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65화 (86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65화>

[친구! 같이 가!]

위잉, 위잉-

한경석이 카트를 향해 달리는 순간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달리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알림을 확인하는 한경석.

[경매 종료 5분 전]

어지럽게 변화하는 숫자.

“…….”

멈춰 선 한경석은 스마트폰 패턴을 풀고 헌터 나라 앱을 실행시켰다.

NTM_CHS

익숙한 아이디를 클릭해 들어가자 경매 종료 5분이 남은 대환단 경매 게시물이 보였다.

313, 318, 327, 338…….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세 자리 숫자 뒤에 적힌 한 글자.

억.

[……]

한경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모두 공짜예요!”

“특급 헌터! 특급 알바! 귀환기념이야! 많이 먹어!”

음식을 사방으로 나르는 류세연과 특급 헌터.

“이거 제가 사는 겁니다! 1,151,900원! 한방에 카드 긁었습니다, 하하, 하하하-.”

음식 카트를 밀며 어쩐지 슬퍼 보이는 웃음을 터트리는 천문석.

[……]

한경석은 한참 동안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어째선지 가슴이 간질거리고 입꼬리가 말려 올라갈 때 툭 튀어나온 단어.

[친구.]

한경석은 씩 웃으며 경매 취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한달음에 달려가며 외쳤다.

[나도 같이해! 친구들!]

천문석,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

넷은 일시불로 긁은 1,151,900의 음식 카트를 밀고 객차를 누비기 시작했다.

긴 대화를 끝낸 장민과 파티마가 돌아왔을 때 자리에 있는 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좌석에 쓰러지듯 앉은 최설과 진교은뿐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장민은 문득 고개를 돌려 객차 앞과 뒤를 돌아봤다.

여행이라도 가는 듯 웃으며 핫바, 오징어, 삶은 계란, 사이다를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객차마다 가득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퍼져 나가듯 그 주위로 웃음과 미소를 퍼트리는 사람이.

“파티마 우선 앉자. 서울에 올라가면 할 일을 설명해 줄게.”

장민 대표는 미소 지으며 좌석에 앉았고. KTX는 서울을 향해 달렸다.

* * *

서울역 광장.

천문석은 장민 대표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대표님.”

“제가 더 감사해요. 파티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장민은 화단 앞에 쪼그려 앉은 특급 헌터를 눈짓하더니 고개를 돌려 파티마를 봤다.

“파티마. 걱정할 거 없어. 기차에서 뭘 할지 들었지? 끝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그럼 바로 출발할까?”

파티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천문석은 기억을 되짚었다.

///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천문석은 파티마의 신분 등록을 장민 대표에게 부탁했다.

조심스레 말을 꺼낸 게 무색하게도 장민 대표는 바로 승낙했다.

“진짜 괜찮을까요?”

파티마는 게이트를 통과한 이계인이다!

그런데 신분 등록하는 게 이렇게 쉽다고?

장민 대표는 천문석의 표정을 보더니 내심을 짐작한 듯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경우에 표준절차가 있어요. 신체검사를 포함한 여러 절차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신원 보증이죠. 그건 장철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으니 길어야 일주일이면 모두 끝나요.”

장민 대표가 슬쩍 흘린 ‘표준절차’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파티마가 이계에서 넘어온 첫 사례가 아니다!

아니, 표준절차가 만들어졌을 정도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계에서 넘어온 존재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파티마는 장민 대표의 회사 연구실로 이동하기로 했다.

///

“…….”

기억을 되짚던 천문석 앞으로 불쑥 파티마의 손이 내밀어졌다.

천문석은 바로 파티마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파티마. 일주일 후에 보자. 이거 우리 집 주소랑 연락처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천문석은 파티마와 악수하며 연락처를 전했다.

“그럼. 파티마는 먼저 보내도록 할게요. 황 비서 준비됐나요?”

“네 대표님. 연구소 쪽에서 준비 끝났다는 연락 왔습니다! 바로 출발하면 됩니다!”

황 비서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서 파티마를 장갑 SUV로 인도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이 순간 화단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잠깐만 기다려!”

다다다닥-

번개같이 달려와 파티마의 손을 꼭 쥐는 특급 헌터.

“누나 잘 갔다 와! 이건 내 선물이야! 맛있는 거니까! 냠냠하고 먹어! 크크큽-.”

특급 헌터의 눈가에 위험한 빛이 스치는 순간.

“설마……!?”

황 비서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지고.

모두의 시선이 특급 헌터와 파티마의 손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쥐여 주듯 맞잡은 손!

“빨리빨리 손 터세요!”

