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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72화 (87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72화>

카카카카카캌-

특급 헌터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촉이 왔다!

뭔가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이 기분!

불안했다! 너무나 불안했다.

“특급 헌터! 우리 단풍놀이 나중으로 미루는 …….”

특급 헌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히 외쳤다.

“앗! 안 돼! 가는 거로 결정했잖아! 알바! 저기 텔레비전 봐! 사람들 엄청 재밌어 보이잖아!”

뉴스가 끝난 텔레비전에선 생활 정보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리포터가 커다란 가야금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가득 떠오른 자막.

[북한산에 울려 퍼지는 우리의 소리!]

“봐 봐! 우리 북한산 가면 우리의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저 리포터 엄청 힘들어 보이지 않냐?”

“전혀! 하나도! 완전 안 힘들어 보여!”

특급 헌터는 뛰어서 산을 오르는 꼬맹이!

힘들다는 말이 먹히지 않는 게 당연했다.

감이 오는 순간 바로 접근 방법을 바꿨다.

“야, 잘 생각해 봐! 우리 단풍놀이 갔다가 특급 쌩쌩이 인수하러 갈 거지?”

“당연하지! 오늘 특급 쌩쌩이 3호 집으로 데려올 거야!”

“장민 대표님이 특급 쌩쌩이 3호 보면 어떻게 될까? 압류하지 않을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반문이 돌아왔다.

“압류? 뺏어 간다고? 장민이? 왜?”

“야, 당연히 가져가지! 기억 안 나!?”

“장민은 내가 망가트린 특급 쌩쌩이 안 사준 거지 뺏어 간 적은 없는데?”

진실을 모르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표정!

특급 헌터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차! 그렇지!’

제주도에서 특급 쌩쌩이 2호를 번쩍 들고 간 악당 로봇!

부산에서 특급 쌩쌩이 3호를 노렸던 나이트 아머!

특급 헌터는 악당 로봇과 나이트 아머에 타고 있던 파일럿이 장민 대표, 엄마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당연히 특급 헌터는 의문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을 봤다!

설득하는 건 간단했다.

악당 로봇의 파일럿이 장민 대표라고 밝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어째선지 장민 대표는 자신이 나이트 아머 파일럿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는 상태!

엄마가 아들에게까지 비밀로 하는 일을 자신이 밝힐 수는 없었다.

천문석은 최선을 다해 우회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마가 특급 쌩쌩이 보면 위험할 수 있잖아? 아까도 그래서 엄마가 단풍놀이같이 가는 거 막으려던 거 아냐?”

고개를 휙휙 저으며 바로 대답하는 특급 헌터.

“아닌데? 장민 바빠 보여서 괜찮다고 한 건데?”

‘뭐야? 이 녀석 진심인가!?’

내심 의문을 풂은 순간.

특급 헌터는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나 엉덩이 맞았잖아! 그러니까 장민이 특급 쌩쌩이 봐도 괜찮을 것 같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엉덩이 맞은 게 여기서 왜 나와?”

“팡팡팡- 미리 엉덩이 맞았으니까! 이제 특급 쌩쌩이 타도 괜찮아! 미리 혼났잖아!”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이 확신을 담아 외치는 특급 헌터.

“…….”

보통의 경우라면 특급 헌터의 예상대로 진행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는 이성적이어도, 특급 헌터 엄마 장민은 이성적일 수 없었다.

서울 사태, 제주도 사건!

마수와 몬스터가 가득한 서울과 제주도 시가지를 달리고.

부산 게이트 사건!

나이트 아머가 나타나자 번개같이 봉쇄된 도로를 달려 도망쳤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특급 쌩쌩이, 부가티 헌터 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특급 쌩쌩이가 업그레이드돼서 돌아왔다.

과연 특급 헌터 엄마 장민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순간 앞으로 일어날 일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콰카카카캉-

박살 나는 특급 쌩쌩이 3호!

으아, 으아아-

눈물을 펑펑 쏟아 내는 특급 헌터!

예지에 가까운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설득했다!

