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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73화 (87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3화>

“다람쥐? 니케?”

“니케가 누군데?”

장민 대표와 한경석이 고개를 갸웃하고.

“니케면 그 하늘다람쥐? 어, 그러고 보니 니케 한동안 보이지 않던데? 니케 어디 간 거야?”

류세연이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깨달았다!

조수석에 앉은 특급 헌터를 봤을 때 어쩐지 허전해 보이던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없다!’

힐끗! 조수석에 앉은 특급 헌터를 다시 살피자 알 수 있었다!

챙이 넓은 모자, 등신 재킷, 퐁퐁검과 두꺼운 신발, 배낭까지!

특급 헌터는 이상 던전에 갈 때 이상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단 하나를 제외하면!

모자, 어깨, 주머니, 배낭. 그 어디를 살펴도 없었다!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니케!

특급 헌터는 동물 친구들 없이 혼자서 차에 탔다!

“특급 헌터! 너 동물 친구들은? 왜 혼자서 탄 거야? 혹시 무슨 일 있어!?”

특급 헌터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이며 말을 쏟아 냈다.

“사슴이랑 반짝이는 너무 힘들어서 휘잉휘잉이 있는 아수라 조각상에 붙어 있고! 탱탱이는 자, 계속계속 자! 일어나질 않아! 그리고 거복이는 앙꼬 대장 나무가 너무 맘에 들어서 움직이기 싫대!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데! 모두 다 한국 사람 되려면 멀었어! 으으윽-.”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특급 헌터.

“니케는? 니케도 안 간데!?”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당연히 아니지! 니케는 완전 한국 다람쥐야! 지금 니케는 전쟁 중이야!”

“…….”

“…….”

짧은 침묵 후 황당해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니케…… 다람쥐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언니. 그냥 다람쥐가 아닌 새끼 하늘다람쥐.”

“전쟁? 그러니까 지금 새끼 하늘다람쥐가 전쟁하고 있다고?”

모두의 의문 가득한 시선이 모이자, 특급 헌터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니케는 도토리 전쟁 중이야!”

“도토리? 내가 아는 그 도토리?”

“맞아!”

다시 한 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이 순간 느껴졌다!

은근한 기대가 담긴 시선과 몸짓!

지금 특급 헌터는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촉이 왔다!

“아, 그렇구나!”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미러로 뒷좌석 세 사람에게 눈빛을 보냈다!

“……!”

“……!”

바로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민 대표와 류세연!

“응? 친구 지금 눈…… 으앗!?”

눈치 없이 말하다가 옆구리를 푹 찔리는 한경석!

‘왜지? 왜 안 물어보지!?’

얼굴에 의문을 드러내고 들썩들썩 몸을 움직이던 특급 헌터가 입을 여는 순간.

‘지금이다!’

천문석은 말을 돌렸다.

“오늘 날씨 엄청 좋지 않냐?”

척하면 척!

눈빛으로 교감한 류세연이 바로 말을 받았다.

“그러게 말야? 수학여행 강수 3연타! 불운 그 자체! 삼촌이 놀러 가는데 비가 안 오고 날씨가 좋다니! 대 사건이야!”

바로 말을 받는 한경석과 장민 대표!

“앗! 친구도 수학여행 갈 때 비 온 거야!? 나도! 수학여행 갈 때마다 비 왔어!”

“와! 알바씨 운이 안 좋았던가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도 한 번은…….”

성공적으로 말을 돌리고 날씨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는 순간.

“그만, 그만해!”

특급 헌터는 버럭 소리쳤다.

“날씨는 그냥 창문 밖 보면 보이잖아! 니케! 도토리 전쟁! 물어보란 말야! 내가 이 이야기하려고 어젯밤부터 준비했단 말야! 엄청 재밌어! 날씨는 비교도 안 돼! 니케 지금 엄청 치열한 도토리 전쟁하고 있어! 듣고 싶지!? 말해 줄까!? 바로 이야기 시작할까!?”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쏟아 낼 듯 들썩이는 몸과 이글거리는 눈!

“별론데? 혹시 새끼 하늘다람쥐 니케의 도토리 전쟁 이야기 듣고 싶은 사람?”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뒷좌석에 눈짓했다.

