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74화 (87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4화>

“……10점짜리야! 알바! 10점이라고 10점!”

특급 헌터는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10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10점이라니까!”

콩콩콩-

작은 주먹으로 답답하단 듯 가슴을 두들기다가 쓰러질 듯 휘청이는 특급 헌터!

“야, 위험해!”

재빨리 어깨를 잡자 흥분으로 가쁜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흐아, 흐아아-

“야, 숨 셔! 숨 쉬고 말해!”

후하, 후, 하-

크게 몇 번이나 심호흡한 순간 터질듯한 희열이 담긴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알바!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특급 알바는 엄청엄청 운이 좋다니까!”

“알바 따라오니까! 이런 날이 온 거야!”

“나 이제 앙꼬 대장 공기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

“나도 이제 10점짜리가 있어! 카카카카캌-.”

특급 헌터의 환희 어린 웃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앙꼬 대장 공기돌!’

앙꼬 대장이 앙꼬한테 줬다는 8점짜리 공기돌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마 지금 10점짜리라는 게!?’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너 10점짜리라는 게! 돌멩이 말한 거야? 10점짜리 돌멩이 찾았다는 말이야!?”

“맞아! 10점짜리! 내가 10점짜리 돌멩이 찾았어! 나한테 이런 날이 오다니!”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하-

황당함과 허탈함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돌멩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 흥분한 거라고?”

“이건 그냥 돌멩이가 아냐! 10점이라고 10점! 장민이 가진 반짝이는 돌은 아무것도 아냐! 세연 누나 9점짜리 반지보다 1점이나 높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본 거라니까! 아니 있는지도 몰랐어!”

장민 대표님이 가진 반짝이는 돌이라면 당연히 보석일 거다.

류세연이 가진 9점짜리 반지는 자신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한 강대한 주술이 걸린 보패.

그것보다 더 대단한 돌멩이가 나타났다고!?

특급 헌터는 황당한 아이지만, 때때로 본질을 관통하는 직관을 보여 줬다!

‘진짜 엄청난 물건이 튀어나오는 거 아냐!?’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의 손을 훑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의 손에는 퐁퐁검만 쥐어져 있었다!

“10점짜리 돌멩이 어디에 있는데!?”

“여기야!”

암반 위에 찰싹 엎드려 퐁퐁검으로 조심스레 한 돌멩이를 가리키는 특급 헌터!

“……!”

천문석은 잽싸게 특급 헌터 옆에 엎드려 10점짜리 돌을 세세히 살폈다!

돌멩이는 특급 헌터의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평범해 보이는 돌!

그러나 아직 모른다!

방금 암반 위 흔적도 마음을 두기 전에는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천문석은 10점짜리 돌멩이에 마음을 두고 기감을 일으켜 훑었다!

“…….”

그러나 아무 느낌도 돌아오지 않았다!

주위에 돌아다니는 평범한 돌멩이와 마찬가지로!

“이게 10점짜리 돌이라고? 류세연 반지보다 더 좋다고?”

“맞아! 이 돌이 세연 누나 반지보다 1점이나 높아!”

“그런데 왜 안 줍고 보고만 있는데?”

“산에서 좋은 거 발견하면 뭐 해야 한다며!? 내가 텔레비전에서 보고 지식인으로 검색했어! 그거 안 하면 동티난다고 했는데! 뭐라고 외치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나! 으으으- .”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

동티난다는 말은 어떻게 아는 거야!?

천문석은 문득 떠오른 단어를 말했다.

“심 봤다?”

“맞아! 심 봤다!”

벌떡 일어난 특급 헌터는 손을 입가에 가져가고 사방에 소리쳤다.

“심 봤다! 심 봤다! 완전 심 봤어! 나 10점짜리 돌 찾았어! 완전 대박이야! 심 봤다! 카카카카캌-.”

“다했냐?”

“당연히 아니지! 이제부터 10점짜리 돌멩이를 맞이하기 위한 의식을 시작할 거야! 나와랏! 이야얍얍얍-.”

휙휙, 휘휘휙-

공간 상자가 정신없이 흔들리고.

후두드드득-

언제나처럼 잡동사니들이 쏟아졌다.

구슬, 하얀 공기돌, 고무줄, 태풍 구슬, 펜던트, 나무토막……!

특급 헌터는 10점짜리 돌멩이 앞에 공간 상자에서 튀어나온 보물들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쌓기 시작했다.

“……!”

초집중한 얼굴로 조심조심 나무토막, 돌멩이, 구슬, 고무줄을 하나하나 쌓는다!

그 모습은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제사장처럼 경건하기까지 했다!