“특급 헌터 진짜 단풍놀이 갈거야? 그럼 특급 쌩쌩이 3호는 나중에 인수하는 거 어때!?”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는 혼자 놔둘 수 없어! 난 오늘 꼭꼭! 단풍놀이 갔다가 특급 쌩쌩이 3호 데리고 돌아올 거야!”

이게 한계였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풍놀이 가고 특급 쌩쌩이 인수하자. 그럼 놀러 갈 준비 시작이다!”

“우와아아! 친구들! 얼른 친구들 부를게!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니케! 얼른 나와! 오늘 우리 할 일 엄청 많아!

특급 헌터가 옥상으로 뛰어나가는 순간.

천문석은 미리 애도를 표했다.

“난 최선을 다했다. RIP. 특급 쌩쌩이 3호.”

* * *

그리고 모든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마트에서 돌아온 장민 대표의 주도로 음식 준비가 시작되고.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가방과 돛 자리, 자잘한 물건들을 챙겼다.

어차피 점심을 먹고 내려오는 짧은 산행.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삼촌! 특급 헌터! 옷 갈아입어! 음식 준비 거의 끝났어!”

“알았어! 특급 헌터 옷 갈아…….”

다다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옷을 들고 뛰어가는 특급 헌터.

천문석이 청바지에 적당한 재킷을 걸치는 동안.

특급 헌터는 조끼에 등산 재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에 배낭, 퐁퐁검까지 옆구리에 꼈다.

“난 다 끝났어! 알바! 빨리빨리!”

거실에 나오자 이미 옷을 갈아입고 마무리를 하는 셋이 보였다.

산처럼 쌓인 김밥과 불고기, 잡채, 과일이 가득 담긴 통을 보자기로 싸는 장민 대표.

커다란 돛 자리를 배낭처럼 어깨에 두르고 선글라스까지 낀 류세연,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벗고 평범한 후드티에 모자를 쓰고 음료수가 담긴 가방을 든 한경석.

북한산 단풍놀이 출발 준비가 끝났다!

“대표님! 음식은 제가 들겠습니다!”

천문석이 묵직한 음식 보자기를 드는 순간.

특급 헌터는 재빨리 달려가며 외쳤다.

“조수석은 내가 찜!”

“앗! 안 돼! 조수석 내가 앉을 거야!”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야!”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이 우르르 옥탑방에서 뛰어나가고.

장민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북한산 단풍놀이 가 볼까요!?”

천문석과 장민 대표는 바로 건물에서 내려 와 주차장에 놓인 장갑 SUV로 다가갔다.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천문석이 운전석에 들어가자 조수석에 앉은 승리자가 보였다.

“알바! 왔어!?”

“네가 이겼냐? 세연이랑 경석이는?”

“뒤에!”

씩 웃으며 뒷좌석을 가리키는 특급 헌터.

“헉, 허억- 뭐가 이렇게 빨라!”

“특급 헌터! 혹시 각성한 거 아냐!? 엄청 빨랐어!”

패배자 류세연, 한경석은 뒷좌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패배자 류세연. 이거 받아라.”

천문석은 김밥과 음식이 담긴 보자기를 넘기고 뒷문을 열었다.

“대표님 타시죠.”

“고마워요. 알바씨.”

장민 대표를 마지막으로 인원이 모두 모였다.

운전석의 천문석 조수석의 특급 헌터.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장민, 류세연, 한경석!

셋이 나란히 앉았지만, 헌터용 장갑 SUV의 좌석은 넉넉했다.

“뭐 잊은 거 없지? 특급 헌터. 특히 너 왠지 허전해 보이는데?”

“없어! 잊은 거 아무것도 없어! 빨리빨리 출발해!”

한국에서 제일 성질 급한 꼬맹이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그럼 백운 탐방 지원센터로 출발 하겠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단풍놀이 인파에 숨어 혼자 다녀왔을 북한산행.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 겹쳐 모두와 함께 가게 됐다.

원래 인생은 예측 불허,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부아아아앙-

부드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장갑 SUV는 멋진 단풍이 진 북한산으로 출발했다.