“도토리 전쟁. 나는 별론데?”

진짜 별로라는 듯 연기하는 류세연.

“푸흣- 난 날씨 이야기가. 흡- 더 재밌는 거 같아.”

간신히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젓는 한경석.

“도토리 전쟁보다 날씨 이야기가 훨씬 재밌고 유익하죠!”

고개를 끄덕이며 가차 없이 말하는 장민 대표.

“……!?”

특급 헌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쐐기를 박았다.

“들었지? 전부 도토리 전쟁 별로라는데?”

“날씨 이야기가 니케 도토리 전쟁보다 재밌다고!?”

특급 헌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고.

나쁜 어른 셋과 여고생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

“맞아!”

“그래! 풉.”

“날씨 이야기는 사회생활에 꼭 필요해!”

[@ㅁ@!]

경악, 불신, 황당!

특급 헌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순간.

아이를 놀린 나쁜 어른 셋과 여고생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 모습을 살폈다!

평범한 아이라면 의기소침하거나 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다!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 특급 헌터였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두는 두근두근 기대 어린 시선과 함께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했다!

10, 9, 8, 7…….

카운트다운이 반도 이어지기 전에 반응이 돌아왔다!

“모두 도토리 전쟁 이야기 듣고 싶다고!? 알았어! 내가 얼른 이야기해 줄 게! 처음 시작은 니케가 우리 집 뒷산에서 도토리를 한 개 찾은 거야! 니케 엄청 깜짝 놀랐데! 도토리라니까! 도토리! 그 도토리를 찾은 거야! 그래서…….”

특급 헌터는 모두의 의견을 무시하고 니케의 도토리 전쟁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기로 이글거리는 눈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발!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말말말!

모두는 특급 헌터의 생각을 짐작했다!

‘계속! 재밌어할 때까지 계속계속 이야기한다!’

생각지 못했던 그러나 너무나 특급 헌터다운 대응이었다!

‘카캬카-’

‘크크킄-’

‘흐흐흨-’

‘후흐흣-’

천문석, 류세연, 한경석, 장민 대표.

특급 헌터를 놀린 네 사람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어린 동생을 놀리는 짓궂은 형, 누나처럼!

아이가 없으면 집안의 웃음이, 거리의 환호성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 말 그대로!

특급 헌터가 손짓 발짓하며 열심히 설명하는 장갑 SUV 안에는 끝없는 미소와 웃음이 이어졌다.

30분 동안만!

30분 후, 장갑 SUV 안에서 웃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니케는 17번째 도토리나무를 지킨 거야! 그럼 바로 18번째 도토리나무를 구한 이야기를 해 줄게!”

도토리, 도토리나무, 도토리 열매, 도토리묵, 도토리를 닮은 돌……!

‘도토리’가 끝없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벌써 17번째!

어느새 도토리란 단어가 낯설어지고, 그 형태가 기억에서 왜곡된다!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18번째 도토리나무는…….”

류세연은 재빨리 말을 잘랐다!

“특급 헌터! 그 도토리나무! 전부 몇 개야!?”

“……전부 몇 개냐고!? 잠깐만 계산해 볼게!”

특급 헌터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잠시 계산하더니 대답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곧 끝나겠구나!’

모두가 안도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77번까지 있으니까! 단풍놀이 도착하기 전에 끝낼 수 있어! 내가 더 빨리! 더 열심히! 말할게!”

* * *

백운 탐방지원센터 주차장.

천문석은 일행과 헤어지고 있었다.

“그럼 일 마치고 바로 백운대로 가겠습니다.”

“네 그럼 백운대에서 기다릴게요.”

“삼촌. 이따가 봐!”

“친구! 점심 전에는 와야 해!”

“안녕안녕안녕! 이따 봐! 절대 먼저 도시락 먹으면 안 돼! 같이 먹어야 해!”

천문석 바로 옆 배낭을 메고선 특급 헌터.

장민은 특급 헌터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급 헌터. 진짜 엄마랑 안 갈거야?”

“어쩔 수 없어! 알바한테 도토리 전쟁 이야기 끝까지 해 줘야 하거든! 장민, 세연, 경석한테는 이따가 밥 먹으면서 해 줄게!”