멍하니 이 모습을 보던 천문석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정신없이 달려온 게 돌멩이 때문이라니! 어이없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러나 원래 특급 헌터는 이런 아이였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멀리 가지 말고 여기 있어. 나 얼른 일 처리하고 올게. 바로 백운대 가자.

“알았어! 걱정하지 마!”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추적기로 확인한 암반 위로 돌아왔다.

특급 헌터의 10점짜리 돌멩이도 궁금했지만, 워커7에게 크리스털 병을 돌려보내는 게 우선이다.

천문석은 암반 위에 워커7에게 받은 추적기를 내려놓았다.

파스스스스-

순간 물이 새어 나오듯 추적기에서 새어 나오는 마력광!

마력광은 물이 흐르듯 십자로 뻗어 나가고.

암반과 그 위 허공에 층층이 마법 회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1층, 2층, 3층…….

마법 회로는 마치 홀로그램 설계도를 그리듯이 층층이 쌓였다.

그리고 추적기에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게이트 마법 회로 구성 시작!]

[경고! 마력량이 부족합니다!]

[경고! 게이트의 크기가 작습니다!]

워커7에게 들었던 대로다!

기동 병참 도시로 크리스털 병을 보낼 단방향 통로, 초소형 게이트를 열기 위한 마법 회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층층이 쌓인 마법 회로가 7층에 도달하는 순간 추적기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마력회로 구성을 완료합니다!]

7층으로 쌓인 마법 회로가 하나로 합쳐져 회전하기 시작했다.

물이 가득 차오른 욕조 마개를 뽑은 것처럼 나선을 그리며 소용돌이치는 마법 회로.

하늘에 빛나는 마법 회로로 만들어진 깔때기가 나타났다.

사방으로 마력광이 뻗어 나가고, 암반 가장자리에서 물결치는 듯한 파문이 밀려 왔다.

천문석의 시선이 파문이 밀려 오는 곳 암반 끝으로 뻗어 나간 십자선에 닿았다.

십자선 끝에선 허공으로 기둥이 일어서듯 마력광이 뻗어 오르고 있었다!

10, 20, 30, 50, 80, 120, 170미터!

순식간에 하늘 높이 세워진 마력 기둥!

[차원 좌표 탐색 중…….]

저 마력 기둥이 차원 좌표를 찾기 위한 안테나다!

안테나가 기동 병참 도시의 좌표를 찾아 고정하는 순간.

깔때기 형태로 회전하는 3차원 적층 마법 회로 끝에 초소형 게이트가 열린다.

자신이 할 일은 간단했다.

초소형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회전하는 적층 마법 회로, 깔때기 안에 크리스털 병을 던져 넣기만 하면 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다!

천문석은 하늘 높이 솟은 안테나 주위를 살폈다.

한낮이라 마력광이 맺힌 안테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에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니 멀리서 눈으로 마력광을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다.

게다가 안테나 뒤로 보이는 건 단풍 든 나무들과 겹겹이 이어지는 봉우리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산은 심마니 헌터, 용역 헌터들이 곳곳에 있고, 헌터 부대 헬기도 수시로 지나다니는 장소다.

게다가 눈이 아닌 감각에 전해지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정전기가 튀어 오르듯 피부가 따끔거리고 대기에 흐르는 마력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은 서울 ‘안정화 권역’ 안 북한산이다!

헌터들의 눈은 피해도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통제하는 재금 그룹의 눈은 피하지 못한다!

지금쯤 게이트 안전화 장치를 관리하는 재금 그룹에서는 이상 현상을 눈치챘을 거다!

지금은 평범한 마력 유동으로 생각하겠지만,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재금 그룹 보안팀과 헌터 부대가 날아올 거다!

그러나 재금 그룹 보안팀, 헌터 부대가 도착했을 때쯤이면 자신과 특급 헌터는 이미 단풍놀이 인파에 스며들어 백운대에 돌아간 후다!

생각지도 못한 단풍놀이가 오히려 완벽한 위장, 알리바이에 도움이 된 상황이다!

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파파파팟-

하늘 높이 솟은 안테나에서 불꽃이 튀고 암반에 놓인 추적기로 파문이 밀려 왔다!

[좌표 확인 성공!]

[좌표 고정 절차 시작됩니다!]

[경고! 마력의 양이 극히 미약합니다!]

[경고! 게이트 유지 시간이 극도로 줄어듭니다!]

‘이제 곧 좌표가 고정된다!’

천문석은 회수한 크리스털 병을 손에 쥔 채 내력을 끌어올렸다.