황 비서가 기겁해서 외치는 동시에 파티마는 손을 활짝 펼쳤다.

꿈틀, 꿈틀 움직이는 지렁이!

파티마의 손에는 지렁이가 놓여 있었다!

“특급 헌터!? 너!”

“와 너 지렁이는 어디서 찾은 거야?”

“빨리 손 터세요! 아니, 여기 말고 저기서 터세요!”

[……!]

말을 잇지 못하는 장민.

진심으로 감탄하는 류세연.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치는 황 비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경석.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는 최설과 진교은.

그리고 손에 놓인 지렁이에 굳어 버린 파티마까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려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맛있는 거니까! 얼른 냠냠하고 먹어! 다 먹으면 내가 또 가져다줄게! 거미, 매미, 개미, 풍뎅이! 잔뜩잔뜩 가져올게! 카카카캌-.”

내용은 호의를 담았으나 표정과 말투에는 장난기와 복수의 기대가 가득했다!

황 비서는 다급히 파티마에게 말했다.

“빨리! 빨리! 저를 따라 외치세요! 특급 헌터는 정의…….”

“안 들려! 하나도 안 들려!”

특급 헌터가 양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휙휙휙휙- 젓는 순간.

파티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 손바닥 위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손가락으로 잡았다.

“……어? .”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반응에.

특급 헌터의 눈과 입이 자신도 모르게 커졌다!

이 순간 파티마는 싱긋 미소 지으며 지렁이를 잡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의 입으로!

“……!”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눈과 입!

경악한 특급 헌터는 한 손으로 파티마를 가리키며 다른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리고 외쳤다!

“어!”

“어, 어!”

“어, 어어!?”

말이 되지 못할 정도로 다급한 외침!

그러나 이 자리의 모두는 특급 헌터가 뭐라고 외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저 누나! 지렁이 먹으려고 하잖아!?’

지렁이로 파티마를 놀래키려던 꼬맹이가 오히려 놀림을 당하고 있다!

모두가 내심 웃음을 삼키고.

황 비서의 얼굴이 환희로 물드는 순간.

파티마의 손가락에 잡힌 지렁이가 입가에 닿았다.

딱-

“어……?”

[……!?]

“잠깐 지금 이 소리.”

“어, 어어!? 설마, 설마!?”

……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말문이 터졌다.

“파티마! 지렁이 먹었어!”

이 순간 파티마의 주먹 쥔 손이 특급 헌터에게 내밀어졌다.

꿈틀꿈틀하는 지렁이 반쪽을 손에 쥔 채로!

마치 맛있는 과자를 먹으라고 권하듯이!

“으아, 으아아, 으아아!”

특급 헌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파티마는 성큼 거리를 좁히며 특급 헌터의 입을 향해 지렁이를 쥔 손을 뻗으며 말했다!

“맛있어!”

이게 결정타였다.

으아아아악-

특급 헌터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도망쳤다.

충격, 혼돈, 파괴, 공포!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과 혼돈!

일상과 상식을 파괴하는 공포!

진짜 광기 파티마 앞에서 가짜 광기 특급 헌터는 정신없이 도망치며 외쳤다.

“안 먹어!”

“지렁이 안 먹는다고!”

“오지마! 따라오지 말라고!”

“보지만 말고 도와줘! 나한테 지렁이 먹이려고 하잖아!”

……

파티마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으아아악-

두려움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특급 헌터!

너무나 즐거운 얼굴로 손에 지렁이를 들고 그 뒤를 쫓는 파티마!

파티마는 짧은 한국말을 반복했다.

“맛있어!”

“아냐! 그러지 마! 지렁이 맛 말하지 말란 말야!”

필사적인 얼굴로 다급히 외치며 도망치는 특급 헌터!

일행 모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님?]

한경석이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거 손기술이야.”

“네?”

“어?”

“뭐!?”

“아……!”

손기술!

동료 모두는 바로 알아챘다!

말아쥔 손으로 반으로 잘린 지렁이를 잡고 달리는 파티마!

그러나 지렁이의 잘린 부위는 손안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지렁이를 들어 올려 입가에 가져가는 순간 먹는척하며 말아쥔 손안으로 감춘 거다!

간단한 손기술이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손기술을 초절정의 무인이 펼치자.

그 충격적인 비주얼과 엄청난 속도에 특급 헌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마저 깜빡 속아 넘어갔다!

모두는 감탄한 얼굴로 도망치는 특급 헌터와 그 뒤를 쫓는 파티마를 봤다.

벌레로 복수하려던 특급 헌터가 역으로 당하는 모습이라니!