* * *

장갑 SUV가 도로로 들어서자 문득 세연이 입을 열었다.

“철수 오빠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김밥 엄청 좋아하잖아?”

“그렇지. 철수형 김밥집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더라.”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차가 출발하자마자 김철수 사무실로 전화했다.

하지만 김철수 사무실의 사람들은 지금 단풍 구경을 갈 상황이 아니었다.

대리 4인조와 최설, 진교은은 밀린 서류작업으로 바쁘고.

철수형은 현실 러브 시그널을 찍느라고 바빴다!

[허세인 – 김철수 – 강화영]

누가 양다리가 즐겁다고 했던가?

자의도 아닌 타의에 의한 양다리를 걸친, 현실판 러브 시그널을 찍는 김철수!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허세인은 금성 그룹의 로열패밀리!

강화영은 세연의 외할머니, 어마어마한 땅 부자 임옥분 여사님의 손녀다!

알바 알선의 황제!

적이 없는 사나이!

그러나 불운의 아이콘 그 자체!

자신과 수없이 극한 알바를 했던 철수형!

철수 형에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재벌 둘의 구애를 받다니!

그러나 어째서일까!?

조금도! 하나도! 부럽지 않고 오히려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철수형은 하루하루 스펙타클한 난장판 속에서 극한직업, 체험 삶의 현장을 찍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철수형의 겪는 고난으로 김철수 사무실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길드에 들어가지 않고 철수형과 같이 일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철수형! 힘을 내세요! 크크큽-’

천문석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너도 방금 통화한 거 들었잖아? 철수형 현실 러브 시그널로 엄청 바빠.”

이야기를 듣던 장민 대표와 한경석의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브 시그널이면 전에 같이 본 연애 예능 프로그램 아닌가요? 현실 러브 시그널이요?”

“설마! 철수형이라는 사람이 양다리를 걸친 거야!?”

“그럴 리가……? 김철수 사장님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더는 참지 못하고 터지는 순간.

류세연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설명했다.

“그게 철수 오빠가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니라. 반대예요. 지금 두 사람이 철수 오빠가 좋다고 쫓아다니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진짜로?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정말로!?”

의아해하는 장민 대표와 흥미로 눈을 반짝이는 한경석.

류세연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도 믿기지 않아. 화영 언니가 저렇게 쫓아다니다니…… 앗! 잠깐! 삼촌 부사장이잖아? 철수 사장님에 직원까지 저렇게 고생하는데 단풍놀이? 이렇게 농땡이 쳐도 되는 거야? 특급 헌터 어떻게 생각해?”

돌연 고개를 돌려 특급 헌터에게 묻는 류세연.

천문석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야! 나 이상 던전에서 엄청 빡셌어! 게다가 진교은이라고 엄청난 인재를 사무실에 꽂아 넣었어! 특급 헌터 어때? 내 말이 맞지!? 나 지금 농땡이 치는 거 아니지!?”

장민 대표, 한경석, 류세연의 흥미진진한 시선이 조수석에 앉은 특급 헌터에게 모였다.

“음…… 이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야!”

특급 헌터는 고심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버럭 외쳤다.

“한국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해야 해!”

“그렇지! 하하하- 네가 뭘 좀 아는구나? 그럼 농땡이 치는 삼촌한테 벌을…….”

류세연이 환호성을 터트리는 순간.

특급 헌터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봤어! 똑똑히 봤어! 알바는 엄청엄청 열심히 일했어! 그러니까 알바는 단풍놀이 가도 돼!”

“특급 헌터……!”

감동 섞인 탄성을 터트렸으나.

특급 헌터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단풍놀이 끝나고 특급 쌩쌩이 찾으면. 나랑 같이 니케한테 가야 해! 내가 어젯밤에 니케 만났는데! 니케 요즘 엄청 힘들데! 알바! 우리는 니케 도와주러 가야 해!”

‘아니,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니케를 도와줘야 한다고? 내가 아는 그 니케? 다람쥐 니케!?”

“맞아! 우리는 니케를 도와줘야 해!”

언제나 그렇듯이 특급 헌터의 이야기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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