“…….”

“…….”

“…….”

세 사람의 안쓰러워하는 시선이 천문석에게 닿았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바로 몸을 돌렸다.

“그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나도 출발할게! 이따 봐!”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백운대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등산로도 없는 산길을 날 듯이 달리길 30 여분.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암반이 곳곳에 드러난 완만한 비탈!

추적기 화면에 뜬 점멸하는 빛이 잡힐 듯이 가까워졌다!

워커 실트7이 말한 크리스털 병을 돌려보낼 수 있는 장소가 주위에 있다!

“특급 헌터. 다 왔다. 장소 찾으면 5분이면 끝날 거야.”

“알았…… 앗!

등에 업힌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외쳤다.

“알바! 내려 줘! 돌이 많아! 멋진 돌을 찾을지도 몰라!”

“위험하니까. 내 주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알았어! 빨리빨리!”

천문석은 추적기 화면을 보며 장소를 찾기 시작했고.

특급 헌터는 그 뒤를 따라가며 돌을 주웠다.

“앗! 멋진 돌! ……이 아니구나! 1점, 2점, 빵점! 뭐야! 왜 전부이래!?”

“원래 멀리서 보면 있어 보여도 가까이 가면 별로인 게 인생이다. 카캬카-.”

천문석은 좌절하는 특급 헌터를 위로하고 성큼성큼 움직였다.

추적기 화면에 뜬 점멸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곧 점멸하던 점이 완전한 빛을 뿌릴 때 평평한 암반이 나타났다!

‘여기구나!’

바로 추적기 버튼을 누른 채로 암반 위를 천천히 걸었다.

띠, 띠, 띠-

마치 금속 탐지기를 움직이는 것처럼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오고 맥동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워커7이 말한 정밀 탐색이 시작됐다!

띠디딛-

부르르-

곧 탐지음이 빨라지고, 진동이 강해지는 방향이 느껴졌다.

소리와 진동을 쫓아 걷길 잠시!

띠이이이이-

탐지음이 끊어지지 않고 울리고.

부르르르르-

진동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딸깍-

천문석은 추적기 버튼을 누른 손을 떼고 바로 앞을 살폈다.

추적기가 가리킨 곳은 자잘한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평범한 암반 위였다.

지나가는 사람 백이면 백, 모두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갈 암반이다.

그러나 추적기가 가리키는 장소에 마음을 두고 기감을 집중하는 순간 느껴졌다.

쿵…… 쿵…… 쿵-

아주 느리게 그러나 거대하게 맥동하는 기운이!

‘용맥?’

아니다!

대지 깊은 곳에서 솟구친 지기의 흐름, 용맥과는 달랐다!

이건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기원한 힘이 아니다.

향 싼 종이에선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

신수, 영수, 요마, 괴이, 신검, 보패……!

거대한 힘을 지닌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이곳에 머물렀던 흔적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전율했다.

남겨진 흔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최소 요괴선급 존재의 흔적이다!

그러나 자신도 위치를 특정하고 마음을 두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탐지한 거야!? 와, 워커7 이녀석 진짜 천재네!”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뇌리를 간지럽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 잠깐!?”

문득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느껴졌다.

평평한 암반과 비탈, 그리고 능선!

주위에 펼쳐진 풍경이 어쩐지 눈에 익었다!

이곳까지 달려 오며 수없이 봤던 풍경과 별다를 것 없기에 익숙한 건 당연했다.

그러나 직감이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앗-!

‘특급 헌터!’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달렸다!

완만한 비탈 아래 암반 가장자리!

특급 헌터가 등을 보이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특급 헌터!? 무슨 일이야!?”

“…….”

대답 없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한달음에 비탈을 미끄러져 특급 헌터 뒤에 도착했다.

“특급 헌터!? 괜찮아!?”

이 순간 쪼그려 앉아 있던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알바, 알바! 알바아!”

몸을 부르르 떨며 같은 말만 반복하는 특급 헌터!

“너 괜찮아? 다친 거야!? 병원 갈까!?”

천문석이 다급히 묻는 순간 격동으로 떨리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10점! 알바! 10점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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