장민, 류세연과 한경석, 최설과 진교은.

모두는 어느새 미소를 띤 채 이 광경을 바라봤다.

천문석도 마찬가지로 웃으며 이 광경을 바라봤다.

순간적인 기지와 판단력!

지렁이를 잡는 걸 주저 하지 않는 대범함!

파티마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훌륭하다! 파티마!”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정신없이 도망치던 특급 헌터가 달리는 방향을 바꿨다.

“알바! 구해 줘! 나한테 지렁이 먹이려고 해! 지렁이 맛없다고 말해 줘!”

타다다닥-

특급 헌터가 번개같이 달려와 천문석 등 뒤로 숨는 동시에.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달려오는 파티마에게 말했다.

“야, 됐어. 충분하니까 이제 그만…… 어?”

그리고 봤다.

진짜 광기를!

“……야! 그걸 왜 먹어!”

* * *

“꼭 정밀 검사 부탁드립니다. 황 비서님!”

천문석은 파티마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부탁했다.

황 비서는 대답 없이 시선을 움직였다.

“…….”

천문석 다리 뒤에 숨어 있는 특급 헌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콩 빠르게 뛰던 특급 헌터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황 비서의 시선이 뒤로 움직였다.

도로가에 새워진 장갑 SUV 안, 태연하게 앉아 있는 파티마.

지금부터 자신이 연구소로 데려가 일주일 동안 케어해야 하는 진짜 광기가 있었으니까!

파티마를 보는 순간 가슴이 쾅쾅쾅- 뛰었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는 순간.

특급 헌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 비서 누나! 얼른 데려가! 파티마 누나 병원 빨리 가봐야 해! 정말 이상하다니까!”

이 말을 들으니 더욱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아이 특급 헌터가 정말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이상했다!

이때 장민 대표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 비서. 혹시 힘들면 다른 부서로 옮겨 줄게요. 아무 불이익도 없을 겁니다.”

“……!”

비서실은 오너 장민 대표님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핵심 부서!

장민 대표님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다.

말씀하신 대로 다른 부서로 옮겨도 불이익은 없을 거다!

그러나 이 말은 역으로 비서실이라는 어드밴티지 또한 없어진다는 뜻!

황 비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대는 오너 일가와 깊은 친분이 있는 동료들이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황 비서는 재빨리 허리 숙여 대답했다.

“아닙니다! 바로 모시고 움직이겠습니다!”

“황 비서 누나! 빨리빨리!”

“네, 네!”

황 비서는 바로 몸을 돌려 장갑 SUV를 향해 달려갔다.

부아아아아앙-

황 비서와 파티마를 태운 장갑 SUV가 출발하고 뒤이어 장민 대표가 차에 타며 말했다.

“신분 등록이 끝나는 데는 일주일쯤 걸릴 거예요. 그때 다시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천문석 뒤로 줄줄이 인사가 이어졌다.

“안녕히 가세요! 대표님!”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최설과 진교은.

“언니 잘 들어가!”

[안녕! 안녕안녕!]

류세연과 한경석.

“잘 가 장민! 그럼 나중에 봐! 알바! 얼른 뛰어 저기! 우리 옥탑방 가는 버스 오고 있어!”

당연한 듯이 인사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려는 특급 헌터.

“야, 잠깐 너 엄마랑…….”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 바람이 불어오고.

장민은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낚아챘다.

“아…….”

장민은 웃으며 말했다.

“모두 타세요. 중간에 내려 드릴게요.”

일행 모두는 줄줄이 늘어선 장갑 SUV를 타고 출발했다.

첫 번째 도착지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재금 빌딩 앞.

“그럼 사무실 들렀다 들어갈게!”

“감사했습니다…… 특급 헌터 나중에 또 보자.”

최설과 진교은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누나들 잘 가! 나중에 또 봐!”

언제나처럼 빨리빨리 특급 헌터가 가장 빠르게 인사하고.

천문석과 한경석이 뒤이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사무실 들렀다 잘 들어가라.”

[최설 대리, 진교은 신입사원 잘 가.]

최설과 진교은은 흠칫 놀라 빠른 걸음으로 재금 빌딩으로 걸어갔다.

천문석은 웃음을 삼켰다.

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렀다가 집에 갈 일은 없었다.

철수형과 대리 4인조!

최설과 진교은 두 사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다섯 명이 있었으니까!

‘힘을 내라! 최설! 진교은!’

천문석의 마음으로 기원하는 순간 장갑 SUV는 출발했다.

부아아아아앙-

그리고 천문석은 마침내 옥탑방이 있는 건물로 돌아왔다!

0