‘기회는 단 한 번! 초소형 게이트가 열리는 타이밍에 던져 넣는다!’

천문석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을 때.

특급 헌터는 보물을 쌓아 올려 만든 탑 꼭대기에 마지막 돌을 올리고 있었다.

앙꼬 대장이 앙꼬에게 준 새하얀 공기돌!

8점짜리 공깃돌이 공들여 쌓은 보물탑 정상에 놓일 마지막 조각이었다!

후, 하- 후, 하-

특급 헌터는 크게 심호흡하고 모든 정신을 모았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전거 경주, 술래잡기, 닭싸움!

언제나 매 순간 진심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그랬기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고 있었다.

압착 딱지, 태풍 구슬, 앙꼬 사탕이 보물이 된 이유를!

마음을 담아 부르면 소중해지고,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더욱 귀해지는 법!

특급 헌터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가슴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10점짜리 돌멩이!

평범한 모습 속에 잠든 찬란한 모습이 깨어나려면 온 마음을 담아 부르고 소중하게 맞아들여야 한다!

특급 헌터는 온 마음을 담아 외쳤다.

“멋져! 훌륭해! 완전 대단해! 엄청 최고야! 앗! 눈부셔! 우와! 안에 반짝거리는 게 보이는 것 같아!”

완만한 비탈의 위와 아래에 나란히 자리한 암반.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각자의 위치에서 온 마음을 다해 기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추적기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차원 좌표 고정 완료!]

[게이트를 연결 중……!]

[경고! 마력의 양이 극히 미약합니다!]

[경고! 예상 게이트 유지 시간. 1초!]

1초, 찰나의 시간!

그러나 이 또한 예상한 대로다!

천문석은 감각을 깨우고 크리스털 병을 잡은 손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돌아온 내력은 2할 남짓!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다!

지금 상태라면 1초 동안 크리스털 병 3개를 던져 넣고도 남는다!

‘와라!’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파슥, 파스스슥-

3차원 적층 마법 회로가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용수철을 누르듯 내력을 짓눌렀다.

발을 비틀고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부드럽게 숙이는 순간 전신에 실리는 내력!

콰드득-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내력을 안으로안으로 갈무리하고 점멸하는 백광에 마음을 둔다!

파슥, 파스슥-

백광에서 밀려 오는 파문이 마음을 물들이고!

파아아아앙-

마력이 실린 칼날 바람이 매섭게 몸을 스친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깜빡-!

빛과 소리, 파문과 마력!

모든 것이 꺼지듯 사라졌다!

‘지금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동시에 누르고 누른 내력을 터트렸다!

튀어 오른 용수철처럼 폭발하는 내력!

비틀린 발에서 시작된 내력이 무릎과 허리를 지나 손에 닿는 순간!

깜빡-!

꺼지듯 사라졌던 모든 게 일순간에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앙-

시각과 청각을 삼켜 버리는 빛과 소리!

안과 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파문과 마력!

마력 폭풍이 터져 나왔다!

순간 훅-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바람!

이 따뜻한 바람에는 북한산에서 느낄수 없는 소금기 가득한 바다 내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게이트가 열렸다!’

직감하는 순간 폭발하는 내력이 집중된 손이 쏘아졌다!

파아아아앙-

크리스털 병이 쏘아짐과 동시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1초, 찰나의 순간.

크리스털 병은 허공을 지나 소용돌이치는 중첩 마법 회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법 회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빠르게 작아졌다!

티끌처럼 작아진 크리스털 병은 팟- 섬광과 함께 초소형 게이트를 통과했다!

“됐다!”

천문석이 환호하는 타이밍.

툭-

특급 헌터는 8점짜리 공기돌을 탑 꼭대기에 올려놓고 10점짜리 돌멩이를 조심스레 주웠다.

그리고 모든 마음을 담아 불렀다.

“보석이! 10점짜리 돌! 네 이름은 이제 보석이야! 앗! 잠깐 친구도 소개 줄게!”

탑 위에 놓인 펜던트를 조심조심 빼내 외쳤다.

“이 펜던트 안에 있는 쿨쿨 자는 로봇은 강철이야!”

특급 헌터는 환한 얼굴로 양손에 쥐어진 보물을 봤다.

왼손에는 10점짜리 돌멩이 보석이!

오른손에는 멋진 로봇 강철이 잠든 펜던트!

보석이와 강철이!

알바 덕분에 완전 멋진 보물을 주웠다!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특급 헌터는 하늘을 향해 터질듯한 웃음을 담아 외쳤다!

“보석이! 강철이! 돌과 철을 주웠어! 완전! 완전! 운이 좋아! 카카카카카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