세기의 검혼이 담긴 검을 팔아 사려던 건물!
그 건물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가격이 120억이었다!
“……!”
순간 거대한 전율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했다!
나의 빛, 나의 꿈, 나의 희망!
네이버 부동산 즐겨찾기 건물의 가격이 120억이다!
그런데 이번 이상 던전에서 터진 대박의 액수 또한 120억이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가!’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새 10미터 남짓 작아진 소용돌이치는 마법 회로 너머 푸른 가을 하늘이 보였다.
공평무사!
견리사의!
대의명분!
공명정대!
……
이 순간 하늘님의 의지가 느껴지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건물주가 되어라!’
격동으로 전신이 떨리는 순간 마음으로 대답했다!
‘하늘님! 계획이 있으셨군요! 충성충성!’
월요일에 로또 당첨금을 수령하는 즉시 즐겨찾기 해 둔 건물을 사러 간다!
마침내 서울 안정화 권역의 건물주가 되는 거다!
그리고 그 날 현생 알바 천문석의 인생 장르는 변한다!
짠내나는 극한직업 다큐에서!
재벌 2세 실장님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로!
카캬카카카칵-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아래쪽 암반에서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카카카캌-
특급 헌터!
키즈카페에서 앙꼬 사탕을 얻었을 때 이상의 희열이 담긴 웃음소리다!
웃음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10점짜리 돌 주웠나 보네.”
피식 웃은 천문석은 특급 헌터가 있는 암반을 향해 외쳤다.
“특급 헌터! 너 10점짜리 돌멩이 주웠냐!?”
“당연하지! 알바한테도 보여 줄게!”
신나는 외침과 함께 한달음에 비탈을 올라 달려오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돌멩이를 흔들며 크게 외쳤다.
“알바! 이건 그냥 돌멩이가 아냐! 보석이야! 엄청 완전 최고로 멋진 보석이야!”
카카카카캌-
특급 헌터가 웃으며 달려오는 순간.
휘잉, 휘이잉-
몽글몽글 부드럽고 콩콩 맥동하는 듯한 바람이 하늘로 불어 갔다!
“어?”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깨달았다.
사그라들던 중첩 마법 회로가 다시 커지고 뜨거운 열기가 훅 올라왔다.
소금기 가득한 열기가!
---
‘게이트가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깨닫는 순간 상황이 반전됐다!
파파파파팟-
하늘로 솟은 안테나가 마력광에 물들고!
파아아아앙-
사그라들던 중첩 마법 회로는 오히려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암반에 놓인 추적기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경고! 마력 과부하!]
[경고! 초고순도 마력 공급 중!]
[경고! 당장 마력 공급을 중지하세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를 낚아채 몸으로 가렸다!
파파파팟-
마법 회로는 우수수 마력 불꽃을 쏟아 내고 가속하며 크기를 키웠다!
단숨에 암반을 넘어 숲으로! 능선으로! 봉우리로 범위를 넓히는 중첩 마법 회로!
어느새 북한산 하늘에서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법 회로가 생겨났다!
“초소형이라며!?”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쿠르르르릉-
우레소리와 함께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몰려들고 대기가 울부짖었다!
품 안의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알바! 하늘! 저기 봐봐!”
“……!”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동시에 하늘을 둘로 가르는 벼락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앙-
이 순간 소용돌이치는 마법 회로와 먹구름이 벼락으로 이어졌다!
파아아아앙-
엄청난 강풍과 함께 먹구름이 회전하고!
곧, 태풍의 눈에 들어온 듯 먹구름에 구멍이 뻥 뚫렸다!
이 뻥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쏟아져 내렸다!
햇살과 소금기가 가득 담긴 바닷바람!
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코발트색 바다!
“……!”
이미 몇 번이나 봤었기에 바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게이트!
북한산 하늘에 게이트가 열렸다!
수백 미터!
광화문 게이트를 작아 보이게 만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대형 게이트가 열렸다!
이 초대형 게이트 너머 코발트 색 바다에는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 있었다.
-열대의 바다를 헤엄치는 초거대 악어거북, 말년병장!
-말년병장 등껍질 위에 세워진 투명한 막에 덮인 도시, 기동 병참 도시!
-기동 병참 도시 중앙의 언덕 위 도넛을 닮은 건물, 반전능 옥좌!
-반전능 옥좌 위로 떨어지는 크리스털 병!
그리고 반전능 옥좌 옥상에 선 세 사람.
워커 실트7, 엘프, 인공정령 아수라!
파아아아앙-
뜨거운 바닷바람이 몸에 닿는 순간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뭐야!? 게이트!? 뭐야! 게이트가 왜 이렇게 크게 열려!? 무슨 힘으로!? 마력장 지대!? 아냐! 마탑 3개를 직렬 연결해도 불가능해! 이 정도 출력이 나올 리가 없어! 뭐지, 어떻게 된 거지!? 잠깐!? 이거 설마! 설마! 시바!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승천? 그럴 리가 없지! 카카카카카캌-!]
“야! 워커7! 뭐 하는 거야!? 병! 크리스털 병 떨어지잖아! 놓치면 안 돼! 저거 회수해야 돌아갈 수 있어! 당장 달려!”
[이 고유 파문!? 왜, 어떻게 여기서……!?]
이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안녕안녕안녕! 친구들! 나 여기에 있어! 노움 형 돌아갈 때 스카라베 고용해서 돌아가야 해! 엘프 누나 엘프 나무는 다시 자랄 거야! 걱정할 거 없어! 아아 비서 누나! 얼른 놀러…… 앗! 이거 뭐야!? 말이 막 나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외침에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게이트 너머는 다른 차원 원래라면 특급 헌터의 외침은 전해질 리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 게이트 너머 워커7, 엘프, 아수라 비서는 동시에 하늘로 고개를 들고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어, 어어어!?]
“엘프 나무?”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